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Topic] 요절복통 슬랩스틱 외계행성 생존기, 크래시랜드 2(Crashlands 2)를 플레이해보다. [1]
그리고 2025년이 끝나갈 무렵, 스토브인디에 배달 기사의 애환을 담은 듯한 새로운 배달업 게임이 한국어 지원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무려 알록달록한 색깔을 띈 외계 생명체로 가득한 외계 행성을 배경으로 영웅이 된 배달부의 처절한 여정을 담은 좌충우돌 오픈 월드 게임, 크래시랜드 2(Crashlands 2)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왁자지껄한 외계 배달 게임이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크래시랜드 2는 2016년에 출시됐던 오픈 월드 스타일의 시뮬레이션 게임, 크래시랜드(Crashlands)의 약 9년만의 후속작이다. 당시 크래시랜드는 외계 행성의 분위기를 아기자기하면서도 익살스럽게 살려낸 특유의 비주얼과 분위기, 그리고 자원 수집과 제작에 집중한 게임 플레이로 많은 게이머들의 호응을 얻었던 바 있다. 또한 크래시랜드의 개발자가 악성림프종으로 인해 말기암 판정을 받았고, 암 투병 과정에서 게임 제작에 매진했다는 사실이 세간에 드러나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후속작이 출시가 되기도 했고 이후 별다른 이야기가 없는 걸 보면 이제는 건강한 몸으로 게임 개발을 이어나가는 것 같다.)
그렇게 9년만에 공개된 후속작 크래시랜드 2는 전작으로부터 세계관 및 각종 설정을 계승한 것으로 보인다.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플럭스가 마찬가지로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 또한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래픽이 향상되면서 게임의 시점이 변경돼었고, 일부 인터페이스 구성이 달라진 등, 자잘한 변화는 눈에 띈다.
전반적인 게임성에 있어서는 전형적인 오픈 월드 샌드박스 장르의 정석을 잘 따라간다. 도구를 활용해 자원을 수집하고, 각종 장비와 도구, 가구 등을 제작하고, 주인공 플럭스를 돕는 주요 NPC들이 살아갈 보금자리를 짓고, 다른 NPC로부터 의뢰를 받아 퀘스트를 진행하는 한편 각 NPC의 호감도를 관리하고, 점차 탐험의 구역을 넓히며 더 상위 등급의 물건을 제작하는, 흔히 오픈 월드 샌드박스라 하면 떠오를 법한 게임 플레이를 선보인다. 외계 행성의 풍경이 다소 독특하고 이질적이기는 해도 전반적인 게임의 흐름은 무난한 편이다.
여기에 게임 시작 시 고른 난이도에 따라 게임의 양상이 살짝 달라진다. 총 다섯 가지 난이도가 존재하는데, 가장 쉬운 '관광' 난이도를 골랐다면 말 그대로 관광이라도 떠난 것처럼 아무런 위협 없이 느긋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반면에 가장 어려운 '전설' 난이도를 골랐다면 매 순간 위협에 대비해 신중하게 움직이는 생존 중심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맞춤 설정'에서 세부적인 수치를 조절해 게임의 양상을 플레이어가 원하는대로 조절할 수 있다. 각 플레이어가 스스로 자신에게 최적화된 난이도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특이하게도 크래시랜드 2에는 인벤토리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제작의 중요도가 높은 다른 오픈 월드 샌드박스 게임과 비교했을 때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장비 메뉴를 통해 플럭스의 장비나 도구 아이템의 유무는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지만, 인벤토리 항목이 아예 없어 어떤 종류의 재료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곧바로 파악하긴 힘들다. 물론 작업대에서 제작 메뉴를 통해 보유한 재료의 종류와 개수를 확인할 수 있긴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벤토리 개념의 부재는 유사한 오픈 월드 샌드박스 게임을 즐겨왔던 이들이라면 불편하게 다가올 여지도 있다.
그래도 인벤토리가 없어서 발생하는 뜻밖의 이득도 있다. 인벤토리가 없으니 들고 다니는 아이템의 개수라던가 무게 제한 같은 제약도 없다. 이런 제약이 없으니 당연히 창고도 존재하지 않는다. 재료 아이템을 무한정 들고다닐 수 있으니 굳이 창고 같은 곳에 아이템을 쟁여둘 필요도 없는 것이다. 덕분의 제작을 위한 재료를 수집하는 과정이 한결 수월해진다. 어차피 대부분의 자원은 어떻게든 제작에 사용되니 자원이 보이면 일단 획득해두면 된다. 어찌보면 인벤토리가 없어 보유한 아이템을 파악할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긴 해도, 역으로 인벤토리를 굳이 신경쓸 필요가 없어 게임 플레이는 오히려 한결 쾌적해진 셈이다.
