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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기다리겠네. 자네가 돌아올 때까지 - 동기화랑 자유도가 이런 뜻이었어?

*전체적으로 로스트아크 설정 파괴 있습니다.


2화 : 동기화랑 자유도가 이런 뜻이었어?



토토이크 스토리를 모두 완료하고 애니츠로 출발하려는 찰나, 루테란을 출발할 때와 같이 또다시 세상이 울린다.

투웅.

이와 함께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감도 동반되었지만 금방 사라졌다.

'뭐지.'

두 번이나 동일한 현상을 겪으니 찜찜함이 밀려오지만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답답했다. 이에 괜히 모험의 서를 비롯해서 내실 관련 수집창을 열어봤지만 딱히 눈에 띄는 건 없었다.

일단은 스토리를 밀고, 틈틈히 내실을 하면서 스텟을 올리는 게 더 중요했기에 찜찜함을 뒤로 하고 애니츠로 향한다.

바다를 항해하는 동안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내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이제 실리안의 호감도가 매력과 지성의 벽에 막혀서 더 올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선물로 해결해 버리고 싶었지만, 선물로 해결하면 호감도 스토리를 볼 수 없어서 선물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무엇보다 호감도는 시간과 노력을 통해서 얻어야지. 선물로 마음을 사려고 해선 안 돼.'

속터지는 호감도작에 ** 쓰리지만 꾹 참고 내실을 틈틈히 하고 있다. 이대로 계속하면 조만간 실리안 최소 성향컷을 맞출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페데리코 성향컷도 자동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슬슬 어렵고 귀찮아 지는 내실의 고됨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찰나, 애니츠에 도착한다.

애니츠. 실리안 다음으로 에스더를 만나는 곳.

웨이와 만난다는 들뜬 마음으로 배에서 내려 애니츠 항구에 발을 내디딘다.


***


애니츠는 그야말로 전광석화로 스토리를 모두 완료했다. 에스더 웨이를 만났다는 기쁨을 안고 배에 올라 아르데타인을 향해 출발한다.

그 순간 또다시.

투웅.

세상이 울리고, 두근거림과 불안함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이거. 대륙 스토리 다 밀면 나타나는 거 같은데... 아니 근데 불안함은 왜 느껴지는 거야. 설마 아크를 모으는 게 점점 어렵고 힘들 것이다. 장비 레벨 올릴 때마다 장기백씨를 만나는 기염을 토하게 될 것이다. 뭐 이런 예고편인가."

에잇. 재수없는 생각 그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생각을 쫓아내고, 다음 대륙의 스토리와 주요 인물들에 대해 떠올리며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


아르데타인에서 메엔 스토리를 밀고, 아크를 찾고, 후속 퀘스트를 하고 다음 대륙으로 떠난다.

베른 북부에서 메인 스토리를 밀고, 후속 퀘스트를 하고 떠난다.

슈샤이어에서 메인 스토리를 밀고, 아크를 찾고, 후속 퀘스트를 하고 떠난다.

그 다음은 로헨델에서, 그리고 욘.


욘까지 스토리를 완료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게임할 때는 잠자는 시간 빼고 나머지 모든 시간을 투자해서 달렸기에 금방 끝났지만, 게임 속으로 들어오니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그렇다고 시간이 널널한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에겐 하루도 거를 수 없는 '호감도작'과 잊을 수 없는 '내실'이라는 게 존재했으니까.

"어휴. 내실. 진짜. 메투스 제도 어쩔....시바알... 그나마 배는 게임에서 다 만들어놓은 걸로 연동되어 있어서 진짜 다행이다. 안 그럼 에이번의 상처랑, 아스트레이 포기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에포나 의뢰에 주간 의뢰, 길드 의뢰까지 함께 하고 있어서 좀 더 바빠졌다.

중얼중얼 메투스 제도 섬마 걱정에 눈물이 앞을 가리는 이 순간, 드디어 페이튼에 배가 도착한다.

"드디어 페이튼... 페데리코 사제님. 제가 갑니다."

페이튼은 스토리 진행 속도가 철저하게 사적으로 달라진다.

페데리코가 등장하면 넋을 잃고 보느라 오래 걸렸다. 심지어 몇 번은 더럽고 주책맞게 침까지 흘려서 당황한 게 한두 번이 아닐 정도.

그때마다 페데리코가 NPC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얼른 뒤돌아 침을 쓱쓱 닦았다.

호감도를 할 땐 어찌나 행복하던지.

1대1로, 페이스투페이스로 바라보고 있자니 심장까지 떨려왔다. 어느 정도냐면 초반에는 호감작 하다가 너무 심장이 떨려서 며칠 동안 아예 페데리코 호감작을 못 했다.

"아씨. 너무 떨려. 미칠 거 같아."

저 멀리에 있는 다른 사제들의 막사 뒤에 숨어 페데리코의 흐릿한 인영을 바라보며 심장을 움켜쥔다.

"아.. 어떻게 해. 호감작 빨리 해야 하는데. 그냥 선물 집어던지고 올까? 아..."

