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s&Guides] 당신의 눈 앞에 펼쳐지는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 비포 유어 아이즈 (Before Your Eyes) [2]
혹시 살면서 이런 비슷한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나고 나면 모두 다 눈 한 번 깜빡인 것에 지나지 않은 것처럼,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순간의 연속들'이더라는 말.
'Before Your Eyes'가 그랬다.
눈을 한 번 깜빡일 때마다 시간과 공간을 넘고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느 특정 순간들을 보여 주는...
하지만 또다시 눈을 깜빡이면, 성냥팔이 소녀의 타버린 성냥개비와 함께 사라져 버린 환영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어느 시간, 어느 장소의 이야기.
'Before Your Eyes'는 딱히 특별한 조작을 요구하는 작품은 아니다.
그저 마우스를 움직여 클릭만 해 주는 것만으로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장치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눈 깜빡임'이다.
'Before Your Eyes'는 '웹캠'을 이용한 플레이가 가능한 작품이다.
웹캠을 PC와 연결시킨 뒤, 게임을 실행시켜서 웹캠 기능을 켜 주면 간단한 '눈 깜빡임 인지 가능 테스트'가 진행된 뒤, 이후의 게임 진행은 '눈 깜빡임'을 통해서 할 수 있다.
웹캠으로 눈 깜빡임을 인지하긴 하나, 웹캠이 VR과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게임 내에서 각도나 방향의 전환은 시선의 움직임이 아니라 마우스를 움직여 줘야 하지만, '클릭'의 기능은 '눈 깜빡임'으로 대체할 수 있다.
그럼, "웹캠'이 없으면 이 게임의 기능 내지는 진정한 매력을 다 느낄 수 없느냐?" 라고 물어온다면 그렇진 않다.
오히려 게임 내 모든 스토리를 빠짐없이 놓치지 않고 다 보길 선호한다면, 단조로운 진행 방식이긴 하나 웹캠 기능을 끄고 마우스만을 이용해 게임을 진행하는 편이 낫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 글 후반부에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다.
지금은 그저 이 작품은 '웹캠'을 활용하여 '눈 깜빡임'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다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과 반대로 웹캠이 없더라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사실만을 기억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우선 간단히 이 작품의 시놉시스를 살펴보도록 하자.
게임을 시작하면 귀가 한 쪽 밖에 없는 말하는 늑대가 선장인 작은 배 위에서, 1인칭 시점으로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무런 형태가 없는 영혼 상태인 '나'는 불교에서 말하는 '삼도천'과 같은 강을 건너는 중이며,
망자를 실어 나르는 뱃사공으로 보이는 듯한 이 한쪽 귀가 없는 나이 든 늑대는 곧 있으면 도착할 탑의 '문지기'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며, 생전에 대한 기억을 들려달라고 한다.
'나의 이승에서의 삶'이 문지기를 충분히 재미나게 혹은 감동하게끔 만들 수 있다면, 그는 보상으로 커다란 동전을 받을 수 있고 나 또한 '문지기의 도시'로 갈 수 있다고 말하며...
그는 '나'를 택했다고 표현했다.
둥실둥실 강물 위에 떠있는 수많은 많고 많은 영혼들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영혼이라 느꼈다며,
이제 '나'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야 한다.
샤리야르 왕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천일 밤 동안 이야기를 했다는 세라자드처럼, '나'는 눈앞의 늑대와 문지기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아야만 하고, 그 이야기가 그들을 만족시키기만을 바라야 한다.
이것은 '한 사람'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가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부모가 어떠한 사람들이었고, 그가 어떤 사랑을 받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눈을 깜빡일 때마다 시간 아니 기억 속의 장면들은 다시 시간을 건너 뛰어, 다른 시간, 다른 장소를 펼쳐 보인다.
'(게임 속) 나'의 기억이지만 '(실제의) 나'는 알지 못 하는 이야기들을 눈으로 좇으며, '(게임 속) 내가 경험했던 일들'을 마치 어느 영화의 클립 영상을 보는 기분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어린 시절의 내가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에 재능이 있었고, 나의 가족들에게 어떠한 일들이 있었고 그리고 내게는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를 '(실제의) 나'는 그저 담담하게 바라볼 뿐이다.
모든 것은 그저 눈을 한 번 감았다 뜰 동안 진행되고,
다시 눈을 감았다 뜨고 나면 또 다른 새로운 시간대의 기억들이 눈앞에 떠오른다.
그렇게 '나의 인생 전체'를 둘러보는 과정은 빠른 것 같지만 느리게, 느린 것 같지만 빠르게 지나간다.
