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s&Guides] 소프트한 BL게임, [함부로 소설 쓰지 맙시다]
'함부로 소설 쓰지 맙시다'는 멜론소보로 작가님 원작의 동명의 웹소설 스토리를 기반으로 제작된 2D 비주얼 노벨 게임으로 여성향 타겟의 작품이나, 여성향 게임 유저들 중에서 남성 간의 사랑을 의미하는 BL (Boys Love) 장르를 애정하는 여성향 유저층을 겨냥한 작품이다.
게임 '함부로 소설 쓰지 맙시다'를 제작한 'AK 커뮤니케이션즈'는 2010년부터 BL 코믹스와 웹 소설을 전문적으로 다뤄온 BL 레이블 ‘인디고’에서 파생된 게임 개발팀으로,
지난 7월 15일 ~ 8월 15일 한 달간 텀블벅을 통해서 작품의 개발 상황을 소개하며 펀딩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총 533명의 후원자들의 지지와 관심 속에서 최초 펀딩 목표 금액의 329%에 달하는 3천3백만 원 상당의 펀딩금 모으기에 성공한 후,
지난 11월 18일 국내 인디 게임 서비스 전문 플랫폼 '스토브'와 글로벌 게임 서비스 플랫폼인 '스팀' 및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양대 모바일 마켓에 해당 작품을 동시 출시를 하면서, 야심 차게 유저들 앞에 작품을 내어 놓았다.
제대 후 막 학교로 돌아온 복학생이자 BL 소설 전문 작가인 '한태람'과 그가 조우하게 되는 다양한 개성과 성향의 남성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함부로 소설 쓰지 맙시다'는 스팀 버전의 경우 별도의 연령 제한이 없으며, 스토브 버전은 15세 이용가, 모바일 스토어에서는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은 작품으로 게임 내에 등장하는 최고 수위는 '키스씬'으로 소프트한 BL을 선호하시거나, BL 입문작으로 비교적 가벼운 작품을 희망하시는 분들께서 플레이하시기에 괜찮은 라이트한 작품이다.
주인공인 '한태람'은 여성향 노말 장르에서 '여자 주인공'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메인 캐릭터로 BL 장르에서는 '메인 수' 담당이다.
초중고 동창이자 사촌이기도 한 BL 마니아 '민아'의 영향으로 BL 장르에 심취하게 된 그는 현재는 다수의 BL 작품들을 집필한 경험이 있는 BL 전문 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연히 그의 첫 BL 집필작인 '맛있는 남자 ( ...)'의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소설인 '맛있는 남자'의 주인공 역할에 빙의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라는 설정에서 시작되는 이 작품은 '깨어보니~', '눈 떠보니~', '정신 차려보니~', '전생해 보니~', '환생해 보니~' 와 같은 시리즈들처럼 꽤 전형적인 타 이세계물의 시작과 결을 같이 한다.
공략 캐릭터에 해당하는 '세호'는 태람의 대학 후배이자 같은 문예 창작 동아리 소속인데,
태람과는 BL 장르를 집필한다는 공통점은 있으나 '글의 문체'나 '분위기' 그리고 '추구하는 방향'은 물론이고 성격까지도 서로 전혀 색이 달라 만나기만 하면 사사건건 부딪히며 갈등을 빚곤 한다.
그런 그 역시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나도 선배의 소설 속에 빨려 들어와 버렸습니다?!' 라는 설정 + '눈 떠보니 이세계의 고귀한 왕자님' 설정을 가지게 된 세호는 태람과 함께 현실 세계로 돌아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태람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점점 더 정확하게 인지하게 되는 인물이다.
'프랑'은 '세호'와는 달리 오로지 태람의 소설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캐릭터'로 '신성력을 가지고 있지만, 신을 믿지 않는 이중적인 면모'와 함께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 '미인공' 캐릭터이다.
태람이 '맛있는 남자'를 집필하던 당시에 '미인공' 속성만을 가지고 있는 프랑의 캐릭터성이 다소 밋밋하다고 생각하여 프랑에게 '얀데레 속성'을 추가하였는데,
그 때문에 '맛있는 남자' 속 세계로 오게 된 태람에게 과할 정도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카이란'은 '프랑'과 마찬가지로 태람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궁정 마법사로 '인외족'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요즘 유행하는 '대형견 남친' 성향의 캐릭터라 할 수 있다.
