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s&Guides] [리프 인 부트스트랩] 포기하면 그녀는 죽는다, 끝나지 않는 15일 간의 여름 이야기 [2]
6월 22일 출시된 '유진 게임즈'의 '리프 인 부트스트랩'은 여름 방학을 맞이한 3명의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타임 루프'를 소재로 한 비주얼 노벨 게임이다.
주인공을 제외하면 주요 등장인물은 2명의 여고생이 전부이기 때문에,
플레이 시작 전에는 막연하게 '리프 인 부트스트랩'을 '연애' 요소에 중점을 둔 '남성향 미연시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게임일 거라 판단했었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계기로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직접 플레이 해 보지 않은 작품에 대해 '첫인상'이나 '이미지'만으로 '이 게임은 어떠한 게임일 것이다.'라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섣부르고, 편협한 행동인지를.
'리프 인 부트스트랩'은 처절하게,
아니, '처절하다'라는 네 글자만으로는 도저히 그 지독히도 길고 고독하고 끔찍한 시간의 반복을 설명할 수도 없을 만큼,
무수히도 많은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간을 되돌리고 되돌리고 되돌린 이들의 치열했던 시간의 기록들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8월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간의 날들을 끝도 없이 반복했고, 반복해야만 했던,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그 여름날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리프 인 부트스트랩'의 시작은 긴 흑발을 가진 소녀가 영문 모를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밑도 끝도 없는 말이다.
주인공의 프롤로그를 멋대로 지워 버려서 미안하다는 둥, 원본 데이터를 찾으려 애썼지만 찾지 못했다는 둥.
이게 다 무슨 소리일까?
하지만 그 말들의 의미를 채 이해하기도 전에, 플레이어는 8월의 첫날을 맞이하게 된다.
여름 방학 기간이긴 하지만,
같은 과학부 동아리 친구들인 '박수아', '신하연'과 함께 주인공은 교내 주최의 여름 축제 준비 겸 과학부 동아리 활동차 매일같이 학교로 등교를 하고 있는 중이다.
'수아'와 '하연' 이 두 친구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를 해 보자면,
'수아'는 그 어떤 황당한 상상도 반드시 현실에 구현해 내고 마는 황당하지만 똑똑한 괴짜 발명왕이다.
한편 '하연'은 수아와는 달리 '공부'에 충실한 전형적인 모범생으로, 그녀의 인생에 '실수'나 '실패' 따위는 없다.
이처럼 서로 집중하고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이라고,
대놓고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진 않으나 '하연'과 '수아'는 친구이자, 지식을 겨루는 선의의 경쟁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비범한 두 소녀와 달리 주인공은 지극히 평범한 남학생으로 '하연'과 '수아'라는 두 천재들 사이에서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존재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수아는 돌연 '타임머신'을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타임머신이라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녀가 누구인가.
그게 무엇이든 그 어떠한 황당한 상상도 기어이 현실 세계 속에 만들어내고야 마는 엉뚱한 천재이자 발명왕이 아니던가?!
그리고 정말로 수아는 '타임머신'을 만들겠다고 선언한지 2주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정말로 '타임머신 (이라고 수아 자신이 칭하는)' 시계를 만들어 낸다.
수아의 설명에 따르면, 그녀의 타임머신은 사용자의 기억을 바탕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로는 갈 수 없고, 이미 지나온 과거의 시간대로 돌아가 선택을 바꾸거나 과거의 그 순간을 다시 경험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한다.
미래로 갈 수 없다고는 하지만, 기억 가능한 과거의 어떤 시간대로든 이동이 가능하다니.
수아의 타임머신이 정말로 수아의 말과 같이 정상적으로 작동에 성공하게 된다면,
이건 '세계적 발견', 아니 '세기의 발견'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8월 15일.
수아는 자신의 성공을 확신하며, 타임머신의 버튼을 누른다.
수아라면 분명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자신의 예상대로 시간 여행이 성공하였고, 시간 여행에서 어떠한 일들을 경험했는지를 줄줄이 늘어놓을 것이다.
그랬을 텐데,
그랬어야 할 터인데,
'뭐야...
장난이지...?
수아야...? 박수아...?
너 왜 그러고 있는 건데...?
혹시 이거 서프라이즈 쇼 같은 그런 거야?
그랬다면 성공이야.
