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번역(취미)을 마무리하며 [18]
네, 이번엔 약 1년간 취미로 잡았던 번역을 마무리하게 되어서 조금 소감을 남기고자 합니다
뭔가 타이밍이 덜컥 스파클이 된 직후라 좀 알딸딸하네요
(실제로 도전자로 남아있었다면 내려놓을 생각도 하고 있었고)
저는 번역 외에도 공략이나 패치 소개 쪽에서 주로 활동을 하고 있구요
번역의 경우 독 짓는 늙은이처럼 퀄리티에 불만이었던 건 떼잉하면서 스스로 깨버려 가지고
없어진 것들도 좀 있는데 짧은 거 긴 거 합쳐서 약 80개 정도 작업한 것 같습니다
이 취미의 시작은 작년 5월 15일에 스토브한글화를 통해 출시한 『FLOWERS -Le volume sur été-』
저에게 나름 장기 프로젝트였던 2달간의 유어 블라이트 가이드 작성 기간을 빼면 약 1년 정도가 되네요
여름편 자체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트루 엔딩에서는 성우가 직접 부르는 주제곡이 나오길래
거기에 흥미를 느껴 야매로 작업했던 것에 생각보다 큰 재미를 느껴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범주도 봄여름가을겨울 전체 주제곡으로, 다른 게임의 주제곡으로, 관련 콘텐츠 번역으로 점차 늘다가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제 글에서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플라워즈 여름편이 꼭 나오는데, 좋아하는 것도 맞고 손가락 안에 꼽기도 합니다
근데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같은 개발사의 《카르타그라 ~달에 미치는 병~》입니다
――슈고 님과 만나고 싶다. ――슈고 님과 이야기하고 싶다. ――슈고 님께 닿고 싶다. ――슈고 님께 안기고 싶다.――슈고 님을 느끼고 싶다.
――슈고 님을 사랑하고 싶다.
카르타그라는 대충 이런 초얀데레가 나오는 일본풍 사이코 미스터리 AVG입니다
사이버 유학에 능통하다면 한 번쯤 추천합니다. 블로그, 티스토리에 공략도 있다굿
- 작업에 쓰인 화집+설정집과 봄여름가을겨울 팬북 -
다시 돌아와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도 몇 가지 있었습니다.
중후반 쯤에 가서는 단편 작업도 꽤 하게 되었는데
'이거 눈으로 봤을 때는 분량이 꽤 되는 거 같았는데 내용을 보니 한 씬밖에 안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 이 정도 분량을 예닐곱 개는 모아야 한 챕터가 나오고 그런 걸 또 몇 개는 모아야 작품 하나가 나오니까
와, 시나리오 라이터는 진짜 힘들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맞춤법
원래 지켜야 하는 게 200% 맞죠. 근데 글과 관련된 작업을 하니까 특히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물론 저도 사람이라 틀리는 경우가 있겠지만,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거는 합성어로 굳혀져서 붙여 써야 합니다, 이건 원래 띄어야 하는데 붙여 쓰는 게 허용입니다, 아 근데 그건 안 돼요
같은 단어여도 의존 명사로 쓰이냐, 조사로 쓰이냐에 따라 달라지고 몸에 익기 전까지 엄청 골 아팠습니다
그 중에서 알려주고 싶은 걸 딱 하나만 고르자면
수 밖에 < 이게 일상이든 유튜브든 망가 번역본이든 진짜 엄청 많이 틀리는데 붙여야 합니다. 수밖에
작업물 얘기로 가서 토토노의 아오이 엔딩 테마인 「별의 회전목마」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해야 할까요
왜냐면 플레이하지 않은 걸 작업한 경우거든요
플레이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토토노라는 게임은 얼터너티브 ADV 장르로 전개나 시스템이 여러모로 굉장히 파격적이죠
특히 선택받지 못한 히로인은 게임에서 존재 자체가 지워지면서 추가 공략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시스템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죠
그런 이유로 저는 아오이 엔딩을 보지 못했습니다
노래도 당연히 미유키 엔딩 테마를 마친 후 할까 말까 하다가 하기로 마음먹고서 그때 처음 들었죠
여튼 그래서 아오이 루트를 모르니까 어떤 감성에서, 어떤 내용을 기반으로 쓰여진 건지 되게 얼탈 수 있었지만,
그래도 딱 가사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어떤 내용일지 얼추 그려지더라고요
역시 노래의 힘은 대단하다~
가장 즐겁게 작업했던 건 오시러브의 오프닝 테마인 「Love Emotion!」이었습니다
굉장히 빠른 템포의 곡과 재밌고 직관적인 가사로 절로 흥얼거리면서 정말 빠르게 마쳤던 기억이 나네요
작업 계기는 플라워즈와 토토노를 마친 후 한껏 업된 상태라 더 할 게 없을까 하던 중 레이더에 포착되었기 때문
팬디스크인 오시러브 LoD가 처음으로 굿즈 추첨 이벤트에 당첨됐던 게임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좀 각별했습니다
여러 의미로 올여름 화제의 게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여름빛 클로버
여름빛 클로버의 주제곡은 스크립트가 없으면 안 한다는 저만의 규칙을 깬 경우입니다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초갓겜이라 저의 위아래를심금을 울려서
저도 초기에는 일단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막 했었는데, 피로도도 심하고 나중 가서 보면 퀄도 맘에 안 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 취미답게 아마답게 얌전히 가자고 했는데, 깨버렸네?
