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당신이 주목해야 할 인디게임 [4]
● 투 포인트 뮤지엄(Two Point Museum)
투 포인트 뮤지엄은 투 포인트 하스피탈(Two Point Hospital), 투 포인트 캠퍼스(Two Point Campus)의 개발사 Two Point Studios 의 신작으로, 다양한 컨셉의 박물관을 동시에 운영해야 하는 운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를 위해 적당한 크기의 박물관 안에 전시품을 배치하고 박물관을 관리할 직원들을 고용하고 최적의 인테리어를 고민해야 하며, 한편으로는 지속적으로 탐사를 보내 박물관에 전시할 유물을 확보해야 한다. 최대 다섯 종의 박물관을 동시에 운영하게 되는데, 각 박물관마다 선사 시대에서 심해, 유령에 이르기까지 테마가 뚜렷하게 갈리고 이에 따른 관람객들의 반응도 명확하게 갈려 직접 박물관을 관리하는 재미가 확실하다. 그 밖에 한국어 특유의 어감을 잘 살린 초월 번역 또한 돋보인다.
박물관에 전시할 전시품을 확보하고 박물관의 명성을 올리기 위해선 박물관 관리 뿐만 아니라 유물 탐사 또한 매우 중요하다. 유물이 많을 수록 박물관에 전시할 전시품이 많아지기도 하고 전시품을 색다른 방식으로 활용해 다른 전시품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직원들을 훈련시키고 직원들의 컨디션을 관리하며 직원들의 레벨을 올릴 필요가 있다. 여기에 게임이 진행될 수록 박물관에 입장하는 관람객의 유형도 다양해지는 데다가 이런저런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하다보니 꾸준히 박물관을 살펴보며 인테리어를 신경쓰고 청결과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 적당한 규모의 다섯 가지 박물관으로 단조로움을 줄이며 박물관 관리와 유물 발견의 균형을 잘 잡는 등, 타이쿤류 시뮬레이션 장르의 묘미를 잘 살린 게임이라 할 수 있다.
● 스플릿 픽션(Split Fiction)
스플릿 픽션은 어 웨이 아웃(A Way Out)과 잇 테익스 투(It Takes Two)를 개발한 Hazelight Studios의 신작으로, 서로 다른 성장 배경과 개인 성격, 그리고 작품 성향을 지닌 두 작가, 미오와 조이가 자신들이 창작한 가상 세계를 모험하는 이야기를 담은 비대칭 협동 어드벤처 게임이다. 공상 과학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특유의 가상 세계는 엄청난 장관을 드러내며, 격렬한 액션과 화려하고 강렬한 연출은 가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비교해도 전혀 꿇리지 않는다. 여기에 두 전작에서 보여준 바 있던 좌우 분할 화면 기반의 협동 플레이는 더 정교해졌으며, 서로 다른 두 작가가 험난한 모험 과정에서 꾸준히 소통하고 협동하며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스토리가 꽤나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공상 과학 세계관과 판타지 세계관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미오와 조이에게 각자 다른 역할이 주어진다. 이에 두 플레이어가 자신의 역할을 숙지하고 곧바로 서로의 역할에 맞춰 협동하며 나아가야 하는데, 이를 위한 게임 설계 및 난이도 배분, 완급 조절이 굉장히 절묘하다. 또한 게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시점과 구도의 변경, 좌우 분할 화면의 합체 및 분리 등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공상 과학과 판타지에 어울리는 강렬하고도 화려한 연출이 어우러지면서 플레이어를 제대로 빠져들게끔 만든다. 그 밖에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패러디 및 오마쥬, 자잘한 미니 게임 등이 게임의 흥미를 더한다. '게임을 같이 플레이할 동료'라는 어떤 의미로는 가장 까다로운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지만, 2021년 여러 시상식에서 고티를 수상했던 전작 잇 테익스 투에 이어 2인 비대칭 협동 플레이의 정수를 보여주는 훌륭한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좀비빌 USA 3D(Zombieville USA 3D)
좀비빌 USA 3D는 아무도 없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끊임없이 바닥에서 튀어나오는 좀비들을 처치하며 최대한 오래 생존해야 하는 캐주얼 슈팅 게임이다. 마을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주기적으로 위험도가 올라가고 튀어나오는 좀비들이 조금씩 강해지며 이따금씩 보통 좀비들보다 몇 배는 강한 저주받은 좀비들이 보랏빛 오라를 두른 채 등장하기도 한다. 이에 플레이어는 넓직한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을 곳곳에 널려있는 무기들을 획득하고, 획득한 무기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좀비들을 처치하며 오래 버텨야 한다. 오직 플레이어만 존재하는 마을에서 수백 수천의 좀비들을 처치하는 게임 플레이는 묘하게 프로젝트 좀보이드(Project Zomboid)가 떠오르기도 한다.
