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s&Guides] [플라워즈~여름 편] 봄 편과 이어지는 봄 편보다 더 나아진 서사
봄과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네 번의 계절,
짧은 것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길기도 한 1년이란 시간 동안,
저마다의 생각과 마음과 감정을 가지고 행복을 맛보기도 때로는 슬픔이나 좌절을 겪기도 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플라워즈' 시리즈.
누누이 말하지만 BL이나 GL 장르에는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런데도 '플라워즈 시리즈'의 잔잔한 서사와 미려한 작화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을 사로잡히게 된다.
'Girl's Love'라는 장르의 특수성 때문에 충분히 호불호는 있을 수 있는 소재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플라워즈 시리즈가 그려나가는 서사는 봄 편에 이어서 여름 편까지도 상냥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가톨릭 계열의 미션 스쿨 '성 앙그레 컴'을 무대로 펼쳐지는 플라워즈의 이야기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하나의 커다란 메인 스토리의 흐름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계절 별로 각기 다른 주인공을 내세우며 서정성 가득한 서사로 플레이어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플라워즈 ~ 여름 편은 7~9월까지의 이야기들을 다루며, 봄 편의 히든 캐릭터였던 '야에가키 에리카'와 7월이 시작될 무렵 성 앙그레 컴 학원에 전학 온 6명의 전학생 중 한 명인 '타카사키 치도리'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봄 편'이 전체 서사에 있어서 도입부에 해당하는지라,
봄 편 스토리 중 거의 5할 이상을 플라워즈 시리즈의 주요 등장인물 및 성 앙그레 컴 학원의 특징을 소개하는데 할애하고 있고,
플라워즈 시리즈의 메인 주인공인 '시라하네 스오우'가 다소 답답해 보일 수도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개인에 따라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봄 편'과는 달리,
'여름'편으로 접어든 플라워즈 시리즈는 스토리 전체를 여름 편의 주인공인 두 인물에게 집중시키며, 여름의 절정과도 같은 강렬함과 또 한편으로는 무더위를 날려주는 듯한 시원한 서사로 상쾌함을 안겨 준다.
봄 편의 메인이었던 '시라하네 스오우'는 여름 편에서는 조연급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여름 편의 모든 엔딩을 해금하고 나면 엑스트라 모드인 '스오우 시점'이 해금된다.
엑스트라 모드인 '스오우 시점'은 야에가키 에리카의 시점에서 진행된 여름 편이 스오우 시점에서는 어떻게 보였는지와 봄 편 엔딩에 대한 의문과 가을 편에 대한 기대감을 심는 '번외' 스토리를 제공하며 여름 편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플라워즈의 시리즈는 아직 현재 진행형임을 강조한다.
선생님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 모두는 '에리카'와 '치도리'를 보고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두 사람'이라고 표현했지만, 정작 이 둘에게 있어서 '서로 닮았다'는 말은 커다란 실례다.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최악의 인상을 가지게 된 에리카와 치도리.
그러나 인생이라든가, 운명이란 건 원래 얄궂기 마련이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기 마련이고, 서로에게 '최악의 인간'이란 이미지를 받은 두 사람은 기가 막히게도 '아미티에'로 엮이게 된다.
'아미티에'는 전원 기숙사제인 성 앙그레컴 학원에서의 기숙사 룸메이트를 의미하는 것과 동시에, 무슨 일을 하든 함께 돕고 협력하는 '단짝' 시스템을 뜻한다.
즉, 동고동락해야 하는 사이란 뜻이다.
'하필이면 이런 애랑, 저렇게 붙임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아볼 수 없는 애랑 아미티에라니.'
에리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자신도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사실에 헛웃음이 났다.
사람들을 멀리하고,
남이 나를 어떻게 보거나, 어떻게 평가하든 신경 쓰지 않으며,
언제나 타인을 대함에 있어 선을 긋고 그 선을 넘어 누군가에게 다가가려 하지도,
반대로 누군가 선을 넘어 다가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 자신.
정말 짜증 난다.
'타카사키 치도리' 같은 인물과 닮았다거나 비슷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니, 정말이지 최악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왜 주변 사람들이 자신과 타카사키 치도리의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하는지도 알 것 같다.
