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라레의 서재

[이벤트] 안녕 나의 친구. 나의 큐라레. [1]

  • 레이창
  • 2018.06.19 08:36 (UTC+0)
  • 조회수 134

“인류 역사상 최고의 펜팔.”


-       “그‘두 왕’의 관계는 어떤 것입니까?”

질문에 대한 은둔왕 길가메쉬의 대답.



오랜만입니다.

예상보다 전투가 길어졌습니다. 적군은 북지중해 주변 도시를 중심으로 유격전을 펼쳤고

저희 기병대는 사막에서는 그들의 낙타보다 빠르지 못했기에 추격이 길어질 수 밖에…

아, 죄송합니다. 생각해보니 이미다 알고 계시는 내용이겠군요.

그 적군의 지휘관이…

당신이었으니까요.

어쨌든, 이 서두는 이 말을 하기 위해 준비했던 겁니다.

답장이 늦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중략)


보내주신 과일, 잘 받았습니다. 설마이 남토, 사방 어디를 봐도 사막 뿐인…성지(聖地).

모래의 바다에 오롯이 떠있는 대지의 섬 같은 이 성도(聖都)에서…

설마 눈 속에 덮인 과일을 먹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서늘하면서도, 부드러운 눈이 내 입에 닿은 순간…열병은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당신이 제게선물한 차디찬 기적은 과거 이 성도에 강림했던 신의 아들의 축복처럼, 

내 안의 모든 아픔을 씻어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라딘, 정말로 고맙습니다.


아, 라딘 이라는 애칭은 싫어하셨죠? 미안합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이렇게 부르는게 좋습니다.

조금은…친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중략)


하고 싶은 말과 마음에 너무 많아서…이 편지에 다 담지 못할까봐 두렵습니다.

그래도, 우선‘지난 번에 하던이야기’를 마무리 했으면 합니다.

저는 그때 사서님들…네. 라딘이차원의 무녀들이라 부르던 바로 그 세 소녀 말입니다.

사서님들에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차원을 주유하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동시에 방대한 지식과 지혜, 전설과 신비, 과학과꿈에 해박한 그녀들조차도

제 질문에는 제대로 대답해주지 못했습니다. 

식견과 배려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제게 의미를 주는 대답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라딘,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진정한 왕이란 무엇입니까?


비가 내리는 오후, 성도의 저편에서.

당신의… ----- 가.



이 편지가 마지막 편지가 될지도 모르겠군.

그대와의 이 서담이 즐겁지 않기 때문은 아닐세. 

물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결코 아니라 말할테고, 

내일 그대가 다시 묻는다 해도 마찬가지겠지만…지금은 인정하네.


그대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내게무엇보다도소중한 순간이었음을.


그럼에도 마지막 서담임을 통보하는 이유는 단지 하나야.


네 삶에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지금 이 순간에 오기 까지…내 삶은 나를 찢으려는 시련과 숙명의 끝나지 않는 도전이었네. 

나보다 강한 적은 별처럼 많았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불행은 바다보다 광활해보였지. 

그러나 나는 그때마다 승리했고, 극복했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게 다가온 이 패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군.


지금 동방제국의 병사들이 이곳에 오고 있네. 

죽음을 눈 앞에 둔 이 순간, 언제나 각오해왔고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맞이하리라 맹세했던이 순간이건만…


미련이 생기더군.

'대답' 말일세.


비웃어도 좋네. 하지만 내게 있어서 그대는 그만큼 특별한 사람이었네.

그대는 나에게 있어 적이라기엔 너무 아름답고.

친구라 하기엔... 운명이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이번 편지에는지난 번에 그 질문에 하지 못했던 대답을 적으려 하네. 


나는 그대에게, 대답을 주겠네.

하지만 그 전에, 주고 싶은 말이 있네.

리차드.

나는 그대를…



살라딘의 깃대는 거기서 멈췄다. 새어나오는 잉크가 종이에 번져나가는 감각보다도, 

더욱 다급한 발걸음이 이 방을 향하고 있음을 느꼈다. 다급한 발걸음은 살라딘의 방문앞에서 멈췄고, 문이 열리며…


“술탄! 큰일 났습니다! 동방제국의 병사들이…컥!”


병사의 외침은 비명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매서운 속도로 날아든 화살이 그의 목을 관통했기떄문이다.

살라딘은 옷깃을 여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록 병사는 끝까지 말하지 못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분명하다.


적이다.


문을 거칠게 밀어내며 나타난 장대한 체구의 적은, 피거품을 토하는 병사의 목에 꽂힌화살을 단숨에 뽑아냈다. 

