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신작 심리적 공포게임] 마사 이즈 데드 (Martha is D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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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신작 심리적 공포게임] 마사 이즈 데드 (Martha is Dead)


오랜만에 굉장히 잘 만들어진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작품을 만났다.


'마사 이즈 데드'는 '마사'라는 이름의 여성의 죽음을 두고, 그녀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자 하는 쌍둥이 자매 '줄리아'와 2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던 1944년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그때 그 시절의 불안정했었던 시대상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줄리아.

이 작품의 시작이자 끝을 함께하는 작품 속 주인공이자 플레이어 자신이 되는 캐릭터이다.


'마사 이즈 데드'는 작품의 주인공인 줄리아가 기억을 더듬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 놓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풍경이나 동물들 다양한 것들을 촬영하는 것을 즐기는 줄리아는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 근처 호숫가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러던 중 뷰 파인더에 무언가가 잡혔다.

아니, 무언가를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망설임 없이 호숫가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헤엄쳐 다가간 그곳엔 '그녀'가 있었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에 자신의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의 쌍둥이 자매, '마사'가.



마사, 마사가 죽었다.


도대체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마사는 죽은 것일까?


아니, 애초에 이것이 자살이 맞긴 한 걸까?

죽임을 당한 것은 아닐까?


어느 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

그저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마사'가 죽었다는 것이다.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어째서인지 쌍둥이들의 모친인 '이레네'는 쌍둥이들의 유년기 때부터 '마사'만을 극도로 아끼며, '줄리아'에겐 냉담하다 못해 모질 정도로 차갑게 편애를 해 왔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마사가 죽은 이 시점에 줄리아는 그저 아주 작은...

아주 잠깐만이라도 마사에게만 향했던 그 애정과 따스함을 느껴보고 싶다고 갈망하게 된다.


그 작은 바람이 줄리아로 하여금 스스로를 '마사'인 체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줄리아는 마사의 이름이 적힌 목걸이를 하고서, 마사가 되었다.



너무나 닮았던 쌍둥이.

심지어 그녀의 부모조차도 그녀들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마사와 줄리아는 외모뿐 아니라 스타일마저 같았기에, 줄리아가 마사가 되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다.


그저...

마사가 그랬던 것처럼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흉내만 내면 되었다.


인어공주가 자신의 목소리와 다리를 맞바꾸었다면,

줄리아는 듣고 말하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마사'가 받았던 애정과 관심을 얻게 된 것이다.



'마사 이즈 데드'의 이후 스토리는 '마사'로서의 인생을 살아가게 된 줄리아가 어째서 '마사가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또는 죽임을 당하게 된 것인지'를 밝혀 나가는 과정과 함께 당시의 불안정한 시대상 아래 독일군과 레지스탕스들의 국지전 등을 다루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보통의 '심리적 공포' 태그를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 '무언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나 '사운드'로 보이지 않는 공포를 선사하는 것과는 달리, '마사 이즈 데드'는 놀랍도록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이 가득한 작품이다.



'목가적'이라는 단어의 뜻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되는 눈부신 햇살이 찬란한 7월의 이탈리아의 여름은 아름답다 못해 눈이 부시기까지 하다.


'마사 이즈 데드'는 '심리적 공포' 요소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걷는 시뮬레이션'에 가까울 정도로 작품의 분위기는 대체로 시종일관 고요하고 평화롭다.


작품 초반과 중간중간 부모님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레이첼 포스터의 자살'에서처럼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줄리아의 시점에서 전체적인 이야기들이 진행된다.


요약하자면, '줄리아'만이 등장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깨끗한 하늘과 평화로운 풍경을 배경으로 줄리아는 자신이 좋아하는 카메라를 들고 집 안팎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필름들을 현상하며 '마사의 죽음'에 얽힌 비밀들을 풀어 나간다.


분명 중간중간 섬뜩함을 느끼게 만드는 장면들도 있지,  작품 전반적인 분위기나 느낌은 '호러'라기보다는 '미스터리 스릴러'가 어울리는 작품이다.


작품 전체 분량 중 절반 이상을 영화 '미드소마'의 분위기처럼 깨끗하고 밝고 환한 낮 시간 동안에 진행을 하기 때문에, '어둠'으로 인해 느끼게 되는 불안감이나 공포 요소도 극히 적다.


그래서 낮 시간 동안에는 산책을 하는 기분으로 한 장소, 한 장소를 거닐며, 맘에 드는 예쁜 풍경들을 발견할 때마다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왜냐하면 '마사 이즈 데드'에서는 '사진 촬영'과 '인화'가 작품 전반을 이끄는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 촬영'의 경우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단순한 방식이 아닌, 


피사체를 프레임 안에 담고, 포커스를 맞추고 노출을 설정해 주는 등 전문적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매번 촬영 옵션을 설정을 해 줘야 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묘미가 있다.


그래서 퀘스트 유무를 떠나, 다양한 풍경들을 카메라 속에 담는 촬영 활동이 참 즐거웠다.



사진을 찍었으니 당연히 현상도 해야만 하는데 이 현상 과정 또한 암실에서 클릭 한 번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하면서도 현상의 과정 등은 고스란히 다 체험할 수 있어서 꽤 재미났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런 부분들은 글로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짧은 영상 한 편이 더 효과적이다.




이렇게나 평화로운 공포라니...


'마사 이즈 데드'는 놀랍도록 평화롭다.

무언가에 쫓겨 도망 다닐 필요도 없고, 무언가에 맞서 싸울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플레이를 끝내고 난 이후에 이 작품의 스토리를 되짚어 보면, '마사 이즈 데드'의 진실은 섬뜩하면서도 비극적이다.



