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s&Guides] 심야의 회랑 - SAEKO : 거대한 그녀와의 기묘한 동거 "연민의 고리" [11]
비오는 날,
길을 걷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진 주인공은
다시 눈을 떴을때는
자신이 소인으로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사에코'라는 소녀가 소인이 된 주인공을 그녀의 집으로
데려 왔음을 알게 됩니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때까지, 사에코가 챙겨주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고,
그가 다시 눈을 떴을때는 그녀의 책상서랍 안이었죠.

이 서랍안에는 처지는 같더라도 어째 이상한 사람들만 잔뜩 모여 사는거 같습니다. 

(알았으니까 크게 이야기하지마라고 등신아)
그런데 갑자기 지진이라도 일어난 거 마냥
온사방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집주인 아니 서랍주인이 돌아온거죠.





(그 날 인류는 떠올렸다...)
이렇게 사에코에게 크게 뒷빡을 맞게 됩니다.
주인공은 서랍 안의 새로운 관리자로 임명되는데
관리자가 할 일은 이 소시오패스 거인이 귀가하기 전까지
하루에 한 명을 정해서 이렇게 "인신공양"을 해야한다는 것 입니다.
만약 한명을 정하지못하면... 관리자도 사에코의 밥이 될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겠죠. 
처음엔 섹드리퍼로써 늘있던 WWE 이런 건 줄 알았는데 
선택지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이왕 일이 이렇게 된거라면
대우나 관점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것이 사람새기로서의 최소한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알맞은 대접이 필요하겠다 싶던 와중에
치오가 게임을 관통하는 핵심에 대해 이야기하는군요?
인신공양이 끝나면 곧바로 1:1 면담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 면담은 굉장히 일방적이고 고압적으로 진행됩니다.
사에코가 하는 말에 적절한 리액션을 해야하죠.
제 원칙은 "테러리스트와는 그 어떤 협상도 없다"지만
거인을 도축하고, 월마리아를 수복하기 위해선
우선 이 마녀의 기분을 맞춰야 합니다.
그러니 당초 계획이었던 "지옥에나 떨어져라! 이 모친의 한숨거리! 발할라가 나를 부른다! 으히히히히히히"
이런거는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확실히 음악 쪽에 감각이 있는 제작자인거 같은데
면담의 형태는 전형적인 블랙기업의 압박면접 같이 느껴져도 브금은 또 잔잔한 로파이가 흘러나와 대조를 이루는 것이 은근 꼴받았습니다.
(대충 음악과 연출에 대한 극찬)
말 섞다보면 애가 취향이 고상한 맛도 있고,
현학적인 소리도 아무렇지 않게 해대고 그러는 편입니다.
별종이라도 지니고있는 툴만큼은 흥미롭다는 점.
뭔가 현실고증 같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기강잡기에도 늘 진심입니다.
경계해야될 점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일때 입니다. 
"응."
순전히 화면에 뜬다고 해서
"응, 맞네, 응, 응, 응" 이런거 무지성으로 난사했다가는
바로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열도식 "대답")
그렇다고 리액션을 해야될 상황에 아무 말도 안하거나,
못하면 이런 반응이 나옵니다.
하지만 때로는 침묵은 금색. 덕트테이프는 은색.
인 겁니다. 
위와 같은 장면이 나오는 것이 3회 이상을 초과하면
끔살(?)당하고 이런 게임 오버창이 나오게 되는 식이죠.
(익숙한 화면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대화(more like 심기보전)가 끝나면
이런 식의 마무리 인사를 건냅니다.
...남 장단 맞춰주는 거 이렇게나 쉽지않은 일인겁니다.
* 영업계통으로 관련 경력이 있다거나 종사를 하신다면
한층 유리하실 것도 같습니다.
면담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포상(?)으로
지 휴대폰을 보여줍니다. 


서랍에 갇혀있는 동안,
이렇게 세상 돌아가는 것도 좀 볼 수 있고,
쉽지않은 웹소설 같은 것도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람 잡아먹고 다니면서 콜라플로트 ㅇㅈㄹ)
단, 문자나 전화에 접근하려하면
이렇게 사에코의 거대한 손이 나와서 창을 꺼버립니다.
분명 공포스럽다고 해야겠지만
"수줍은 사춘기 애미나이 행동"정도로 규정했습니다.
물론 후반가면 친해졌다고 그러는지 열람을 허락합니다.
이렇게 어디가서 말도 못할
안타깝기가 짝이 없는 사연이 담겨있지만
잘못보낸 것으로 보이는 문자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무말대잔치를 벌이며 사방에서 몰려오는 "어둠"친구들을 빛의 길로 인도해주겠다고
조명탄까고 플레어건을 터뜨리고 생난리를 치는
리메디의 게임 "앨런 웨이크"에서는
(도끼를 던져대면서 "씨리얼의 반복적인 섭취는 건강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하하!" 하는 건 확실히
초현실적인 공포부분에서 강한 영감을 주긴 합니다.)
게임 진행 중에 "Night Springs"라고 하는 TV쇼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기이한 내용과 반전, 흑백톤과 레트로 감성.
딱 봐도 미국의 클래식 TV쇼 "Twilight Zone"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이는데,
제 스팀 프사가 이 쇼의 전설적인 호스트를 팝아트로다가 꾸민 걸 걸어놨을 정도로
이 쇼의 팬인 저는 이 나이트 스프링스 또한 아주 즐겁게 시청했습니다.
세계관이 연결되는 후속작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였던지라, 리메디의 개발기조는 마치
"우린 게임도 이정도 만들 수 있지만 게임 외적인 컨텐츠들도 이 정도는 제작할 수 있어요."를 뽐내는 느낌이어서
느껴졌던 건 경외심 밖에 없습니다.
"사에코의 휴대폰"경우도 하루가 경과함에 따라 컨텐츠가 추가, 갱신되는 까닭도 있겠지만
인디게임에서도 이런 게임 외적인 컨텐츠들도 챙겨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느꼈을 정도로 매력적인 컨텐츠였다고 평가합니다. 

