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라레의 서재

(재업)그냥 고양이 목숨은 9개 있다 한다.

집착


 “역시 셀라냥은 이해력이 부족하다냥.”

 모로는 도서관의 넓은 복도를 터벅터벅 걸으며 셀라에 대한 불평을 중얼거렸다.

 “어린애 같은 셀라냥이다냥. 그렇게 몸도 마음도 평생 어린애로 지내는 거다냥.”

 모로는 자신의 방 바로 앞까지 와서도 셀라에 대한 불평을 그만두지 않았다.

 “흠, 드디어 왔군요.”

 모로는 자신의 방에 들어와서도 한 동안은 셀라에 대한 불평만을 계속 늘어놓을 계획이었지만, 그 계획은 모로의 방 앞에 떡하니 서서 기다리고 있던 장자에 의해 곧바로 물거품이 됐다.

 “자, 장자냥!”

 모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장자의 등장에 진심으로 당황해 셀라에 대한 불평도 멈추곤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며 말을 더듬었다.

 “기다리느라 지쳤다고요?”

 장자는 기대고 있던 벽에서 등을 떼며 모로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뭐, 뭘 기다, 기다린 거다냥? 서, 설마......,”

 모로는 얼굴은 창백하고 굳고, 혀는 완전히 꼬여버린 채로 장자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흠......,”

 장자의 걸음이 모로보다 살짝 더 빨라지자, 모로는 뒷걸음질 치는 걸 포기했다.

 “불쌍한 모로냥은 오늘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냥! 아니, 어제도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냥!”

 맹수를 만난 먹잇감처럼 완전히 겁에 질려 도망치는 것조차 포기한 모로는 그저 자신의 온몸에서 흐르고 있는 식은땀만을 감각으로 음미할 뿐이었다.

 “왜 그렇게 벌벌 떠는 거죠? 전 그저 귀여운 아기 고양이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인데요?”

 자신의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가엾은 고양이에게서 단 몇 발자국 떨어져 있는 거리에서 장자는 너무나 평온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 그런 거냥......,”

 장자의 의미를 알기 어려운 말에 안심과 불안을 동시에 느낀 모로는 얼굴을 감싼 긴장과 공포를 살짝 풀어헤치면서도 언제든 장자에게서 도망칠 수 있게끔 다리의 근육에 정신을 집중했다.

 “......,”

 어딘가에서 바람이라도 불어왔는지, 장자의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나부끼며 흐트러져 장자의 얼굴과 그 얼굴에 나타난 온갖 표정들을 가렸다.

 “그건 그렇고......,”

 장자는 잠깐 동안 흐른 침묵의 시간을 깨며 모로를 향해 빠르게 다가가 모로의 양팔을 낚아채며 모로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장자의 행동이 너무 빨라 모로는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장자에게 붙잡혀버렸다.

 “자, 잠깐! 아, 아프다냥......!”

 당황한 모로는 장자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양팔을 흔들며 발버둥 쳤지만, 모로가 발버둥 칠수록 장자의 손아귀는 더욱더 강하게 모로의 팔목을 쥐어 잡을 뿐이었다.

 “대체 이때까지 셀라랑 무슨 얘기를 이렇게 오랫동안 했던 거죠?”

 장자가 자신 쪽으로 끌어당겨져 있는 모로를 향해 머리카락으로 살짝 가려져 있는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무, 무슨 말이다냥?”

 다시 한 번 바람이 분 것 같았다. 장자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이 연약하게 흩날리며 장자의 얼굴을 조금씩 드러냈다.

 “요즘 셀라랑 너무 자주 만나네요? 무슨 짓을 하는 거죠? 셀라랑은 무슨 관계죠? 설마 셀라랑 제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인건가요? 혹시 셀라가 먼저 유혹한건가요? 대체 어떻게 이렇게 된 거죠? 빨리 말해주세요. 제 인내심은 상당히 짧답니다.”

 장자의 얼굴은 분노 같은 격한 감정으로 일그러진 차가운 무표정을 하고 있었다.

 “장자냥 오늘따라 더 무섭다냥! 평소에도 무서웠지만, 오늘은 그 평소보다도 더 무섭다냥!”

 모로는 장자의 그 일그러진 무표정에서 자신의 흔들리는 시선을 억지로 돌리며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 잠시 이성을 잃었군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군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죠.”

 모로의 겁에 질린 목소리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스스로의 의지 때문이었는지, 장자의 얼굴에 나타나있던 일그러짐이 점점 줄어들어, 마침내 ‘평소의’ 장자로 돌아왔다.