크래시랜드 2의 세계관은 굉장히 넓고 방대하며, 수십 가지 구역으로 쪼개져 있다. 각 구역에는 저마다 다른 생태계가 구축돼있어 생태계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의 종류가 각자 다르고, 수집할 수 있는 자원의 종류도 각기 다르다. 더 나은 도구와 장비, 가구를 제작하거나 다른 거주민들이 의뢰해오는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스레 더 넓은 구역을 탐험하고 다양한 생태계를 파악해야 한다. 우주선의 추락 지점과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점차 다양한 구역을 돌아다니고 새로운 생태계를 접하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여기에 크래시랜드 2의 생태계가 돌아가는 광경은 더욱 흥미롭다. 각 생태계 안에는 여러 생명체들이 공존하는데, 대개는 각기 다른 생명체마다 서로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개체를 접할 때 적대적인 성향을 띄고 덤벼들 때가 많다. 그래서 주인공 플럭스가 각 생태계에 진입해 생명체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짜고짜 덤벼들고는 한다.
이게 다른 생명체에게도 예외가 아니라 적당히 거리를 벌리고 지켜보면, 다른 생명체들끼리 싸움이 벌어질 때도 많다. 다른 생명체들끼리 알아서 싸우는 과정도 재밌지만, 이렇게 싸우다보면 각 생명체가 지니고 있던 자원들이 바닥에 마구 떨어져 재료 수급이 상당히 편해진다. 그야말로 미지의 생태계에서 펼쳐지는 전쟁같은 광경과 더불어 어부지리식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게임의 환경이 상당히 흥미롭다.
한편으로는 굉장히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게임이기도 하다. 주인공 플럭스는 행성을 구한 영웅이자 택배 배달부로 고되게 일하던 중 지쳐 은퇴를 선언하고, 휴식을 위해 여행을 떠나던 중 미지의 행성에 불시착해 또 다른 고생길에 접어들게 된다. 보기에 따라서는 참으로 기구한 삶이지만, 그게 어쨌냐는 듯이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그와 늘 함께하는 쥬스박스와의 만담에 가까운 대화, 그리고 행성에 거주하고 있는 NPC와의 대화를 보면 살짝 삐딱해보여도 한결같이 익살스럽다.
이러한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분위기는 게임 내내 이어진다. 심지어 탐험 도중 체력이 다해 쓰러지더라도, 분위기가 심각해지기는 커녕 갑자기 플럭스의 모습을 본딴 풍선 인형이 마구 나부끼면서 '그거 좀 죽은게 대수냐'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비록 이 풍선에 떨어트린 자원이 있어 회수하러 가야하는 작은 고생이 추가되기는 하지만, 아무튼 개그스러운 분위기를 잃지 않아 절로 웃으며 게임을 이어나가게 된다. 너무 거칠고 막나가지는 않아도 여전히 분위기는 밝고 가벼워 누구나 거부감 없이 즐기기 좋다. 이런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 역시 크래시랜드 2라는 게임의 강점이라 할 만하다.
크래시랜드 2는 미지의 외계 행성을 밝고 유쾌한 비주얼과 분위기로 풀어낸 흥미로운 게임이다. 오픈 월드 샌드박스 시뮬레이션의 정석을 잘 따라가는 게임 디자인은 친절한 튜토리얼이 더해져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으며, 인벤토리의 개념을 과감히 삭제한 색다른 시도 덕분에 자원 수집의 제약을 줄이고 제작의 편의성을 높여 게임의 진행이 한결 수월해졌다. 여기에 다른 생명체끼리 서로 치열하게 다투는 특유의 생태계 환경은 바라보기만 해도 흥겨울 뿐더러 자원을 더 편하게 수집할 수 있는 어부지리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세계관, 그리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수집해 필요한 물건을 효율적으로 제작하는 게임 플레이는 별다른 고민 없이 느긋하게 즐기기 좋다. 덕분에 전작을 모르는 이들에게도, 혹은 생존 중심의 오픈 월드 샌드박스 게임에 생소한 이들에게도 별다른 부담 없이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이다. 이번 기회에 크래시랜드 2를 통해 왁자지껄한 좌충우돌 우당탕탕 외계 행성 생존기에 동참해보도록 하자!
크래시랜드 2(Crashlands) 스토브인디 상점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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