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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 모펀 게임센터, ‘리듬게임 성지’의 마지막날

 

[인터뷰] “X를 눌러 모펀에 조의를 표해주세요” 



서울 사당역에 위치한 모펀 게임센터(이하 모펀)가 10월 31일 문을 닫았다. 한국에선 보기 힘든 오락기가 가득한 곳, 오락실 곳곳에 하츠네 미쿠 그림이 가득한 곳. 그런 곳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놀라지 않았을 오타쿠가 어딨으랴.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기자는 서울을 상경하고 모펀을 꼭 가겠다고 다짐했다. 오랫동안 지방에서 살았는데 당시 지방 오락실은 <사운드 볼텍스> 같은 리듬게임을 하기 위해 10분이고 20분이고 기다리는 일이 허다했다. 기자는 리듬게임을 잘하지도 못하니 시선이 두려워(?) ‘다 끝나셨으면 제가 해봐도 될까요?’라 말조차 꺼낼 수 없었다.


그러다 리듬게임으로 빼곡 차 있는 오락실이 서울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환상을 품고 2년이 흘렀을까, 드디어 모펀을 가게 됐고 그제야 <사운드 볼텍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는 ‘처음만 어렵다’는 말을 실감했다. 모펀을 들릴 때마다 지방 오락실에는 없거나, 도전하기 어려웠던 게임들을 하나둘 맛보게 됐다.


기자에게 모펀이란 그런 추억들로 가득한 장소다. 추억 가득한 오락실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마지막으로 들릴 겸, 모펀의 박지호 사장에게 영업 마지막 날 취재를 요청했다. /디스이즈게임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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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모펀의 마지막 날은 10월 30일로 예정됐다. 그러나 당일이 되자, 박지호 사장은 영업일을 하루 더 연장하고 업장 내 코스프레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유를 물어보자 “바쁘게 살다 보니 10월의 마지막이 30일인 줄 알았다”고 답하며 해맑은 웃음을 보였다.


얼떨결에 핼러윈데이와 겹치게 됐다. 코스프레를 하고 돌아다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1년 중 유일한 날이지 않은가. 실제로 이날 오락실에는 하츠네 미쿠를 포함해 다양한 코스프레를 볼 수 있었다.


핼러윈이어서만은 아니다. 모펀은 종종 코스프레를 허용할 정도로 서브컬처에 친숙한 곳이다. 오락실 마스코트부터 사장이 좋아하는 캐릭터 ‘하츠네 미쿠’다. 그래서일까, 업장 입구부터 곳곳까지 하츠네 미쿠 그림이 눈에 띈다. 콜라보 카페를 연다거나,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팔기도 하고, 최근에는 의류 상품까지 기획했다. 



미쿠가 미쿠 게임을 하는 진귀한 광경 


 



그런 그에게 하츠네 미쿠를 활용한 오락기 <프로젝트 디바>는 자식과도 같은 존재다. <프로젝트 디바>는 사장이 2011년 모펀 부산점을 영업할 때부터 지금 사당점까지 언제나 오락실의 대표 기기였다.


사장은 <프로젝트 디바>를 수리하며 애정이 많이 들었다 했다. 리듬게임은 기기를 격하게 다룰 때가 많아 부품 교체가 잦은 편이다. 그나마 오락실에서 흔히 접하는 <유비트>나 <비트매니아 IIDX> 등 코나미 리듬게임은 한국에도 생산 공장이 있다. 부품 수급이 크게 어렵지 않다. 급하게 수리해야 할 때는 근처 오락실에서 부품을 구해오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프로젝트 디바>는 리듬게임 중에서도 마니악해 국내에서는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 일본에서 직접 들여온 기기라 국내에 정식 공장도 없다. 필요한 부품을 일본에서 개별 주문해야 하니 가격과 시간 모두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부품 수리 중인 <사운드 볼텍스> 



그는 어느 기기나 자식 같긴 마찬가지라 덧붙였다. 모펀에 배치된 기기는 모두 28개, <프로젝트 디바>처럼 사연이 많지는 않아도 부품을 교체하고 수리를 하다 보니 모두 정이 들었다. 이날도 부품 수리를 위해 분해된 <사운드 볼텍스>가 눈에 띄었다. 수리가 끝나면 다른 오락실에 갈 예정이다.