난폭하면서도 절도 있는 자세, 그리고 풍기는 특별한 기운을 통해 살라딘은 그가 적장임을깨달았다.

그리고 적장 역시, 위기의 순간에도 초연하고 공후와 같은 당당함으로 자신을 바라보고있는 여인이 바라보며

눈에 이채를 띄었다.


“네가 이들의 왕인가.”

“그대는 저들의 왕이겠군.”

“왕이 아니다. 칸이다.”


살라딘은 긴장했다. 이 왕들의 차원, 무수히많은 왕과 이명이 있었지만 방금 저 늑대 같은 인상의 사내가 말한 그 호칭만큼은 특별하다.


“…그대가‘테무친’인가.”


적장, 동방의 정복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정을의미하는 제스처는 아니었다.


“공정하지 않군. 나는 네 질문에대답했다. 그리고 너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채, 또새로운 질문을 내게 던지려는건가?”

“질문? 아아. 나 또한 왕이아니다. 술탄이다.”

“술탄?”

“너희 동방에서는 낯선 표현인가보군. 술탄은 첫번째 제사장으로서 신을 섬기며 첫번째군인으로서 신민을 수호하는 자를 말한다.”

“그렇군.”


분명 납득의 의미하는 말이었지만


“네가 왕이군.”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살라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왕이 아니다. 술탄은 왕과 다르다.”

“무엇이 다르지? 우리 동쪽에서도왕은 지키는 자이며, 신의 대리인으로서 통치한다. 지배하고, 지휘하며, 지고의 존재로서 승리한다. 위대함을 아는 영웅이며 두려움을 모르는 전사다. 바로너처럼.”


그 말과 함께 적장의 활을 들어올렸다.


“성도의 군주 살라딘. 제안한다. 나와 함께 하라.”


정중한 말이었지만 피 뭍은 화살이 가슴을 노리는 상황, 아무리 달콤하게 포장해도 결국포로가 되라는 말이었다. 


살라딘은 그 말에 얌전히 따를 생각은 없었다.  

굴복하고 복종하여 미래를 준비한다는 선택 따위…단 한번도 선택한 적 없다. 

삼쉬르를 뽑아들고 적장을 베어 활로를 찾는다. 그것이 살라딘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였을까.


대단히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지금의 대화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라딘은짧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이것도 그대 탓이야.”

“무슨 말이지?”

“아니, 혼자 말이니 신경 쓰지 마라. 그대가 신경 써야 할 말은 다음의 말이다.”


테무친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살라딘은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테무친을 처음 보았지만, 어느 정도 파악하고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적의 화살이 살라딘을 관통하는 것보다 살라딘이 날린 말이 적장의호기심을 찌르는게 더 빨랐다. 적장은 갈망이 느껴지는 어조로, 재촉하듯물었다.


“말하라.”

“왕은 가장 위대한 자이며, 두려움 없이 가장 앞에 서는 자라는 그대의 말은 틀리지않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살라딘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테무친, 세상의 처음과 끝을 하나로 이으려는 그대는 진정 위대한 대칸이다.

동방의 정복왕이며 그대의 이름은 불멸의 신화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장 위대한 왕임을 설명하진 않는다."


서방의 정복왕도, 한 번의 실패 이후 더 강해졌다. 아니그 한 번의 실패가 있었기에, 그는 진정한 정복왕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왕은 무적이어야 하고 최강이어야하며…동시에…"


그리고, 그녀에게서는 항상, 꽃향기가났다.

그렇게 강한 주제에, 누군가에게 말할때는 긴장하며 말을 떨었다.


“…두려움을 알아야 한다.”

“…뭐?”


살라딘은 그 말과 함께 삼쉬르를 들어올렸다.


“두려움을 모르는, 그저 적을 도륙하고 세상의 끝까지 죽음과 공포만 전하는 자는, 위대한 왕일 수 없다. 최강의 군주가 최고의 왕인게아니다. 

두려움을 알고, '그럼에도' 자신이 아니라더 소중한 것을 지키는 자야말로 진정한 왕이다.”


일족을 수호하기 위한 사자의 마음으로 두려움을 이기고 검을 든 자, 그러한 왕이야말로나를 쓰러트릴 수 있다. 오직 피비린내를 탐내며 이빨을 드러낸 늑대여.


“그렇기에, 그대는 나를 죽일 수 없다.”


초승달을 담은 검끝이 달빛에 푸르게 빛난다. 그리고 서슬 푸른 칼끝이 자신을 향했기때문이 아니라, 달빛보다도 낭만적인 말을 지껄이는 성도의 군주에 테무친은 분노했다.