 “아, 알겠다냥......,”

 장자가 손아귀에서 힘을 풀며 모로를 풀어주자, 모로는 다시 뒷걸음질 치며 장자에게서 조금 멀리 떨어졌다.

 장자도 모로가 자신에게서 떨어지자 살짝 뒷걸음질을 치더니, 이내 모로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렸다.

 그리고 장자는 모로에게서 등을 돌린 채로 모로를 향해 말했다.

 “그러니 ‘모로’도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생기지 않게 주의해주겠어요?”

 “자, 장자냥......?”

 모로는 자신의 붉게 부은 손목을 어루만지던 자세 그대로 완전히 굳어버렸다.

 “알겠나요? 저의, 저만의, 저만을 위한 ‘모로’?”

 장자의 일그러진 무표정이 다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토커


 “모로 박사님 여기 커피에요. 그리고 벗으면 되나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눈곱을 떼어내고 있는 모로에게, 모로의 바로 옆에 서서, 희미한 김을 피어올리고 있는 살짝 뜨거운 커피를 전해주는 나르키.

 “벗지 말라냥. 그리고 커피는......, 맛있다냥......,”

 모로는 나르키가 준비해준 커피를 입에 몇 번 갖다 대고는 침대 가장자리에서 몸을 떼어내며 그 짧은 다리로 터벅터벅 움직여 방구석에 놓인 책상을 향해 갔다.

 “헤에, 감사해요. 그리고 여기 백의에요.”

 더러운 책상 바로 앞까지 끌어당긴 의자에 앉은 채 더벅머리가 된 머리를 멍하게 긁고 있는 모로의 어깨에 나르키는 모로가 평소에도 즐겨 입는 백의를 살며시 올려놓았다.

 “세탁은 했냥?”

 자신의 어깨에 놓인 백의의 냄새를 맡고 있는 모로의 물음에 나르키는 밝은 미소로 대답했다.

 “완벽하게요.”

 모로는 지저분한 책상 중앙에 있던 ‘이상한 물체’가 담긴 비커를 좀 더 자신에게 가까운 위치로 옮겼다.

 “홍냐냥, 역시 미우의 케이크다냥. 동물은 물론, 세균까지 박멸하고 있다냥.”

 그러곤 그 ‘이상한 물체’를 아직 졸음으로 반쯤 감긴 상태의 눈으로 관찰했다.

 “홍냥? 여기에 놔뒀던 보라색 약물이 어디 간 거다냥?”

 한참 동안 비커 쪽으로만 향해있던 모로의 시선이 자신의 지저분한 책상의 구석 쪽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여기에 있어요.”

 그렇게 살짝 당황하고 있던 모로의 뒤에서 나르키의 밝고 상냥한 목소리와 함께 보라색 빛을 뿜어대는 약품이 다가왔다.

 “알겠다냥.”

 모로는 시선을 다시 비커에게만 집중시키며 나르키가 조심스럽게 쥐고 있던 약품을 건네받았다. 

 “냥, 약품이 다 떨어졌다냥.”

 나르키에게 약품을 건네받고, 침묵이 방 안을 감돈 것도 잠시, 다시 한 번 모로의 다급한 목소리가 방 안을 조용히 울렸다.

 “여기 보충이에요.”

 그리고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나르키의 밝고 상냥한 목소리와 여러 이상한 색깔의 약품.

 “홍냥......,”

 모로가 고개를 살짝 돌려, 나르키의 얼굴을 슬쩍 곁눈질로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을 비커 쪽으로 되돌렸다.

 “부하 1호도 이제 많이 유능해졌다냥. 이젠 그냥 부하에서 좀 괜찮은 부하로 승진이다냥. 영광으로 알라냥.”

 “네, 영광이에요!”

 모로의 칭찬에 나르키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를 보였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거냥?”

 그러나 곧이어 이어진 모로의 질문에 나르키의 미소가 잠시 사라졌지만, 모로는 비커 속 ‘이상한 촉수’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던 터라 나르키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에요. 저......, 모로 박사님에 대한 거라면 뭐든 알고 있으니까요.”

 나르키의 미소는 살짝 어둡게? 아니, 살짝 차갑게? 아니, 확실하게, 야릇하게 일그러져있었다.

 “홍냥. 그런 거냥?”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짧게 하품을 하는 모로를 보며 나르키는 평소대로, 짧고 행복한 생각에 잠겼다.

