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식 공포 게임] The Death (Than Trung)
'The Death'는 플레이 예정에 없던 게임이었다.
그런데도 이 작품을 플레이하게 된 이유는 출시와 동시에 놀랍도록 빠르게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쌓아가는 것이 신기해서였다.
* 현재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출시 초반 며칠 동안은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제작된 이 게임은 'Than Trung (어떻게 읽는지 모르겠???) = The Death)' 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3인의 베트남 개발자분들이 제작한 인디 공포 게임이다.
베트남 현지 내에서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국내에는 이 작품의 출시를 앞두고 이렇다 저렇다 할 소식이 없었다.
그런데 출시와 동시에 인디 게임치고는 드물게 빠른 그러면서도 높은 수치의 '압도적 또는 매우 긍정적' 평가를 쌓아가고 있는 이 '죽음'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품에 관심이 생겼다.
거기에 '심리적 공포'라는 태그도 이 작품을 플레이해야겠다고 결심하는 데에 있어 한몫했다.
나란 쫄보가 숨고 도망치고 해야 하는 '생존 공포 게임'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단순히 'Jump Scare'와 '분위기'로 승부수를 띄우는 '심리적 공포'라면 쫄보인 나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 글은 'Than Trung'의 3가지 엔딩을 모두 본 이후에 작성하는 글이며,
'Than Trung'의 플레이 타임은 헤매지 않고 막힘없이 플레이를 진행한다면 1시간 30분 ~ 2시간 이내로도 엔딩을 보는 것이 가능하지만,
진행 중 헤매거나 조심스럽게 플레이를 진행하는 쪽이라면 대략 2시간 30분 ~ 3시간 정도에 엔딩을 볼 수 있다.
엔딩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한국인에겐 호불호가 충분히 갈릴 수 있을 만한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이 작품에 대한 '시놉시스'부터 먼저 소개한 이후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Than Trung' 은 20년 전 일가족 세 명이 사망한 비극적인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한 집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작품의 프롤로그에서는 한 여성이 '문제의 그 집'에서 피투성이의 낯선 여인의 피투성이의 알몸 상태로 누군가에게 질질 끌려가는 끔찍한 장면을 보여 준다.
프롤로그에서 보여준 장면이 어떤 상황이고,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작품은 1장으로 이어지며, 1장에서는 한 남성이 또다시 이 집으로 이사를 오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모두가 꺼려 하는 집.
아무도 이사 오길 원하지 않는 귀신 들린 집에 굳이 이사를 온 이 남성은 이 집으로 이사를 온 이후로 자주 끔찍한 악몽을 꾸곤 한다.
그러던 어느 억수처럼 비가 쏟아지던 저녁에, 남자는 이 집에 갇혀 버리게 된다.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갇혀 버리고 만다.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는 없는 초자연적인 뭔가가 또는 어떠한 현상이 남자가 이 집에서 나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단단한 쇠사슬들이 마치 현관문을 봉인하기라도 하듯 막고 있었는데, 남자가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쇠사슬은 잘라내거나 끊어낼 수가 없다.
불행 중 다행이라 할 만한 사실이 하나 있다면 (하지만 과연 이걸 '불행 중 다행'이라 표현해도 되는 걸까?),
이 건물의 1층 창고에 거주하고 있는 노인이 말하길, '인간의 손가락'과 '치아' 그리고 '약간의 머리카락'을 가져온다면, 이 집에서 나갈 수 있게 도와주겠단다.
인간의 손가락과 치아 그리고 머리카락을 요구한다니,
머리카락이야 그렇다 쳐도 손가락과 치아라니...
농담이지?
설마 정말로 사람의 손가락과 치아를 원하는 건가?
하지만 현재 이 집에서 뭔가 초자연적인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고, 노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조인은 이 집을 나갈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러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일단 지금은 노인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이후 주인공인 남자는 이 저주받은 건물 내부를 조사하고 탐색하는 동안 현실과 환상, 현재와 20년 전의 기억을 오가며, 과거 이 집에서 일어났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의 진실에 한 발자국씩 접근하게 된다.
이 집이 남자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진실은 무엇인가?!
그리고 남자는 과연 무사히 이 집 전체를 뒤덮고 있는 죽음의 기운을 걷어내고 무사히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1. 컨트롤러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런 3D 1인칭 시점의 게임들은 컨트롤러로 조정하는 것이 편한데, 컨트롤러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2. 한글을 지원하지만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번역기의 결과물이 검수 없이 게임상에 그대로 출력되고 있어서, '한글'이 지원됨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를 완벽하게 파악하는 데에 무리가 있다.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이해가 가능하다.)
3. 게임을 시작하면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잘 파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좌측 상단에 다음에 해야 할 일을 퀘스트처럼 알려 줄 때도 있지만, '이제부터는 알아서 하길.' 같은 느낌으로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을 때도 있어서, 그럼 집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스스로가 답을 찾는 수밖에 없다.
맵 자체가 큰 편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다 보면, 플레이 타임이 긴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치는 부분들이 있다.
4. 이동 속도가 느리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빨리빨리' 좋아하는 성격의 한국인이라, 이동 속도 느린 게임들 접하면 게임하는 내내 답답함을 느껴야만 했다.