나 정말 놀랐으니까,
제대로 놀랐으니까, 이제 그만 일어나.
재미없어.
너 계속 그러고 있음 나 진짜 화낸다?
진짜로 화나려고 하니까, 재미없는 장난은 그만해.
아니지...?
아닌 거지?
뭔데, 너 왜... 너 왜 그러고 있는 건데,
이게 다 뭔데!!!'
거의 반쯤 넋이 나가 있는 주인공 앞에 나타난 하연은 주검이 되어 있는 수아를 보고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말한다.
모르겠다.
눈앞에 일어난 일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수아가 죽었다.
수아는 왜 죽어야 했던 걸까?
그리고 하연은 과거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일까.
하연의 저 침착한 태도는 뭘 의미하는 거야?
설마... 이게 처음이 아닌 거야?
그런다면 이건 도대체.... 몇 번째 오늘인 거야...?
그리고 나는.... 몇 번째 이 끔찍한 날을 반복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너는...
하연이 너는 이 지옥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봐 온 거야?
우리는 몇 번째 오늘을 살아오고 있는 거야?
신이 있다면,
수아를, 그녀를, 나를... 이 루프에서 구해 주길...
하지만 신이 없다면,
내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내가 너희들을 그리고 나를 구하겠어.
...
그렇게 그들의 끝없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플레이 타임 : 7~8시간
- 귀여운 작화
- 12개의 엔딩
- 첫 15일 중 마지막 날을 제외한 1일부터 14일까지의 서사가 평범한 '학원물 + 남성향 미연시' 느낌이라, 플레이어의 성별이나 플레이어의 게임 취향에 따라 스토리 진행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프인 부트스트랩'은 '첫 14일까지'의 스토리는 이 작품의 프롤로그라 봐도 무방합니다.
15일부터는 작품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서사로 플레이어를 계속해서 스토리에 집중하게 만드는 흡입력 뛰어난 작품입니다.
놀라운 작품이었다.
'루트 0'에 해당하는 첫 15일을 플레이하는 동안 드문드문 하연이 이상한 모습을 보여서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이렇게나 충격적인 첫 엔딩을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다.
15일 이후부터는 정신 없이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이 작품이 정말 매력적인 이유는 작품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플레이어 역시 12개의 엔딩을 수집하여 최종 엔딩에 도달하기 위해서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겨우 루트에서 벗어날 '실마리'를 찾았다고 생각하면, 그 '실마리'는 또 다른 예상 못 한 상황으로 플레이어를 이끌어 나간다.
주인공은 '수아'와 '하연'을 구하기 위해서,
나는 '리프 인 부트스트랩'의 모든 엔딩을 수집하기 위해서,
주인공도 플레이어도 무수히 많은 15일을 반복하며, 중첩된 시간 속을 헤매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수집한 엔딩들의 내용은 가히 충격의 연속이었다.
어느 엔딩이든 뻔한 엔딩이 없어서, 더 신선하고 재밌었다.
나는 겨우 몇 번의 시도와 실패에도 '답답함'과 '조바심'을 느꼈는데,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이 끝을 기약할 수 없는 15일을 몇 번이나...
아니, 몇 십 번, 몇 백 번, 몇 천 번을 반복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작품의 스토리가 더욱 절절하게 다가왔다.
끝이 있을 거란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타임 리프를 반복하는 그들의 우정은 눈물겨움을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
7,500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수작이다.
이 포스팅의 마지막은 '리프 인 부트스트랩'을 플레이하는 동안,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오르던 노래인 '아이유 씨'의 2011년도 발표곡 '너랑 나'의 가사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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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스러운 리뷰 잘읽었습니다!
리인부 흥해라!!!
이 작품 정말 재밌었습니다. 😄👍
루트 0에 해당하는 첫 15일 중 14일까지는 드문드문 하연이 표정이 바뀌는 부분이 신경 쓰이긴 했어도,
크게 주목할 부분이 없는 무난한 남성향 연애 시뮬레이션의 도입부 같은 느낌이었는데,
15일차를 기점으로 스토리가 급변하면서, 루프가 시작되는 부분들이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웠습니다.
엔딩들마다 분위기가 다 달라서,
마지막 엔딩을 클리어할 때까지, 내내 집중하면서 플레이 하게 만드는 매력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
리인부 흥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