좀비들을 마구 처치하거나 상자에 들어있던 무기를 판매해 돈을 벌 수 있고 마을 곳곳에 숨겨진 퍼플 코인을 수집할 수도 있다. 한 차례 게임을 마치고 나면 기지로 돌아오게 되는데, 그 동안 번 돈을 활용해 캐릭터 특성이나 각종 무기를 해금하고 강화할 수 있으며 퍼플 코인을 활용해 캐릭터를 해금할 수도 있다. 캐릭터 강화의 경우 언제든 환불이 가능하지만 한 번 강화를 마칠 때마다 다른 업그레이드의 가격이 동시에 올라가 바가지를 쓰게 되며, 무기 해금 및 강화는 가격은 따로 적용되는 대신 환불이 안 된다. 또한 캐릭터마다 성능의 차이는 없어 사실상 커스터마이징에 가깝다. 뱀서류 로그라이크가 주류로 올라선 현 시점에서 고전적인 시스템 및 게임성으로 재미를 어필하는, 어떤 의미로는 그래서 오히려 더욱 반갑게 다가오는 게임이기도 하다.
● 로그 : 제네시아(Rogue : Genesia)
로그 : 제네시아는 여러모로 이색적인 게임 플레이를 선보이는 뱀서라이크 스타일의 액션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매 챕터마다 몇가지 갈림길이 나뉜 필드 화면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나아갈 방향을 고르며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는 뱀서라이크 스타일에 슬레이 더 스파이어(Slay The Spire)에서 선보인 바 있는 갈림길 시스템을 도입한 모습이다. 여기에 사방에서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처치해 경험치를 획득하고 레벨을 올려 무작위로 등장하는 3-4종의 장비 중 하나를 골라 빠르게 성장해나간다. 흥미로운 건 각 구역마다 클리어 조건이 조금씩 다르며, 일부 구역에서 등장하는 서브 퀘스트를 달성해 추가 보상을 획득할 수도 있다.
전반적인 게임의 진행은 뱀파이어 서바이버(Vampire Survivors)와 매우 유사하지만, 각 장비마다 속성이 나뉘어져 있으며 특정 속성를 지닌 장비를 많이 획득할 수록 이후 해당 속성의 카드가 더 자주 등장한다던가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던가 하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 게임을 여러 차례 플레이하고 도전과제를 해금할 때마다 새로운 장비와 유물이 열려 이후 게임에서 선택지로 새로 나타난다. 난이도가 점차 올라가는 랭크 시스템과 더불어 매번 다른 유물과 장비 조합으로 게임의 양상이 달라지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 밖에 갈림길을 선택해 보스를 처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로그 모드와 최대한 오래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생존자 모드가 별도로 준비돼있다. 뱀서라이크 스타일을 기반으로 이색적인 시스템과 풍부한 컨텐츠를 첨가한 신선한 느낌의 로그라이크 게임으로 추천할 만하다.