자식 같은 기기를 떠나보내야 하는 사장의 표정은 무척 안타까워 보였다. 기기들의 행방을 묻자 사장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대부분 처분됐다. 그러나 갈 곳 잃은 기기도 있다. 익히 아시겠지만 코로나19 탓에 유명한 오락실도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그래서 중고 매물을 구하는 게 어렵지 않다.”


그 말 그대로다. 2020년 서울 지역에서 폐업한 오락실만 10여 곳 정도. 그중에는 우리가 ‘성지’로 부르는 유명한 오락실도 포함됐다. 그러자 성지라는 사명감과 타이틀이 그에게도 부담을 준 건 아닐까 걱정됐다.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봤다.


걱정과 달리 ‘리듬게임 성지’라는 명성이 준 부담은 없었다 말했다. 오히려 그런 명성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고 했다. 모펀이 ‘리듬게임 성지’가 된 건 다양한 기기를 갖춘 걸 떠나, 그의 열정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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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고민은 따로 있었다. 그는 오락실에서 같이 일해왔던 매니저들 걱정이 제일 많았다 했다. 몇 년간 동고동락해 온 매니저들의 생활 터전을 하루아침에 없애버린다는 게, 그것도 스스로 직접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 힘들었다고 터놓았다. 코로나19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어 ‘아직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예쁜 이별이라고 하기엔 미안할 뿐이다”고.


폐쇄 소식은 9월 24일 개인 SNS로 올라왔다. “원했던 시기는 아니지만, 모펀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고 말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오래전부터 변화에 대해 고민해왔다는 흔적을 개인 SNS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모펀의 영업 마지막날 풍경 



사장은 새로운 오락실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가 ‘오락실’ 하면 생각나는 ‘오락실 바닥’ 같은 것들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기존에는 없던 오락실을 만들자!’. 편안하고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실, 서브컬쳐 마니아들도 즐길 수 있는 장소, 계속해서 새로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곳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렇게 2011년 부산 대연동에서 첫 지점을 오픈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사장은 새로움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졌다 말했다. 이제는 자신들보다 더 재밌고 쾌적한 곳도 많아졌을 거라고, 모펀이 해왔던 역할을 이미 다른 누군가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런 것들을 느낄 때마다 점차 변화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는 고민을 결심으로 만들었다. 처음엔 급감하는 매출이 무서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매출의 저하보다 더 무서운 게 ‘일상의 변화’임을 느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고, 그렇게 여태껏 고민해온 것들을 결심하게 됐다. “새로운 모습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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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질문을 이어가려 하자, 박지호 사장을 찾기 위해 손님이 찾아왔다. 가게를 찾아와 사장에게 작별 인사를 남기고자 하는 손님들이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사장이 손님과 인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저희 어디까지 말했죠?”라는 말이 끝나기가 두렵게 또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기다리는 동안 사무실을 둘러봤다. CCTV 모니터에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장의 모습이 보였다. 눈을 돌리니 사무실 한켠에는 리듬게임 배너나 포스터, 근무복 등이 쌓여 있었다. 그 반대편에는 손님들이 전해준 박카스, 홍삼 액기스, 군것질거리들이 가득했다.


사무실을 다 둘러봤을 때쯤 사장이 인사를 끝내고 돌아왔다. 이어가던 질문을 멈추고 손님들이 주고 간 선물에 대해 물어봤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선물을 둘러보던 중, 책상 위에 놓인 손편지에 시선이 갔다. 





오늘도 경기도나 인천 등에서 그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흔치 않은 오락기가 있다 보니 평소에도 먼 곳에서 많이 찾아왔다고 덧붙였다. 멀리서라도 이렇게 찾아와주는 손님들을 보고, 사장은 ‘많은 분께 즐겁고 의미 있는 추억의 장소’임을 실감했다고 한다.


