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의 노트] 반나절 간의 추리를 반복하는 타임 루프 수사 게임
'야누스의 노트'는 다양한 보드게임들을 제작하거나 해외 여러 보드게임들을 번역하여 국내에 판매해 온 '딜라이트'의 첫 번째 PC 게임 도전 작품으로,
지난 5월 26일부터 6월 21일까지 대략 한 달이라는 펀딩 기간 동안 총 417명의 후원자들의 후원 참여로 목표 금액의 246%에 달하는 7백4십만 원 상당의 금액 모금에 성공한 뒤, 지난 8월 5일 스팀을 통해서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 작품이다.
2D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야누스의 노트'는 스토리 중심의 어드벤처 게임이라기보다는 '방탈출 요소'에 약간의 스토리가 곁들여진 수사물이라 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작품 내 스토리 볼륨은 상당히 짧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의 재미는 '스토리'에 있다기보다는 '저택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어떠한 방식으로 단서와 증거들을 수집하느냐'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유명 건축가 '리암'이 되어서, 에단 후작의 저택 안을 둘러보는 것으로 플레이를 시작하게 된다.
저택 확장을 위해서 '건물의 상태와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하였다.'라는 게임상 목적성은 존재하나, 플레이어는 정확히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1일차 탐색으로 게임의 분위기를 익히게 되는데, 바로 이 '1일차'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야누스의 노트'는 사건의 진상을 완전히 파악하게 될 때까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에 해당하는 반나절이라는 시간을 무한히 반복해야만 하는 타임 루프물이기 때문이다.
에단 후작의 저택에는 에단과 그의 아내 제인 그리고 어린 아들 다니엘 및 저택의 사용인 4명이 함께 거주하고 있는데,
사용인들을 살펴보면 연륜 있는 유능한 집사인 루이스와 싹싹한 메이든 소피아, 요리사 앨리스와 저택 내 잡다한 일들을 도맡아 하고 있는 시종 카일이 바로 그들이다.
게임은 저택에 도착한 리암에게 에단 저택의 사람들이 각자 자기소개들을 짤막하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며, 이후부터는 플레이어는 자유롭게 저택 1, 2층을 돌아다니며 탐색을 시작할 수 있다.
저택 내 사물 등을 살펴보거나 방들을 오갈 때마다 시간이 소비되며, 12시간이 모두 흐르고 나면 저녁 식사 후 그날의 플레이가 끝나게 된다.
만약 저녁 식사 때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파헤쳐내지 못한다면, 다시 한번 더 그날의 오전 8시로 돌아가서 저택을 탐색하며 각종 단서나 증거 모으기에 집중해야 한다.
총 3개의 멀티 엔딩을 가지고 있다.
1회차에는 무조건 배드 엔딩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1회차 플레이를 바탕으로 2회차 이후부터는 사건의 진상에 도달하기 위해서, 저택 내부를 좀 더 목적성을 가진 상태로 탐색하거나 저택 내 사람들을 찾아다니게 된다.
힌트를 하나 주자면, 저택 사람들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택 내 사람들은 랜덤한 시간대에 랜덤하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시간대에 특정한 장소에 등장한다.
즉, 저택 내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서 나타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면, 빠르게 사건의 진상에 도달할 수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이 '야누스의 노트'다.
게임을 진행하는 중에 얻게 되는 다양한 정보들은 자동으로 이 야누스의 노트에 기록되게 된다.
야누스의 노트에 기록된 내용들은 아무리 동일한 하루를 반복해도 그 안에 기록된 내용들이 삭제되지 않고 유지된다.
즉, 한 회차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부족할 수 있으나, 이 부족한 정보들로 가득한 한 회차들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노트에 관련된 내용들을 모두 다 채울 수 있게 된다.
게임 볼륨이 큰 편은 아니기 때문에, 풀어내야 하는 퍼즐의 수도 많지 않은 편이다.
대부분의 퍼즐은 획득한 정보들만을 바탕으로 간단히 답을 얻을 수 있지만,
중간에 막히는 구간이 발생한다면 최대한 해당 퍼즐과 관련된 단서를 심플한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꼬아서 생각하면, 스스로의 생각에 먹혀서 더 큰 미궁 속에 빠질 수 있다. ( ...)
* 참고로 저택 내에서 어떠한 퍼즐을 풀게 되면, '야누스의 노트'의 정체(?)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퍼즐을 풀지 못 하거나 진행하지 않더라도, 게임의 엔딩을 보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단점이라기보다는 다소 아쉬운 점이 존재하긴 하는데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보이스를 지원하는 게임이 아니라, 게임 중 '보이스'가 출력되는 중요한 파트들이 있다.
그런데 이때 출력되는 보이스의 음질이 깔끔하지 못 한 데다가 보이스와 함께 출력되는 BGM은 뭉개진 듯한 사운드여서, 한국어인데도 불구하고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깨끗하게 들리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3분 가량 보이스가 출력되는 부분도 있는데 음질이 계속 뭉개진 상태로 출력되어서, 보이스가 말하는 내용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알아들을 수 있지만, 역시나 커다란 스포일러나 엔딩 관련 부분에서 보이스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
보통 보이스가 출력되는 파트라고 하더라도 자막은 기본적으로 함께 구현되어 있는 법인데 야누스의 노트는 보이스 출력 파트에 있어서는 자막이 구현되어 있지 않아서, 음질이 뭉개지는 부분에서 특히나 아쉬움이 컸다.
작품 자체는 간단히 재미나게 즐기기 괜찮은 작품이었다.
펀딩 때 '정통 추리 게임'임을 표방한 작품인데 막상 플레이를 시작하고 보니 '스토리적 깊이감'은 없어서, 짧은 스토리가 딸려 있는 방탈출 게임 스타일의 추리 게임이었다.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마지막까지 진범이 누구인지 고민되게 만든다거나 하는 부분 없이, 명확하게 모든 정황과 증거들이 범인이 누구인지를 보여 준다.
그래서 추리를 하는 재미보다는 오히려 노트의 빈 부분들을 채우고, 퍼즐을 푸는데 더 집중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에 자신의 추리를 증명하는 부분에서도 증거를 하나하나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아이템 하나로 '자, 이거 있으니까, 내 말은 진심임. 어쨌든 진실임' 하는 식으로 엔딩부가 처리되는 부분 또한 아쉬웠다.
그렇기에 '역전 재판' 같은 추리 게임을 기대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긴 어렵고, 방탈출 스타일의 게임을 좋아하는 포인트 앤 클릭 게임들을 선호하시는 유저분들께서 가볍고 재미나게 플레이할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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