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현실의 괴리] 45. 인간과 죽음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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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현실의 괴리] 45. 인간과 죽음의 괴리 [2]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을 살며 수천마리 이상의 모기를 죽여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도 때도 없이 눈앞을 왔다갔다 거리고, 귓가에 앵앵거리고,

피를 빨아 내 몸을 가렵게 만드는 행동들이 내 기분을 매우 불쾌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찌나 성가시던지, 나중에는 길을 걷다 잠깐 눈에 띄었는데도 죽일 생각을 하게 되는게 모기였다.


하지만 그 이외의 생명체는 전혀 손대지 않고 있다.

파리나 바퀴벌레 등의 곤충은 모기만큼 내 주변을 서성이지 않고,

몸에 들러붙어 피를 빨지도 않으며, 오랫동안 집안에 눌러붙어 사는 녀석들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 눈에 거슬린다 싶으면 집 밖으로 쫒아내는데 용이한 도구를 사용하는 정도였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나로 인해 생명이 죽고, 사체를 목도하고,

그것을 내가 직접 치워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었으니까.

모기는 어디까지나 그 기분을 뛰어넘을 정도로 성가셨기에 죽이는 것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그들을 해충이라 명명하고, 공감하였기에' 망설임 없이 살생을 할 수 있는 것임을 잊으면 안된다.

인간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폭력과 살생을 지양하고 있다.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결코 사람을 죽여선 안된다는 가르침이 세간에 떠도는가 하면,

"필요에 의해 동물을 죽이더라도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면 학대에 해당한다"라는 동물 보호법이 있을 정도다.

그 결과, 현대 사회는 인간이 다른 생물을 죽이거나 폭력을 가하는 행위 및 과정을

철저히 통제해서 보여주게 되었고, 이는 다 자란 성인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

(Ex: 교통사고가 일어나 사람 1명이 사망했으나, 사고 직전까지의 영상만 보도하듯이)

왜 이런 사회가 되었을까?

폭력과 죽음을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보여주는 것이 '평화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라는 인식을 주기 어렵게 하고,

시민들의 정서를 불안하게 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장면이 현실이었다면 성인 시청자도 모자이크 처리를 피할 수 없다.




그 때문일까?

게임을 즐기다 보면 현실과 큰 괴리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현실에서는 폭력이나 죽음을 목도할 기회가 인생 전체를 통틀어봐도 몇 번 없는 것에 반해,

게임은 일상이 폭력과 죽음으로 가득차 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인기 온라인 게임 순위 50위 안에 들어있는 게임의 90%는

생명체를 죽여야 성장할 수 있거나 승리에 가까워지는 시스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게임들을 어린 아이들이 즐기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대함과 더불어,

게임계 전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학부모가 많은 배경에는 이 문제가 한 몫하고 있을거라고 보고 있다.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게임 유저들은 의외로 주변에서 찾기 힘들다.

나도 이 괴리감을 깨닫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도 그럴듯이, 폭력과 죽음에 심취해 액션 게임을 즐기고 있는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만으로 폭력의 정당성이 생기는 상황이 쉼없이 찾아오는가 하면,

현란한 움직임을 보이는 캐릭터의 액션을 보기 위한 목적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퍼즐을 풀고 / 대결을 하고 / 모험을 하는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부차적인 요소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게임은 시뮬레이션(체험)이 될 순 있어도, 현실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게임의 이해도가 낮은 일반인 시점에서는 이러한 유저들의 입문 동기를 알기 어렵다.

오로지 사회 통념에 비추어 게임을 바라볼 경우 매우 자극적이고 유해한 인상만을 남길 가능성도 크다.

폭력적인 영화는 잔인한 장면을 한 번 보고 끝나는 것에 반해,

게임은 캐릭터 경험치를 위해서라곤 해도 플레이어가 직접 몬스터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죽이지 않는가? 

연출의 수위에는 다소의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폭력의 빈도는 그렇게 설명할 수 없다. 

유저들은 가볍게 '액션 게임'이라 말하고 넘어갈 수 있어도, 

누군가에게는 플레이어를 대학살자로 만드는 게임이라는 극단적인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옛날, 한 철학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 명을 죽이면 살인자지만, 백만 명을 죽이면 정복자요. 만인을 죽이면 신이라."

힘의 논리가 정의를 지배하는 현실을 풍자해 나온 말이라고 하며,

이 개념은 게임을 포함한 여러 픽션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강한 힘이 곧 정의인 세계라면, 이루고 싶은 것을 위해 치고 박고 싸우는 과정이 반드시 들어가기 때문이다.

(악한 이가 먼저 물리력을 사용해 세계를 공포에 빠트리고, 주인공 일행이 더 강한 물리력을 준비해 이를 극복해나듯)

여기에, 게임세계는 개발자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세계인만큼,

힘의 논리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바를 하나의 스토리로 준비할 수 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적(생명체)을 죽여야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고, 신에게 힘으로 도전하는 게임이 존재하듯이 말이다.


1. 인간의 인지를 초월한 존재의 개입

2. 도구의 통제만으로는 인간을 통제할 수 없는 마법의 세계


이를 반대로 말하면, 힘의 논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배경이 충분하지 않고

+ 힘 이외의 논리로 인간을 통제하는데 용이한 사회가 바로 지금의 현실이라는 것을 뜻한다. 

액션 게임에서 정치, 언론, 여론 등의 힘이 주인공을 막아낼 수 있었는가?

정당하게 행사하는 힘이 아니라 판단될 경우,

다 때려부숴 바꿔버리면 될만한 힘의 논리가 게임 세계에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인지를 초월한 존재도, 마법 같은 특수한 힘도 없다.

모든 인간은 평등에 가까운 신체 구조와 힘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폭력보다 법을 통한 문제 해결을 지지하는 사회 발전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폭력 및 죽음과 관련된 묘사도 사회의 합의하에 검열되기 시작했으나...

픽션 작품은 이용 등급에 따른 묘사의 자유도를 허용했고,

이는 보다 특수한 성격을 가진 게임들이 등장하며 폭력성 논란(GTA 등)으로까지 번지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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