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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공략] RAIN WORLD: 먹고 먹히는 ‘날것’의 생태계 [10]

  • INDIEandBOB
  • 2020.08.15 10:10 (UTC+0)
  • 조회수 519

  

※해당 게시물은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야기에 앞서 


스토리

 커다란 나무에 무리 지어 살고 있던 슬러그캣들. 어느 날 폭우가 쏟아져 보금자리를 이동하게 된다. 그러던 중 한 마리의 슬러그캣이 낙오되어 홍수에 떠내려가고 마는데, 낯선 곳에서 홀로 눈을 뜨고 이내 모험이 시작된다. 


 홍수에 떠내려간 슬러그캣의 이름은 생존자(The Survivor)이며, 이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뛰어내린 동료도 있는데, 그는 수도승(Monk)이라고 한다. 



캐릭터

 총 3종류의 캐릭터가 존재한다.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생존자와 수도승 중 하나를 택하여 플레이할 수 있다. (무슨 이유에선지 붉은 슬러그캣인 '사냥꾼'으로는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태이며, 붉은 슬러그캣은 스토리 방향이 전혀 다르므로 해당 게시물에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하얀색 슬러그캣: 생존자 (The Survivor) - 난이도: 중

노란색 슬러그캣: 수도승 (Monk) - 난이도: 하

붉은색 슬러그캣: 사냥꾼 (The Hunter) - 난이도: 상

  




낯선 곳에 버려지다

 무인도에 버려졌다고 상상해보자.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기본적인 조작법만 알려주는 레인월드


 이 게임은 마치 무인도에 버려진 것과 같다. 플레이어에게 정말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여, 말 그대로 낯선 곳에 ‘내던져진 채’ 살아남아야만 한다. 위 사진에 나와있는 기본적인 조작 방법 말고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 것이며 무엇이 적이고 먹이인지 무엇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시작한다. 이 과정 속에서 플레이어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테이지를 나아가는데, 이때 거의 필수적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노란색 외눈박이 생명체가 먹이인 ‘박쥐’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 있다.


 게임을 하면서 유일한 가이드는 저 노란색의 외눈박이 생명체이다. 가끔씩 먹이의 위치나,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곤 하는데 잘못 알려주는 경우도 존재하며 플레이 초반에는 저게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마치 외국인과 보디랭귀지로만 대화하는 느낌이랄까.




 먹이인 줄 알고 무턱대고 덤볐다가는 이렇게 잡아먹히고 만다.


 정확한 목적지도 모르는 채 맵을 돌아다니다 보면, 도마뱀을 만나게 된다. 역시나 아무런 정보는 제공되지 않기에 필자는 도마뱀이 먹이인 줄 알고 무작정 공격해댔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죽음뿐, 목적지도 사냥 방법도 모르는 채 계속 죽음을 반복하게 된다. 이렇게 죽을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고문에 시달렸다. 시작부터 엄청난 진입장벽이었다.




 먹이를 먹으면 좌측 하단의 게이지가 한 칸씩 오른다. 일정 게이지 이상 채우면 위와 같은 피난처에서 동면이 가능하다.


 식량에 대한 정보는 오로지 '박쥐'뿐, 누가 적이고 먹이인지 파악하는 것은 플레이어에게 달려있다. 그런데 도무지 스테이지를 어떻게 클리어해야 되는 것인지 감이 안 온다. 박쥐를 먹을 때 차오르는 좌측 하단의 동그란 게이지는 무엇이며, 그 옆의 문자는 무슨 용도인지도 플레이어의 판단에 달려있다. 하지만 인간은 학습의 동물이므로, 신명나게 죽고 나면 어느덧 정체 모를 문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 문자를 ‘카르마’라고 하는데 이 카르마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먹이를 통해 게이지를 채워야 한다. 수도승 캐릭터의 경우 3칸 이상의 게이지를 보유하면 피난처에 들어가 무사히 ‘동면’을 취할 수 있다.




 동면에 성공하면 위 사진처럼 카르마의 레벨이 상승한다.


 먹이를 통해 게이지를 채우고 피난처를 찾아 잠에 들면 카르마의 레벨이 올라가고, 그러지 못하고 죽으면 카르마 레벨이 내려간다. '뭐, 한 단계 하락쯤이야···'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정 레벨 이상의 카르마가 요구된다. 따라서, 죽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깨닫고 나서는 이미 늦었다··· 당신은 카르마를 채우기 위해 ‘박쥐 사냥->동면’ 무한 반복의 굴레에 발을 디딘 상태.) 또한 피난처를 찾는 길이 정말 어렵고 복잡하며, 돌아다니는 곳마다 위험이 도사리니 모든 게 쉽지 않은 게임이었다. 하지만 죽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 시작되는 순간, 레인월드의 진면모가 드러난다.



 

죽지 않아야 해. 죽어서는 안 돼.

 레인월드의 생과 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플레이어는 죽지 않기 위해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엄청난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사실 게이머로서, 세계관 속의 ‘약자’로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동안 쉽게 죽고 죽이는 게임에 익숙해져 있던 탓일까. 대부분 주인공은 '먼치킨'이었던 그동안의 게임과는 반대로 내가 '약자'라는 심리적 불편함과 함께, 죽지 않기 위한 플레이 속에서 느껴지는 생존의 무게감이 달랐다. 이 무게감이 느껴지는 순간 게임을 플레이하기가 두려워졌다.

 

 그렇다면 나아가느냐, 느긋하게 플레이하느냐.