5. 위에 컨트롤러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키보드의 키 배치' 또한 불편한 부분이 있다.
인벤토리 키는 I 저널 키 J인데,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서 사용하고자 한다면 I 키를 눌러서 인벤토리를 연 다음, 아이템을 선택하고 'F'키를 눌러야 한다.
마우스도 함께 사용하는 게임인데 I와 J 키 때문에 마우스를 사용하던 중에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I나 J 키를 눌러주어야 하고,
아이템을 사용할 때는 F 키, 아이템을 그 자리에 놓아둘 때는 E 키를 눌러 주어야 해서, 키 배치에 대한 편의성이 떨어진다.
6. 프롤로그와 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7. 트루 엔딩과 배드 엔딩은 5장에서 노인의 방에 진입하기 전까지 5개의 인형을 다 모았는지, 그러지 못 했는지에 따라서 나뉜다.
8. 시크릿 엔딩은 1장에서 바로 진행 가능하기 때문에, 가급적 시크릿 엔딩부터 본 이후에 본 게임을 진행하는 쪽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5장까지의 플레이를 모두 마치고 난 뒤에 시크릿 엔딩을 진행하게 되면, 해금되어 있던 2~5장까지의 내용이 다시 비해금 상태로 돌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
'Than Trung'은 3층으로 구성된 건물 (2개의 창고, 2개의 화장실, 1개의 다용도실, 5개의 방, 1개의 옥상, 1개의 정원)을 돌아다니면서,
건물을 빠져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찾고,
그 과정에서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서도 알아가게 되는 퍼즐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갇힌 공간을 빠져나가기 위해서 제한된 공간을 반복해서 탐색하며, 탈출에 도움을 줄 만한 아이템들을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방탈출 게임'에 가까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탐색해야 할 곳이 많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선형적 구성'의 작품이기 때문에 스토리의 진행도에 따라서 진입 가능한 곳과 불가능한 곳이 확연하게 나누어진다.
즉, 이동 가능하고 접근 가능한 범위 내의 공간 위주로 탐색과 조사를 진행하면서,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접근 가능한 공간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방식이다.
'공포감 정도'에 대해서 평가해 보자면, 어둡고, 무겁고, (어디까지나 기분상일 뿐이지만) 진득진득한 느낌마저 드는 분위기의 작품으로 작품 곳곳에 'Jump Scare' 요소가 더러 있다.
그렇지만 생각만큼 무섭지는 않다.
분명 '깜놀!' 요소가 있긴 하나, '스치듯 안녕!' 같은 느낌으로 '확! 스르륵~' 느낌으로 나타났다가 이내 곧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놀라려 하면 이미 상황이 끝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
그래서 분명 '무서울 만한 장면들'이 있긴 한데 무섭다고 느끼기도 전에 상황이 종료되어 버리기 때문에, 나 같은 쫄보도 엔딩까지 크게 무서움 없이 플레이할 수 있었다.
게임 시작 초반에는 어디서 뭐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잔뜩 긴장하면서 플레이를 했었는데,
막상 플레이를 진행하고 나니 "아, 이 작품 정말 '심리적 공포' 태그에 딱 맞는 작품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는 크게 긴장하지 않고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었다.
글 초반에 '한국인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만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 이유는 바로 '번역' 때문이다.
'Than Trung'은 6,500원 2~3시간 정도 집중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는 너무 무섭지도, 어렵지도 않은 적당한 긴장감과 다소 쉽기까지 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평이한 수준의 작품이다.
하지만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고, 게임 진행 자체는 재미가 없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꽤 집중력 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가격 대비 잘 만들어진 심리적 공포 게임이다.
문제는 번역이 기계 번역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하는 바람에, 한국인으로서는 스토리에 대한 이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최대 단점이다.
아마 이 작품을 원어인 베트남어로 플레이하시는 분들이라면 가격 대비 스토리도, 작품의 재미도 만족스러운 작품일 것이라 생각한다.
영어로 언어 변경을 하여 플레이해 보진 않았기에 영어의 번역 품질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글 번역은 '알아는 먹겠으나, 알아만 먹겠다.' 딱 그 느낌이다.
가격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가볍게 즐기는 공포 게임으로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트루 엔딩의 엔딩부의 마무리가 생각보다 영 시원찮은 느낌이라, 플레이를 마친 뒤 '엔딩'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공포 게임 플레이를 잘 못하는 초심자들이나 나 같은 공포 게임을 좋아하지만 '쫄보 심장'을 가지고 태어난 이들이 플레이하기에 적당한 게임이다.
작정한 듯한 공포, 숨 막히는 긴장감, 게임이지만 정말로 목숨을 위협받는 듯한 긴박한 플레이를 즐기시는 분들에겐 지루할 게임이다.
'공포 소설 같은 건 잘 읽는데, 직접 조작해야 하는 공포 게임 플레이는 못 하겠어. 😭' 하시는 분들이 '공포 게임' 입문용으로 하기에 적당한 공포 수준인데...
번역률이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형편없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추천을 하기에는 확실히 다소 애매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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