입은 걸걸해도 통찰력있는 청년.
섹드립좌 치오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다양한 캐릭터성을 갖춘 매력있는 조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직간접적으로 '오늘 나를 죽이시오' 하는 인물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매일 관리자로써 내려야만 하는 이 뒤틀린 결정은
실제로 가장 마우스가 느리게 움직였을 정도로
쉬운 결정이 아니었음을 인정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인물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에서도
한가지 이목을 끌었던 점은
실체를 모르고 죽는 자들은 끝까지 천진난만하고
뭐라도 알고 죽는 자들은 굉장히 의연한 모습을 보이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수려한 아트는 둘째치더라도,
이 장면은 저 천인공노할 마녀의 목을
기필코 거실 오브제로 삼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가 통으로 흔들렸던 순간이기도 합니다.
사에코는 본인의 이런 가학적인 성향을 후천적으로 깨닫게 됐고,
이게 아니면 본인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세상에 없다는 이야기와 본인의 감정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털어놓습니다.
이런게 설득력있는 호소로 들리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가감없는 속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죠.
여기서 소주잔과 오뎅국물이 추가된다면
제가 살면서 잠깐 머물렀던 순간과 놀랍도록 일치해서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남들과는 다른 성적지향을 가진 이들이 필연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고뇌" 에 대해서 풀어냈을 지도 모른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그렇게 최후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게임의 엔딩은 3가지가 준비되있는데
저는 저에게 걸맞은 마무리로 끝났다고 생각하고, (닉값)
원작인 일본 괴기 웹소설의 마무리에 가장 부합하는 결말로 보여 흡족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그밖에 정보로는
게임의 플레이타임은 2~3시간 정도로써
그리 길진 않습니다.
미리 인지하셔야 할 점은 아무리 '사랑해 사에코쨔응'으로 접근하신다고 한들, 게임 내용 중에 꽁냥꽁냥 모먼트라 부를 수 있는 순간은 사실상 전무함으로
고런 걸 기대하셨다가는 굉장히 실망하실지도 모릅니다.
* 정 그런게 너무나도 좋아서 팔짝팔짝 뛰시는 타입이시라면 음...글쎄요? 제가 받은 엔딩은 원하시는 쪽으로
커다란 성과라면 성과였던 거 같기도 하니까
게임 내용은 빌드업같은거고 엔딩에서 결판이 난다는 점 정도로 이해하시고 접근하시면 좋을 것 같긴 합니다요.
모두의 이익을 생각하면서 결정적인 한방을 노리던 협상가가
결국 악의 부역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종이를 뒤집는 일 만큼, 사실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또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을 정도로
간만에 생각해볼 거리들을 제공해주는
시리어스한 게임이어서 더 좋았습니다.
*메세지를 어설프게 강제주입하려했다든가.
개똥철학을 가르치려 들지 않았다부터가
기립박수감이긴 합니다.
공포성은 "막 공포스러울 정도는 아니다."고 답변할 수 있더라도, (사실 왜 19세 걸린지도 잘 모르겠)
언제라도 사냥감이 될 수 있다거나,
오늘 죽을 사람을 정해야된다는 그 압박감만큼은
저에게도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원작은 일본의 웹소설이라는 언급을 드렸는데,
사실 일본의 공포문학계는 이미 '미쓰다 신조' 같은 불세출의 슈퍼스타들이 다수 포진되있고
그 씬 자체의 규모도 방대한지라 한국 공포문학계와는
간접비교조차 어려운 수준이어서 그런건지……
(성과없으면 그만 씁시다. 공포 걸캅스 같은거.)
단편집으로 분류될 수 있는 웹소설이 이렇게 인디게임으로 제작된다는 것은…
솔직히 부럽기도 한 동시에,
창작자들에게 힌트를 주는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엔딩 크레딧 찬조출연 클라스 ㄷㄷ
샤라웃이 마땅한 게임이었으니,
출중한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스토브 한글화가 이 정도 퍼포먼스는 보이는건가?
싶었을 정도로 랭귀지 베리어를 때려부수는 듯한
과감한 번역이 특히 돋보였습니다.
타국의 언어를 번역한다는 것,
그리고 그 언어가 일어라면 더더욱 어색하게 들릴 수 있는 번역이 나올 여지는 충분했음에도
치오의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섹드립마냥
굉장히 스무스하게 느껴졌습니다.
관련된 모든 분들
(구입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줬던
프로일잘러 인디매니저 포함)
덕에 재밋는 게임 플레이하게 된 거 같습니다.
요번에 개최되는 비버락스에
이 제작팀이 방한하여 참여한다는군요?
저는 기회가 된다면, 별 대단한 질문도 아니지만 줄곧 궁금했던 질문 하나를 여쭙는 것으로 해야겠습니다.
이상으로
"사에코 : 거대한 그녀와의 기묘한 동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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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리뷰 잘 봤습니다!!
도통 화난 이유를 모르겠는 여자친구 기분을 풀어주는 느낌이 이런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목숨을 건 심리전”이라는 맥락에서 굉장히 유사한 거 같습니다.
nice
n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