 느긋하게 플레이하면 편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이곳저곳 천천히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면 그만일 것이다. 그런데, 제작자는 이조차도 용납하지 않는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세계에 '비'가 오는데, 이 세계관 속에서 비는 절대적이다. 비가 오는 순간, 맵에 물이 가득 차올라 결국엔 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필자는 갑자기 비가 왔을 때, 클리어를 위한 일종의 장치인 줄 알고 멀뚱멀뚱 구경하다 익사했다···


 이로 인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과 '어디서, 누구에게' 죽을지 모르는 위험을 껴안고 살기 위한 길을 최대한 빨리 찾아 나가야 한다. 주인공 '슬러그캣'. 이 거대한 생태계 속에서 하찮고 작은 생명체에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 두렵지만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어진다.

 살기 위해 주변 환경과 적의 행동 패턴을 관찰하게 되고, 주인공 '슬러그캣'의 역량을 파악해내기 시작하며 게임 시스템 및 클리어 방법을 스스로 연구하게 된다. 이때는 정말로 무인도에 버려진 기분이다. 무인도에 버려지면 하게 되는 행동을 떠올려보라. '1. 환경 및 위협요소 파악, 2. 식량 조사, 3. 탈출 방법' 정도가 있겠는데, 레인월드에서의 패턴과 매우 흡사하지 않은가.



 연구하는 단계까지 왔다면, 당신은 'LEVEL UP'

 레벨이 어디 있냐고? 사실 레인월드에 표면적으로 레벨이란 개념은 없다. 게임 속 슬러그캣은 약자로 시작하여 끝까지 하위 포식자로서 존재한다. 성장 요소도, 레벨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레인월드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달라진다. 레벨 디자인을 이렇게 했다는 것은, 유저가 직접 부딪히고 경험하면서 깨닫고 연구하는 것 자체가 제작자의 의도에 포함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 세계관 속 '약자'라는 심리적 불편함

 갑자기 하늘에서 등장하는 ‘독수리’ 상위 포식자. 이때는 정말로 울 뻔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나타날 것이며, 어떤 것이 식량이고 상위 포식자인지 알 길이 없는 플레이어는 '낯선 존재'가 나타날 때마다 움츠러들게 된다. 필자는 낯선 몬스터가 등장할 때마다 양손에 땀이 나고, 위험한 순간에는 강제 종료까지 하고 싶을 정도였다. 박쥐 및 버섯, 작은 벌레 등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존재에게 나, 슬러그캣은 그저 먹잇감일 뿐이다.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이며, 능숙한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일방적으로 잡아먹히는 것을 흔치 않게 구경할 수 있다. 적나라할 정도로 현실적인 게임, 날것 그 자체이다.


 게임을 떠나서 ‘인간’으로서 최상위 포식자라는 입장에 익숙했고, 생존의 무게가 그리 무겁지 않았던 게임을 즐겨 했던 탓인지 내가 누군가의 먹이가 되는 상황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다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큰 만큼, 스테이지를 클리어했을 때의 짜릿함과 희열은 그 어느 게임보다도 크게 와닿았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버텨냈다는 것에 이토록 뿌듯한 것은 레인월드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너무 불친절한 게임···

 약육강식이라는 생태계의 리얼함을 담아내고, 하드코어 게임인 것도 알겠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게임이 너무 불친절하게 느껴졌다. 불친절과 어려움은 엄연히 다르다. 카르마 시스템? 클리어 조건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조작법은 이게 다인가? 그 무엇도 알 수 없다는 것에 게임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할 것으로 판단된다. 클리어 자체의 난이도와는 별개로, 플레이어를 위한 튜토리얼 및 자세한 조작 가이드는 따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체를 자유로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무인도에 버려지면 누구나 쉽사리 포기하기 마련이니까. (실제로 플레이 중 알려준 무브먼트는 ‘롱 점프’ 하나뿐인데, 고인물들의 리뷰를 살펴보면 사용 가능한 무브먼트만 약 80페이지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심오하다

 레인월드는 마냥 가볍게 즐기며 플레이하기엔 무언가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놀랍도록 리얼한 생과 사를 담았으며, 이 세계관 속에서는 우리의 현실 세계만큼이나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포기하고, 원하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죽음이 필수적이지만, 그 죽음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플레이 과정에서 계속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는 우리의 현실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담아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수없이 반복되는 위협 속에서도 나아가야만 하는 슬러그캣에게서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도전적이고 모험을 즐기는 당신에게


 미지의 세계에서 온갖 위험에 굴복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을 좋아한다면, 이 게임은 당신에게 단연코 최고의 게임이 될 것이다. 길뿐만 아니라, 먹이, 게임 시스템 그리고 수많은 포식자들에 대한 관찰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 레인월드는 게임 시스템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이므로 최대한 기본적인 것만 언급하였는데, 그 이상의 것들을 알고 싶다면 직접 플레이해보기를 추천한다. 당신이 직접 모든 걸 기억하고 찾을 준비가 되었다면 충분하다. 이 게임은 당신이 아는 만큼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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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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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9 10:29 (UTC+0)

    명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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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9 10:31 (UTC+0)

    재밌을것같아요! 한번해봐야겠어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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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9 10:33 (UTC+0)

    흥미진진해보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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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9 10:38 (UTC+0)

    설명을 잘 써주셔서 재미있어보여요 ㅋㅋㅋㅋ 조심해야하는 부분 주의하면서 게임해보려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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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9 10:43 (UTC+0)

    리뷰 보니깐 한번해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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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9 10:45 (UTC+0)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지금 당장 해볼까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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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9 10:55 (UTC+0)

    리뷰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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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9 11:32 (UTC+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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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9 12:13 (UTC+0)

    게임하기전 좋은 안내 책자 같은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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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9 12:59 (UTC+0)

    약자의 입장이라니 정말 신박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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