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라레의 서재

[이벤트] παιδί της λίμνης [2]

  • kgzm[NAES]
  • 2018.06.06 08:26 (UTC+0)
  • 조회수 127

옛날에 한 소년이 있었다. 금발로 보일 정도로 연한 갈색의 머리칼, 고운 외모, 허옇디 허연 살결. 이 소년은 한 명의 사서였다.

소년은 어느 때와 같이, 마도서를 도서관의 DB에 추가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소년은 사서의 일과 도서관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흥미로운 걸 좋아했다. 모든 것의 진상이 나올때까지, 한꺼풀씩 벗기는 걸 좋아했다.


* * *


어느 날이었다. 소년은 평소에 자주 찾아가던 호숫가로 갔다. 호수의 물은 어느 때와 같이 맑은 빛깔이었다. 들어간 발의 발 끝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소년은 즐겁게 물장구를 치머 호숫가를 걸어갔다. 그런 소년의 눈에 지금까지 호수에서 보질 못 했던 무언가가 들어왔다. 하지만 분명히 지금보다 한참 전에도 있었던, 무언가. 소년은 다가가보았다.

곱슬거리는 금발의 여인이 그 자리에 누워있었다. 누워있는 게 맞는가, 아니다. 그 여인은 누워있는 듯 보였으나 실은 호수의 근처를 젖은 옷으로,계속해서 멤돌고 있었다. 어쩌면 거꾸로일지도 모르지만.

소년은 여인에 대해 궁금해졌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다가갔다. 호수 주위를 멤도는, 눈을 가린 머리카락 때문에 앞이 잘 보일것 같지 않은, 그런 여인은 소년을 피하는 기색이 없었다. 즐거운듯한, 콧노래만 흥얼흥얼.


"라랄랄라……, 랄랄라."


소년은 여인의 손을 붙잡았다. 여인은 소년을 무시하는 듯 했으나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인은 무시하는 듯 하면서도, 머리카락 사이로 소년을 흘겨봤다. 소년은 여인의 시선을 알 수 있었다. 소년은 여인에게 말하였다.


"이 곳에서 뭘 하고 계신 건가요?"


여인은 소년의 질문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 입을 슬며시 열었다. 그 입 사이에선 "왕자님……." 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런 여인을 보며 소년은 머리카락을 살짝 치워주었다. 여인은 제대로 보이는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금빛 머리…… 그러나 왕자님이 아니야."


그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소년은 듣자마자 금빛 머리가 자신의 밝은 갈색 머리카락을 의미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한, 여인의 말에는 딱히 공격적인 어조도, 싸늘하게 느껴질만한 그 무엇도 없으나 소년은 순간 싸늘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흥미가 사라지는 법은 없으리.


"왕자님이 누구인가요? 그리고 그 쪽은 누구신가요? 왜 이런곳에서 그런 차림으로 계신 건가요?"


소년의 물음에도 불구, 여인은 차가운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소년은 차가운 시선에 자기도 모르게 긴장한 것인지, 침을 꿀꺽 삼키기만 했다.


"왕자님은…… 이 곳에 계셔요. 모르겠나요?"


소년은 여인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빛나는 금발, 기품있는 옷을 갖춘 사내가 있었다. 소년은 이 사내를 보자마자 '자신이 왜 못 봤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은 말했다.


"이 분이 왕자님이신가요?"


"네. 햄릿, 아아…… 나의 왕자님."


소년은 왕자님, 즉 햄릿에게 무례를 범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은 허리를 숙여 햄릿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세요. 제가 무례를 그만……, 저는 나르키소스. 사서입니다."


햄릿은 웃으며 나르키소스의 인사를 받아들였다.


"괜찮습니다. 저는 햄릿, 그리고 옆의 이 여인은 오필리아입니다."


나르키소스는 여인의 이름을 속으로 되내였다. 오필리아. 오필리아는 왜 이런곳에 있던 것일까, 싶은 생각이 나르키소스의 속에 지나갔다.

