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섞고 삶을 바꿔줄 시간이군”
이 대사는, 이 장르의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자, 장르 그 자체를 상징하는 “VA-11 HALL-A: Cyberpunk Bartender Action”의 핵심 대사입니다.
태번 토크의 핵심 게임 메커니즘 또한 다름이 없습니다.
술 대신 포션을 섞어 제공하기는 하지만,
포션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인생이 바뀌고 세계에 영향을 미치며,
결국은 세상의 종말을 구할지 또는 망할지의 거대한 서사극이 펼쳐지게 됩니다.
이상하게도 태번(Tavern)은 선술집을 뜻하는 단어인데, 정작 술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ㅋㅋㅋ
여러분들이 내어주는 포션에 따라서 등장 인물들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물론 플레이어는 그런 모험가들의 동행자가 아닌,
어디까지나 바에서 포션을 타주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조언을 해주는 “관찰자”로써 역할로 제한되어 있지만요.
그러니깐 “판타지 세계의 바텐더가 되어 포션을 타주고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임” 이라는 거죠.
■ 태번에 방문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와 성장 스토리
정말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그들의 삶, 변화, 그리고 성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이 장르의 핵심이자 전부이죠. 태번 토크는 이런 손님의 이야기를 게임 속에 정말 잘 녹여놨습니다.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서 캐릭터들의 관계성이 변화하고, 가치관이 변화하며, 그들의 외형마져 변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그들이 가져온 전리품이 가게에 장식되기도 하고요.
태번 토크에는 유쾌하고 개성넘치고, 또는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잔뜩 등장하는데,
이 장르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 캐릭터 서사에 있어서 태번 토크는 바로 합격점을 받아갈 수 있다는 말이죠.
그리고 여기에 플레이어가 만드는 포션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손님의 요청을 듣고, 운명의 방향성을 정해주는 포션을 통해 운명의 갈림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손님은 포션을 마시고 모험을 떠난 뒤, 모험을 마치고 돌아와 “그 포션을 통해 결정 된 운명의 이야기”를 주인장에게 들려주게 됩니다.
다른 운명의 갈림길이 궁금해서 회차 플레이가 강요되긴 하지만,
완전히 다른 운명과 완전히 다른 결말에 대한 흥미 덕분에, 회차 플레이에 대한 원동력을 제공해 줍니다.
제공하는 음료에 따라서 전혀 다른 모험의 과정과 결과, 심지어는 세계의 운명에 까지 스노우 볼이 굴러가게 될 겁니다.
빵빵한 볼륨 또한 칭찬할만 합니다.
회차 플레이가 강제되는 게임임에도 1회차 플레이만 대략 10시간 내외.
그렇다고 2회차 플레이의 시간 단축은 거의 없습니다.
모든 업적 달성을 기준으로는 대략 30시간 가량의 플레이 타임이 필요합니다.
바텐더 시뮬 장르의 게임들은, 하나같이 다른 인생의 선택지라는 시스템으로 인한 회차 플레이가 강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볼륨의 아쉬움이 항상 존재 했는데, 태번 토크는 1회차에서부터 빵빵한 볼륨으로 만족시켜 줄 겁니다.
■ 너무나 쉬운 포션 제작 (미니게임)으로 스토리에 집중케 합니다.
포션 제작이 스토리 분기의 핵심 열쇠인데, 이 부분이 심플한 건 오히려 좋습니다.
발할라나 커피 토크와 같은 바텐더 게임을 하다보면, 종종 플레이어를 매우 고통스럽게 만들어 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개같이 주문해도 찰떡같이 알아서 음료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부분 말이죠.
“우울한 날에 어울리는 음료를 주세요.” 같은 헛소리...
또는 “맨날 마시던 걸로 내놔요.” 같은 기억력 고문,
또는 단서나 힌트도 없이 “마살라 짜이 주세요.” 같은 사전지식 고문 까지 말이죠.
태번 토크는 그런게 없습니다.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비슷한 형태가 있다고 하더라도 “답을 다 알려주는 수준의 힌트”를 제공합니다.
이 덕분에 포션 제작 미니 게임에는 어떠한 고통이나 스트레스 요소가 없습니다.
정말 쉬운 포션 제작 방법을 택한 대신,
이러한 포션 제작을 통해 “캐릭터의 운명을 결정한다.” 라는 측면을 확실히 부각시켜 주는, 훌륭한 선택과 집중을 해 놨죠.
그냥 정답을 다 알려주는 수준의 힌트. 대신 플레이어에게는 운명을 “선택”하는 사람으로써, 포션 제작에 확실한 의미 부여를 해 주었습니다.
추가로 “퀘스트 발행” 미니 게임도 그냥 정답을 다 알려주는 수준입니다. 그냥 같은 색 & 같은 모양 메모지를 3개 모으면 끝!
■ 2개의 커다란 단점 - 쿨찐 주인장과 그들만의 이야기
쿨병, 또는 쿨찐 같은 단어가 있습니다. 사건이나 인물을 대할 때, 굉장히 시니컬하거나 냉정한 대응,
또는 우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은 자세등을 모두 포괄하는 자세를 말하죠.
