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이상한 작은 집에, 이상한 작은 마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마녀는 자신의 이상한 작은 정원을 가꾸고, 이상한 작은 의자에서 쉬면서 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이상한 소음 때문에 잠에서 깼습니다."

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분위기도, 소재도, 등장인물도 그리고 작품의 주제마저도 어딘지 동화와 닮아 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작품은 동화처럼 시작해, 동화 같은 구성으로 전개되고, 동화 같은 엔딩을 맞이하게 되는 정말로 한 편의 동화 같은 스토리의 게임, '위치우드 (Whtchwood)'이다.

'Witch'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Wytch'는 생소하다.

소리조차 비슷한 단어 'Wytch'의 뜻이 궁금해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 보았더니, '늙은 마녀'라는 뜻이란다.

그렇다.

Wytchwood는 무쇠로 만든 화로처럼 보이는 것을 모자처럼 뒤집어쓰고 있는 늙은 마녀가 주인공인 작품으로, 플레이어는 늪에 기거하는 늙은 마녀가 되어 그녀의 아주 특별한 여정에 함께하게 된다.

이곳은 늪지에 위치한  낡고 작은 오두막.

그리고 그 낡은 오두막 안에는 오두막의 세월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나이가 든 늙은 마녀가 홀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끄러운 소음에 잠에서 깬 마녀는 자신의 소중한 마법 레시피 책을 정체불명의 (망할!) 염소 녀석이 몽땅 씹어 삼켰음을 알아채고는 경악하게 된다.

이 고약한 녀석을 단단히 혼쭐을 내줘야겠다는 생각에 염소의 뒤를 밟았는데,

아니, 이게 웬일?!

염소 녀석이 말을 한다.

더욱이 '봉인된 문'이니 '계약'을 운운하며, 

늙은 마녀의 기억 속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염소.

애초에 자신의 오두막 근처에,

자신도 모르는 봉인된 비밀의 장소가 있다는 사실조차 마녀에겐 낯설기만 할 따름이다.

이에 마녀는 반쯤은 염소의 성화에 그리고 나머지 반쯤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염소가 시키는 대로 재료를 모아 봉인된 문을 열고, 숨겨진 장소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녀는 웬 잠자는 숲속의 공주, 아니 잠자는 늪지의 공주와 같은 모습으로 깊은 잠에 빠져 있는 한 젊은 여성을 발견하게 된다.

'저 여자는 도대체 누구람?!!'

잠든 여자의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마녀를 향해 염소는 말한다. 

늙은 마녀는 염소의 말에 다시 한번 더 잠들어 있는 여자를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지만, 염소가 하는 말은 마녀의 기억 속에는 없는 일이다.

자신의 기억이 진실이라면,

염소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 테고,

염소의 말이 사실이라면,

마녀 자신의 기억 중 일부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일부 지워져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을 때는 직접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다.

기억에도 없는 잠들어 있는 여자 따위 가볍게 무시해 버려도 되지만, 

무시해 버리기엔 역시나 뭔가 찝찝하다.

염소는 잠들어 있는 여성을 다시 소생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지정한 12명의 영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명을 살리기 위해 12명의 영혼을 바쳐야 한다니, 고약한 일이다.

마녀의 망설임을 읽은 것일까.

염소는 감정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 12명의 영혼은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악당들의 영혼이라고.

12명의 악당들이라...

번거로운 일에 앞장서는 취미가 없지만, 

잠들어 있는 여자와 자신의 지워진 기억 사이에 뭔가 연관이 있다면,

기억을 잃어버린 당사자로서는 아무래도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만약 염소가 있지도 않은 일로 자신에게 거짓을 고한 거라면, 

그건 그때 가서 갚아 줘도 늦진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늙은 마녀는 쳇바퀴처럼 매일처럼 반복되던 일상에서 벗어나, 12명의 사악한 영혼들을 수집하기 위한 길고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12명의 영혼을 모두 모은 늙은 마녀는 아무쪼록 무사히 과거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잠들어 있던 여자는 누구이며,

긴긴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마녀에게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까?