나르키소스는 햄릿과 오필리아,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둘 다 기품있어 보이는 외모이나 역마살이 가득한 듯안 인상이었다.

나르키소스는 두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호수에 이렇게 있으면 감기 걸려요. 괜찮으시면 저희 집에 하루라도 묵고갈래요?"


"괜찮습니다만, 호의를 거절하는 건 예가 아니지요. 오필리아, 넌?"


"모든 것은, 왕자님을 따라……."


나르키소스는 활짝 웃었다. 이 두 사람을 이 곳에 내버려 두지 않고 갈 수 있다니. 나르키는 두 사람의 손을 붙잡고 길을 나섰다.


* * *


나르키소스가 햄릿과 오필리아를 자신의 집에 데려온 지 한참 됐다. 하루만 묵고 가라고 했으나 어느샌가 자신이 정 든 듯, 그냥 얼마든지 있어도 좋다고 선언해 버렸고, 그들은 나르키소스의 말대로 계속 남아있기로 결정했다. 결정당한 걸지도 모른다.

그런 나날을 지내며 알게 된 것은, 둘 다 사서라는 것을 싫어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나르키소스는 자신이 사서라는 사실을 숨기고 지내왔다. 그러나 바벨의 도서관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동일했다.


"바벨의 도서관은 파괴 되어야만 해."


햄릿은 탁자에 앉아, 턱을 괸 채 말했다. 오필리아도 옆에 있었다. 건너 편에는 나르키소스가 있었다. 나르키소스는 격렬하게 몸을 흔들면서 말했다.


"그러니까요! 바벨의 도서관은 싫어요."


오필리아는 차가운 푸른 눈을 나르키소스를 향해 바라본 채, 입을 가볍게 여닫았다.


"그러고 보면……. 당신, 당신도 구원을 믿나요……?"


나르키소스는 오필리아의 말을 듣고 살짝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내쉬면서, 약속된 군주의 예언을 읊기 시작했다. 읊은 말 끝에는, "……, 이거 맞죠?" 라는, 짧은 한마디가 덧붙여졌다.

오필리아는 나르키소스를 바라보았다.


"이것이 맞다면, 전 믿을 거에요. 구원……, 그 표현을 싫어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아아……, 그렇구나."


나르키소스의 대답에 오필리아는 공허한 눈으로 나르키소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르키소스는 오필리아가 자신을 바라볼 때마다 싸한 기분을 느꼈다.


* * *


"있죠, 오필리아."


나르키소스는 오필리아를 불러 세웠다. 오필리아는 걸어가는 길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오필리아는 나르키소스를 바라보았다.

나르키소스는 오필리아를 향해 말했다.


"바벨의 도서관을 파괴시킬 방법을 알아냈어요."


오필리아는 크게 표정이 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심 눈을 부릅떴다는 걸 느낄수는 있었다. 표정으로 보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나르키소스는 이어서 말했다.


"저희가 도서관을 만들고……."


나르키소스가 이어서 한 말에 오필리아의 표정은 싹 굳었다. 원래부터 굳어있는 표정이었지만, 그보다 더 굳을 정도였다. 나르키소스는 당황하면서도 계속 말을 이었다.


"그……, 도서관으로 해야 의심받지 않을테니까요. 그렇게 도서관을 만들어서, 바벨을 대상으로 하는……."


나르키소스는 열심히 설명을 이어갔다.


"…… 라는 거에요."


"아아, 네……. 나르키소스."


오필리아는 햄릿과 고민하던 도서관의 파괴법을, 나르키소스가 말한 대로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둘밖에 없던 이 장소에 햄릿이 나타났다. 나르키소스의 말을 몰래 들은 것 같았다.


"그거 멋있는 방법이네요, 나르키소스."