● 원더스탑(Wanderstop)
원더스탑은 깊은 숲 속의 작은 찻집에서 일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여전사 알타의 이야기를 담은 캐주얼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푸르른 자연이 살아 숨쉬는 찻집 주변의 풍경은 아늑하고 평화로우며, 찻집 주변을 청소하고, 꽃잎이나 열매 등의 재료를 확보해 차를 제조하고, 찻집에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알맞은 차를 제공하는 게임 플레이는 쉽고 단순하면서도 은근히 손이 많이 간다. 그래도 찻집에서의 일을 실수한다거나 느린 속도로 진행한다고 해도 딱히 보채는 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손해를 받는 것도 아니라 플레이어가 원하는 템포로 느긋이 게임을 진행해도 된다.
한편 찻집에서 일하게 된 여전사 알타는 스스로를 몰아부치는 혹독한 훈련 끝에 무패의 여전사가 됐지만, 어느 순간 찾아온 슬럼프로 인해 연패를 겪은 뒤 검을 제대로 드는 것조차 못하는 무기력한 상태를 맞이하게 된다. 이에 스승을 찾고자 숲으로 떠나던 중 찻집에 방문하게 되고 찻집 주인인 보로의 조언에 따라 찻집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 항상 느긋하고 담담한 태도로 알타를 지켜보는 보로의 태도와 하루 빨리 찻집을 떠나고 싶지만 좀처럼 해답을 찾지 못하는 알타의 상황이 묘한 대비를 이루는 가운데 번아웃이 찾아온 이들에게 색다른 방식으로 격려와 위로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듯한 스토리가 꽤나 감명깊게 다가온다.
● 댓츠 낫 마이 네이버(That's Not My Neighbor)
댓츠 낫 마이 네이버는 작은 아파트 단지의 경비원으로 활동하며 아파트 단지에 침투하는 도플갱어들을 색출해내거나 진짜 이웃을 무사히 통과시켜줘야 하는 캐주얼 검문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기본적인 아이디어 및 게임 디자인은 페이퍼, 플리즈(Papers, Please)와도 어느 정도 유사한 면이 있으며, 뚜렷하다 못해 개성이 넘치는 이목구비를 지닌 이웃들과 기괴하기 짝이 없는 도플갱어의 생김새 그리고 단순한 조작과 더불어 체크할 요소가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게임 플레이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여담으로 itch.io를 통해 데모가 먼저 공개됐던 게임인데, 당시 버전과 정식 출시 버전의 차이가 꽤나 큰 편이다.
매일 검문소에 찾아오는 이웃(혹은 도플갱어)의 신상착의와 제시하는 서류를 꼼꼼히 살펴본 뒤 통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따금씩 생김새부터 도플갱어임을 숨기지 못하는 녀석들이 나타나긴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외모를 철저히 위장하고 서류를 완벽에 가깝게 위장하다보니 꼼꼼한 플레이를 요구한다. 살펴봐야 할 서류는 신분증과 출입허가서, 단 두 종류 뿐이지만 전화를 통해 추가로 상황을 파악해야 하거나 모든 정보가 맞아 떨어져도 도플갱어 여부를 확신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 체감 난이도가 마냥 쉽지만은 않다. 그 밖에 이세계의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나이트메어 모드는 실수를 허용하지 않아 체감 난이도가 더 올라간다. 그래도 한 번 게임을 마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 다소 캐주얼한 검문 게임으로 가볍게 즐길 만하다.