둘 다 인간관계가 형편없다는 점에서는 부정할 말이 없다.
붙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미티에가 마음에 든 건 아니다.
아니, 애초에 에리카는 그 누구도 딱히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당연히 자신 역시 그 누군가의 마음에 들 생각이 없다.
그래도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 것이라고,
함께 생활하며 매일을 함께 하다 보니 붙임성 제로의 '타카사키 치도리'가 첫인상만큼 밉살맞지도, 상종 못 할 인간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에리카는 치도리와 여름이란 계절을 함께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스미듯 물들어 가듯 찬찬히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해 가면서, 진정한 아미티에로 거듭해 나가기 시작한다.
이들의 여름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 풀 더빙
- 플레이 타임 : 20시간 이상
- 메인 엔딩 5개 / 배드 엔딩 5개
- 트루 엔딩은 '연인 엔딩'을 본 이후에 볼 수 있음 (최소 2회차 플레이 필요)
- 연인 엔딩 루트는 마지막 선택지에서 무엇을 고르느냐에 따라 엔딩이 달라짐
- 달리아 엔딩은 치도리의 호감도는 낮추고,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호감도는 높게 유지하면 볼 수 있음
- 배드 엔딩 루트는 추리에 실패하면 볼 수 있는 엔딩
GL 장르의 작품이지만 후반부를 제외하고는 동성애 요소는 거의 없는 편이며,
표현이나 수위도 굉장히 소프트하기 때문에 GL 장르에 대한 면역이 없는 유저들도 '서사 중심의 비주얼 노벨'을 선호한다면 추천해 드릴 수 있는 작품이다.
동성애 관련 부분도 적극적으로 '너 나 좋아해? 나 너 좋아해?' 같은 느낌이 아니라,
상대에게 자신이 품게 되는 감정에 대해서 고민하고,
차마 숨길 수도 지울 수도 없는 감정 앞에서 고뇌하는 등의 감정 표현이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게, 잘 표현되어 있는 작품이다.
과하지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았고,
모자라지 않았기에,
무겁지 않으면서도 소프트하게 GL 작품으로서의 빛을 발한다.
그리고 이번 작품도 역시나 아트 한 장, 한 장이 대단한 작품이었다.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준 아트들은 장면, 장면마다 '아름답다'거나 '어여쁘다 그리고 '감성 가득하다'라는 찬탄을 자아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플라워즈 여름 편은 스토리나 분위기, 그 모든 면에서 여름의 향기와 분위기가 가득한 작품이다.
아직 5월일 뿐인데,
여름은 아직 이른데,
그런데도 낮 기온은 30도에 육박하며 이른 여름이 느껴지는 시기여서 일까?
작품 속 배경이 되는 7~9월의 이야기에서 시간적 거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작품 속에 잘 몰입할 수 있었다.
한여름의 더운 바람을 떠올리게 만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시원한 청량감 또한 함께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라서 좋았다.
봄 편에 이어 여름 편도 20시간 가까이 플레이했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운 플레이 경험이었다.
아름다운 꽃들에 둘러싸여 있는 이 아름다운 학원이 품고 있는 커다란 비밀에 대한 의문은 다음으로 이어질 가을 편으로 넘기면서,
꽉 찬 해피 엔딩으로 큰 즐거움을 선사해 준 '플라워즈 ~ 여름 편~'은 생각지도 못 했던 봄 편의 반전 엔딩에 아쉬움을 느끼셨을 분들에게도 만족감을 줄 작품이라 평하고 싶다.
📌 참고로 봄 편과 여름 편에서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메인 주인공은 다르더라도 봄 편과 여름 편의 스토리는 이어지기 때문에, 플라워 시리즈를 플레이하신다면 꼭 계절 순서대로 봄 -> 여름 -> 가을 -> 겨울 순으로 플레이 하실 것을 추천 드린다.
5월이라 아직은 조금 이르게 느껴지는 여름이지만,
여름에 대한 새로운 기억 또는 추억을 선사해 줄 '플라워즈의 여름'이었다.
To enter a comment Log In Ple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