위치우드에서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메인 퀘스트는 '12명의 악당의 영웅들을 수집해 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 12명의 악당들의 영혼을 수집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각의 악당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먼저 찾아가야 하고, 

그다음에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여러 NPC들의 요청을 들어주면서, 악당의 영혼을 입수하기 위한 준비 과정을 차근히 준비해야만 한다.

그리고 모든 퀘스트는 연금술을 통한 물약 또는 도구의 제조를 통해서 진행되므로, 연금술을 위한 재료 수집을 위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지역에서는 또 새로운 악당 영혼과 퀘스트들이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다.

즉, 각각의 지역의 세부 퀘스트들을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메인 퀘스트들을 차례대로 클리어해 나갈 수 있게끔, 퀘스트들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인 것이 없다.

앞서 '위치우드'는 연금술을 통한 물약 또는 도구를 제조하여, 퀘스트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해 드렸었다.

그래서 게임 내에서 수시로 연금술을 진행하게 된다.

연금술은 늙은 마녀가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마법서'를 통해서 진행할 수 있다.

게임 초반 '말하는 염소'가 늙은 마녀의 레시피 북을 모조리 뜯어 먹었다는 설정이라 처음에는 레시피 북이 텅텅 비어 있지만, 플레이를 진행하다 보면 종내에는 자연스럽게 마법서의 '마법 도구'와 마법 원료' 칸 모두를 다 채울 수 있다.

게임 내에서 전투 요소는 따로 없기에, 모든 퀘스트는 연금술을 통해서 진행하게 된다.

📌 액션이나 전투 요소가 없는 '아틀리에 시리즈 (연금술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작품이다.

연금술을 통해 제조한 물약이나 제작한 도구들은 독립적으로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다른 연금술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사랑의 묘약' 같은 경우, 마지막 재료인 '바다 기름'은 연금술을 통해서 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즉, 사랑의 묘약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기본 재료 외에도 연금술을 통해서만 제작할 수 있는 특수한 재료인 '바다 기름'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하나의 완성된 아이템을 연금술로 제작하기 위해서, 2차/3차에 걸쳐서 필요한 재료들을 연금술로 제작해야할 때도 있다.

게임 내에서 연금술을 진행해야할 상황이 상당히 잦은 만큼, 위치우드에서는 언제 어디에서나 마법서를 열어서 그 자리에 즉시 연금술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연금술을 하려면 특정 장소나 특정 아이템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타 연금술 게임들과는 달리, 위치우드에서의 연금술은 장소나 도구의 제약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위치우드에는 액션 요소가 없다.

아이템을 찾아서 조합해 사용하는 퍼즐 요소도 없다.

위치우드는 철저하게 '크래프팅'과 '탐험' 중심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다

위치우드에는 최초 시작 지점인 마녀의 오두막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

숲, 들판, 늪, 마을, 시장, 부두, 묘지, 산 이렇게 총 8개의 맵이 구현되어 있는데,

플레이어는 연금술에 사용할 재료 수집을 위해서,

이미 갔던 곳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맵들을 반복해서 방문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번거로운 발품 팔이에 대한 피로도를 줄여 주고자, 위치우드에는 '포털 시스템'이 존재한다.

위치우드의 각 맵 중앙에는 아직 해금되지 않은 포탈들이 하나씩 존재하고 있다.

이 포탈들을 최초 한 번씩만 작동시키고 나면, 

이후에는 포탈을 이용하여 빠르고 신속하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일회용이라서 매번 제작할 때마다 재료가 소비되긴 하지만,

연금술로 제작한 '벽난로 씨앗'을 사용하면 포탈을 통과하지 않고도, 즉시 여러 맵의 관문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포탈 존'으로 이동할 수 있다.