그래서 이 게임의 무엇이 특별하냐고?
솔직히 겉으로 드러나는 이 게임의 특징들은 무척 평범하고 무난하다.
작화가 수려하지도 않고, 무한의 플레이 타임을 제공해 주지도 않는다.
더욱이 조작 방식도 너무나 심플해서, 게임에서 '재미'나 '보람' 또는 '달성'과 같은 '성취감'을 목표로 하는 분들에겐 이 작품은 아무럼 감흥도 안겨 주지 못 할 지루한 게임일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 작품을 플레이하는 동안 참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 작품을 플레이하는 그리 길지 않은 플레이 타임 동안 유일하게 나를 고민하게 만든 부분이 있다면, 작품 내에서 그리 많지 않은 횟수로 등장하는 '선택의 기로'였다.
이 '선택의 기로' 앞에서 나는 매 순간 고민했고, 어느 선택을 하든 간에 항상 의문이 남았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이후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변하게 되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우리의 인생도 꼭 그렇지 않은가?
인생에는 무수한 선택의 갈림길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때마다 어느 쪽이든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그리고 하나의 결정을 하고 나면, 꼭 가지 않은 그 길은 어떠했을까에 대해서 한 번쯤은 떠올려보게 된다.
만약 그때 내가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내 인생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갔고, 어떠한 모습이 되어 있을까... 라고...
'Before your eyes'를 플레이하는 동안 나는 매 순간 진지하게 선택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지 않은 길을 계속 떠올리며 돌아보게 되었다.
그것이 무척 '인생'과 닮아 있어서 조금 웃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인 그녀, '엘리'.
이 작품에서 '(게임 속의) 나'의 어머니인 '엘리'도 꽤 비중 있는 인물로 다루고 있다.
그녀에겐 재능이 있었다.
활짝 꽃피우진 못 했지만, 그녀에겐 분명 나름의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채 피우지 못 한 그 꽃이 내내 그녀의 마음속에서 '아쉬움'과 '후회', '미련'으로 남아 있었던 것일까?
엘리는 자신이 피워내지 못 한 재능의 꽃을 그녀의 아이에게서 발견하고 기뻐한다.
자신이라면 아이의 재능을 최고로 이끌어낼 수 있고,
아이 또한 자신과는 달리 그 재능을 충분히 갈고닦으며 키워내어, 마음껏 펼쳐나갈 수 있으리라고,
그렇게 만들겠다는 또 하나의 '희망'이자 '목표'를 만들게 된다.
그러나 아이에겐...
모든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세계'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아이의 작은 세계는 아이가 자라남과 함께 커지고 넓어진다.
부모는 자신의 세계를 혹은 자신이 바라 마지않았던 세계를 아이에게 덧씌우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가 자신만의 세계를 자신만의 색채와 경험 그리고 감성으로 물들이고 확장시켜 나갈 수 있게끔 지지해 주어야만 한다.
그렇기에 부모의 '기대'가 때로는 아이에게 있어서는 '강요'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아이의 '자유 의지에 따른 선택'이 부모의 시각에서는 '반항'처럼 보일 수도 있다.
우리 모두는 안타깝게도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 현생 1회차이기 때문에,
자식일 때에도 부모가 되어서도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한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짧은 작품에서 참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난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서, '인생에 있어서 선택의 중요성'이나 '부모와 자식의 갈등'과도 같은 비교적 흔한 소재를 바탕으로 이 작품이 교훈을 주고자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섣부른 판단을 내렸었다.
그러나 이 작품의 결말부는 그런 나의 성급한 예상을 완전히 뒤엎으며, 생각지도 못 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그 엔딩이 어땠냐면...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작품을 직접 플레이하며 감상하시고픈 분들을 위해서 아껴두도록 하겠다.
자, 그럼 이제 다시 이 글 초반부에 언급했었던,
'게임 내 모든 스토리를 빠짐없이 놓치지 않고 다 보길 선호한다면, 단조로운 진행 방식이긴 하나 웹캠 기능을 끄고 마우스만을 이용해 게임을 진행하는 편이 낫다.'
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다.
'비포 유어 아이즈'는 느린 템포의 작품이다.
하나의 대사가 끝난 뒤 다음 대사가 나오기까지 텀도 약간씩 있는 편이어서, 속도감 자체는 느릿느릿한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눈을 깜빡이면, 다음 시간대로 이동한다.'는 말을 했었다.