“실망시키는군. 성도의 군주.”


테무친은 활을 자신의 등 뒤에 메고는 허리에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가능한‘살려서 데려오라’고 했지만…팔다리 정도는 없어도 조건에는 충분하겠지.”

“호오. 날 죽이지도 못할 상대랑 싸우라니, 듣던중 반가운 소리야..”


말은 유쾌하게 했지만, 살라딘은 긴장했다.


‘소문은 사실이었나...’


지금 이 서방을 침략하는 동방의 세력들은, 어째서인지 서방의 왕들을‘납치’하고 있다. 너무 터무늬 없는 소문이라 무시하려했지만, 살라딘은 이 침략의 뒤에 있는‘목적’이신경 쓰였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하긴, 지금 중요한건 그 진실을 밝히는게 아니지.


평원의 늑대는 아주 천천히, 살라딘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테무친의 검이 짐승의 이빨처럼 반짝인 순간, 두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질풍 같은 공방이었다. 효웅이라 부르는 것조차 지나치게 겸손한, 굳이 이곳 [왕들의 차원]뿐만 아니라 다른 차원에서도 그들의 원전은 각자 두 자리 수 단위의 차원을 지배했던, 위대하고눈부신 데이터다. 왕들의 차원의 역사를 돌이켜봐도손꼽히는 강자들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테무친은 그‘왕’과‘영웅’이라는 데이터에서 분명‘정점’에 있는 자다.


시간이 흐를 수록, 살라딘의 옷에 펼쳐진 붉음이 테무친의 것보다 진해졌다. 살라딘은 투쟁과도 같은 삶에서 쌓아온 모든 기예와 기량을 전부 쏟아붓듯 공격했지만, 테무친의 옷깃조차 스칠 수 없었다. 반대로 테무친이휘두르는 검은 하나 같이 살라딘에게 치명적일 일격이었다.


강하다. 심장이나 목을 노리는 것도 아닌데 이길 수 없다. 과거 이 차원의 전쟁을 멈추기까지 했던 차원의 무녀들…아니그 이상인가?

이것이 동방제국에서도 최강으로 손꼽히는 영웅의 힘인가?


그 순간, 테무친의 칼이 바람처럼 움직였다. 사고의저편, 인식의 사각에서 날아든 참렬한 일격이 펼쳐진 순간, 살라딘은깨달았다.

늦었다. 피할 수 없다.

검이 살라딘의 어깨를 내리쳤다. 불로 지지는 듯한 뜨거운 고통과, 얼음으로 뇌를 찌르는 듯한 차거운 충격이 동시에 살라딘에게 찾아왔다. 그리고육체의 고통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부수는 아픔으로 이어졌다.

여기까지…인걸까?

해서는 안되는, 평생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그 대사가 나와 버릴 뻔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살라딘은 이를 악물었다. 설령패배가 확정되어 있는 삶과 싸움이라 해도, 그것이 이 싸움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이유는 되지않는다. 살라딘은 힘이 빠져나가는 삼쉬르를 쥔 손을, 천천히들어올렸다.

긴 시간 동안 긴장해있던 팔은 피로와 고통을 호소했지만, 테무친은 두번째로 감정이드러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의 평가를 취소하지 살라딘.”


그 목소리에 담긴 것은, 순수한 경이였다.


“놀랍군. 어떻게 그 지경이 되도록버틸 수 있지? 어째서 그 지경이 되어도 포기하지 않는거지? 너를견디게 하는 것은 무엇이냐.”

“…믿음.”

“믿음? 믿음이라고? 묻겠다. 무엇을 믿느냐.”


살라딘은 잠시 고민했다. 스스로도 낮뜨거운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살라딘은 제발 자신의 대답에 테무친이 비웃질 않길 바라며 말했다.


“…우정.”.

“우정? 고작 그 따위 허상이 너를 구원할거라 믿는건가? 이 세상은 강자에 의해 약자가 도살 당하는, 오직 힘만이 진리인 세계다. 네가 말하는 우정이나 용기가 너를 내리치는 내 팔을 붙잡지는 못해. 그 대답은 인정하지 않겠다. 그 말은 나를 설득할 수 있는, 납득할 수 있는 어떠한 논거도, 이론도, 가설도 되지 않는다. 다시 대답해라 성도의 군주여. 무엇을 믿기 때문에 견디는 것이냐.”

“…하하하.”


무심코 웃음이 나온 뒤에야, 아 실례했다. 살라딘은난처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상쾌한 기분 속에서, 그녀는 대답했다


그때도, 이렇게 말했다..