 ‘아, 박사님의 귀 쫑긋거렸어요. 정말 귀여워요. 박사님 까치발 드는 거 너무 귀여워요. 박사님의 저 앙증맞은 몸......, 너무 야해요. 그래서 뒤에서 꼭 껴안고 싶어요. 하아, 박사님의 머리카락이 떨어졌어요. 나중에 꼭 주워서 보관해야 해요. 하아, 하아, 박사님, 박사님, 박사님. 정말 사랑해요. 그러니......, 빨리 박사님과 함께 벗고 싶네요.’

 “네. 그런 거예요.”




도청


 “이게 전부 폭력적인 전기녀가 가엾은 모로 박사에게 벌인 악행들이다냥! 알겠냥, 셀라냥!”

 “아니, 전혀 모르겠는데요?”

 “역시 순진한 셀라냥이다냥. 착한 모로 박사의 비참한 이야기 따윈 아무도 신경 안 쓴다냥. 평생 그렇게 몸도 마음도 어린애로 지내는 거다냥!”

 “아니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방금 이야기는 모로 박사가 먼저 잘못한 거잖아요?”

 “홍냥! 무슨 소리다냥! 모로 박사는 그저 테슬라를 고양이귀 실험체로 쓴 것 뿐이다냥!”

 “그 얘기의 어디에 ‘착한 모로 박사’가 있는 건가요! 평범한 정당방위잖아요!”

 “아무리 타인을 실험체로 쓴다 해도 불쌍한 모로 박사의 방을 멋대로 청소해서는 안 된다냥! 잘 봐라, 셀라냥! 이 음흉한 기운 하나 없는 깨끗한 방을! 이렇게 방이 깨끗해서는 모로 박사의 명성과 명예에 흠집이 생겨버린다냥!”

 “대체 모로 박사의 명성과 명예란 건 뭔가요......, 그것보다......!”

 헤드폰에 이어진 줄을 타고 올라오는 모로의 목소리.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모로의 목소리를 온몸으로 음미하고 있던 테슬라는 작지만 격렬한 자극에 의해 몸의 떨림을 멈추지 못한다.

 “아, 모로모로모로모로모로......!”

 테슬라의 높게 떨리는 목소리가 모로의 사진으로 도배된 어두운 공간 속에서 낮게 울린다.

 “지금......, 제 얘기를......, 하고 있어......, 하아......,”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테슬라의 떨림도 점점 멎어지자, 테슬라는 자신의 더러워진 손을 혀로 감싸 타액으로 충분히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이건......, 정말......, 흥분되네요.”




감금


 양팔과 다리는 무언가로 묶여 움직일 수 없다. 

 눈도 안대로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입에 물린 재갈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모로는 자신이 지금 있는 곳이 아주 차갑고 딱딱한 곳이란 걸 피부로 느끼는 걸로 밖에 자신의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얼마나 이곳에 있었을까? 모로가 추위에 몸을 떨며 자신의 상황도, 이런 상황이 된 이유도 모른 채 그저 절망하고 있을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모로의 귀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제가 왔으니, 이제 안심하시길.”

 낮고 굵은 목소리. 그리고 자신의 몸을 껴안는 커다란 손과 두껍고 단단한 몸. 

 알프레드였다.

 모로는 알프레드의 존재를 느끼며 한순간 절망을 날려버렸다.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는 몰랐지만, 알프레드라면 자신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순간’만.

 “이제 저희 둘을 방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알프레드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 모로의 몸이 완전히 굳어버린다. 

 “후후, 역시 고양이에겐 목줄과 우리가 어울리는 군요.”

 알프레드는 창백하게 굳어버린 모로의 몸을 그 크고 투박한 손으로 너무나도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망상


 도서관의 복도를 서로 다른 걸음걸이로 걷는 모로와 미우.

 “또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조심해야 되는 거 알지, 모로?”

 짧은 다리로 빠른 속도로 걷고 있는 모로의 뒤를 미우가 천천히 뒤쫓는다.

 “알고 있다냥.”

 모로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짜증이 느껴진다.

 “그리고 청소도 꼬박꼬박 해야 되고. 알고 있지, 모로?”

 하지만 미우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로의 뒤를 느긋하게 쫓으며 평소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잘거릴 뿐이었다.

 “알겠다냥.”

 “또 이번 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사과해야 해. 알겠지, 모로?”

 “......,”

 “아, 그리고......,”

 모로가 아무 말 없이 복도에서 멈춰 섰다. 그러자 미우도 자신의 말을 끊으며 모로를 따라 멈춰 섰다.

