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V 추리 어드벤처 게임] 백 년의 봄날은 가고
작품명 : 백 년의 봄날은 가고 (春ゆきてレトロチカ, The Centennial Case A Shijima Story)
특징 : FMV 추리 어드벤처 게임
플랫폼 : 스팀 (PC게임), 닌텐도 스위치, PS4, PS5
언어 : 한글 지원
가격 : 59,800원
'백 년의 봄날은 가고'...
이렇게 서정적인 제목이라니.
원제 '春ゆきてレトロチカ', 영문명 'The Centennial Case A Shijima Story'인 이 작품은 국내에 정식 발매되면서 '백 년의 봄날은 가고'라는 멋진 제목을 가지게 되었다.
작품 내용은 시지마 집안을 중심으로 일어난 일련의 비극적인 살인 사건에 대한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이기에,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이 서정적인 느낌이 가득한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작품을 끝까지 모두 다 플레이하고 나면 '백 년의 봄날은 가고'라는 제목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 조용히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백 년의 봄날은 가고'는 지난 5월 13일에 닌텐도 스위치, PS4, PS5, 스팀을 통해서 출시된 실사 (FMV) 추리 어드벤처 게임으로 개발과 배급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로 유명한 '스퀘어 에닉스'가 담당했다.
불로의 열매 '비시향과'를 중심으로 1922년부터 2022년에 이르기까지 100년에 걸쳐 일어났던 의문의 죽음들의 진상과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것이 메인 스토리인데, 모든 추리가 끝나고 이야기가 끝나갈 즘엔 '늙지 않는 무한의 젊음'과 '유한한 인간의 삶'에 대해서 짧게나마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었다.
비시향과.
이 열매 한 알을 먹기만 하면 '불사'가 되진 못 하나 '불로'가 되어 불의의 사고나 타살을 당하지 않는 이상, 늙어서 죽는 일은 없는 '불로의 열매'
'백 년의 봄날은 가고'의 모든 이야기는 이 '비시향과'에서 시작된다.
'백 년의 봄날은 가고'의 주인공인 인기 추리 소설 작가 '카가미 하루카'는 일전에 집필을 위해 의학적 지식과 관련하여 자문을 해 준 적이 있던 생물학자 '시지마 에이지'로부터 '시지마 본가'의 벚나무 아래에서 발견된 의문의 '백골 시체'에 대한 조사를 부탁받는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대대로 시지마 가문에 이어져 내려왔다는 '불로의 열매 비시향과'를 언급하며, 본가 벚나무 아래에서 발견된 백골 시체가 '비시향과'와 뭔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지가 궁금하다고 말하는 에이지.
생물학자인 에이지는 정말로 '불로의 열매'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면, 그 열매를 연구하여 인류가 더 이상 노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다.
하지만 막연하기만 '백골 사체'의 죽음의 이유 및 진범 찾기는 에이지의 부친인 시지마 료에이가 독이 든 차를 마시며 쓰러지게 되면, 긴박한 상황으로 바뀌게 된다.
일찌감치 시지마 료에이로부터 시지마가 정원에서 발견된 백골 사체의 신원을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시지마 가로 왔다는 탐정 '니시마리 마코토'는 료에이가 마신 차 안에 '비소'가 들어있었던 것 같다고 얘기하지만...
이 남자 어쩐지 수상하다.
왜냐하면 '니시마리 마코토'는 주인공인 하루카가 집필한 추리 소설 시리즈에 등장하는 탐정 캐릭터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하루카의 소설 속 주인공과 똑같은 이름, 똑같은 직업을 가진 이 남자의 방문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
전혀 예상치도 못 했던 살인 미수의 현장 속에서 '하루카'는 료에이를 독살하려 한 범인과 최초 자신이 시지마 가로 오게 된 이유,
즉 백골 사체의 정체와 관련된 정보들을 획득하기 위해서 시지마 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사건과 관련이 있을 만한 정보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후 이야기는 하루카가 시지마 가에서 찾아낸 고서와 원고들을 토대로 1922년에 실존했었던 인물 '시지마 요시노'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사건과
1972년 나이트클럽 '아카츠바키'를 배경으로 당시 아카츠바키에서 일했었던 '이요'의 시점 그리고 다시 '시지마 요시노'와 주인공인 '카가미 하루카'의 시점을 오가며 100년 전과 50년 전 그리고 2022년 현재에 일어난 사건 등을 풀어나가며, 각각의 사건들이 '트릭' 및 '진범'이 누구인가를 밝혀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 100년에 걸쳐 일어난 그 모든 사건과 연관이 되어 있는 한 인물 '아카츠바키 (=적동백)'.
살인 현장에 항상 한 송이의 '아카츠바키'를 놔두고 사라지는 그 또는 그녀는 누구인가?
작품의 스토리는 '비시향과'와 '아카츠바키' 그리고 '시지마 가문의 악습'과 그 업보에 얽힌 추악한 비밀과 진실의 실체들을 밝혀내며, 클라이맥스로 향하게 된다.