“근거가 있다면, 믿는게 아니지.”


피를 너무 흘린 탓일까. 심장이 굳은 것처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살라딘은 온 힘을 다해 떨어져내리던 삼쉬르를 들어올렸다.

말하면 말할수록,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진정…

믿을만한 가치가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납득하지 못할 것임을 안다. 허나 그대에게는 더 이상 줄 수 있는 말이 없다.


와라. 평원의 칸이여.”


삼쉬르를 들어올리는 것만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런 힘겨운 동작에, 테무친은 총구가 심장을 겨누는 것을 발견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두려움은 모른다고 말했지만 취소하지…

네가 두려워졌다.”


테무친은 처음으로 활을 들었다. 시야에 닿는 것이라면 지평선 끝에 있는 성벽조차 꿰뚫어버린다는몽골의 활. 유형화된 사형선고가 그 무엇보다도 정확하게 살라딘의 심장을 겨누었다.


“살려둬서는 후환이 될 것이다. 동방제국과의맹약에는 어긋나지만…이것이 옳다.”


테무친은 천천히 시위를 당기며 말했다.


“무참하게, 사막의 모래가 되어라. 살라흐 앗 딘.”


부담스러운 칭호라 생각하지만, 그 짐을 벗어버리고 도망치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어쨰서일까. 풀네임을 듣자마자 그녀가 주었던 이름과, 그녀의애칭이 떠올라버렸다.


“릿챠…”


어이 없을 정도로, 귀여운 애칭이다. 남들이없는 자리에서는 속삭임처럼, 그 이름을 불러보기도 했다.


릿챠. 너와 나는 섬기는 신이 다르지.

다음 세계에서 만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렵겠지.

하지만, 그러고 싶다.

다시 만나고 싶다.

그때는 너에 말하고 싶다.

릿챠…나는 그대를…


응?


살라딘은 고개를 갸웃했다. 화살은 날아오지 않았다. 테무친이손에 쥔 힘을 놓기만 하며, 사정거리 안에 있는 살라딘의 심장은 몸통과 함께 꿰뚫릴 것 이다. 하지만 테무친의 조준은 살라딘을 향하고 있어도, 그시선과 마음은 이 곳에 있지 않았다. 그리고, 살라딘역시 테무친이 감지한‘이상’을 발견했다.


“왜 이렇게…조용하지?”


이곳은 전장이다. 비명과 파괴가 가장 성대한 연주를 약속하는 공간이었건만…어쨰서인지 모든 소리가 죽어버린 것처럼 고요했다. 오랜시간 전장에서 싸워온 살라딘과 테무친은 이런 무자비한 침묵이 찾아온 순간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믿을 수 없었다. 대부분 그러한 순간은…


압도적인‘강함’이 등장할 때 뿐이니까.


콰과과과강-!


단단하기 이를데 없는 대리석 벽이 박살이 났다. 살라딘의 삼쉬르와 테무친의 활이 동시에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부숴져 내리는 천장과, 무너진 벽의 신음소리처럼 퍼져나가는 연기 안쪽에는…


갑주로 온 몸을 감싼, 오직 전장에서만 피어나는 강철의 꽃. 

서방 세계의 가장 확고하게‘힘’을 증명하는 존재.

'기사'가 있었다.


테무친 주변에 있던 평원의 전사들은 방심할 수 없는 기운을 풍기는 기사를 보자, 그들의대칸을 구하기 위해 돌진했다.

테무친이“잠깐! 멈…”춰라고 말하기도 전에, 기사가 움직였다.

돌진해오던 몽골의 기마병들을 상대로...


기사는 달렸다.

그저 한 명의 기사가 달려오기만 했을 뿐인데. 마치 폭풍에 휘날리는 낙엽처럼 병사들이휩쓸린다.


둔탁한 투구 때문에 시선이나 표정을 볼 순 없었지만, 그가 바라보는 것은 살라딘이나…


“나인가? 나에게 도전하는 것인가?! 좋다! 상대해주마!”


테무친이 분명했다.

기사는 양손으로 잡은 검을 바닥에 늘어트린채 달려들었다. 바닥에 닿은 검끝은 불꽃을튀겼고 그 불꽃은 테무친 안에 있던 투쟁심을 맹렬히 점화시켰다.

붉은 망토가 불꽃처럼 휘날렸다. 사막의 바람을 닮은, 광폭하면서도준열한 기백과 함께, 기사는 단숨에 살라딘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왔다.

마치 성벽이 달려오는 것 같군. 


“죽어라!”


