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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아트] <소설> 기적 -29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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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누락자.


저승사자가 저승으로 데리고 가지 못한 사람을 뜻하는 말이었다.


원래는 죽 을 운명이었으나 죽지 않은 사람.


“이승의 인간들은 그걸 기적…이라고 부르더구나.”


한때 하랑도 기적을 꿈꿨던 적이 있었다.


아픈 동생이 죽지 않고 다시 새 삶을 얻게 해주는 것.


안타깝게도 그 꿈은 이뤄지지 않았고, 하랑은 기적을 바란 대가로 죽은 이의 목숨을 거두는 저승사자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동생은…….


운명을 거스른 죄로 추악한 괴물이 되어버렸다.


기타 누락자가 생기는 일이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들을 마주할 때마다 과거의 자신과 동생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자신의 동생에게도 그런 기적이 일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그런 생각.


그런 생각이 하랑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이젠 그런 감정에 조금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몇백 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상처였다.


기타 누락자에 대해 설명하던 하랑은 잠시 침묵하다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튼, 기타 누락자에는 이름이 남아있으니 앞으로 조심하는 게 좋을 게야.”


“조심하라니……무엇을…….”


“그 아이……앞으로 닥칠 풍파가 많거든.”


기타 누락자로서 목숨을 건졌다 해도 이미 운명을 거스른 몸이었기에 그 대가는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그 대가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가 가장 큰 문제이긴 하지만.


“이 이상은 못 말해줘. 천기누설이거든.”


하랑은 그리 덧붙일 뿐, 더 이상의 조언은 없었다.


리히트의 눈빛에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여럿 스쳐 지나갔다.


“어째서 내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하랑의 말처럼, 저승차사는 죽은 이를 데려가는 이가 아니었나?


왜 저에게 그런 조언을 해주는 걸까.


리히트의 물음에 하랑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지키고 싶은 거 아니었나? 그대의 누이.”


“…….”


“그저……그대가 소중한 사람을 잘 지킬 수 있기를 바라서 해준 말일뿐일세. 다른 뜻은 없어.”


사실이었다. 기타 누락자를 보며 자신의 동생을 떠올린 것도, 리히트를 보며 과거의 자신을 겹쳐본 것도.


그러면서도 드는 또 다른 감정.


‘내 동생은 결국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기타 누락자들을 볼 때마다 질투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리히트에게 그런 조언을 해줄 수 있었던 건, 아마…….


리히트도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하랑은 동생을 살리지도, 지키지도 못했으니까.


어쩌면 리히트를 통해서 자신이 이루지 못한 걸 대신 이루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방관자일 뿐인 저승차사가 누군가를 지킬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이승의 인간에게는 아직 그럴 기회가 남아 있으니까.


어느새 하랑은 처음 봤을 때와 같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랑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네.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원래 하랑은 라라 외에는 다른 사람에게 모습을 들어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감(感)이 좋은 이승의 인간 하나가 의도치 않게 상황을 꼬아 놓고 말았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또 봄세.”


“잠, 깐…! 아직……!”


“아, 내가 한말은 꼭 잊지 말고.”


하랑은 자기 할 말만 남긴 채, 옅은 바람을 일으키며 리히트 앞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어릴 적엔 신이 되고 싶었다.

신이라면 모든 걸 알고 있을 테니, 누군가를 지키는 방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막상 모든 걸 아는 사람이 되고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지켜보는 것 뿐이었다.


[하랑의 이야기中]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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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9.10 14:45 (UTC+0)

    하랑버지ㅋㅋㅋㅋ 정말 시공간을 넘나드네요! 자유로운 모습이 하랑답지만 적어주신 말처럼 원치 않는 자유라서 항상 안타까운 것 같아요. 이세계까지 왔지만 굳이 라라를 만나지 않은 것도 참 하랑스럽고.. 앞으로 다가올 위험에서 리히트가 큰 활약을 할 것 같네요ㅎㅎ 리히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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