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시 모드 박하민 편을 플레이 한 뒤 적는 리뷰입니다.

제법 많은 분들이 리뷰를 적어주셨으나, 저 역시 하고 싶은 말들이 있기에 이렇게 적어봅니다.

먼저 전체를 플레이 한 뒤 느낀 첫 느낌이 제목입니다.

오리지날 버전이 준 실망감을 잘 다독여 주는데는 성공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들은 많이 남긴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먼저 스토리.

스토리의 경우 전작이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기에 가장 주의깊게 본 부분입니다. 사실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비쥬얼 노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스토리이니 당연히 집중하며 보았습니다. 

스토리를 간단히 평하면 훌륭한 연애 이야기, 방해되는 나머지들.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연애 이야기 이외의 이야기들이 전개상 필요한 부분이 어느정도는 있다 생각됩니다. 게다가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니 원작에 있는 내용이라 하니 더더욱 뺄 수 없었겠지요.

그러나 플레이를 하는 동안 저에게 있어서는 과연 도움이 되는 이야기 인가 싶었습니다. 

우선 저는 원작 웹툰을 전혀 모릅니다. 당연히 원작 스토리 역시 모르죠. 그렇다보니 이번 작품에서 주된 갈등인 하민의 집안 이야기와 아버지와의 갈등 부분은 내용은 알겠으나, 그 이상은 없는 이야기였습니다.게다가 하민이와 아버지 사이에서 있던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은 솔직히 실소가 나오더군요. 

하민이가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어져 온 대략 5~6년 정도는 된 응어리가 주인공의 말 한 마디에 해결된다는 것이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하민이의 아버지는 작중 묘사로만 봐도 주인공의 말을 부정하는 모습만 보여줍니다. 아버지의 하민이에 대한 생각은 확실했죠. 그런 분이 별로 본 적도 없는 주인공의 말에 갑자기 바뀐다? 이건 너무 급작스럽다고 생각됩니다.

만일 주인공의 말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이야기 전개를 보이려면 최소한 작중에서 하민이의 아버지의 변화의 조짐을 약간이라도 드러나게 했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런 것 없이 겨우 집을 나간 하민이를 찾은 아버지가 바뀌는 전개는 너무 성의가 없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이 메인 갈등은 그나마 긴 시간을 들였기에 상황이 나은 상황입니다. 가장 어이가 없던 이야기는 하민이가 성아와 주인공을 오해하는 장면입니다.

저는 맨 처음 그 오해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분명 이런 오해는 상당히 공을 들여 그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데, 이 게임을 플레이 하는 유저들에게 그 과정을 다 보여주면 그 갈등을 느끼는 부분이 감솰텐데 하고 말이죠.

근데 곧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마치 엄청난 오해와 갈등이 있을 거 같아 보이게 만든 그 장면을 불과 다음 장면에 스스로 없애버릴 줄은요.

제가 이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육성으로 가장 크게 웃은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부정적으로 말이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장면을 본 뒤라 그런지, 앞서 언급한 메인 갈등은 상대적으로 선녀로 보이는 효과를 보여주더라고요.

만일 그걸 노리고 그 의미없는 갈등을 넣은 것이라면 다른 의미로 대단한 거 같긴 합니다. 부족한 개연성을 매꾸기 위해 그 전에 더 개연성이 부족한 이야기를 보여주어 상대적으로 개연성을 높이는 전략을 쓰다니 말이죠.

방금 언급한 그 장면은 완전히 도려내어도 이번 작품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과연 하민이가 주인공과 상아 사이를 오해하여 생긴 그 짧은 에피소드가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던가요? 전혀 아닙니다. 이야기 전개를 보면 하민이가 가출한 시점이 그 에피소드 직후라 혹시 이 사건이 영향을 준 것인가 싶었지만, 작품 내에서 그것은 아니라고 확실히 못을 박았습니다. 즉 하민이가 오해하고, 바다로 놀러가 편지를 주는 장면까지의 과정은 전혀 필요없는 장면인 것입니다. 중간을 삭제하고 주인공이 하민에게 편지를 주었다가, 하민이가 잠시 도망가는 이야기로 이어져도  작품은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작품의 질을 낮추는 장면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연애 이야기는 제법 좋았습니다. 유저들이 미연시에 바라는 것들을 충분히 넣었다고 생각됩니다.  전작에 없던 달달한 이야기들이 많아졌고, 주인공과 하민이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들 모두 마음이 편해지고 마냥 웃게되는 이야기라 좋았습니다. 그렇기에 미연시 장르로 보면 분명히 장점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혹자는 미연시 게임에서 연애 이야기만 좋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동의합니다.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그것이니까요.

다만 없어도 되는 장면 때문에 스토리 전체의 질이 떨어진것이 아쉬워서 장황하게 글을 길어졌을 뿐입니다.

다음은 CG이야기를 하고 싶군요

CG는 좋았으나, 재탕이 많다라고 생각이 듭니다. 혹자는 재탕을 위해 스토리를 억지로 구성했나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새롭게 그려진 CG들도 있고, 상당히 마음에 들었지만 절반 이상이 재탕되는 CG라는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심지어 기존에 보여준 CG를 활용하기 위해 스토리를 짰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하민이가 오해를 하고 바다를 가는 이야기와, 에필로그에 나오는 토끼춤 이야기라 생각이 됩니다.

전자의 경우 그 스토리가 얼마나 별로인지 장황하게 말했기에 생략하고 토끼 춤 에피소드의 경우 이야기 자체는 달달하긴 합니다만, 그 CG를 그대로 쓴것은 패착이라 생각이 듭니다.

우선 이야기 제목을 보는 순간, 그 CG가 쓰이겠구나라고 예상되기도 하였고, 무엇보다 기존의 CG는 주인공이 자신의 집에서 하민을 실제로 대면한 장면을 그린 것이기에 CG한 쪽에 주인공의 손과 팔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CG를 이번 스토리에서도 그대로, 심지어 이번 전개의 경우 하민이가 집에서 혼자 찍어서 보낸 설정인데, 주인공의 손과 팔을 자르지 않고 그대로 내보낸 것은 확실한 패착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예상이 간다는 점 역시 큰 문제인데, CG가 나오는 장면은 CG가 나오는 동안 어떤 장면이 어떻게 표현될까 기대하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 생각됩니다. 기대가 있어야 CG를 대면했을 때 감정도 더 풍부해 지는데, 예측이 가능해져 버리니, 그런 감동이 줄어들어 제법 아쉬웠습니다.

총명하면, 새롭게 그려진 CG는 충분히 좋으나 재탕이 너무 많았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중간에 CG목록에 남진 않지만, 야구장에서의 장면과 인별에 나오는 이미지들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 가산점을 드리고 싶긴 하네요.

종합적으로 보면 이번 작품은 장점보단 단점이 많은 작품이라 생각 됩니다.

단순히 양으로 보면 말이죠.

하지만 플레이를 다 하고 나면 아쉬움보다는 만족감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 이유는 양적으론 부족한 장점들이 질적으로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라 생각이 됩니다.

무엇보다 맨 처음 이 게임을 할 때 바라던 것들, 그리고 그렇지 못했던 것들을 이번 작품에서 상당 부분 해소해 주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종 생각은 다음 작이 기대됩니다.

단, 이번 작품에서의 단점들은 확실히 보완해야 한다 생각됩니다.

만일 그렇지 못하고, 이번의 단점을 다음에도 답습한다면 다음 작을 기대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미연시를 만들어 주신 것에 감사드리고, 좋은 보완책을 더해 오시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