테무친의 화살이, 마침내 발사되었다. 폭풍의심장을 꿰뚫기 위해 날아든 화살은 결코 피할 수 없다. 단 한번의 실패도 없었던 그의 화살은, 분명 이번에도 적에 명중했다.

화살은 기사에 어깨에 밖혔고, 살라딘은 비명을 질렀고, 테무친은 희열을 느꼈다.


잠시뿐이었지만.


“…말도 안돼.”


화살이 어깨에 밖혔음에도, 기사는 달렸다.



“뭐, 뭐냐 네 놈은!”


테무친의 두 번째의 화살이 다시 발사된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머리를 노리고 쐈고, 화살은 정확하게 투구에 명중했다. 엄청난 힘과속도로 날아든 화살은 그대로 기사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고 생각했다.


잠시뿐이었지만.


“…너는?!”


‘투구’가 날아가고, 금색의 머리가 사자의 갈기처럼 휘날린다. 푸르게 빛나는 눈은오직 테무친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테무친은 세번째 화살을 들어올렸지만, 늦었다. 날아오는화살을 피하거나 막는 시간조차 아낀채, 달려오던 기사의 검이 마침내 테무친에 닿았다.

아니, 닿았다는 표현은 너무 소박하다.


테무친을 날려버렸다.


“뭐, 뭐야 이 힘은…! 우, 우와아아아악!”


위기의 순간 가까스로 강철검을 들어 기사의 검을 막아냈지만, 힘의 차이는 상상을 초월했다. 테무친은 마치 달려오던 성벽에 걷어차인듯한 충격을 느끼며 창밖으로 떨어졌다.

3층 벽면을 장식하고 있던 스테인드글라스가깨어지며, 수천개의 빛의 조각과 함께 테무친이 바닥에 떨어졌다. 비명과 고함 소리가 사그러들고, 고요히 불타는성도의 밤을 뒤로 한채 기사는 다시 투구를 뒤집어 쓴 뒤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너는 누구냐는 질문은 할 필요조차 없었다. 


"라딘."


그 애칭은 싫다니까. 그 말이 나오기도 전에...

살라딘은 가까스로 기사의 이름을 불렀다.


“…릿챠.”


심장이, 약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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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3년차 사서인 레이창입니다.


큐라레가 섭종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마치 친구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처럼 안타까웠다웠다고말하면…너무 과장일까요.


하지만 저는 진심으로, 큐라레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사서들과 함께 다양한 차원을 여행하고…

내가 알고 있던 데이터들이 더욱 아름답고, 재치있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던 큐라레의 이벤트 스토리들을 정말로 좋아했습니다.


“명장의 훈육일세!”

몽고메리가 패튼(…)과 롬멜(?!)과 힘을 합치고 맥아더가 함께 하는 이야기.

특히 홈즈와 모리아티. 산타와세기말패자…아니루돌프의 관계성은 보기만 해도 즐겁더군요.


내가 알고 있던 데이터들이 더욱 재치있게, 즐겁게 재해석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다른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재미’를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정체성을 깨달은 큐라레와 성남시 분리수거 공무원 동태눈 아가씨의 등장 등.


흔히 약을 빨았다고 말하는, 다른 세계와 연결되고 이곳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그 재미는…


한 사람의 큐라레 마법도서관 사서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팬픽은 제가 큐라레에서 가장 즐겁게 보고 있던, 왕들의 차원에서 나디르샤 공방전에이르기까지 이벤트 시나리오의 제 2의 주인공으로서 노력하던 릿챠와, 살라딘의 이야기를 담은 겁니다.


큐라레 어워드에서 베스트 우정 부분을 더 뽑는다면 티무르랑 루흐가 뽑힐지도 모르지만, 저는초창기 큐라레에서 일러 빼고 모든걸 갖춘(…) 살라딘과릿챠의 우정도 좋더군요.


이 팬픽을 쓰기 위해…최근 큐라레 이벤트 시나리오를 다시 보며,


이 게임이…


아니 이 세계가…제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토록 즐거운 세계를 만들어주셔서.

삼사서와 함께 했던 시간은 제게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아마 많이 그리울…아니 틀림없이 그리울 겁니다.

비록 이 차원에서는 더 이상 만나기 힘들겠지만…


다음 차원에서도, 

다시 삼사서와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솜씨자랑 #큐라레 팬픽 #안녕 큐라레 #꼭 다시 만나요




댓글 1

  • imagesofficial
    2018.06.20 09:29 (UTC+0)
    ㅠ___ㅠ 이렇게 열심히 써주기 있기?! 꼭 다시 만나요...☆

큐라레의 서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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