프랑과 카이란은 '태람의 BL 소설, 맛있는 남자'에서 이세계에서 자신들의 세계로 오게 된 남자 주인공과 운명적으로 사랑에게 빠지게 된다는 설정이 더해져 있는 까닭에, 프랑'이 그러했던 것처럼 카이란 역시 태람과 마주치자마자 운명처럼 태람에게 빠져들게 되는 캐릭터이다.
태람의 소설 '맛있는 남자'는 이세계로 오게 된 주인공이 다시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신을 도와줄 동료들을 모으고, 그들과 함께 하는 여행기를 시종인 '아밀'이라는 캐릭터가 관찰자 시점에서 작성해 놓은 이야기로,
'루시아스' 역시 작품 속 주인공이 자신의 여정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만나야만 하는 캐릭터들 중 한 명이다.
직접 공략 가능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작품 내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루시아스'에 대한 소개는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말을 아끼도록 하겠다.
눈 떠보니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있더라 상황만으로도 황당하기 그지없는데 설상가상으로 거대 병아리가 나타나서 말하길,
같은 황당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자신의 대학 후배인 '세호' 마저도 자신과 함께 이 말도 안 되는 소설 속 세상 속으로 끌려들어 온 것을 알게 된 이후,
태람은 지금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 믿기지 않는 모든 상황이 현실이며, 이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거대 병아리의 말대로 앞으로 자신의 취하게 될 행동들을 원작 스토리에 맞출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원작을 작성한 지가 너무 오래가 되어서, 원작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
'맛있는 남자'를 집필할 때는 가상의 세계에서 가상의 캐릭터들을 자유자재로 창조시킬 수 있었던 전지전능한 신과도 다름없는 창조주였지만,
자신의 소설 속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 지금의 한태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고는
남보다 잘 느끼고 (뭘?)
남보다 잘 조일 수 있는 게 (???? 그러니까 도대체 뭘????)
전부다. ( ...)
정말 개떵 같은 능력 같지도 않은 능력이라 할 수 있다. ;;;
과연 이 개떵같은 능력을 가지고 과연 무사히 소설의 엔딩을 완성시키고, 태람은 세호와 함께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것은 지금부터 '한태람'이 되어 버린 '플레이어'의 몫이다.
가벼운 로코물 분위기의 '함부로 소설 쓰지 맙시다'는 총 21개의 챕터를 진행하고 나면, '엔딩'에 도달하게 되는 방식이다.
엔딩은 캐릭터별 해피 엔딩이 하나씩 총 3개에 노멀 엔딩 1개로 총 4개의 엔딩이 구현되어 있으며, 엔딩의 분기는 오로지 '선택지'를 통한 캐릭터별 누적 호감도에만 영향을 받는다.
주인공인 '태람'은 '수'라는 역할에 어울리는 '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격과 여리여리한 미형의 캐릭터로 '후배'인 세호를 대할 때는 때때로 '연상의 형'다운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지만, 대체로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이 잘 드러나는 캐릭터이다.
작품 내 태람의 성향 자체도 '양성애자'에 가깝기 때문에, 극 초반에는 세호와 함께 자신의 BL 작품 속 '메인 수'와 '메인 공'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이내 동성과의 스킨쉽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상황과 감정에 충실한 모습들을 보여 준다.
'함부로 소설 쓰지 맙시다'는 나의 첫 BL 게임 도전작인데, BL 게임과 관련한 생태계와 관련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나로서는 작품 중 수시로 등장하는 BL 전문 용어가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귀축광공' 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서 검색을 좀 해 보았는데,
'귀축'은 사디즘...? 쪽을 의미하는 것인 듯하고,
'광공'은 집착하는 캐릭터를 의미한다고 한다.
즉, 귀축광공은 '메인 수에게 우월적인 위치에서 메인 수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광적으로 메인 수에게 집착하는 캐릭터'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태람의 작품인 '맛있는 남자'의 메인 공인 '키릭 루 페르시안'은 귀축광공일지 모르겠으나, '키릭'을 연기하는 '세호'는 '귀축'이라기보다는 지고지순한 '츤데레 계'였다.