 “시끄럽다냥! 모로 박사의 일은 모로 박사가 알아서 한다냥! 그런 잔소리는 미우냥의 연인한테나 가서 하라냥!”

 모로가 미우를 향해 돌아보며 소리쳤다.

 “응. 그래서 하고 있잖아? 모로와 나는 벌써 사귀는 사이니까.”

 그리고 미우는 모로의 말을 표정 하나 안 바꾸고, 아주 태평하게 받아쳤다.

 “......, 무슨 말이다냥?”

 모로는 너무 큰 소리를 내서 미우에게 미안하다는 감정을 느낀 것도 잠시, 미우의 너무 당당한 대답, 농담이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대답에 적잖아 당황했다.

 “왜 갑자기 모르는 척이야, 모로? 우린 이미 연인이잖아? 같이 사랑을 나누기도 했잖아?”

 모로가 당황하자, 미우도 살짝 당황했다.

 “그, 그게 무슨......,”

 당황한 모로가 자신과 똑같이 당황한 미우에게 전할 대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다. 

 “기억해봐, 모로. ‘그 때’ 일을.”

 ‘그 때’, 모로의 머릿속에 무언가, 분명 낯설고, 이상했지만, 어째선지 확실하게 ‘자신의 것’이라 말할 수 있을 단편적인 기억들이 떠올랐다.

 살짝 멍한 상태의 모로 자신.

 그런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미우. 미우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발버둥치는 것 같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졸음이 몰려온다.

 미우가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미우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기억과 함께 나타난 모로의 흐트러진 백의.

 “미, 미우냥......? 뭐냥, 이 기억들은?”

 모로는 자신의 덜덜 떨고 있는 턱을 억지로 움직이며, 흔들리는 시선을 평소처럼 밝고 상냥하게 웃고 있는 미우에게로 향했다.

 “우웅? 뭐가? 우린 그저 연인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잖아?”

 미우는 모로를 향해 옅은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아니다냥! 모로 박사랑 미우냥은 그런 관계가 아니다냥! 미우냥도 알고 있잖냥!”

 모로는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미우에게서 떨어지기 위해 떨리는 다리로 뒷걸음질 쳐봤지만, 

 “아니, 모로. 우린 사랑하는 사이야. 이게 진짜야. 이 ‘진짜’ 이외의 가짜는 필요 없어.”

 콰당. 엉덩이를 바닥에 부딪고 만다. 

 “미, 미우냥......,”

 미우는 넘어진 모로의 차가운 뺨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알겠지, 모로? 우린 사랑하는 사이야. 알겠지, 모로? 우린 사랑하는 사이야. 알겠지, 모로? 우린......,”

 조금 무서운 표정으로.

 



자해


 먼지투성이가 되어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파블로프와 그와 좀 떨어진 위치에서 파블로프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모로.

 “설마 아직도 이 모로 박사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거냥, 똥강아지?”

 “끗, 모로 공......,”

 파블로프가 바닥에 쓰러진 채 모로를 향해 손을 내뻗는다. 애절하게 모로를 향해, 빌 듯이 모로의 이름을 부르며.

 “이제 안녕이다냥.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냥.”

 하지만 모로는 파블로프의 그 애절한 부름을 무시하며 파블로프에게서 등을 돌릴 뿐이었다.

 “아, 안 돼! 모로 공! 응? 모로 공!”

 자신에게서 등을 완전히 돌리곤 자신의 길을 향해 떠나가는 모로를 힘겹게 새어나오는 목소리로 불러 세우려는 파블로프.

 “......,”

 모로는 파블로프의 외침에 그저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다.

 “어, 어째서 날 봐주지 않는 거야? 응? 어째서? 응?”

 파블로프가 울부짖으며, 땅바닥을 기며, 모로에게로 다가갔다. 하지만 모로는 파블로프를 돌아봐주지 않는다.

 “......,”

 그저 침묵한다.

 파블로프는 자신을 떠나고 있는 모로를 어떻게든 붙잡고 싶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모로를 붙잡아둘 수 있을지,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어떠한 생각에 다다랐다.

 침묵을 울리는 총성.

 그 소리에 모로의 시선이 다시 파블로프를 향했다.

 “무, 무슨 짓이냥? 드디어 완전히 미친 거냥!”

 모로의 시선이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파블로프는 행복하게 웃었다.

 “하, 하아, 드, 드디어 모로 공이 날 봐줬어. 응? 정말 기뻐. 응?”