나르키소스는 갑자기 나타난 햄릿을 보고 깜짝 놀랐다. 놀라서 그런지 자기도 모르게 말을 더 붙였다. 장황한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으, 어……! 그리고, 바벨의 도서관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몇시간동안 눈치를 못 챌리는 없지만, 저 외에도 어……, 다른 사람들도, 그, 같은 의견을 가진 다른 사람들도 있어서……. 그, 바벨의 접근 코드도 갖고있고…… 어, 음. 어떻게……."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었습니다. 오필리아, 나르키소스의 말 대로 해 줄 수 있을까?"


"왕자님의 뜻이라면……."


오필리아는 햄릿의 부탁을 따르기로 했다. 바벨의 도서관을 파괴할 수 있는 도서관을 짓는다. 그건 사서 나르키소스의 부탁이었으나 햄릿을 거친 이상 오필리아에게는 햄릿의 부탁으로 느껴졌으리라.


* * *


나르키소스는 충격에 빠졌다. 오필리아를 통해 바벨의 도서관을 파괴시킬 도서관을 짓는 것도 잘 진행되고 있었고, 그런 오필리아를 돕기 위해 오필리아의 능력을 조금 받기도 했다. 자신의 데이터를 오필리아에게 넘김으로서. 나르키소스는 오필리아가 무엇이길래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나 궁금했다. 그리고 아직 자신이 사서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숨길 필요가 없어졌다. 바벨의 도서관 측으로부터 자신의 사서직이 파기된다는 사실을 들었다. '외경'과 내통한 죄였다나. 나르키소스는 그 말을 듣고 그제서야 오필리아, 혹은 햄릿, 어쩌면 둘 다 외경일 것이라는 걸 눈치챘다. 오필리아가 가진 능력이 외경의 능력이었고, 받은 자신의 능력은 그 외경의 능력중 일부였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나르키소스는 바벨의 도서관을 파괴시킬 도서관 건축을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본인도 사서의 일과, 바벨의 도서관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외출은 힘들어졌다. 밖에 나갈때마다, 따가운 눈총만이 느껴졌다. 혹은 비웃거나.

서서히 바벨의 접근 코드가 사라져가는 것도 느껴졌다. 사라지고 있는 바벨의 접근 코드는, 오필리아와 햄릿에게 감추기 위해 가리던 팔을 드러내도 상관 없어지게 했다. 나르키소스는 팔이 드러나는 반팔을 입었다. 보였어야 할 부분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라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이라는 점은 이미 바벨의 접근 코드를 둘에게 건낸 뒤 백업까지 마쳤다는 것이다.


* * *


시간은 원래 흐르는 것이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은, 오필리아와 햄릿이 바벨의 도서관을 파괴시키기 위해 지은 도서관을 완공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나르키소스에게 새겨진 바벨의 접근코드가 조금밖에 안 남고 사라지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고, 만나는 사람 모두가 자신을 비방하는 때문에, 여자옷을 입어 변장하고 다니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라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르키소스. 당신의 부탁대로, 끝났습니다. 마음에 듭니까?"


햄릿은 나르키소스를 불러 도서관을 보여주었다. 그 커다란 위엄은 바벨의 도서관보다 더 장엄하다고 해도 문제는 없었다. 최소한 나르키소스 본인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나르키소스는 양 뺨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내가 원한 건물이, 드디어' 하는 심정이었으리라.

벅찬 마음에 나르키소스는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는지도 모르며, 한 문장을 내뱉었다. 딱히 어러운 문장도, 욕하는 것도, 구원을 부정하는 말도 아니었다.


"아아……, 고마워요, 죄송해요, 속여서 죄송해요, 사실 전 사서였어요."


단지, 자신이 사서였다는 사실을 밝힌 것일 뿐이었다.

그러나 둘은 사서를 싫어했다. 도서관도 싫어했다. 싫어하는 도서관을 기껏 지었더니, 지으게 한 장본인이 사서였다. 오필리아는 칼을 집어들었다.


"배신자! 배신자 배신자! 배신자 배신자 배신자!"


집어들은 칼을 가지고 나르키소스를 마구잡이로 뭇칼질했다. 나르키소스의 하얀 살결에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이대로라면 나르키소스는 죽고 말 것이다.