폐업 소식을 올린 후로 많은 손님이 그를 찾아와 인사를 건넸다. 사장이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이곳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 고맙다”였다. 많은 사연이 있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들려달라 부탁했다.


“저희 오락실에서 서로 연을 맺으신 분도 있다. 결혼하시고 나서도 방문하시는데, 슬하의 자녀를 데려와 같이 놀곤 하신다. 아이는 리듬게임은 안 하고 닌텐도 스위치로 자기 할 게임만 하다 가지만 (웃음).”


그는 폐업 결정을 내리고 나면 복잡한 마음이 사라질 줄 알았다 했다. 실제로 한동안 덤덤한 감정에 정리된 줄 알고 있었다 했다. 그러나 오늘 손님들과 이야기하니,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아쉬움이 하루 만에 몰려온다고 말했다. 단지 폐업 준비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그럴 겨를이 없었을 뿐이었다고.


“오늘 놀러 오신 분들도 그렇고 기자님 역시 그렇지만, 이곳에는 다들 추억이 하나씩은 있다. 저에게도 추억이 많이 담긴 장소다. 많은 분을 만나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이렇게 없어지게 되니 새삼 아쉽기만 하다. 이런 감정이 오늘 하루에 밀려온다.”



사연의 주인공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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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모펀 게임센터 외에도 서점과 카페를 겸하는 ‘M&H BOOKS’를 운영 중이다. 오락실을 하츠네 미쿠로 꾸며놓은 그답게 M&H BOOKS도 서브컬처 방면에 특화된 매장이다. 최근에는 <동방스펠버블>, <용이 비를 내리는 나라> 등 다양한 작품과 콜라보를 진행했다.


오락실이 주는 즐거움은 오늘로 마지막이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준비해 다시 찾아뵙고 싶다고 박지호 사장이 말했다. 모펀의 정체성이 계속되냐고 질문하자, 그는 가끔 “모펀이란 무엇일까” 고민을 해봤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즐거운 공간, 실물을 체험할 기회를 주는 곳, 즐거움을 주는 집단이라며 답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좋은 IP를 활용해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국내에도 좋은 IP를 만드는 회사들이 많다며, 그 매력들을 잘 살린 상품을 제작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손님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내는 박지호 사장 



인터뷰를 끝나자. 사장과 오락실의 모습을 찍기 위해 사무실을 나갔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람들이 사장 주위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박지호 사장은 카운터가 있는 정문에 자리 잡고, 인사해오는 손님 한 명 한 명 인사를 하며 짧게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을 배웅했다.


어느 정도 일행이 빠져나간 뒤, 사장에게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SNS에 보면 못 가서 아쉬워하는 분도 많은데, 이 자리를 빌려 전하고 싶은 말은 없냐고 물어봤다.


“여러분이 추억을 만든 장소를 지키지 못해 죄송함이 든다. 모펀을 좋은 추억을 쌓아가는 장소로 여겨주셔서 감사하다. 그 덕에 힘들 때가 있어도 여러분의 애정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사장은 뭔가 할 말이 더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더니 곧 입을 열고는 웃으며 인사를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X를 눌러 조의를 보내주세요.”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올 줄이야. 그래도 혹시나 싶어 ‘Joy’인지 ‘조의’인지 묻는 말에 그는 ‘조의’가 맞다고 말했다. 기자 생활을 하며 평생 잊을 수 없는 마무리 인사일 것이다.






한바탕 웃고나니 이미 시계는 폐업 예정 시간인 오후 7시를 한참 넘겨있었다. 어느덧 모든 기기의 전원이 내려가고,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오락실에 남은 사람들도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오늘이 마지막 영업일임이 체감됐다. 사람들의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들렸지만, 정작 추억에 사로잡히고 만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모펀은 10월 31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박지호 사장은 M&H BOOKS가 곧 새로운 콜라보를 열건데, 그때는 카페에서 뵙자고 기자에게 말했다. 기자는 M&H BOOKS에서 찾아뵙겠다고 약속하며 오락실을 떠났다. 그런데 왜일까.


그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금일 모펀 게임센터 정상 영업합니다”고 SNS에 작성할 것만 같은 마음 한켠 이 느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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