위치우드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다 동화나 우화에서 한 번쯤은 보았음직한 외모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마녀의 오두막 근처에 숨겨져 있던 봉인 장소 속에 잠들어 있던 여성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떠올리게 만들고,

마녀가 수집해야 하는 12명의 영혼들도 폭군 곰, 욕심 많은 황소, 사람들을 현혹시키길 좋아하는 뱀, 황금에 눈이 먼 매, 음흉하고 사악한 거머리나, 간교한 고양이, 빨간 모자를 노리는 늑대 등등,

다양한 우화 작품 속에 등장한 또는 등장했을 법한 캐릭터들이 작품 내에서 저마다 독립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서,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 흥미를 돋우어 준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들은 전형적인 우화의 엔딩 방식인 '권선징악'으로 귀결된다.

결과적으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에 있어서만 차이가 있을 뿐,

악인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과오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는 인과응보 결말은 뻔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 반전 없는 뻔함이 한 편의 동화와 같아서, 나는 이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아이템의 리젠 속도가 빠른 편이기 때문에 초반에는 맵 상에 보이는 연금술 재료들을 모두 다 수집하는 것이 좋지만, 어느 정도 기본 재료들을 적당히 수집한 이후에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이템들은 그냥 지나치는 것이 좋다.

매번 모든 맵 상이 모든 재료들을 다 채집하면서 플레이를 진행하려다간,

'제설 작업 겨우 끝냈는데, 돌아서면 다시 눈이 쌓여 있더라.'라는 어느 젊은 청년의 한 맺힌 절규처럼 ( ...)

채집하고 하고 또 해도, 

조금 지나면 다시 생겨나 있는 아이템들을 수집하느라 퀘스트를 진행하기가 버거워진다.

맵 상에 널려 있는 아이템들은 그만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니, 적당히 모은 뒤에는 그냥 지나치는 지혜(?)가 필요하다.

위치우드는 커다란 하나의 줄거리 속에서 12편의 짧은 우화가 들어 있는 작품이다.

이 12편의 우화들의 엔딩은 최종적으로 메인 스토리의 엔딩으로 이어지면, 위치우드 속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대한 비밀을 풀어 준다.

액션이나 퍼즐 요소가 전혀 없기에, 

컨트롤 중심의 플레이를 즐기시는 분이나, 퍼즐을 푸는 재미를 선호하시는 분들에겐 추천해 드리지 않는다.

위치우드는 순수하게 연금술을 위한 '크래프팅'과 퀘스트 진행 및 재료 입수를 위한 '탐험'에만 집중된 작품이기 때문에, 편안하고 느긋하게 전투 요소가 전혀 없는 유유자적한 크래프팅과 탐험에 집중하고픈 분들에게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이다.

재료 입수를 위해서 발품도 꽤 많이 팔아야 하기 때문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추천해 드리기 어렵다.

그러나 '크래프팅'이라든가 맵을 밝히며,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시는 분들에겐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선사해 드릴 작품이다.

위치우드와 같이 '연금술'을 소재로 하는 비슷한 종류의 작품으로는 앞서 잠깐 언급했던 '아틀리에 시리즈'가 있으며, 국내 인디 게임 중에는 '숲속의 작은 마녀'와 '피피숲의 연금술사'가 있다.

숲속의 작은 마녀는 아직 얼리 액세스 중이라 메인 스토리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고, 피피숲의 연금술사는 엔딩까지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위치우드를 재밌게 플레이하신 분들이라면, '숲속의 작은 마녀'나 '피피숲의 연금술사' 또한 즐겁게 플레이하실 수 있을 것이다.

단 '숲속의 작은 마녀'와 '피피숲의 연금술사'는 2D 픽셀 그래픽이라는 공통점을 가지는 것에 반해,

위치우드는 도트 아트가 적용되어 있지 않은 2D 작품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스토리 측면에서는 '숲속의 작은 마녀'나 '피피숲의 연금술사'에 비해,

'위치우드'가 상대적으로 좀 더 가볍고 발랄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액션이나 퍼즐 요소는 전혀 없지만,

그렇기에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크래프팅 & 힐링 탐험 어드벤처 게임, 위치우드이다.

자, 이제 여행을 시작할 시간입니다.

마녀의 숲을 벗어나 처음으로 너른 세상에 발을 내딛게 되는 늙은 마녀의 여행,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착한 늙은 마녀가 살고 있는 마녀의 숲으로 어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