"배신…… 아?"


그러나 그것은 나르키소스가 평범한 사람이었을 때나. 지금의 나르키소스는 오필리아에게 받았던 능력이 있었다. 비록 오필리아에게 죽을 뻔 했지만, 오필리아에게 받은 능력으로 도망쳐서 살았다. 오필리아가 눈에 뵈는 것 없는 새, 완공된 도서관을 보기 직전 만들었던 환상의 자신과 자리를 바꿨다. 그리고 상처가 싹 사라진 것 처럼 보이는 나르키소스를 보고 그제서야 자신이 능력을 준 채, 그대로였다는 걸 깨달았다.


* * *


나르키소스는 도서관에서 그렇게 멀다까진 않은, 케피소스 호수로 도망쳤다. 상처가 심해서 눈 앞이 흐릿하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심지어 호수에는 피 냄새에 끌려온 악어까지 있었다. '도서관을 보기 직전에 왔을 때는 없었는데.' 이런 사실에 왠지모르게 나르키소스는 욱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였다. 곧 멍한 기분이 들었다.

나르키소스는 조심조심, 악어를 피해서 기댈만한 바위를 찾아 기댔다. 피가 바위를 적시는게 보였다.

하늘은 붉은 색이었다. 노을인가. 나르키소스는 하늘을 보며 예쁘다고 생각했다. 아직 노을이 질 시간은 아닐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오필리아를 처음 만났을 때의 하늘의 색깔을.


"도서관은…… 어떻게 됐지……?"


나르키소스는 힘겹게 목을 짜내서 중얼거렸다. 도서관은 정상적으로 가동돼, 약 24분 정도 지나면 바벨의 도서관은 폭발할 것이다.

나르키소스는 도서관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의식이 흐려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팔의 코드는 서서히, 사라져갔다. 결국 팔은 완전히 맨팔이 되었다. 그리고 의식도 끊어졌다.


"아아……."


그리고 오필리아는 가지고 있던 나르키소스의 데이터로, 나르키소스의 기억을 없애버렸다.


* * *


시간이 흘러 나르키소스의 상처는 다 아물었다. 다행이라는 점은, 흉터가 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부터 계속, 나르키소스는 요지부동으로 쓰러진 채 그대로였다.


"저쪽 물가예요. 뭔가 떠밀려 있는 거 같은데요. 쓰레기인가?"


쓰러져있는 나르키소스를 바라보며 셀라는 말했다. 셀라의 말에 델핀과 미우는 셀라가 가르키는 방향을 보았다. 당연하게도, 나르키소스가 거기에 쓰러져 있었다.


"아니다. 저건…… 사람이다. 사람이 쓰러져 있군."


델핀은 말했다.


* * *


오필리아는 장자에 의해 잠들었다. 행복한 자신의 꿈을 꾸며. 그리고 그 때 나르키소스는 자신의 데이터도 잠드는 걸 느꼈다.

오필리아가 갖고있던 데이터도 함께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그 데이터에는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신에 대한 타인의 기억, 두개 다 포함이었다.

나르키소스는 본인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본인을 기억해주는 사람도 사라지는걸 느꼈다. 자기 자신을 본인이 잊어버렸는데, 남도 날 잊어버린다니. 이제 나를 누가 기억해주는 걸까.

나르키소스는 사라졌다.


아아.

Καημένο παιδί,

παιδί της λίμνης.



*


*


*



응허어 드디어 다썼다!!! 나르키 정체는 무엇인가. 진짜 궁금하네... 호수의 외경이 오필리아면 나르키는 도대체 무엇이고 왜 사라졌는가...

아 맞다 태그

#큐라레 #팬픽 #나르키소스 #오필리아 #햄릿

댓글 2

  • imagesofficial
    2018.06.06 12:02 (UTC+0)
    Καημένο παιδί,

    παιδί της λίμνης.
  • imagesofficial
    2018.06.06 12:03 (UTC+0)
    우와... 큐.추.사의 첫 팬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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