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s&Guides]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선이라 할 수 있는 리부트! [9]
캐릭터 스토리가 오직 첫 편만 풀린 거라서, 이걸 가지고 장문의 후기를 적는 건 좀 이상해 보이네요.
그러니 적당히 느낀 부분들, 아쉬운 부분들에 대해서 적어볼까 합니다.
그래도 한줄 요약을 할 수 있으니 그것은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선이라 할 수 있는 리부트."
이게 제 결론입니다.
■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아쉬움은 확실히 있습니다.
미연시 루트의 경우는 최고의 미연시라고 절대 말할 수는 없습니다.
본편에서 각 장면들이 "단편적인 이야기들"로 느껴졌는데, 미연시 부분에서도 이 부분은 동일합니다. 특히 초반에 심하다가 중반에는 조금 괜찮아 졌다가 후분에서 다시 단편화가 발생합니다. 이건 본편과 다름 없이 아쉽습니다. 각 장면들이 상당히 짤막하고, 더불어서 조금은 뜸금없이 느껴질 정도로 급하게 그리고 허술하게 진행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민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갈등조차도, 아버지랑 그냥 한 두 마디 주고 받은 뒤 "본인도 반성함" 하고 해결된다거나, 갑자기 풀 악셀 밟으며 스토리가 갈등에 빠지다 말고 해결된다거나 하는 빈약한 구성이 있긴 합니다. 애초에 그 갈등에 대한 빌드업조차 부족합니다. 뭔가 쌓여서 사건이 터지는 식이여야 하는데, "흠, 이쯤해서 사건 터져야 함." 하면서 그냥 우발적 범죄나 코난 등장하면 살인이 일어난다는 식의 작위적인 느낌도 있습니다.
너무 급발진. 빌드업이 빈약하다보니, 사건이 뭔가 쌓여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 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보는게 본격 심리 스릴러 소설이 아닌, 가벼운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잖아요? 딱 그 정도 수준에서는 적당한 빌드업, 적당한 해소와 적당한 완급으로 적당한 결말까지 다다르게 됩니다. 미연시 모드를 모두 클리어 하고 나서 "엄청난 감동" 이라던가, "기억에 남는 명작" 이라던가, "최류탄 맞은 눈물" 이라던가, 이런건 단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플레이 하는 내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게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캐릭터를 잘 살렸고, 그 캐릭터의 이야기를 충분히 애정이 담기도록 풀어 냈습니다. 본편에서는 오직 줄기만 있던 엉성한 나뭇가지였다면, 이번에는 나뭇잎이 풍성하게 붙어있는 나무처럼 캐릭터와 연관된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주인공과의 연애 전선의 빌드업은 오히려 이 쪽이 확실합니다.
그러니 미연시라는 장르로써는 정말 최선을 다 했습니다. 캐릭터에 호감이 생기는 이벤트들과 더불어 서비스 씬 까지 채워주는 노력까지. 그리고 팬디스크에서나 나올 것 같은 후일담 까지 정말 잘 채워줬습니다. 다른 미연시 들에서는 "그렇게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연인이 되어서 발생하는 꽁냥대는 이벤트까지 정말 잘 그려줬습니다. 그래요, 우리가 미연시에 원하는 것은 이런 식의 대리 만족과, 호감을 가진 캐릭터들과 함께 하는 시간인 거죠.
CG의 경우는 일부는 재탕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CG에 맞는 스토리는 재대로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작지만 일부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나름에 연출도 추가해 주어서 매우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 여전히 찰진 욕설, 그래도 살짝은 조절했습니다.
네, 게임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하는지, 여전히 찰진 욕설이 튀어나옵니다. 그래도 욕설의 빈도와 강도는 본편에 비해 훨씬 완화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찰지긴 하네요.
네, 납득하고 받아 들일만한 수준으로 상당히 완화되어 있고, 그럼에도 감정을 전달 해야 하는 부분들은 성우분들의 열연이 커버해 줍니다. 분노의 사자후 연기를 정말 참 잘 연기하셨습니다!
여전히 찰지지만 그래도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순화되었습니다.
■ 의미 없는 선택지들.... 그런데 팬 그리팅이 그렇게 인상에 남았니?