모든 캐릭터를 잘 뽑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마성의 게임입니다
반대로 이쪽은 제 심금을 울리지 못해서 패스한 케이스들입니다
우선 PARQUET는 음... 직구로 말하면 설정은 좋았는데 내용이 졸라 재미없었습니다
양지런 폭망하고 다시 에로게 만들러 간 게 납득이 되는
그래도 어설픈 3D 모델링 덕분에 굉장히 기괴한 느낌을 주는 오프닝 무비에,
이례적으로 일본어 원문 가사가 적혀 있어서 이 부분만 해 볼까도 싶었지만, 역시 그냥 관뒀습니다
요약하면 인형이 깨어나서 바깥세상을 봤는데 정말 아름답구나 다시는 원래 있던 곳으로 안 돌아갈래(다소 의역)
정말 온갖 기능을 다 때려 박아 놓아서 편의성은 Goat지만 그래도 이 장르는 스토리가 1순위라는 걸 한 번 더 느끼게 해 준 케이스입니다
오시러브 개발사의 최신작인 립트립은 출시 직전에 잡음이 좀 있었죠. 일러스트레이터의 발언 관련해서
근데 저한테는 크게 작용한 건 아니고, 이 게임의 경우 분량이 약2시간 길이로 재밌어 질라할 때 딱 끊어 버리니까 짜게 식었다~
그리고 이것도 플레이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옷 아래의 작화가 심히 웃음벨이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제 마음에 닿지는 못했습니다
사야의 노래는 제가 사 놓고 손도 안 댄 케이스입니다
사유는 당연히 그로테스크함
팔다리 잘라먹는 건 패시브에 심하면 듀라한 만들고, 반갈죽 하는 회사 빠는 놈이 할 말이냐 할 수 있는데
이게 잠깐 잔인한 거랑 계속 그로테스크한 거랑은 좀 다르잖아요 예
그래도 주제곡은 한번 슬쩍 들어봤는데 상당히 곰보스럽고 음울해서 역시 관뒀습니다
여기까지가 얼추 남기고 싶었던 이야기들이구요
사실 이 기간 동안은 게임보다 이쪽에 더 시간을 할애했던지라 갑자기 할 게 사라지면서 뚝 끊기니 좀 공허하기도 합니다
공략할 만한 게임이나 으흐흐한 게임들 또 올라오겠지요
그때를 고대하면서 지금까지 긴 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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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새롭게 올라올 글들도 기대하겠습니다!!
작업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재밌는 게임들이 많이 한글화가 됐으면 좋겠네요
덕분에 토토노 재밌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번역가분들 항상 존경해요
저도 주제곡이나 단편 정도만 하는 아마따리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플라워즈 (비)공식 홍보 대사 ㅎㅎㅎㅎ
눈 떠보니 1년이나 잡고 있었네요
사야는 저도 잠깐 켰다가 악 하고 껐네요
저도 전에 인터넷 방송에서 누가 하길래 슬쩍 봤는데 바로 도맹
앞으로도 계속 라이브러리용으로 남을 듯 합니다 ㅋㅋㅋ
번역 해주신 단편이나 주제가로 게임 외적으로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