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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고스트러너, 더없이 깔끔한 액션 게임

 

[연재] 김승주의 방구석 게임 (12)



2012년 인디 게임계를 가장 크게 강타한 게임을 꼽으라면 <핫라인 마이애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핫라인 마이애미>의 가장 큰 특징은 적들도 한 방이지만 주인공도 일격에 사망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죽더라도 상관없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바로 스테이지 시작 부분으로 돌아간다. 무수한 실패를 반복하면서, 죽지 않고 한 번에 적들을 모조리 처치해야 하는 <핫라인 마이애미>의 게임 플레이는 다른 인디 게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런 반복 플레이 형식을 계승한 <카타나 제로>는 게이머들의 입소문을 타고 대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두 게임을 즐긴 게이머라면 한 가지 의문이 들었을 법하다. 앞서 언급한 게임은 모두 2D다. 그렇다면 이런 게임을 3D 환경에서 즐길 순 없을까? 만약 이런 생각을 한 번쯤 가져본 게이머라면, 여러분의 욕구를 채워주고도 남을 게임이 나왔다. 바로 2020년 10월 27일에 발매된 <고스트러너>다.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 무수한 반복 속에서 해답을 찾아라


게임의 기본 골자는 간단하다. 죽지 않고, 스테이지 내에 있는 모든 적을 죽이면 된다. 모든 적은 칼부림 한 번으로 처치할 수 있지만, 이는 플레이어도 동일하다. 단 한 번이라도 적들의 공격이 직격하는 순간 플레이어는 즉시 사망한다.


그렇기에 적들의 공격을 회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격을 피하려면 파쿠르 액션을 활용해야 하는데, <미러스 엣지>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사이보그 닌자인 플레이어는 벽을 탈 수 있으며, 공중에서 쉬프트키를 눌러 시간을 느리게 만든 후 방향키를 입력해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지각 능력 부스트'라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두 능력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스테이지 클리어의 핵심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자주 보게 될 화면 



물론, 적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초반에는 단발 화기를 사용하는 적만이 나오지만, 게임을 진행하면 곧 자동 화기를 발사하는 병사나, 공중을 떠다니며 총알을 발사하는 드론, 좌우로 넓게 퍼지는 빔을 발사하는 이족 보행 로봇 등 다양한 적들이 나와 플레이어를 괴롭힌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다양한 적들이 나온다. 특히, 주위 적들에게 보호막을 씌워주는 구체는 최우선 제거 대상



파쿠르 액션에 익숙지 않은 게이머라면 낙사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벽을 타기 위해서는 비스듬한 각도로 벽을 바라보며 달려야 하는데, 총알이 빗발치는 난전 속에서 항상 이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죽는다고 해서 전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앞서 말한 <핫라인 마이애미>처럼, 사망하더라도 버튼 하나만 클릭하면 곧장 스테이지 시작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적들의 공격이 거세지는 만큼 주인공 '고스트러너'의 능력도 강화된다. 갈고리에 전자 로프를 걸어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공중을 날 수도 있으며, 사용하면 적에게 순간 이동해 상대를 일격사시키는 '블링크' 등의 특수 능력도 구비되어 있다. 게임 중간중간에 시간을 느리게 하거나, 일정 시간동안 표창을 사용하게 해 주는 아이템도 종종 등장해 진행을 도와준다.



 

원하는 능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도 


 

사이버 닌자에게 빠질 수 없는, 사이버 표창도 있다. 



따라서 계속되는 실패와 반복 속에서 고스트러너의 능력을 활용해 배치된 적들을 차례차례 죽여나가며 난관을 극복하는 것. 이것이 <고스트러너>가 주는 핵심 과제다. 맵을 익히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행한다.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면 된다. <고스트러너>는 시행착오를 권장하는 게임이다.


이런 방식의 액션 게임이라면 '조작감 문제'가 걱정될 법도 한데, 다행히도 조작이 지나치게 복잡하다거나, 벽을 타는 판정이 엉망이라 어이없게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UI도 단순 명확해 척 보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쉽다. 스피디한 액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작감과 직관성인 만큼 이 부분 세심하게 신경 쓴 모양새다.




# '파쿠르 액션'도 또 다른 재미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등장인물의 대사를 들으며 이동해야 하는 구간이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다. 한 스테이지를 깨면 벽을 타고, 레펠을 오르며 이동하다가, 다시 적들이 등장하는 방식이다.


비슷한 게임인 <미러스 엣지> 처럼 <고스트러너>도 플레이어가 가야 할 길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별도의 마커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황색 컨테이너나 빛나는 간판 등 색의 대비를 통해 척 보면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덕분에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맬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이런 식으로 색칠이 되어있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점프 구간 - 스테이지 구간만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컷씬도 있으며, 약간 머리를 써야 하는 퍼즐 스테이지도 존재한다. 액션 게임에 웬 퍼즐이냐며 질색할 플레이어도 있겠지만, 퍼즐 디자인은 굉장히 직관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교묘한 눈속임을 통한 연출도 있어 지루해질 틈 없다. 스피디한 액션에서 오는 피로감을 줄여 주는 '완충 지대'라고 생각하면 좋다. 