선택지는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일부 선택지는 추가 호감도를 올려줘서 이후 이벤트 (호감도 제한 이벤트)를 보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이 조차도 선물 한두번이면 해결되고, 사실상 어떤 선택지를 선택하더라도 아무런 패널티가 없습니다. 네, 선택지는 실질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BUT! 여기서는 의미 없는 선택지를 정말 재밌게 풀어 냈습니다! 다른 게임은 배드엔딩이나 분기 때문에 고생인 선택지가, 여기에서는 "이 선택지는 또 어떤 재밌는 반응을 보여줄까?" 하고 궁금해서 모두 눌러보게 됩니다. 실제로 모든 선택지 다 봤는데 ㅋㅋㅋㅋ 재밌습니다. 꼭 선택지 다 둘러보세요!
하.... 정말 고민했다! (우측 상단에 스페너 아이콘 눌러서 세이브 할 수 있습니다.) 진짜 다양한 선택지 마다 반응 보는 재미가 좋습니다!
그리고 이 어떤 반응이 나올지가 더 궁금한 선택지의 결정판이, 고백 편지를 건네는 부분입니다. (딱히 스포는 아닙니다.) 이걸 팬 그리팅 부분에서 영감을 받으신 것 같은데, 진짜 좋습니다. 감동을 떠나서 이건 정말 잘 풀어낸 장면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편지 쓰는 장면이 나오면, 일단 저장을 먼저 해 두세요!
■ 시스템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근본적으로 극복되지 않는 시스템 적인 문제는... 역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무런 의미 없는 이동 컨텐츠. 솔직히 이동 컨텐츠 없이 그냥 읽는 소설 형태로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의미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든 살려보기 위해, 메이드와 야구팬의 나름의 서브 스토리를 넣어주기도 했고 (솔직히 조금 좋았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이번 모드에서 '인별' 부분의 하드 캐리는 절대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건 절대 아닙니다만, 이 인별 콘텐츠 쪽에서 너무나 캐릭터를 잘 살렸습니다. 지난 번에는 그저 호감도 관리나 스토리에서 갈등 진행의 모습, 사건의 진행을 보여주는 곁가지를 보는 수준이었다면, 미연시 모드에서는 다양한 드립을 보여주면서도 캐릭터 성을 정말 잘 살려주는 감초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이건 진짜 잘 살렸습니다 ㅋㅋㅋㅋ 이미지들 스티커(이모티콘)으로 그냥 바로 써도 될 정도로 재밌게 만들어 놨습니다.
■ 결론은 역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확실히 보입니다.
아직은 게임의 정가 4만원 짜리에 납득할만한 미연시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이번 리부트는 정말 게임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됩니다. 모든 캐릭터의 미연시가 모두 완성된다면, 본편과 함께 4만원에 판매해도 납득할만한 값어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직 첫 캐릭터의 이야기만 풀리기도 했고, 이로 인해 여러 캐릭터가 엮이는 모습등은 전혀 그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정말 기대해도 될 것 같습니다. 살짝 떡밥 수준으로 모습이 비추긴 합니다만, 뭐라 말하기 힘든 수준이라 ㅎㅎㅎㅎ
그 시스템의 태생적인 한계와 더불어, 스토리 텔러가 보여주는 스토리 빌드업이나 구성을 보면, 아마 이 게임은 "최고의 미연시"가 되기는 힘들겠습니다만, 진심으로 "최선의 미연시"는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죠, 노맨즈 스카이나 사펑이 무진장 욕을 먹었지만, 노력 끝에 이제는 칭찬 받는 게임이 된 것 같이. 랜쳇그녀도 부활의 아이콘 정도로 언급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저 통큰 테일즈 샾의 행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저는 어떠한 전문가도 아닌 그저 일개 게이머에 불과하며, 개인적인 감상을 적은 것에 불과합니다.
여러분은 저와 전혀 다른 감상을 가지실 수 있고, 그 감상 또한 옳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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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웹툰모드에서의 그 고구마를 먹고 이걸 플레이하니 진짜 선녀라고 느끼긴했습니다
아... 웹툰 모드는... 좀 많이 속이 쓰리죠 ㅠㅠㅠㅠ
확실히 마냥 좋다곤 못하지만, 잘 수습했다고 생각이 됩니다.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전 장점보단 단점이 더 많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양적으로는 말이죠.
하지만 그 장점들이 양에 비해 질적으로 우수하여 플레이한 뒤에는 만족감이 제법 강하게 남았던거 같습니다.
확실히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소 한 마리를 잃은 뒤에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남은 소라도 치킬 수 있고, 이번 작은 남은 소들은 잘 보살펴 준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다음 캐릭터들의 미연시 모드에서는 외부는 잘 고쳐진 외양간의 내부를 잘 다듬어 준다면 좋을 거 같습니다.
주말에 달려보겠습니다!
즐겜하세요!
촉촉한감자칩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선이라 할 수 있다. 굉장히 공감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