다른 BL 용어들의 경우 이름만으로도 대충 의미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정 용어들이 낯설 수는 있어도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있어서는 전혀 지장이 없다.
매 챕터마다 2~3번 정도 선택지 화면이 나타나곤 하는데, '힌트' 시스템을 이용하면 어느 선택지가 누구의 호감도를 올려 주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공략'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는 작품이다.
단, 풀 프라이스 형태로 판매되는 PC 버전의 경우에는 힌트 시스템이 무료이지만, 모바일 버전의 경우에는 힌트 시스템을 이용하려면 별도의 재화 소비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여, 모바일 버전으로 플레이를 즐기실 분들을 위해, 공략 포스팅 또한 별도로 작성할 예정이다.
'함부로 소설 쓰지 맙시다'의 '엑스트라' 메뉴는 '일러스트'와 '엔딩', '음악'과 '일기장'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일러스트' 메뉴에서는 메인 타이틀 일러스트를 포함한 총 19장의 미려한 일러스트와 '오프닝 영상' 감상을 할 수 있고,
'엔딩' 메뉴에서는 각각의 캐릭터별 또는 노말 엔딩의 스토리를 다시 보는 것이 가능하다.
'음악' 메뉴에는 함부로 소설 쓰지 맙시다'의 OST들이 수록되어 있고,
'일기장' 메뉴에서는 각 챕터별 스토리 요약 및 캐릭터별 호감도 수치 확인이 가능하다.
부분 보이스이긴 하지만 (보이스 출력 구간이 미출력 구간 대비 적은 편이긴 하다),
이주승 성우님 (태람), 박요한 성우님 (세호), 정의택 성우님 (프랑), 김민주 성우님 (카이란)이 더빙에 참여해 주셔서, 플레이하는 동안 중간중간 귀가 즐거운 작품이었다.
작품 전반에 대해 평가를 해 보자면,
나는 BL 작품에 대한 플레이 경험이 이 작품을 제외하고는 전무하기 때문에 BL 작품으로서 평가를 내리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BL' 이라는 장르 한정이 아니라,
'로맨스 요소 중심의 비주얼 노벨'이라는 작품 측면에서 볼 때, '웹소설' 또는 '웹툰'을 기반으로 '게임화'한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아쉬움이 이 작품에서도 보였다.
'웹소설'과 '웹툰'은 호흡이 긴 작품이다.
웹소설과 웹툰처럼 호흡이 긴 장편을 '게임'으로 플레이하기에 적당한 분량의 시나리오로 압축화할 때, 메인 스토리의 기승전결 흐름에 '로맨스'나 게임적인 재미 요소도 더해져야만 게임으로서의 매력이 살아나기 마련인데, 이 부분이 말처럼 쉽지 않다.
재미가 보장된 원작의 ip가 반드시 게임으로서의 흥행을 보장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함부로 소설 쓰지 맙시다'는 소프트하게 즐기기 좋은 라이트한 분위기의 BL 작품으로 작화도 깔끔하고, 오자에 대한 검수도 여러 차례 진행된 것인지 오자도 거의 없었으며, 캐릭터들도 매력적이었지만,
중간중간 스토리가 늘어지는 구간들이 있었고, 굳이 이런 내용들에 분량을 이만큼이나 할애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부분들도 있어서, 이 때문에 종종 루스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러한 느낌은 성공한 웹소설이나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된 타 비주얼 노벨 게임에서도 종종 느꼈던 감상인데, '함부로 소설 쓰지 맙시다'에서도 이런 부분들이 아쉬웠다.
한정된 분량 안에 스토리들을 빠르게 마무리 지어야 하다 보니 엔딩부가 급 마무리된 느낌이 전혀 없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각 캐릭터별 엔딩 및 노말 엔딩이 꽤 깔끔하게 정리되어서 엔딩부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진중하고 진지한 스토리 또는 격정적인 스토리를 선호하시는 유저분들보다는 개그 요소가 더해진 가벼운 느낌의 소프트 BL 플레이를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부담스럽지 않게 플레이 가능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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