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어드벤처 게임] 플래그테일 레퀴엠 [4]
'플래그테일 레퀴엠'은 2019년에 발매된 전작 '플래그테일 이노센스'의 후속편으로 페스트가 창궐하던 당시 역병의 중심에 있었던 한 남매의 비극적인 운명에 대한 스토리를 굴곡 지면서도 깊이감 있는 서사로 풀어내고 있는 잘 만들어진 3D 3인칭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총 16개의 메인 챕터와 1개의 에필로그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전작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제작된 후속작이지만 전작의 스토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플레이를 진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플래그테일 레퀴엠'의 훌륭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푹 빠져서 엔딩까지 정말 재미나게 플레이한 작품이다.
전작의 스토리를 알고 플레이했더라면 전작과 비교하여 달라진 부분이나, 발전된 부분들을 비교하며 플레이하는 재미도 분명 있었을 테지만,
후속작을 먼저 플레이한 나는 '레퀴엠'을 통해서 '플래그테일' 시리즈만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고, 동시에 전작과 추후 제작 & 출시될 차기작도 반드시 플레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작 '플래그테일 이노센스'의 공간적 배경인 '기엔'에서 무사히 탈출하는 것에 성공한 '드 룬'가.
전작에서 아버지를 여의긴 했지만 연금술사인 어머니와 그녀의 제자인 루카스, 그리고 전작과 이번 작의 주인공인 장녀 '아미시아 드 룬'과 아미시아의 남동생 '휴고 드 룬'은 모처럼 평화로운 한때를 맞이하게 된다.
'우연'과 '오해'가 겹쳐지면서 작품 초반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아미시아의 활약으로 무사히 고위 연금술사 '마지스터 바우딘'이 살고 있는 마을에 도착하게 되는 드 룬 일가.
그들이 마지스터 바우딘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온 이유는 단 하나다.
드 룬 가의 막내인 '휴고'의 몸속에 흐르고 있는 '모반'의 저주를 풀어내기 위해서이다.
'모반'.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작에서 '모반'에 대해 어느 정도로 상세하게 언급이 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번 작인 '레퀴엠'에서 풀어 놓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여 스포일러가 없는 선에서 설명을 해 보자면,
휴고는 태어날 때부터 '모반'을 가지고 태어났고,
휴고가 자라는 동안 휴고 안의 모반도 함께 자라 점점 더 휴고의 정신과 신체를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휴고의 몸속에 자리 잡고 있는 모반은 휴고의 기분이나 감정에 동화하여, 휴고가 극도로 불안정하거나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무시무시한 쥐 떼를 불러낸다.
쥐 떼.
그렇다.
'플래그테일 레퀴엠'은 14세기 말 유럽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페스트'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페스트의 중심에 '모반'과 그 모반을 품고 있는 '한 소년'이 있었으며,
당시 죽음을 몰고 다녔던 쥐 떼들을 단순히 '질병'을 전달하는 매개체로서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인간마저도 먹이로 삼아 닥치는 대로 눈에 보이는 모든 생명체들을 집어삼켰던 무시무시한 괴물로 표현하여 극적인 긴장감과 공포감을 한껏 이끌어내고 있다.
좋든 싫든,
휴고가 가는 곳에는 쥐 떼들이 창궐했다.
드 룬 일가는 휴고를 괴롭히며 휴고의 목숨을 소리 없이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 모반을 없애기 위해서, 유서 깊은 연금술사 조직 '오더' 소속의 상위 연금술사 마지스터 바우딘에게 휴가의 치료를 부탁하고자 그를 만나러 온다.
그러나 누나인 아미시아는 바우딘의 강경한 치료 방식에 반대와 우려를 표하며, 휴고의 몸속에 깃든 모반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오더'나 '마지스터 바우딘'에게 의지하기보다는 근간에 휴고가 반복적으로 꾸고 있는 '꿈속의 섬'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한다.
꿈속의 섬.
그랬다.
휴고는 계속해서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꿈속에서 휴고는 항상 어느 낯선 섬의 해변가에서 깨어나고,
깨어난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붉은 깃털을 가진 커다란 새를 따라 그 섬의 깊은 곳으로 정처 없이 걸어들어가면, 커다란 나무 한 그루와 연못이 있는 한 장소에 도달하게 된다.
그 연못에 손을 담그면 마치 마법처럼 휴고의 전신을 장악하고 있던 모반이 조금씩 사라져 가기 시작하며, 휴고는 자신이 신비한 연못의 힘으로 인해 치료되었음을 깨달으며 꿈에서 깨어나게 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늘 그와 같은 내용의 꿈을 반복해서 꾸는 휴고.
휴고는 자신이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는 데에는 분명히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이며, 그 꿈속의 섬이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그곳에 가게 되면 모반도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된다.
