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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피지컬을 시험해보고 싶다면 로그라이트 액션 '스커지브링어'

 

당신이 데드셀, 셀레스트, 카타나제로를 재밌게 했다면 이 게임을 추천한다 


<스커지브링어>는 얼리억세스 과정을 거쳐 스팀에 지난 10월 21일 정식 출시된 게임이다. 스토브에는 오는 11월 말에서 12월 초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개발사는 패스트 액션(Fast Action) 로그라이트로 정의했다. 이 분야 게임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데드 셀>의 느낌이 많이 묻어나는 편. 횡스크롤 방식에서 던전 탐험 요소가 담긴 로그라이트기 때문에 트레일러 영상 하나면 특징이 직관적으로 이해될 것이다. 카타나를 주 무기로 쓴다는 점에선 <카타나 제로>가 생각나고, 소녀가 여러 기믹을 가진 맵을 탐험한다는 점에서 <셀레스트>가 떠오른다.

 

이 게임만의 독창적인 요소를 찾기는 어려웠지만, 정신없이 써는 맛과 섬세한 픽셀아트는 인상적이었다. 인디게임 헌터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작품. 하지만 <스커지브링어>는 로그라이트, 메트로베니아 장르에 익숙한 이들을 핵심 타겟으로 설정한 듯해 입문작으로 추천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임의 분량이 적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남는다.




# 써는 맛은 최고, 보스전은 탄막 슈팅인 줄!

 

<스커지브링어>는 키보드 조작을 기본으로 마우스 커서를 이동해 캐릭터의 이동 방향을 정한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조작 자체에 대한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 카타나를 이용한 근접 공격을 기본으로 하며 보조 무기로 원거리무기를 선택할 수 있다. 게임의 재화에 해당하는 '혈청'을 모아 더 쓸 만한 보조 무기를 구매하거나 카타나의 공격력을 올릴 수 있다.

 

게임의 써는 맛은 굉장히 훌륭하다. 플레이어는 도트 그래픽과 꽤 정밀하게 녹아든 사운드 속에서 호쾌한 액션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점프 상태에서 계속해서 난타하는 재미가 있었으며, 대쉬는 달려가면서 자체에 카타나를 휘두른다는 설정이기에 대미지가 들어간다. 공중에서 대시를 연달아 사용할 수는 없지만, 조작을 못 해서 게임을 못 할 정도로 설계되지는 않았다. <셀레스트>와 달리 벽 타기도 무한정 시도할 수 있다.

 

몹들은 플레이어에게 계속해서 무언가를 발사한다. 탄환이나 스모그에 맞으면 체력이 1씩 깎이기 때문에 굉장히 주의해가며 움직여야 한다. 탄막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는데 이동을 편하게 한다 해도 피하는 게 편해지지는 않을 정도로 어렵다. 특히나 보스전은 화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탄을 뿌려대는 탓에 체력 깎이는 것을 감내해야 할 정도다. 빠른 판단력이 없다면, 적들의 발사체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스매시로 탄환을 받아칠 수 있다. 그래서 전투는 보통 패링 - 베기로 전투가 구성된다고 보면 된다. 대시 중에는 스매시를 사용할 수 없는데 대시와 스매시를 구분한 것은 아주 영리한 기획으로 다가온다. 한정된 맵 공간에서 리치를 줄이고 빠르게 근접 공격으로 몹을 죽일지, 아니면 패링하고 다른 수를 쓸지 순간적으로 빠른 판단을 내리게 된다. 패링도 무적이 아니다. 1스테이지부터 3연발탄을 쏘는 NPC가 나오기 때문.


초반부터 너무 어렵다 


1스테이지부터 3연발이라니 솔직히 너무하다 


 

각종 일회성 버프를 얻을 수 있는 피의 제단 



# 당신의 피지컬을 시험해보고 싶다면

 

그래서 당신의 피지컬을 시험해보고 싶다면 <스커지브링어>만한 게임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게임은 무지 빠르고, 콤보 시스템도 도전적이다. 스테이지별 심판자(최종보스)로 가기 직전에 배치되는 중간보스도 상당히 어렵다. 자동 슬래시, 적의 탄환 속도, 생명력 회복(무적) 등의 보정을 선택할 수 있는데, 게임의 속도를 무자비하게 올려서 스피드런에 도전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이 게임을 하면서 굉장히 여러 번 좌절했다. 보정은 매운맛이 아니라 다운그레이드를 향했다. "<슈퍼 미트 보이> 할 때는 안 이랬는데" 스스로 책망해봐도 어쩔 수 없었다. 모든 인간은 늙지 않나? 기자의 피지컬은 심해로 떨어지고 있었다. 특히 <스커지브링어>는 '장판' 요소가 많기 때문에 구석에 숨어서 작전을 구상할 시간이 많지 않다. 마우스로 계속 조준을 하면서 공중에서 다음 행로를 정해야 한다.


