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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의 게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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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의 게임 리뷰

실패의 기억을 안고, '회귀'하는 실시간 전략 디펜스 ㅡ [카타클리스모] [1.2K]


패배를 거부하는 게임

카타클리스모를 소개하겠습니다.



 


게임 플레이 13시간만에 처음으로 졌습니다.

그리고 게임은 그 패배에 트로피를 줬습니다.

「기사단이 쓰러진다 — 캠페인 중 아무 레벨에서 패배」

 


 

도전과제 목록에 처음부터 걸려 있던 항목입니다.

아마도 개발진은 제가 훨씬 일찍 질 거라고 예상했던 모양입니다. (가소롭네요)

 



사실 저라고 그동안 안 진 게 아닙니다.

병력을 사방에 공평하게 나눠 놓고 "이 정도면 막겠지" 했던 밤,

성벽은 정확히 제가 방심한 곳부터 뚫렸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화면에 뜬 건 패배 화면이 아니었습니다.

주인공 아이리스가 먼저 소리칩니다.



"아냐! 이런 식으로 끝나게 둘 순 없어…"

그리고 저는 F9를 눌렀습니다. 이 키의 이름은 '불러오기'가 아닙니다.


'시간의 닻'입니다.



당신은 특정 시간대로, 회귀할 수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플레이어의 저장-불러오기가 아닌, '주인공의 능력'입니다.




13시간 동안 제 전적에 패배가 기록되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게임이 내건 약속

스토어 페이지의 카타클리스모는 비장합니다.



파괴된 세상, 몰려드는 공포, 인류 최후의 요새. "버텨내세요", "지켜내세요", "살아남으세요"

— 카피의 동사가 전부 절박합니다.

그 위에 LEGO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건축이 얹힙니다.




하나하나 짓는 나만의 요새. 그러니까 이 게임의 약속은 두 겹입니다.

절멸 직전의 무게, 그리고 내 손으로 쌓는 성의 낭만.

성벽 한 구간을 올리는 동안 벌어지는 일




그런데 실제로 성벽을 올리는 동안 머릿속을 지나가는 건 무게도 낭만도 아니라,

네 개의 질문입니다.


어디에.

공포는 최단 경로로 몰려옵니다. 진입로의 병목을 잘못 읽으면 나머지 세 질문은 답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무엇으로.

목재는 싸고 빠르지만 무릅니다. 석재는 비싸고 단단합니다.

그래서 자원이 마를수록 손은 자꾸 목재로 가고, 목재로 때운 밤은 반드시 대가를 청구합니다.




얼마나 높게.

석재는 4블록 이상 쌓으면 '강화' 판정을 받아 한층 단단해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벽은 어느새 4의 배수로만 오르게 됩니다. 병사도 몇 층에 서느냐에 따라 화력이 달라져서,

궁수 한 부대를 한 층 더 올릴지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얼마나 두껍게.

한 겹짜리 벽은 공포 떼 앞에서 사실상 종잇장입니다.

두께는 곧 벽이 버텨주는 시간이고, 벽이 버티는 시간만큼 그 위의 궁수가 화살을 쏩니다.





네 개의 질문에 게임은 네 번 모두 숫자로 답합니다. 그러니 낮은 설계의 시간이고, 밤은 그 설계가 검증받는 시간입니다.

저는 밤이 시작될 때마다 긴장했는데, 돌이켜보면 그건 무언가를 잃을까 봐 겁내는 긴장이 아니라

내 예상이 맞았는지 확인받는 사람의 긴장이었습니다.




💡 저처럼 하지 마세요 하나. 병력을 사방에 공평하게 나누는 건, 모든 방향이 조금씩 뚫리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습니다. 밤이 오기 전 맵 가장자리에 뜨는 붉은 기둥이 공세 방향을 알려줍니다. 읽고, 몰아주세요.

💡 하나 더. 석재 벽은 4블록부터 강화 판정입니다. 벽 높이는 4의 배수로.


'저장하기'가 없는 디펜스?


카타클리스모에는 '저장하기'가 없습니다. 대신 시간의 닻이 있습니다.

아이리스는 시간에 닻을 내려두고, 일이 틀어지면 그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인물입니다.



세이브와 로드라는 게임 바깥의 편의 기능에, 개발진은 주인공의 정사(正史) 능력이라는 이름을 붙여

세계관 안으로 들여놓은 겁니다.


닻은 하루의 구간이 바뀔 때마다 자동으로 내려가고,

회귀는 그 지점들로만 갑니다. (물론 임의로 저장 가능합니다.)




그래서 잘못된 선택이 어디서 시작됐느냐에 따라, 더 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옳은 선택은 쌓아야 하고, 틀린 선택은 그 뿌리까지 되감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끝나게 둘 순 없어"는 패배 화면 대신 나오는 대사가 아니라,

이 게임의 기본 동선을 요약하는 대사입니다.

따라서 회귀를 기분 나빠하거나, 두려워하지 마세요.


개발진은 플레이어가 수없이 되돌아올 것을 알았고, 그 반복을 숨기는 대신 주인공의 능력으로 승인했습니다.




잘 지은 성벽 구간을 통째로 저장해뒀다가 다음에 그대로 다시 붙이는

'블루프린트' 기능까지 놓여 있는 걸 보면

— 검증을 통과한 정답은 재사용하라는 것까지가 설계 의도라고 읽을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정체는?

첫 패배의 밤, 저는 메모장에 한 줄을 적어뒀습니다. 이제 그 메모를 결론 자리에 그대로 옮깁니다.


카타클리스모는 요새를 지키는 단순한 디펜스 게임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최선의 선택을 반복할 때까지 같은 밤을 다시 사는 회귀 전쟁입니다.




이 게임의 진짜 자원은 목재도 석재도 아니고, 실패의 기억입니다.

회귀해도 그 기억만은 손끝에 남아서, 같은 벽을 두 번 틀리지 않게 합니다.


이 정체가 손해인 사람과 이득인 사람은 갈립니다.

병사 하나의 죽음이 돌이킬 수 없기를 바라는 분, '절멸'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시스템으로도 느끼고 싶은 분에게

— 이 게임의 밤은 가벼울 수도 있습니다. 회귀가 모든 상실을 지워버리니까요.




반대로 무언가를 세우고, 무너지는 걸 보고, 왜 무너졌는지 알아낸 뒤

더 나은 벽을 다시 세우는 그 순환 자체가 재미인 분에게

— 카타클리스모는 그 순환을 방해하는 마찰을 개발진이 미리 다 걷어내 둔 게임입니다.




저는 캠페인 다섯 번째 미션까지, 생존 모드를 조금,

도합 15시간을 회귀하며 보냈습니다.


스커미시 모드는 아직 즐기지 않았습니다.

오늘 밤도 닻을 내리고, 여섯 번째 미션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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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00




덧붙이자면, 스타크래프트하는 기분인데

"디펜스에 최적화되어 있다?"

캠페인에 탐험도 있고 해서 정말 풍부한 게임입니다.

일단 그냥 해보세요. 후회 없습니다.



댓글 1.2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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췤@


개인적으로 예전에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하던거 생각났습니다 ㅋㅋㅋ

오 확인해보니 정말 비슷한 면이 있네요


초반 잠깐 맛만 봤는데
뭔가 건물을 잘지어야하는 게임같은 느낌이 있더라구요

뿐만 아니라 어떤 병력을 조합할지도 중요해서 생각을 많이 해서 재밌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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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 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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