 자신의 구멍 난 왼쪽 팔에서 전해지는 고통 따윈 파블로프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모로가 다시 자신을 봐주는 이 로맨틱한 상황을, 고통 따위가 망쳐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렇지? 응?




상해


 자신이 어디에 숨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자신이 숨은 곳이 정말 어둡고, 정말 좁고, 정말 냄새나는 곳이란 사실만 인지할 뿐이다.

 그리고 그저, 그 어둡고, 좁고, 냄새나는 곳에 숨어, ‘그녀’가 자신을 찾지 못하게 몸을 돌돌 말아 나약하게 떨고 있을 뿐이다.

 이곳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점점 배도 고파오고, 몸도 추워진다. 온몸이 쑤셔오고, 졸음이 몰려온다. 아마 이 졸음에 몸을 맡기면, 자신은 두 번 다신 깨어나지 못하겠지. 그건 꽤......, 좋을지도?

 이제 떨림조차 사라지게 된 몸을 꼭 껴안는다.

 아, 그냥 차라리 이렇게 끝내버릴까? 그냥, 이렇게......, 아프지 않게......,

 눈이 살며시 감겨온다.

 천천히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주위의 여러 정보들을 지워간다.

 자신이 보고 있는 것들이 어둠에 잠겨간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이제......, 문틈 사이로 살짝 비치는 저 빛줄기만 지어지면......,

 어? 문틈?

 이상하다. 분명 자신이 이곳에 처음 숨어 들었을 땐, 저런 빛줄기 같은 건......, 저런 문틈 같은 건......, 그리고 그 문틈 사이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 같은 건......,

 어? 어? 어?

 언제부터? 그녀의 눈동자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언제부터 그녀는 자신을 보고 있었던 거지? 그녀의 눈동자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문틈이 천천히 열린다. 아주 잠시 동안 잊고 있던 몸의 떨림이 다시 시작된다. 문틈에서 흘러나오는 빛줄기가 자신의 작고 마른 몸에 난 온갖 상처란 상처는 전부 비춰버린다.

 “아파하는 고양이......, 귀여워......,”

 그녀, 포드가 활짝 열린 철문 사이에서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온다.




동반자살


 시체처럼 창백한 피부를 한 채 커다란 침대에 누워있는 작은 모로.

 그런 모로를 향해, 조디악이 천천히 다가간다.

 그리고 조디악은 자신의 양손에 쥔 단도를 높게 쳐들며 소리친다.

 “조디악님이 모로님과 조디악은 영원히 함께라고 말씀하신다!”




순애


 “홍냥......, 뭔가 지쳤다냥......,”

 소파 위에 대자로 뻗어 있는 모로.

 “저, 저기 모로 박사......,”

 그리고 모로를 향해 천천히 다가온 셀라.

 “홍냥? 뭐냥, 셀라냥이냥?”

 모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셀라를 소파에 누운 채 곁눈질로 훑어봤다.

 “호,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호, 혹시 내일쯤에 시, 시간 되, 되나요?”

 셀라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소파에 누워있는 모로를 향해 살짝 떨리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냥? 그런 거 없......,”

 모로는 살짝 귀찮아서, 살짝 건성으로 셀라의 말을 흘려보낼 생각이었지만, 

 “세, 셀라한테 저, 정말 우연히 영화표가 두 장 들어왔거든요......, 그, 그러니......!”

 셀라는 모로의 말도 다 듣지 않은 채, 그저 긴장해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할 말을 이어갔다.

 “호,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셀라가 무슨 얘기를 할지는 잘 몰랐지만, 셀라의 심할 정도로 떨리고 있는 목소리에 위화감을 느낀 모로는 좀 더 자세히 셀라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다 셀라와 모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모로와 시선이 마주친 셀라는 이미 붉게 변해있던 얼굴을 더욱더 붉게 밝히더니 황급히 모로에게서 등을 돌리며 어딘가로 뛰어갔다.

 모로는 그 모습을 멍하니 보다, 셀라가 모로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때, 조금 뒤늦게 반응했다.

 “호, 홍냐냥......!”

 모로의 얼굴이 셀라의 얼굴처럼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원래는 어제 카페에 올릴 생각이었는데, 여러 사정이 겹쳐 생긴 두통으로 인해 하루를 날렸네요.

*또 원래는 팬픽은 매주 일요일마다 카페에 올릴 생각이었는데, 개인적인 사정들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제 블로그에만, 요일/날짜 상관없이 자유연재 방식으로 올릴 생각이에요.

큐라레의 서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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