 

3방만 더 맞으면 간다. 운이 나빠서 체력 버프를 거의 못 받았다 


<스커지브링어>에서는 죽기 전까지의 한 판에서 유지되는 일회성 버프와 '서낭당'의 스킬트리를 통해 얻는 패시브 버프를 얻을 수 있다. 일회성 버프는 몹을 죽일 때 나오는 '혈청'을 통해서, 패시브 버프는 보스(심판자)를 죽일 때 나오는 '심판자의 혈청'을 통해서 얻게 된다. 패시브 버프는 게임 외적인 요소와 동반성장 곡선을 그린다. 

 

게임은 많이 플레이할수록 맵의 구조, 몹의 패턴 등이 익숙해지면서 게임 외적인 실력도 향상되기 마련이다. 보통 이런 장르는 게임 속 캐릭터와 게임 밖의 내가 함께 성장할 때 박수를 받는다. 이 게임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게임은 반복해서 그 수고를 들일 이유가 희미하다.



 




# 만족스럽지만 오래도록 머물기는...

 

게임은 히든 스테이지까지 총 6개의 스테이지로 이루어져있는데, 그 분량이 많지는 않다. 장르의 매니아라면 5시간 안쪽으로 견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6개의 스테이지는 그렇게 많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실제 스팀 커뮤니티에도 게임의 볼륨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스테이지마다 탄환이 플랫폼을 뚫는 것과 같은 차별점이 있기는 하지만, 금세 익숙해진다.

 

장르의 특성상 1스테이지의 보스는 너무나도 자주 만나서 안 만나고 싶을 지경. <하데스>의 경우 첫 보스가 랜덤으로 나타나는데 이 점을 참고했으면 좋았겠다. 다행히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맵 보기(Tab)를 눌러 특정 구간으로 순간이동할 수는 있지만, 갔던 데를 계속 가야만 하는 장르의 근본적 피로를 완벽하게 대체해주지는 못하는 듯하다.


이것이 서나당 스킬트리 활성화 전 


활성화 후 


게임을 하면 할수록 <스커지브링어>에 남아있을 이유가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스킬 룸에 해당하는 '피의 제단'에서 랜덤으로 버프를 받던, 상점에서 샷건 같은 총기를 사던 페링 - 배기의 기본이 바뀌지는 않는 탓이 크다. 보조 무기를 바꿔 쓸 수 있던 것은 흥미로웠지만 주 무기가 카타나로 한정되어 한 판 한 판 다양한 파훼법이 나오지는 않는 모양새다. '로비'로 비유할 수 있는 서낭당에서 다양한 주 무기를 지원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울러 게임을 진행할수록 세계관에 대한 정보를 '파밍'할 수 있는데 <셀레스트>처럼 매력적으로 스며들지 않는다. 외계인의 침략으로 세계는 망했고, 백발의 소녀 키라(Kyhra)가 나서 다짜고짜 인류를 구원해야 한다. 떠드는 것 이외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조력자 로봇은 때때로 종알종알 떠들 뿐이다. 넥서스 컴퓨터가 제공하는 이야기 조각들도 뚜렷하지 않은 편린인지라 흥미가 동하지 않았다.

 

후반부쯤 바쁘게 대시를 누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망해버린 지구 따위 내가 나서서 구해주지 않아도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2년 전 이맘때 매들린을 구하기 위해 (어려워서) 눈물을 머금고 셀레스트를 오른 적 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키라에겐 엄청난 대의가 있지만, 그 대의는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주어지고 정보는 불친절하다. 물론 로그라이트에 내러티브야 어찌 되든 상관없다 치고 넘어갈 만한 부분이다.


같이 다니는 로봇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상점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세계관 설명을 해주기는 하는데 


눈에는 안 들어왔다 


"이해가 안 되네요" 



[리뷰] 아픈 과거를 딛고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셀레스트' (바로가기) 



# 불편함이 친숙함이 되면

 

<스커지브링어>는 꽤 불편한 게임이다. 각종 보정 기능을 지원한다지만, 이야기 조각은 앞에 쓴 것처럼 애매한 표현들로 채워져 있다. 맵을 보려면 탭을 눌러야 한다던지 특정 구간까지 가야 스킬트리를 올릴 컴퓨터가 등장하는지 설명도 없다. 스킬트리가 해금되기 전까지 '심판자의 혈청'이 무엇인지 알 방법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개인의 피지컬을 시험하다 보니 친해지기는 쉽지 않은 게임이다.


 

"심판자가 심판자의 혈청을 떨구던가?" 


그런데도 <스커지브링어>는 일단 친해지면 장르적 재미는 확실히 주는 편이다. 어차피 이 게임의 타겟층이 로그라이트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려주지 않아도 전체 지도를 보려고 무의식적으로 탭을 누름 직하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고인물'이라고 부르는데 <스커지브링어>는 고인물들에게 꽤 즐거운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게임의 픽셀아트는 흠잡을 데 없고 음악도 몰입감이 높다. 메타크리틱은 75점. 현재 스팀에서 제공되는 가격은 17,500원이며 한국어를 지원한다. 하필 같은 해 메타크리틱 92점짜리 <하데스>가 나오는 바람에 올해 이쪽 장르의 최고봉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다. 그러나 <스커지브링어>는 고일대로 고인 당신의 이마에 또다시 팔자주름을 새겨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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