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s&Guides] [안녕 (Once Again)] 당신의 잊지 못 할 그리움은 누구인가요?
Once Again...
'안녕' 이라는 제목으로 한글 번역된 이 게임은 플레이 타임 1시간 남짓이면 엔딩을 볼 수 있는 짧지만 인상적인 여운을 선사해 주는, 마치 한 편의 감성 드라마와 같은 서사를 보여 주는 감성과 힐링으로 가득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작품은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받았는데, 그 이유가 놀랍습니다.
썸네일에서도 보여지는 것처럼 작품 속 여성 주인공이 흡연을 하는 모습이 작품 내내 등장한다는 이유로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이라고 합니다. ( ...)
폭력적인 장면도, 선정적인 장면도 단 한 컷 없는데, 단지 흡연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청소년 이용 불가' 판정이라니, 과연 이게 맞는 건가 싶습니다.
소재나 스토리 측면에서 평가하자면, 누가 플레이해도 감동 받기에 충분한 좋은 작품인데, '흡연' 장면이 자주 나온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청소년 이용 불가' 판정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기회를 놓칩니다.
그래서 시간을 돌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달래곤 합니다."
라는 인상적인 대사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십 년이 훨씬 넘는 시간을 걸쳐서, 시간 여행을 한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작품의 진행은 웹툰과 같은 감성 가득한 각각의 컷에 약간의 텍스트 스토리가 덧붙여져 있는 형태이고,
여기에 마우스를 움직여 가려져 있는 배경을 밝혀 나간다거나, 사물과의 간단한 상호 작용 등의 방식으로 게임 진행에 동적인 요소를 더하고 있습니다.
작품 내에서 '사진'은 주인공에게 잊지 못 할 소중한 기억과 추억을 담아내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작품 내에서도 초점과 노출 등을 조절하여 사진을 찍는 과정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러한 소소한 조작감이 게임에 대한 몰입감과 함께 재미를 더해 주고 있어, 자칫 정적으로만 진행되기 쉬운 비주얼 노벨 장르 특유의 단점을 잘 커버해 줍니다.
더불어 피아노, 첼로와 바이올린 그리고 호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 내는 선율은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답고 서정적입니다.
'안녕 (Once Again)'은 눈과 귀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셔 주는 감성 가득한 작품입니다.
작품의 주인공인 소년은 이제 겨우 10살입니다.
6월은 아직 여름의 초입에 지나지 않지만 소년은 여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6월 6일은 소년의 생일이지만,
소년에겐 생일도 크게 의미를 가지지 못 합니다.
그저 덥고, 습하고 무더운 여름의 어느 하루일 뿐입니다.
열 살, 그해의 여름도 마찬가지였죠.
아니,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낮잠을 자고 일어난 소년의 눈앞에 작은 초 하나가 꽂혀 있는 조각 케이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이 케이크를 가져다 놓은 건 누구일까요?
소원이라니...
재미없는 장난이에요.
생일날 소원을 빌어서, 정말 소원이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그럴 리 없죠.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오늘은 생일날이고,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생일을 챙겨주고 있다는 사실도 생각보다 꽤 기분 좋은 일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소년은 두 손을 모아, 자신의 소원을 빕니다.
지금 이 순간을 함께할 사람이 있었다면 좋겠다고...
그렇게 소원을 빈 후,
다시 눈을 떴을 때...
소년은 '처음'으로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단발머리에 카메라를 들고 있던 그녀를....
소년으로서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지 않겠어요?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조각 케이를 먹고 소원을 빈 것만으로 전혀 다른 세상으로 순간 이동을 하게 되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어요?
그녀와의 짧지만 인상적이었던 첫 만남 이후, 소년은 거짓말처럼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생일을 누군가와 함께 보내고 싶다던 소녀의 간절한 바람이 만들어낸 꿈이었을까요?
아니면 환상?
그것이 꿈이나 환상이었다면,
어째서 소년의 손에는 그녀가 건네주었던 필름이 쥐어져 있는 걸까요?
이유도 원리도 알지 못 하지만,
소년은 그 이후 천천히 깨닫게 됩니다.
매년 자신의 생일인 6월 6일이 되면,
누군가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조각 케이크를 가져다 두고,
그 케이크를 먹고 나면, 잠깐 동안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요.
소년은 그 이후 생일이 끝나는 순간부터 다음번에 돌아올 자신의 생일을 기다리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생일날에는 그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1년 중 딱 하루...
그녀와 만날 수 있고, 그녀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
'안녕 (Once Again)'은 열 살이었던 소년이 자라서 십 대를 보내고, 성인이 되고,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서 스스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되기까지의 긴 시간들을 매년 6월 6일이라는 날짜에 포커스를 맞춰서 짧고 압축적으로 그려나갑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모든 '만남'에는 '이별'이 있기 마련이에요.
세상에 2가지의 '안녕'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죠.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나누는 반가움의 인사, '안녕'.
그리고 반대로 누군가와 헤어질 때 나누게 되는 작별의 인사, '안녕'.
잔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던 '안녕 (Once Again)' 또한 어느 순간,
준비되지 않은 마지막을 예고하며, 소년에게 그리고 이 작품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에게 인사를 건네옵니다.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들어요.
왜 아름다운 것들은... 소중한 것들은...
아름다운 채로, 소중한 채로 멈춰 있을 수 없는 걸까요?
시간은 어째서 우리의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을 앗아가 버리는 걸까요?
어째서 영원한 것은 없나요?
그런 어린아이 같은 투정에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더군요.
영원할 수 없기 때문에, 영원함을 갈구하게 되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저는... 당신은... 우리는...
함께 할 수 있을 때,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더 많이 최선을 다해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야만 합니다.
정말로 인사를 건네고 싶을 때,
인사조차 건네지 못 함을 후회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고마운 일이 있을 때는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말하기,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사랑한다고 말하기,
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참 많이 보고 싶다고 말하기,
그리고 미안한 일이 있을 때는 미안하다고, 꼭 사과하기.
감정을 내어 보이는 것이 어쩌면 자신의 약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많은 감정들을 참고, 숨기고, 인내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안녕 (Once Again)은 함께할 수 있는 모든 존재들에 대해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게 해 주는 작품입니다.
안녕 (Once Again)은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이자, 추억에 관한 이야기이며, 마지막 인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을 플레이하는 짧은 시간 동안...
차마 제대로 된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 한 채 끝나버린 인연들과 이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내 곁을 떠나간 이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연락이 닿지 않게 된...
한때는 내게 소중했었던 모든 이들이 그들의 삶에서, 자리에서,
충실한 하루를 보내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이 세상 너머의 곳에 있는 그들에게 영원한 평안과 안식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겨울의 한 중간에서, 햇살 눈부신 여름을 만나 보세요.
여러분의 가슴을 따뜻함으로 채워줄, 어른들을 위한 감성 동화, '안녕 (Once Again)'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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