그 말인즉슨 한창 이야기가 나오는 중 한 번이라도 눈을 깜빡이게 되면, 앞선 장면의 대화가 다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음 시간대로 넘어가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대사가 끝날 때까지 눈을 감지 않고 유지하려 하다 보면,
울고 싶지 않은데도 자꾸만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
눈 안감기 기네스북 타이틀 보유자 내지는 눈싸움 대회 월드 챔피언십 수상과 같은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이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대사들을 눈 깜빡임 없이 놓치지 않고 진행하기란 어려움을 넘어 고문에 가까울 것이다. ( ...)
그렇기 때문에 '나는 게임 내 모든 대사를 빠짐없이 읽고 싶다!', '이 게임 내 스토리와 관련된 그 어떤 내용도 놓치고 싶지 않다!' 라고 하신다면,
웹캠을 통한 눈 깜빡임 진행 방식보다는 단조롭더라도 '마우스 진행'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하시는 쪽을 추천해 드린다.
게임 내에서 시선 외부로 인식되는 '검은 공간'들이 많은데 검은 공간을 보고 있는 상태에서 눈을 깜빡일 때는 '눈 깜빡임'이 게임 진행에 영향을 끼칠 수 없게끔 설계해 놓았다면,
이 참신한 '눈 깜빡임' 방식의 진행 방법이 더욱더 효율적이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을 텐데, 눈을 감으면 무조건 이야기의 시간대도 건너뛰어 버리게 된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아쉬움에 대한 부분을 의도'하고 일부러 이렇게 개발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눈을 깜빡이지 않고 있는 동안만큼은 시간을 잡아둘 수 있지만,
그 어떤 시간도 영원히 잡아둘 수는 없는 법이니까.
살아 숨 쉬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영원히 눈을 감지 않고 살 수는 없는 것처럼,
시간 또한 내가 원한다고 해서 원하는 만큼 영구적으로 잡아둘 수도 멈춰둘 수도 없다는 것을...
그저 내게 주어진 시간 내에서 최선을 다해서 붙잡으려 노력해 볼 수는 있지만,
그조차도 영원할 수 없고, 지나고 나면 '찰나의 순간'과 다름없음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의 플레이를 시작할 때 '작품의 제목'을 배경으로 한쪽 귀가 없는 늑대가 이렇게 말한다.
그건 게임 속의 나인 '벤자민 브린'에게 하는 말임과 동시에,
현실 속의 내게 해 주는 가볍고 부드러운 충고 같기도 했다.
기를 쓰고 대사 한 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굳이 두 눈을 충혈시켜 가면서 😆,
또는 편안한 눈으로 플레이하기 위해서 마우스 중심의 플레이를 즐기기보다는..
놓치는 것은 놓치는 대로...
아쉬운 것은 아쉬운 대로...
흘려보낸 것은 흘려보내면서,
그렇게 그냥 이 작품을 즐겨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비포 유어 아이즈는 잔잔한 작품이다.
플레이 타임이 길지도 않다.
그 길지 않은 시간 속에 한 사람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놀라운 반전 엔딩을 보여 준다.
그러니 나는, 우리는 그저 편안히 짧은 영화를 감상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이 작품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보고 듣고 느끼고 감상하며,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 흘러가면 된다.
인생에 대한 전혀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특별한 이야기를 전해 주는 작품, 'Before Your Ey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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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의 의도를 느껴보고싶어서 눈깜빡임으로 플레이했고 재미있었지만
눈물과 재채기가 나오는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저는 재채기는 없었지만,
눈을 감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 보니 눈이 꽤 아팠어요. 😭
저도 모르게 눈을 깜빡여서 '앗! 지금 감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하는 순간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 버려서 당황하기도 했었지만,
아직도그겜하니님의 말씀처럼 저 또한 이 작품을 재미나게 플레이했답니다. 🙂
1회차는 가볍게 눈 깜빡임 방식으로 진행하고,
2회차는 눈 깜빡임 기능 대신 마우스만을 이용해서 게임을 진행한다면,
이 작품만의 묘미도 즐기고, 게임의 스토리도 속속들이 잘 확인할 수 있어서 좋을테지만...
이미 이 작품의 엔딩을 한 번 보고난 유저들에게 있어서,
1회차 때 보지 못 했던 대사들을 보기 위해서 다시 2회차 플레이를 진행할 정도로 강한 동기 부여가 되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반전이 꽤 임팩트가 있는 작품인데,
이미 그 임팩트를 알고난 이후에는...
멀티 엔딩의 작품이 아니다 보니 2회차 플레이에 대한 의욕이 급감하게 되니까요.
어느 방식이든 본인의 스타일에 맞춰서 플레이하면 1회차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덧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도그겜하니님.
11월의 남은 날들도 늘 좋은 일들만 가득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