● 어반 정글(Urban Jungle)
어반 정글은 작은 방 안에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채워나가는 캐주얼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각 식물은 햇빛과 습도 그리고 다른 식물과의 상성에 따라 최적의 배치 장소가 달라지며, 이에 따라 식물을 배치했을 때 획득할 수 있는 점수도 달라진다. 따라서 해당 방을 클리어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선 무작위 선택지로 등장하는 식물을 잘 골라 해당 방의 적절한 위치에 식물을 배치해야 한다. 선인장에서부터 다양한 관엽 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준비돼있고, 플레이어가 고른 식물에 따라 게임의 양상도 미묘하게 달라진다. 작은 방 안에 물건을 적절히 배치하는 게임 플레이는 이삿짐을 풀어 배치하는 캐주얼 게임 언패킹(Unpacking)과도 유사한 면이 있다. 그 밖에 여러 방에 식물을 배치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 리버 타운(River Town)
리버 타운은 강줄기 부근에 건물을 배치해 작은 도시를 만들어 최대한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캐주얼 퍼즐 게임이다. 매 턴마다 테트리스 블럭과 유사한 형태의 건물 덩어리를 배치하게 되며 등장하는 블럭의 정확한 형태는 무작위로 결정된다. 파랑과 빨강, 분홍의 세 가지 색깔의 건물 덩어리를 배치해야 하는데, 같은 색깔의 블럭을 최대한 많이 이어 붙인 만큼 추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여기에 각 레벨마다 금광이나 나무 같은 보너스 요소가 존재해 이를 충속시킬 시 마찬가지로 추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각 레벨마다 강의 형태 및 땅의 크기 등 지형지물의 구조가 달라지는 데다가 각 레벨마다 최대 3개의 별을 획득하기 위한 목표 점수가 존재해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 건물을 배치해 도시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아기자기한 도시의 풍경 또한 볼만하다.
● 노르드홀드(Nordhold)
노르드홀드는 점점 영역이 확장되는 왕국에서 몰려오는 적들을 막아내야 하는 신개념 타워 디펜스 게임이다. 적들이 다가오는 길목에 8종의 타워를 건설해 다가오는 적들을 처치하는 한편 왕국 안에서는 일꾼을 동원해 자원을 확보하고 각종 건물을 건설해 왕국을 성장시켜야 한다. 왕국의 영역을 확장하고 웨이브가 진행될 때마다 점점 강한 적들이 몰려오는 데다가 몰려오는 적의 숫자도 늘어나 꾸준히 타워를 건설하고 강화해야 하며, 타워 건설 및 강화에는 마땅히 자원이 소모되니 이를 위해 왕국을 잘 관리해 경제를 성장시켜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여기에 매번 게임을 플레이할 때마다 달라지는 영웅 및 유물, 이에 따른 타워 건설 및 방어 전략, 그리고 게임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과정에서 확보하는 영구 강화를 통해 더 좋은 조건에서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 등, 로그라이크의 요소 또한 돋보인다. 전형적인 타워 디펜스에 경제 성장 및 로그라이크의 요소를 도입한 신선한 시도가 엿보이는 인디 게임이다.
● 스필드!(Spilled!)
스필드! 는 검은 기름과 쓰레기로 인해 오염된 바다를 청소해야 하는 캐주얼 게임이다. 밝은 색감의 아기자기한 픽셀 그래픽과 고요하고 잔잔한 배경 음악이 돋보이는 가운데 작은 배를 조종해 검은 기름을 싹 흡수하고 바다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들을 수거하는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게임 플레이를 자랑한다. 조작이 쉽고 간편해 금방 게임에 익숙해질 수 있는 데다가 게임상의 바닷가는 바다라기보단 강이나 호수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규모가 작은 데다가 한 구역을 전부 청소한 뒤 다음 구역이 열리는 선형적인 구조를 띄고 있어 크게 헤맬 일도 없다. 여기에 바닷가 청소 이외에 바다 여기저기에 표류된 동물을 구출하는 수집 요소라던가 이런저런 사이드 퀘스트, 바다 오염의 원흉이 되는 유조선과의 보스전 등 게임 구성에 필요한 것들은 전부 갖춘 모습이다. 환경 보호라는 공익성과 자잘한 힐링 감성의 게임성을 두루 갖춘 무난한 게임으로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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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드! 재밌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