엔딩을 보고 난 이후에 '특전 영상'을 보게 되면, '백 년의 봄날은 가고'에 출연한 배우분들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는데, 배우분들 모두 공통적으로 이 작품의 묘미 중 하나로 '전통적인 일본의 색채를 잘 드러낸 작품'이라는 점을 꼽고 있다.
실제로 작품 초반부에는 시지마 본가를 배경으로 전통적인 일본 고유의 멋이 잘 드러나는 영상미 가득한 풍경들을 많이 보여 주는데, 영상 촬영 쪽에는 조예가 전혀 없는 내 눈에도 앵글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 풍경들을 영상 속에 담아 놓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중반 이후로는 영상미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장면들은 딱히 없었지만, 그럼에도 초반부의 영상미가 작품 플레이를 끝마칠 때까지 쭉 좋은 이미지로 남을 만큼 꽤 강렬했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매 사건에서마다 전혀 다른 이미지와 성격의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모습들을 보여 주어서, 누가 어느 캐릭터를 연기하였고 이전 캐릭터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 또한 꽤 흥미로웠다.
주인공인 '하루카'는 시지마 가에서 발견하게 되는 고서와 원고들에 적힌 이야기에 자신만의 상상력을 동원해, 글 속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자신의 주변 인물들을 대입시켜서 글 속의 상황들에 대해서 상상을 하게 된다.
그 때문에 1922년과 1972년의 사건들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2022년 시지마 본가에 모여 있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동일한 배우분들이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전혀 다른 모습, 다른 성격, 다른 인물을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백 년의 봄날은 가고'는 총 6장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1~4장, 6장은 FMV를 기반으로 단서를 모아 가설을 세워 각각의 서로 다른 살인 사건의 트릭 및 진범을 해결하는 파트이고, 5장은 방탈출 성격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5장을 제외한 1~4장 그리고 6장은 타 FMV 게임과 마찬가지로 FMV 영상을 감상하던 중에 선택지가 뜨게 되면, '적절해 보이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렇게 일정한 수준의 단서와 증거들을 수집하게 되면 단서들을 모아서 가설을 세우고 추리를 하게 되는 추리 파트로 넘어가게 되는데,
추리 파트에서는 다양한 의문과 해당 의문에 대해 세워볼 수 있는 다양한 가설들을 쭉 나열해 보고, 최종적으로 사건을 풀이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모순과 무리가 없는 하나의 추리를 완성하게 되면, 사람들을 모아놓고 사건의 트릭을 밝혀내고 진범을 지목하게 된다.
추리를 마친 이후에는 추리에 대한 성적표를 받게 되는데, 1회차 엔딩을 볼 때까지 단 한 번도 S 등급을 얻지 못 한 나란 몽총몽총 똥몽총이. ( ...)
반면 5장은 '실사 배경의 포인트 앤 클릭' 형태의 방탈출 게임 형태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는데,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방식이 조금 달라지다 보니 한 게임 내에서 2가지 장르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즐거움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 '백 년의 봄날은 가고'는 스트리밍을 금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 때문인지 스위치 버전의 경우 '캡처'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개인 소장 내지는 감상용으로 스크린샷이나 영상을 남기는 습관이 있으시다면, 스팀 버전으로 구입하시길 추천해 드린다.
(이미 스위치 버전으로 구입했는데 꼭 캡처나 영상 녹화를 하셔야 한다면, 캡처 보드를 이용하셔야만 한다.)
플스는 집에 없어서, 플스 버전의 경우 캡처가 되는지 안 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 스위치로 플레이할 경우,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나 '닌텐도 스위치'의 '조이콘'으로 플레이하기에는 '추리 파트'를 진행하는 부분이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추리 파트에서 '육각' 모양의 단서들을 가설 쪽으로 옮기는 조작을 할 때 ZR을 누른 상태로 이동을 시켜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느끼게 되는 혹은 느낄 수 있는 불편함에 개인차가 있을 순 있겠으나 나는 꽤 불편했다.
ex. 우측에 있는 단서가 될 만한 내용들을 좌측으로 매번 일일이 옮겨야 한다.
어느 부분이 어떻게 불편했느냐 하면 ZR키를 검지로 누른 상태에서 엄지로 우측 스틱을 조정하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해야 해서 (생각보다 꽤 많이! 엄청 많이! 반복해야 해서), 이 부분이 꽤 불편했다.
스위치용 컨트롤러가 따로 있어서, 컨트롤러로 플레이하니 그나마 좀 편했다.
- '범인'의 범행 동기나 이유는 결코 영상 상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 상에 드러나는 관계만을 보고 '추정'으로 범인을 찾으려 하지 말고,
'사건이 일어난 상황'과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있었던 혹은 사라진 무언가'를 바탕으로 '그러한 일이나 장치를 할 수 있었던 것이 누구인가?' 반대로 '할 수 없었던 사람은 누구인가?'를 생각하면서, 추리를 해 나가야 한다.