혼자서 발만 동동 구르기를 며칠... 동료가 생겼다.

"페데리코 사제님 너무 잘생긴 거 같아요! 어쩜. 어두운 페이튼을 밝혀줄 찬란하게 빛나는 빛과 같으신 분이에요!!"

"자매님! 잘생긴 거 같다뇨! 잘생긴거죠!"

"아하하하하!! 어머! 맞네요!"

"아니 근데, 검은매님 의외로 쑥맥이시네요~ 사제님이랑 함께 평원에서 싸우고 하셔서 거침없으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예?"

쑥맥이라니.... 젠장... 이래보여도 내가 루테란에선 말이야....!

페이튼에선 내가 쑥맥일지 몰라도 루테란에서는 내가 쑥맥처럼 구는 실리안을 리드한다고! 내가 하도 들이대서 실리안이 매번 머쓱해하지만 그래도 이번엔 도서관에서 그가 먼저 분위기도 잡는데...

뭔가 낮이밤져 같은 느낌에 기분이 씁쓸했지만... 아쩌랴. 페데리코는 너무 넘사벽 외모였다.

여튼 그렇게 멀리서 페데리코를 보며 발만 동동하다 동료들에게 등 떠밀려 찾아가게 됐을 때에만 호감도작 하기를 몇 주.

이젠 우리는 단체가 되었다.

일명 페데리코 사제 팬클럽.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다함께 주점에 모여 페데리코 사제에 대한 수다를 떨었다.

몇몇 간 큰 자매들이 페데리코가 입던 낡은 팬티, 그가 쓰다 금이 가서 버리려고 내놓은 찻잔, ** 난 사제복 등등을 주워왔다.

그걸 보는 순간 정신이 확 깬다.

'설마.. 이거 호감도 스토리 일부인가? 아니, 그보다 이거 갑자기 NPC들이 이렇게 시스템에서 자유로웠나??'

페데리코 덕질을 함께 할 사람이 현실에도 없어서 속으로 애만 태웠는데, 게임 속으로 들어오고 나서 함께 덕질할 동료들이 생겨서 미처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

NPC들이 어느새 나와 대화를 하고 친분을 맺고 있었다.

당황스러워 일단 자리를 벗어난다.

"검은매님! 어디 가세요?"

"아.... 아.... 저 저 저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술기운이 오르네요."

자리에서 일어난다.

충격에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다. 걸음을 걷는데 비틀비틀 걷게 된다.

밖으로 나와 근처 계단에 앉아 설정창을 켠다. 그리고 이것저것 다급하게 눌러보기를 몇 분.

동기화 창이라는 것을 연다.


[동기화 90% 완료]

*동기화 : 주요 NPC 및 일반 NPC들의 자유도가 높아집니다.

-> 알림 해제된 상태 입니다.


아..... 이게 이런 말이었나.

갑자기 숨이 막혀온다.

90%??

문득, 실리안이 떠오른다.

그는 태도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더 마음 놓고 말도 많이 하고, 웃긴 짓도 많이 하고, 시시콜콜 이것저것 모든 것을 이야기 했다. 심지어 페데리코에 대한 찬양까지도...

실리안은 그럼 도대체 뭐지? 호감도가 지금 애정 등급 만렙이라 스토리만 남았는데.

엄청난 사실을 깨닫자 머리가 어지럽다.

"검은매 아닌가? 왜 여기 앉아있지? 아. 자네. 또 술 마셨군. 술도 약하면서 그렇게 마시나."

심장을 철렁이게 하고 귀를 녹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페데리코가 내 앞에 서 미소 짓고 있었다.

"페...페데리코?"

"요새 자네가 통 오지 않아서 말이야. 칼리자 마을 주점에 자네가 있다는 말을 듣고 와봤다네."

"........"

페데리코가 지금 내가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하는 건가? 심장은 좋아서 날뛰는데, 머리는 그렇지 못하다.

"토할 거 같.... 우우에에엑!!"

동기화 90%.

토하려고 해도. 몇년 동안 있으면서 먹은 것도 마신 것도 없으니 나올 게 없다. 그럼에도 구역질은 계속 된다.

"자네! 괜찮은가? 술을 얼마나 마신 건가.... 아니면.. 최근 루테란에 다녀왔다던데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페데리코가 내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 등을 두들겨주며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자상하게 물어본다.

심장이 한층 더 빠르게 뛰면서 배 안쪽이 간지럽다.

"흑... 흐으으으흑."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온다.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흐으으흑..  동기화 알림은 왜 꺼가지고.... 흐어어어어엉!"

지금까지 깜깜하게 잊고, 게임 속이라고 마음 편하게 행동하던 나에게 동기화와 NPC들의 자유도에 대한 뒤늦은 인지가 가져다 준 충격, 두려움, 공포는 너무나도 컸다.


그동안 내가 ** 사람들도 모두 살아있는 존재가 되는 건가? 아니면 그들은 그냥 데이터로 남는 건가?

로스트아크 게임 속으로 처음 들어온 순간부터 나는 살육과 함께 했다.