'플래그테일 레퀴엠'은 어린 휴고의 몸에 점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는 모반을 제거하기 위한 여정을 다루고 있으며,
'모반'에 관한 단서나 '모반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 산을 넘고,
강을 지나,
들판을 건너고,
바다를 건너기도 한다.
시시각각 목숨을 노려오는 적들과 몰려오는 쥐 떼들로 인해서 몇 번이나 목숨을 잃을 뻔하지만 긴긴 어둠을 지나 맞이한 아침과도 같은 새로운 도시와 새로운 마을의 밝고 따사로우며 즐겁고 행복한 기운들로 가득한 낮의 분위기는 길고 긴 여정에 지친 '드 룬' 일가에게도 잠시나마 '휴식'과 '안정'을 가져와 준다.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너무나 예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나조차도 이 평화로움이 영영 깨어지질 않길, 이대로 드 룬 남매에게 꽃길만이 펼쳐지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플레이를 진행했었다.
그러나 나의 바람과는 관계없이 '플래그테일 레퀴엠'의 스토리는 점점 더 어둡고 무거운 진실을 향해서 거침없이 달려가며, 플레이어의 눈과 귀와 온 신경을 이 작품이 내어 놓을 엔딩에 집중하게 만든다.
마치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작품의 스토리였다.
플레이를 하는 동안 쭉 궁금했다.
과연 '플래그테일 레퀴엠'이 내어 놓을 결말은 어떤 모습일까? 하고.
동화처럼 '그리고 그 후로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와 같은 해피 엔딩일지 아니면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 가득한 비극적인 암흑 엔딩일지...
종장부로 향해 가는 동안에도 잘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쩌면 머리로는 답을 알고 있었지만, '아닐 거야, 아닐 거야.'를 외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서사는 이런 것이다.'를 제대로 보여 주는 작품이었다.
'플래그테일 레퀴엠'은 게임으로서의 조작의 묘미도 좋았고, 영화와도 같은 서사가 인상적인 잘 만들어진 수준급의 작품이다.
하지만 이런 '플래그테일 레퀴엠'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옥에 티라 할 수 있는 '버그'들이 작품 내에 몇 곳 존재하고 있다.
현재 2회차 진행 중인데,
2회차에서도 1회차와 똑같은 지점에서 동일한 버그들이 나타났고, 해결법도 1회차 때와 비슷한 방식을 적용해서 해결했다.
메인 스토리 진행과 관련된 버그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버그 패치가 시급한 부분인데, 이런 꽤 치명적인 버그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워낙 게임 자체가 재미나고 스토리 구성이 뛰어나다 보니 스팀에는 계속 호평이 쌓여가는 중이다.
이렇게나 기구한 인생의 남매라니...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 한 장면까지도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 하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진 매력적인 작품이다.
'플래그테일 레퀴엠'은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작품이지만 '잠입'의 묘미가 좀 더 강조되는 '잠임 액션 어드벤처'의 작품이다.
나는 이런 '잠입 액션 어드벤처' 계열의 작품들은 그다지 많이 플레이해 보지 않아서, 플레이 전 걱정이 앞서기도 했는데 (워낙 발컨인지라...)
친절하게도 난이도 설정이 가능하여서 가장 쉬운 난이도인 '스토리' 난이도로 플레이를 진행하였더니, 15장에서의 보스전을 제외하고는 트레이너 도움 없이도 엔딩까지의 클리어가 가능했다.
(15장의 보스전은 날렵한 컨트롤 조작을 힘겨워하는 내게는 상당히 버거웠다. 😭)
'스토리 난이도'도 진행이 좀 더 수월하고 편할 뿐, '잠입' 요소의 매력은 잘 살아있기 때문에 '스토리 난이도'는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게임 플레이 중에도 언제든지 자유롭게 난이도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게임 시작 시에 난이도를 두고 너무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적당 마음이 가는 난이도로 플레이를 시작한 뒤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신에게 좀 더 적합한 난이도로 변경하면 된다.
1회차 게임을 완료하고 나면 '모든 고문서'와 '업그레이드' 그리고 '스킬'을 고스란히 가진 채로 'New Game+'를 진행할 수 있다.
더불어 1회차 완료 보상으로 '오더의 석궁'도 얻을 수 있어서, New Game+는 좀 더 편하고 간지나게(?!) 2회차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굳이 2회차를 플레이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
이 부분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달라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플래그테일 레퀴엠'에서는 '코덱스 (고문서)'라는 메뉴에서 게임 플레이 중 입수 가능한 '휴고의 컬렉션'과 '기념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1회차 플레이를 마치고 나니, 모으지 못 한 휴고의 컬렉션과 기념품들이 꽤 있다.
그래서 현재 2회차를 진행하면서 모으지 못 했던 '휴고의 컬렉션'과 '기념품'을 수집하고 있다.