최근 FMV 게임 작품으로 중국에서 제작한 '신도 불량 탐정'을 플레이했었다.
'신도 불량 탐정'을 상당히 재미나게 플레이했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제작한 '백 년의 봄날은 가고'는 어떠한 매력과 재미를 가지고 있을지가 참 궁금했었다.
두 작품 모두 FMV 작품인데다 추리물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고 더욱이 출시일도 그다지 차이 나지 않는 최신작인 만큼, 지금까지 플레이 했었던 작품들 중에서 유독 이 두 작품이 크게 기억이 남고 대비되는 면 또한 많다.
'신도 불량 탐정' 가벼운 코믹 느낌의 추리물이었다면, '백 년의 봄날은 가고'는 상대적으로 좀 더 묵직한 느낌의 작품이다.
가격도 대략 2배 이상 차이 나며, 플레이 타임에서도 '백 년의 봄날은 가고'가 '신도 불량 탐정'보다 훨씬 더 긴 편이다.
'신도 불량 탐정'을 끝마친 뒤에 든 생각이 '재밌었다! 후속편이 기대된다!' 라는 '재미 위주'의 감상이 전부였다면,
'백 년의 봄날은 가고'는 재미있었지만 스토리만 놓고 보았을 때, 스토리의 깊이감이 깊다고 평가하긴 다소 어려운 작품이었다.
물론 '백 년의 봄날은 가고' 역시 충분히 재밌고, 추리를 진행하는 방식도 단순히 선택지 위주가 아니라 단서들을 통해 가설을 세워, 추리를 해 나가는 식이라 독특하고 흥미로웠다.
그러나 모든 사건들의 진상이 밝혀지고 난 뒤에 범행 동기에 대한 깊이감 있는 공감은 어려웠다.
시나리오 구성, 좀 더 정확히는 엔딩부의 마무리가 살짝 허술하게 느껴져 그 점이 다소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렇지만...
꽤 인상적인 대사들이 있었는데, 이 몇몇의 대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을 플레이한 시간들이 충분히 가치 있고 좋았다.
특히 특전 영상에서 '백 년의 봄날은 가고'에 출연한 배우분들이 본인에게 '비시향과'를 먹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불로의 열매'를 먹겠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거의 대다수의 배우분들이 먹지 않겠다고 말하며 각자의 이유를 말씀해 주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내용들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 말에 공감을 하게 되는 건...
이미 내가 늙어버렸기 때문일 테지만,
정말로...
살아보니 늙는 것도 그렇게 나쁘진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의 마음의 나이와 나의 신체의 나이가 어긋나고, 그 간극이 점점 커져가는 것은 슬프지만...
젊지만 철없던 나와 점점 지고 있지만 그때보다는 조금쯤은 더 나아진 나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 지금의 내가 좀 더 좋다는 생각을 나 역시 하고 있으니까.
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 사람의 얼굴에 그 사람의 살아온 세월과 그 사람의 성격이 드러나게 된다는 말들을 자주 한다.
오히려 난 나이가 들면서, 거울을 보는 날이 늘었다.
매일매일의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나이가 들어가는지를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랄까.
이미 지나간 젊음에 대한 그리움이나 한탄은 의미 없으니까,
앞으로의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어떻게 나이 들어 갈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고 할까?
그리하여 지는 순간에도 아름다운 모습이고 싶다면, 그건 너무 과한 욕심일까...
작품 자체의 시나리오가 대단했다기보다는 작품의 메인 소재인 '불로의 열매, 비시향과'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 열매의 존재 자체가 '축복'일지, '불행'일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스토리 흐름이 좋았다.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매듭부에 대한 아쉬움은 남지만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었고, 무엇보다 특전 영상들이 참 좋았다.
게임 내 영상 속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이런저런 다양한 면모들을 볼 수 있고, 캐릭터가 아닌 배우분들 각자의 생각과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쿠사카 죠스이' 역을 연기하신 배우분께서 하신 말씀이 참 기억이 남는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내가 이 세계에, 이 세상에, 이 시대에 존재했었노라.'라고 남겨 놓을 수 있는 흔적은 무엇일까?
사진, 영상, 물건...
그렇게 눈에 보이는 무언가들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으로서 살아오면서 만들고 쌓아온 관계들과 이야기들과 나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마음...
그 모든 것 그 자체가 '우리가 여기, 이곳에, 이 시간에 존재했었다.'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그 자체가 아닐까.
불로이지 못한 우리는 세월과 함께 천천히 늙어가다 결국 인생의 끝을 맞이하고 조용히 사라지게 될 테지만, 누군가에겐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영원처럼 기억되어 남겨질 수도 있는 것일 테니까.
'백 년의 봄날은 가고' 라니...
정말이지 몇 번을 읊조려 보아도, 너무나 아름다운 제목이다.
잘 만들어진 재미난 작품이다.
추리물을 좋아하시는 유저분들에게 기꺼이 추천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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