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월드 블루스 - 폴아웃 뉴베가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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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년도 미국 게임샵 카탈로그.>
저는 예전부터 오래된 게임들을 조사하고 수집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클래식 게임의 제작 비화나 개발자의 인터뷰, 그 시절의 기술적 한계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일이 참 즐거웠거든요.
그러다 보니 요즘은 신작 게임에는 손이 잘 가지 않고,
그저 예전처럼 도스 박스에서 돌아가는 게임을 띄우고,
낡은 매뉴얼을 펼쳐보는 일에만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혹시 너무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13년전 폴아웃 뉴베가스 올드 월드 블루스의 트레일러>
그런 고민을 하던 중, 문득 떠오른 작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폴아웃 뉴베가스'의 DLC, 'Old World Blues' 였습니다.
제목부터가 ‘오래된 세계의 쓸쓸한 향수’처럼 들리는 이 콘텐츠는,
과거에 대한 집착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작중 한 인물은
“Old World Blues란, 과거를 너무 깊이 바라본 나머지 현재를 볼 수 없고,
미래는 더더욱 마주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이 대사는 이상하리만큼 제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마치 지금의 저를 조용히 돌아보게 하는 한마디처럼 느껴졌습니다.
<폴아웃 뉴베가스 올드 월드 블루스의 인트로 와 뇌 빼고 전부가 기계가 되버린 광기어린 과학자들을 볼 수 있다>
이 DLC에 나오는 과학자들은 전쟁 전 세상의 유산에 깊이 매달려 살아갑니다.
그들은 신체를 기계로 바꾸면서까지 연구를 지속하지만,
결국 현실은 잊은 채 과거를 재현하려는 집착에 빠져 있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실험체나 장비들은 통제력을 잃고,
그들의 연구는 오히려 현재를 위협하게 되죠.
결국 Old World Blues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에 대한 애정이 지나치면, 오히려 지금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요."
그들의 이야기를 보며, 저 역시 게임이라는 과거의 기록 속에서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Apple Macintosh Launch, 1984 – REMO Since 1988>
과거를 좋아하는 건 분명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시절에 담긴 감정과 흔적은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니까요.
하지만 그 감정이 현재를 흐리게 하고,
다가올 미래를 외면하게 한다면 조금은 조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Old World Blues는
저에게 조용한 질문 하나를 던져준 거 같습니다.
“지금 당신은 어디에 서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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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
이 명작을...! 저는 기껏해서 토스트기계만 기억에 남았는데 이렇게 멋지게 풀어낼수있다니 좋네요ㅋㅋ
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