내가 지나간 자리엔 항상 죽음만이 남아있었다.

심지어 재미 삼아, 드랍 아이템 떨어지는 재미를 위해서 살육도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아크를 찾는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전투와 전쟁에 참가했는가.

아니. 이게 과연 살육이라 할 수 있는 건가?

도륙과 학살이 아니라?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이성을 꾸역꾸역 붙잡는다.


"자...자네....."

뜬금없이 눈물을 터트린 나를 보고 당황했는지 내 등을 두드리던 페데리코의 손이 멈칫한다.

그러다 잠시 후.

그가 내 옆에 앉는 기척이 나고, 이내 따뜻한 팔이 내 어깨를 감싸는 게 느껴진다.

"괜찮을 걸세.... 다... 괜찮을 것일세."

페데리코가 한쪽 팔로 나를 끌어안고는 자신 쪽으로 당긴다. 이에 얼떨결에 페데리코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게 된 내게 그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온다.

"흐엉!"

그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듣게 되니 한층 더 눈물이 나온다.

"우리 검은매께 이런 주사가 있는 줄은 몰랐군. 다음부터는 술이 당기면 나에게 오게. 내가 세이크리아 성국에서 직접 가져온 맛있는 차를 타주겠네."

"미친놈아! 으헝헝헝!"

이 와중에 세이크리아라는 말은 왜 또 귀에 비수처럼 날아와 박히는지.... 나도 모르게 욕설이 나갔다.

"욕설도 할 줄 아는군."

웃음 섞인 그의 말투에 눈물이 서서히 사그라든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그의 심장 뛰는 소리가 무섭다. 외면하고 싶다.

나는 어쩌다 게임 속으로 들어온 것 뿐이다.

난 못 들은 것이다. 난 못 본 것이다.

내가 그렇게 행동하면, 이들도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뇌이고 다짐하며 페데리코의 품에서 벗어난다.

"다 울은 건가?"

"응."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닦고 쉼호흡을 한다.

"그럼 크흠. 내 막사에 가서 차 한 잔."

"나. 나는 이제 가 봐야 해."

페데리코의 말을 끊고 말한다.

"아. 그렇군. 알겠네. 아크라시아의 영웅을 오래 붙잡을 순 없지. 다만..."

페데리코가 머뭇거린다.

"자네가 연주해주는 노래가 듣고 싶은데. 괜찮은가?"

겨우 멈춘 눈물이 다시 흘러내린다.

"끄흡.... 흑..."

"아! 이런 상황에 내가 너무 무례했군. 그저 나는!!"

내가 손을 들어올리자 페데리코가 말을 멈춘다.

"해줄게. 흐억. 흐억. 그래도 호감도는 채워야 하니까아아아아...으헝헝..."

"괜찮...."

그러나 나는 악기를 소환해 노래를 연주했다.

펑펑 울면서 노래를 연주하며, 내 영혼을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애썼다.

노래를 지금까지 수백 수천 번 연주하면서 나를 위해 연주해보긴 지금이 처음이었다.

내 울음 섞인 연주를 페데리코는 안절부절한 표정으로 다 들어주었다. 연주가 끝난 후 나를 부르는 그를 무시하고 스퀘어 홀의 노래를 바로 연주한다.

"자...자네 잠깐만..! 내가 선물을...!"

다급한 페데리코의 외침을 뒤로 하고 나는 페이튼을 벗어나 파푸니카로 갔다.

파푸니카 항구에 도착하고, 입국 심사를 마치자 알림창이 하나 뜬다.


[동기화 100% 완료]

*동기화 : 주요 NPC 및 일반 NPC들의 자유도가 높아집니다.


알림창을 끄고, 주변을 둘러본다.

파푸니카 사람들과 파푸니카 입국 신청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입국 신청을 위해 긴 줄을 선 사람들에게 간식거리를 파는 파푸니카인들, 오랜 기다림에 지쳐 주저앉거나 불평하거나 항의하는 사람들...

모두가 활기가 넘치고 생생하다.

'아.. 대륙 스토리를 완료하고 배를 타고 출발할 때마다 느끼던 불안감이 이걸 예고하는 거였나.'

모두가 살아 숨쉬는 세상. 그 속에서 나만이 죽어있는 느낌이다.

'아니야. 이들은 모두 0과 1로 이루어진 코드야. 내가 진짜 살아있는 거고. 이들은 그저 시스템일 뿐. 파푸니카는 원래 활기찬 곳이니까.'

살아 숨 쉬는 사람은 여기서 나 뿐이고, 이들은 모두 게임 데이터 쪼가리일 뿐이라고. 다시금 되뇌이며 걸음을 옮긴다.

아크를 찾아 퀘스트를 한 것도 게임을 벗어날 수도 있다는 한가닥 희망에서 시작한 것이니, 일단 지금 주어진 파푸니카 퀘스트는 해야 했다.

아. 엘가시아까지도.

그동안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 깜빡깜박 존재를 잊어먹던 붓이 이상하게도 지금은 무겁다고 느끼며 파푸니카 얕은 바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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