게임 좀 해본 사람이라면 바로 무슨 퍼즐인지 감이 올 것이다. 


구석구석 숨겨진 아이템을 획득해 카타나의 외양을 바꿀 수도 있다. 




# '나이트 시티'를 기다릴 수 없다면? '다르마 타워'에 방문하세요


<고스트러너>는 사이버펑크와 디스토피아적 요소가 혼재되어 있는 게임이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다르마 타워'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알 수 없는 대재앙 이후 인류는 '다르마 타워'라는 거대한 마천루로 피신했다. 이 건물은 '아키텍트'라는 인물이 만들었는데, 그의 동료인 '마라'는 권력욕에 취해 아키텍트를 죽이고 독재 정치를 펴고 있다. 하지만 자의식을 보존한 아키텍트가 주인공인 '74번 고스트러너'를 통해 마라를 죽이고 통치권을 빼앗는다는 이야기. 사이버펑크와 디스토피아적 요소를 녹여낸 만큼,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이나 칙칙한 뒷골목 같은 모습은 게임 내에 충실하게 구현되어 있다.


깔끔한 그래픽과 최적화도 호평할 만하다. 보통 이런 부류의 액션 게임에서 자주 발생하는 과한 조명 같은 문제도 찾아보기 힘들다. 화려한 연출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선을 지키고 있어 과다한 시청각 효과로 플레이어의 눈을 괴롭히진 않는다. 




"당신의 양심을 (버리지) 맙시다." 한글도 게임 곳곳에 등장한다. 



스토리 진행 방식도 단순 명쾌하다. 많은 액션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았던 <둠: 리부트>처럼 <고스트러너>도 아주 약간의 컷신 이후 즉시 게임이 시작된다.


스토리는 점프 구간을 지나가며 플레이어와 핵심 인물들이 음성으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덕분에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구간에 활력을 더해 준다. 클리셰적인 요소도 많고 반전조차 적어 다소 뻔한 스토리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사이버펑크 액션 게임이라는 토대는 충실하게 뒷받침해 주고 있다.




# 깔끔한 레벨 디자인, 아쉬운 보스전


<고스트러너>는 원 모어 레벨, 3D 렐름, 슬립게이트 아이언웍스 세 회사가 협력해 제작한 게임이다. 3D 렐름은 1987년부터 게임을 제작해 온 명문 개발사지만, 원 모어 레벨은 2D 게임 제작이 전부인 중소 개발사다.


자칫 시행착오가 발생하기 쉬운 개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고스트러너> 곳곳에는 개발사가 스피디한 3D 액션을 위해 쏟은 세심한 노력이 곳곳에 깃들어 있다. 색깔의 대비를 통해 가야 할 명확한 길을 알려주고, 파쿠르 액션을 통해 단순하면서도 창의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액션 시스템을 구현했다. 액션 게임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배우기 쉽지만 마스터하긴 어렵게'라는 모토도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


레벨 디자인도 더없이 깔끔하다. 난이도 상승 곡선이 완만해, 갑작스럽게 난이도가 올라간 스테이지가 등장하거나, 지나치게 어려워 아무리 시도해도 도저히 클리어할 수 없는 구간은 없었다. 또한 후반부 스테이지는 다양한 공략법을 사용해 클리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여러 방법으로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 <고스트러너>에 호평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스트러너>는 꽤 매운 게임이다. 3D 액션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괜찮겠지만, 액션 게임을 잘 플레이하지 않는 게이머라면 중간중간 고전할 만한 구간이 있다. 특히 3D 멀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구매를 재고해 봐야 한다. 계속해서 파쿠르 액션을 해야 하는 만큼 화면 이동이 빠르기 때문이다.


보스전은 생각보다 진부한 편이다. 여러 특수 능력을 사용해 각종 창발적 플레이가 가능한 스테이지와 다르게, 보스전은 단순히 회피 - 공격만이 반복된다. 보스의 외관이나 공격 방식도 대부분 '어디서 본 듯한' 것뿐이라 아쉽다.



 

보스전은 여러모로 아쉽다. 




# 더없이 깔끔하게 만들어진 액션 게임


몇몇 단점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고스트러너>가 가진 색이 모두 바래는 것은 아니다. <고스트러너>는 더없이 깔끔하게 만들어진 액션 게임이다. 버그도 거의 없고, 조작감도 확실하며, 난이도도 어렵지만 '불합리'한 수준은 아니다. 최적화도 좋고 스테이지 구성도 뛰어나다. 액션 게임으로써 마땅히 가져야 할 요소들은 전부 충실하게 구현해 냈다. 기본기가 꽤 탄탄한 게임이다.


무엇보다 <고스트러너>는 데모 버전(체험판)을 지원한다. 요즘 많은 게임이 여러 이유를 들며 체험판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구매를 고민하는 고객들을 위해 꽤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에 관심이 있지만, 혹시 취향이 맞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이머라면 한 번 체험판을 플레이해보길 권한다. 체험판만으로도 <고스트러너>가 어떤 게임인지 충분히 알 수 있으니까.


취향만 맞는다면 정말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특히 3D 액션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라면 꼭 한 번 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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