'마사 이즈 데드'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소재는 '화이트 레이디'.


사랑하는 남자에게 죽임을 당해 호수 속 원혼이 되어버린 '하얀 숙녀'가 안개가 피어오르는 밤이면, 뭍으로 올라와 젊은 여성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내용의 구전 민화가 바로 '화이트 레이디'이다.


안개 자욱한 밤에 마사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호숫가에서 익사한 모습으로 발견된 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저주 받은 원혼인 화이트 레이디가 나타나 마사의 젊은 영혼을 취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날의 안갯속에는 더 깊고 어두우며 무거운 진실 그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작품 상에서 줄리아는 '마사의 죽음의 이유'를 추적해 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독일군 장교인 아버지와 레지스탕스인 친구 사이에서 갈등하며 레지스탕스들의 비밀 활동들을 돕기도 한다.


이처럼 매일 아침마다 읽게 되는 그날의 신문 기사 내용이나 레지스탕스의 지령을 따르는 행동들을 통해서, '마사 이즈 데드'는 자칫 '불가사의'나 '오컬트'로만 치우치게 될 수 있는 작품 내 분위기가 '현실적 감각'을 잃지 않게끔 균형을 유지시켜 준다.


레지스탕스 활동 관련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기인데, 

잠깐 잡담을 해 보자면, 작품 속에서 레지스탕스들과 전보를 주고받는 파트가 있는데, 진심 속 터진다.




한글 번역 상의 문제로 '개발자가 원하는 답안의 전보 보내기'가 어려워서 전보 보내는 부분은 해외 유저분의 플레이 영상을 참고했는데, 레지스탕스들로부터 수신한 모스 부호는 직접 해석했었다.


그런데 말이지...

아 쫌!!!


전보는 짧고 간단히 용건만 보내라고!!!

무슨 전보를 카톡으로 이별 통보하는 연인 마냥 장문으로 보내냐고... ( ...)


그것도 한 번이 아니고 몇 번을 전보를 주거니 받거니 해야 하는데, 매번 계속 길게 말해서 해석하다가 화딱지 나서 입에서 불 뿜을 뻔했다. 🤮


스마트폰 없는 1944년이 얼마나 불편한지 뼈저리게 느낀 부분이다. 😖



아무튼 이렇게 현실적인 퀘스트와 초자연적인 퀘스트들을 함께 진행해 나가며,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은 적절한 현실감을 유지하는 이 작품의 모든 플레이를 마치고 나면, 왠지 '멍...'한 느낌과 함께 극도의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작품이 시종일관 초현실주의적인 불가사의한 분위기로만 진행됐다면 속편하게 이 모든 것은 '초자연적 현상'으로 간단히 정리해 버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마사 이즈 데드'는 플레이어가 그렇게 쉽고 편한 결말에 도달하는 것을 허락해 주지 않는다.


작품 내에서 일어났던 상황들과 간접적으로라도 접하고 만났던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줄리아의 오감으로 받아들이고 '현실'이라 느꼈던 모든 것들을 토대로 '그중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플레이어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접한 것들 중 어느 것이 현실이며, 어느 것이 현실이 아니었던 것인지...

어쩌면 그 모든 것이 현실이었을 수도, 반대로 그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스팀 유저 평가 또한 '매우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쌓아가고 있는 동시에, '그래서 이 작품 내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에 대해서 끝없이 유저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것은 '마사 이즈 데드'의 개발자들이 처음부터 의도한 바였기에, 개발자들 역시 유저들의 이러한 토론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는 중이다.



제작사인 'LKA'의 개발자들은 작품 속 '마사'와 '줄리아'의 관계에 대해서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또 해석하든 간에, 


그 모든 것은 이 작품을 플레이한 유저가 생각하고 느낀 그 자체로 의미 있고, 각자 나름의 이야기이길 바라고 희망한 듯하다.



정말 흥미롭게 집중하면서 플레이한 작품이다.


무언가가 튀어나올까 봐 뭔가 나올지 몰라서 긴장감 속에서 몸을 움츠리고 플레이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모든 것은 너무나 평화로웠고, 고요했고, 밝고, 눈부시고, 아름답고 따사로웠다.


하지만 누군들 알 수 있었을까.

빛의 이면에는 어둠이 숨겨져 있고, 그 어둠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온갖 추악하고 부정적인 것들이 다 뒤섞여 있다. 


'마사 이즈 데드'...

이 작품의 제목은 단순히 '마사가 죽었다'라는 사실 이외에 상당히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도,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 작품이다.


하지만 '작품 소개 포스팅' 상에서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나, 나의 주관이 강하게 섞여 들어간 해석은 달고 싶지 않다.


이 글은 '스토리에 대한 감상'이나 '리뷰'가 아닌 어디까지나 '작품을 소개하는 글'이니까.


그러니 '작품의 제목'에 대한 부분도 '작품의 엔딩'과 관련된 의견도 여기까지만...

이만, 여기까지만...



우리는 '공포'라는 감정을 떠올릴 때 흔히들 빛도 스며들지 못할 것만 같은 검디검은 'Black'을 떠올리곤 한다.


그 새까만 어둠 속에 불길하고 두렵고 무서운 뭔가가 도사리고 있을 것 같기에.


그렇다면 '마사 이즈 데드'는 새하얀 공포를 선사해 주는 작품이다.


밝디 밝은 환하고 깨끗한 목가적 풍경 속에서, 

오로지 나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그 풍경 속에서, 

하나씩 진실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결코 즐겁거나 유쾌하지 않다.


잘 만들어진 수작이다.

포인트 앤 클릭 기반의 미스터리 어드벤처를 좋아하는 유저들에겐 꼭 추천하고픈 작품, '마사 이즈 데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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