현재 2회차 챕터 10을 진행 중인데, 휴고의 컬렉션 1개와 기념품 2개를 제외한 나머지 코덱스는 모두 수집한 상태이다.
또한 New Game+ 클리어에 성공하고 나면, '백작의 석궁'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컬렉션 해금에 진심인 유저들에게는 New Game+에 대한 플레이 욕구를 높여 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붉은 처녀 석궁'은 3,300원에 구입 가능한 DLC 한정 아이템이다.
이 3,300원 DLC에는 붉은 처녀 석궁 외에 아미시아의 머리에 장식할 수 있는 꽃이 13종류 추가되며, 게임 초기에 장비를 개선할 수 있는 금속 조각과 도구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미 New Game+에 진입한 유저에겐 큰 의미가 없는 아이템들이기 때문에, 만약 이 DLC를 구입하고자 한다면 1회차 시작 전에 선 구매 후 게임을 진행하시기를 권해 드린다.
여러모로 감탄이 나오는 작품이었다.
플레이하는 내내 작품 속의 낮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이 나왔고,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챙기는 드 룬 남매의 절절한 남매애에 감탄이 나왔으며,
가혹하리만큼 이 남매를 극한의 상황으로 사정없이 몰고 가며,
끝없이 좌절과 절망을 안겨 주는 다이나믹한 스토리와 절망의 끝에서도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드 룬 남매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로잡혔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을 정도로 내게 이 작품은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잠입의 요소도 제한된 아이템을 활용하여 공격을 진행해야만 하는 액션으로서의 요소도 좋았고,
한차례의 액션 구간이 지나가고 나면 주변 지형과 아이템을 활용하여 문제들을 해결하여 길을 찾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퍼즐 요소까지도 잘 구성되어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스토리...
스토리가 정말로 인상적이다.
손을...
어린 휴고와 손을 잡고 다니는 시간들이 좋았다.
전작을 플레이해 본 적이 없기에, 내게 있어서 '휴고'라는 완전히 낯선 캐릭터였다.
'플래그테일 레퀴엠'을 통해서 처음으로 '아미시아'와 '휴고'를 만났다.
그러니까 휴고라는 캐릭터는 나에게 있어서 완전히 낯선 아이였다.
그런데도 '아미시아'가 되어서, 어린 '휴고'의 손을 잡고 산과 들을 다니는 것이 즐거웠다.
이 작은 아이를 지켜줘야겠다는 마음이, 지켜줘야만 한다는 마음이 어느 사이엔가 내 안에서도 움텄다.
그래서일까?
그 작은 손은 절대로 놓고 싶지 않은 손이었다.
절대로 놓아서는 안 되는 손이었다.
게임 진행을 위해서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을 때에는 제일 먼저 쪼르르 달려와 손을 잡는 모습이 좋아서, 그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꾸만 웃음이 났다.
게임상의 설정은 남매였지만, '휴고'는 내게 있어서 '자식'같았고, '아들'과도 같은 느낌의 캐릭터였다.
한 세계의 운명이 이 작고도 어린아이에게 달려 있다니, 이 얼마나 잔혹한 운명의 장난인가.
이 무겁고도 가혹한 자신의 운명을 너무나 일찍 깨달아 버린 이 아이는 먼저 제 누이를 위로하며 다독일 수 있을 정도로 철이 들어 있었다.
그것이 참 마음 아팠고, 슬펐다.
'플래그테일 레퀴엠'은 에필로그에서 차기작의 제작을 암시했다.
이다음에 이어질 이야기가 언제쯤 다시 이어지게 될는지, 어떻게 이어지게 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시리즈의 차기작을 손꼽아 기다리겠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어떠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든 간에, 이 모든 이야기의 완벽한 결말을 확인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플래그 테일 : 레퀴엠'은 작품 속 비극으로 가득한 시대 속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모든 가여운 넋들을 기리는 '진혼곡'이다.
서사 중심의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 플레이를 즐기시는 유저분들께 적극적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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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똑똑.............. 감동...이네요.....
안녕하세요, Dr아라레님.
제 글을 봐 주셔서 감사하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하고, 덧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
11월도 벌써 절반이 지나가 버렸는데,
11월의 남은 날들도 늘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고, 일교차 큰데 건강에도 유의하세요! 🤗
이번 리뷰 작품도 스토리 가중심이 되는 작품이군요
플래그테일 레퀴엠은 스토리도 무척 재미나는 작품이긴 하지만 플레이하는 재미도 좋은 작품이라서,
플레이 중심의 플레이를 즐기시는 게이머분들께서도 난이도 조절을 통해서 충분히 지루함 없이 게임 진행을 즐기실 수 있는 작품이라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
일교차 큰데 건강에 유의하시고, 10월의 남은 날들도 좋은 일들만 가득하세요, 정어리MK2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