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VE 인디

OFFICIAL

레인월드

[리뷰&공략] 이건 생존 게임이 아니다. 자연을 발 아래 무릎 꿇리는 고양이의 여정이다. [1]

  • Fermata
  • 2020.06.30 05:37 (UTC+0)
  • 조회수 60

생존 게임. 게다가 앞에 하드코어라는 말이 붙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사악을 넘어 흉악한 난이도를 짐작하게 합니다. 어렵다는 말은 여기저기서 다 하니 식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레인월드가 '어려움'이 정체성인 소울라이크 게임도 아니고요. 어려움은 초반 뿐, 자연이 어떻게 작동하고 생물들이 살아가는지 알면 (조금은) 쉬워집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게 되는 것이지요.


레인월드에서 어려움은 가혹한 자연을 표현하는 한 가지 수단일 뿐, 어려움 그 자체를 즐기는 게임은 아닙니다. 오히려 게임이 익숙해지면 생존에 급급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시각으로 레인월드 속 자연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조금 다른 시각으로, 다들 말하는 어려운 게임으로서의 레인월드가 아니라 더 재미있고 몰입하게 만드는 세 가지 키워드로 접근해보려 합니다.





1. 생태계


흔히 말하는 먹이사슬입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생물이 서로 관계있다는 말입니다. 사실 생태계 구현은 이제 와서 그리 특별한 요소는 아닙니다. AAA급 게임 뿐 아니라 인디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한 바 있으니까요. 레인월드는 자칫 식상하고 밋밋할 수 있는 생태계 개념에 '이야기'를 담아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게임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가 아니라, 동물 하나 하나가 가진 고유의 이야기를요. 동물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서로 얽히고 꼬여 풍성한 세계관을 만들어냈습니다.


예를 들어, 거대한 새 모양의 '벌쳐'는 가면을 쓰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그 가면이 벗겨지면 다른 벌쳐에게 동료로 인정받지 못하고, 심할 경우 동족에게 공격받아 죽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면을 빼앗긴 벌쳐는 그것을 되찾기 위해 강탈한 생물을 끝까지 쫓아갑니다. 생존이 걸린 일이니까요. 작은 인간형 생물인 '스케빈저'는 벌쳐를 무서워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벌쳐 가면은 스케빈저 사이에서 굉장한 용기와 힘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직접 뜯어낼 능력은 없기에 다른 방법을 기대합니다. 플레이어가 갖다주는 가면을요.


하늘하늘 평화롭게 날아다니는 국수파리는 평소에는 온화한 동물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알을 건드린 상대는 결코 용서하지 않습니다. 성체 국수파리의 알을 훔치는 순간 플레이어와 동물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데스매치가 시작됩니다. 원래 국수파리가 무서워하는 도마뱀이라도 알을 가져갔다면 응징의 대상이 됩니다. 이런 식의 설정과 행동이 맞물려 레인월드의 세계는 단순한 먹이사슬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이 점을 알고 유심히 살펴보면 다른 형태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2. 호감도


모든 동물이 위에 언급한 것 처럼 정해진 대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동물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호감도 시스템 덕분입니다. 레인월드의 호감도 세스템은 길들인다는 의미의 '테이밍'을 넘어 유대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플레이어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는 도마뱀은 먹이를 주고 친해지면 쉘터에서 같이 잠을 잘 정도로 돈독한 사이가 됩니다. 공격하지 않는건 당연하고요. 앞서 말한 스케빈저는 친구가 되면 자신들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폭탄 투창(!)을 주기도 합니다. 흥미성 요소를 넘어 게임 플레이에도 관여하는 정도입니다.


호감도는 생각보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표현해냈습니다. 가장 흔한(?) 친구인 도마뱀을 예로 들어보지요. 벌레와 먹이를 주어 도마뱀과 친구가 되고 나면 플레이어를 공격하지 않고 따라다닙니다. 이때 당연하겠지만 돌이나 창으로 공격하면 호감도가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데면데면한 사이일때는 바로 공격하지만, 충분한 우정을 나눴다면 한두번 정도는 이해해줍니다. 먹이를 주지 않아도 호감도는 떨어집니다. 도마뱀이 나를 보면서 입을 벌리고 소리를 지르면 빨리 밥달라는 이야기입니다. 당당하게 치구비를 요구하네요. 다시 생각해보니 좀 괴씸합니다.


게임 처음 등장하는 오버시어도 호감도가 있어 자기 말을 잘 들으면 더 자주, 더 자세히 길을 알려줍니다. 반대로 오버시어의 안내에 불응하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면 점점 등장 빈도가 낮아집니다. 삐진거죠. 생각해보니 동물들이 참 이기적입니다.


  




3. 가능성


호감도 시스템은 생태계 설정과 결합되어 플레이 방식에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원래 목적이 가족을 찾아 이동하는 선형 방식의 전개였다면, 그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를 플레이어에게 묻고 여러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그에 따라 엔딩도 조금씩 바뀌고요. (엔딩은 정확히 말하면 특정 시점의 선택이지만, 플레이 스타일과도 연관있습니다.)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렇게 하면 어떻게 반응할까? 얘랑 얘랑도 친해질 수 있을까? 등등 여러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자유도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나 혼자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아닌, 큰 자연 속 동물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나의 모습과 행동이 다양한 결과로 돌아오는 열린 가능성입니다. 


자연에 순응하고 자신의 위치를 인정하며 응당 그러해야 하는 것처럼 행동할 수도, 우리는 모두 친구라는 마음으로 동물들과 친분을 쌓아가며 평화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창 한 자루에 기대 세상을 내 발 아래 두겠다는 마인드로 자연을 정복하는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물론 그만한 실력이 받쳐줘야 하지만요. 



'어려운 게임'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게임. 그래서 마니아들의 충성도가 높은 게임. 알면 알수록 깊은 맛이 있는 게임, 레인월드입니다. 


댓글 1

  • images
    2020.07.07 05:51 (UTC+0)

    정성 글엔 일단 추천. 본문 다 받아요. 완전 공감

레인월드의 글

STOVE 추천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