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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라인즈, 영화 '알 포인트' 생각나네


▲ 턴제 전략게임 브로큰 라인즈 (사진: 게임메카 촬영)

국산 공포영화 중 알 포인트(R-Point)라는 작품이 있다. 전쟁의 참상과 귀신이라는 두 가지 소재를 결합한 이 영화는 한국 공포영화 역사상 손꼽히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외부와 고립된 환경에 놓인 9명의 병사들의 피폐해져 가는 모습은 영화를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오싹한 기분을 들게 한다.

올해 2월에 스팀에 나와 호평 받고 있는 턴제 전략게임 브로큰 라인즈는 알 포인트가 생각나는 게임이다. 외부와 단절된 의문의 전장에 놓인 분대가 작전 진행에 따라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는 모습부터 닮았다. 엑스컴과 다키스트 던전을 섞은 것 같은 쫄깃한 게임 진행은 물론, 호러 장르에 준하는 으스스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이전에는 이 같은 매력을 느끼려면 외국어 실력이 필요했는데, 최근 스마일게이트 PC 패키지게임 플랫폼 스토브에 한국어판이 정식 출시되며 국내 유저들도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 브로큰 라인즈 한국어판 소개 영상 (영상출처: 스토브 인디게임 공식 유튜브 채널)

‘처음에는 말쑥했지 말입니다’

브로큰 라인즈 시간적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다. 영국군을 나르던 군 수송기가 갑자기 고장이 나 불시착하고, 병사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이 중 8명의 병사가 합류하는데 성공해 탈출 작전을 개시하지만, 어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공간에서 정체불명의 방독면 쓴 적에게 둘러싸인 상태다. 병사들은 플레이어의 전략/전술에 따라 움직이며 적을 물리치고, 기이한 공간을 탈출해야 한다.

누런 연기가 곳곳에서 피어나는 전장, 익숙한 나치 독일군과 전혀 다른 적 등 이전 그 어떤 전장보다 병사들에게 가해지는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크다. 예민해진 병사들 사이에는 날 선 의견대립이 벌어져 싸우다 부상을 당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정신력이 바닥나 부대를 무단 이탈하기에 이른다.

▲ 누런 연기가 피어오르는 낯선 전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휴식 중 대화도 병사들의 사기 유지에 중요한 요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브로큰 라인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병사들이 평정심(Composure)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일단 작전에 자주 나갈수록 평정심을 잃게 된다. 즉, 특정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고 계속 작전에 내보낸다면 해당 병사는 금방 인내심이 바닥나 영영 작별하게 된다. 이 외에도 작전 개시 전 캠프에서 벌어지는 두 명의 병사 간 대화에서 서로 감정이 격해질 경우 플레이어 선택지에 따라 하나 또는 둘 모두 평정심을 잃는다.

평정심이 낮으면 작전 시 병사들의 이동속도가 빨라진다는 이점도 있지만, 금방 겁에 질려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게다가 병사들의 외형도 점차 괴기스럽게 변한다. 처음에는 자신만만하고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흘러 누런 액체를 얼굴에 덕지덕지 묻히고 겁에 질려 있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면 안쓰러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모닥불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는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캠핑 장면에서도 병사들은 어깨가 축 처진 자세에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어 플레이어의 평정심을 격하게 흔든다.

▲ 다들 처음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시간이 흐를수록 몰골이 말이 아니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펑! 펑! 분대와 멘탈이 함께 터진다

브로큰 라인즈의 전투는 흔들리는 플레이어의 평정심을 와르르 무너뜨린다. 진행 방식은 턴제와 실시간을 융합한 것으로 일시 정지 상태에서 병사들의 행동을 지시하면, 이후 8초 동안 아군과 적이 동시에 움직인다. 단, 적이 시야에 들어오게 되면 8초가 지나지 않더라도 일시 정시 상태가 되어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적과 조우했을 때 일시 정지가 되는 것은 플레이어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로 보인다. 아군과 적이 사격을 주고받는 중에는 8초라는 짧은 시간 내에도 정말 다양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수 십, 수 백발의 총탄이 오가는데 아군과 적을 막론하고 전부 다 ‘감나빗(빗나감)’이 되는 일은 너무나 흔한 일이다. 적이 한 명만 있는 줄 알고 돌격을 감행했는데 배후에 매복이 있어 아군이 하나, 둘 쓰러지거나 엄폐물에 기대 치고 나갈 기회를 엿보고 있는 도중 수류탄이 발 밑에 떨어지기도 한다. 

▲ 지형지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때로는 희생도 필요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포위를 당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기도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아군이나 적이나 겁은 어찌나 많은지 자주 머리를 싸매고 혼란 상태에 빠진다. 적군이 혼란에 빠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아군이 그러면 일시 정지 상태에서 구상해 놓은 작전이 무용지물이 되므로 플레이어가 스스로의 머리카락을 쥐어 뜯게 된다. 여기서도 평정심이 중요한데, 해당 수치가 낮은 병사일수록 적은 피해에도 쉽게 겁을 집어 먹는다. 분대 전체의 안전, 그리고 플레이어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평정심이 낮은 병사에게는 휴식을 선사하자.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지형, 적과 아군의 전력과 무장, 그리고 아군 병사들의 정신력까지 모두 고려한 전략/전술을 고민해야 한다. 높은 지형과 촘촘한 엄폐물에 의지해 탄탄한 방어력을 갖춘 적진으로 정면 돌파를 감행한다면 예외 없이 패배하거나, 승리하더라도 분대원을 잃게 된다. 그렇기에 작전 개시 시 전체 맵을 꼼꼼히 살펴 진격로를 결정하고, 병사들에게는 특기에 맡는 명령을 내려야 한다. 


▲ 적의 사살과 아군의 생존,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중요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한국어 지원으로 큰 단점이 사라졌다

브로큰 라인즈는 시간적으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가상의 지역과 적, 그리고 사건을 다루고 있기에 정통 밀리터리물은 아니다. PPSh-41, 게베어 98, M1 개런드, 리엔필드 등 실제 총기가 등장하고 병사들의 복장 역시 당시 영국군과 같지만, 정통 밀리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은 꺼려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래픽노블 느낌의 캐릭터 일러스트 역시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그러나 역시 국내 유저들이 브로큰 라인즈를 접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것은 언어였다. 게임 내에는 적지 않은 양의 텍스트가 플레이어에게 제시되며, 어떤 선택지를 고르냐에 따라 게임 진행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아 국내 게이머들이 게임의 재미를 100% 즐기기 어려웠다. 스토브 패키지상점에서 입에 착 달라붙는 말투로 번역된 한국어 버전이 반가운 이유다.

 

▲ 욕설까지 찰지게 번역된 한국어판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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