이 작품의 플레이어 = 주인공은 어째선지 각 인물등장 인물들에 대해 굉장히 건방지고 시니컬한 측면이 강합니다.
쿨병에 걸린 것 마냥, 아무렇지도 않게 욕설을 담고, 서양식 조크 비슷하게 남에게 블랙조크를 던지거나 무례한 대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태번의 방문한 사람들은 고객인데, 고객을 대하는 게 아니라 바보를 놀리는 것 같은 대화나, 상대방의 약점을 찌르고, 도발하는 식의 대사가 자주 튀어나옵니다.
예를 들자면 처음 뼈아저씨가 등장 했을 때는, 포션을 주문할 때 “포션하고 대걸래를 드릴까요?” 같은 말을 합니다.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일부 대화에는 대놓고 도발하고, 그것에 대해 고객 또한 상당히 살벌한 위협을 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등장 인물들과 친밀도를 쌓아가는 스토리에 종종 이런 대사들은 설명하기 어려운 괴리를 느끼게 합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예의나 갑을 관계에 기초한 한국적인 정서에서 받아들이기 애매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걸래 드립을 친 사람에게, 친절하게 해줘서 고맙다니...
그저 서양식 블랙 조크나, 그런 문화권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위의 쿨병같은 주인장은 문화 차이 같은걸로 넘길 수 있다 하더라도, 두번째 단점은 좀 심하게 큽니다.
비록 카운터에 있는 주인장이 “듣는 청자의 입장”에 있다곤 하지만, 너무 부외자로 쫓아내 버리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풀리는 부분입니다.
아직 초반임에도 갑작 스럽게 몰아치는 고유명사의 파도에와, 뭔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는 고유 세계관 위에서 풀어나가는 이야기들은
이야기의 청자인 플레이어를 게임 세계 밖으로 밀어냅니다. 캐릭터들이 열심히 떠드는데, 그게 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뭔 바다, 플레이아데스, 날개, 에코...
마치 수업시간에 잠시 한눈 팔았더니, 전혀 모르는 단어가 칠판 한가득 채워져 있는 것 처럼
사전 설명도 없이 쏟아지는 고유 명사의 폭우와 설명도 한 적 없는 세계관의 각종 이야기를 쏟아내곤 하는데,
뭔 소리인지 알아 들을 수도 없어, 한국어로 된 대사를 “해석해야 하는 순간”이 종종 찾아옵니다.
이건 정말 심각할 정도로 몰입을 깨뜨리는 부분입니다.
드넓은 세계관과 각종 종족, 설정, 이야기들을 설명 없이 “쏟아내 버리는 점”
정말 중도 하차를 고민할 정도로 몰입을 망치는 부분이었습니다.
세계관이나 설정을 찾아가면서 읽어보면 충분히 흥미롭고, 재밌는 발상, 또는 웃음이 나오는 설정들도 있는데,
문제는 이런 것들을 하나도 안 가르쳐주고, 그냥 마구 떠든다는 점입니다.
핵심 사건이나 등장 인물들이 제한되어 있다면, 어떻게든 집중해서 따라가긴 하겠지만,
정말 놀랄 정도로 많은 (20명 이상) 등장인물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병렬로 진행되는 복수의 사건들 때문에
중반 부분에서는 “게임을 못 따라가겠다.”라는 생각도 종종들 지경이었습니다.
그나마 최종장에 들어서면 위 사건들과 세계관, 그리고 등장인물들까지 모두 이어져서 완결로 향하는 서사를 통해
그 사건들이 모두 의미가 있었다라는 것을 보여주긴 합니다만,
이 중간 지점에서는 진지하게 하차를 고민 할 정도로 몰입을 망치는 구간이 있습니다.
20명을 넘는 등장인물들... 몬스터 프롬을 해보셨으면 반가울 얼굴도 등장합니다. “크게 역할은 없지만...”
■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
이 게임에 대한 평가는 이 게임의 한 업적을 가져오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갑작스런 고유명사와 그들만의 이야기로 인한 하차의 위기가 3차례 정도 있었지만,
스토리의 막판에 그 모든 파편화되어 있던 이야기들의 줄기가 하나로 합쳐지고,
자신만의 목적 위에서 행동하던 등장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어 결말로 향하는 장면에서는,
그들의 운명을 이끈 관객으로써의 가슴 뜨거운 무언가가 끌어오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엔딩까지 보고 나면,
중간의 고비조차 ‘괜찮았던 것’으로 포장 될 정도로, 감성 넘치는 무엇인가가 기억 한켠에 남게 됩니다.
확실히 태번 토크의 최종장은 다른 바텐더 시뮬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보여주기에 “끝은 확실히 좋습니다.”
그리고 고유 명사나 세계관 설정에 고생한 1회차 덕분에, 2회차는 훨씬 재밌고 흥미롭게 플레이 할 수 있기도 합니다.
공식 한국어 번역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현지화 되어 있어서, (조금은 은어나 한국 밈까지 사용한 수준)
이건 게임성 외적으로도 칭찬 받을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ㅋ 스토브도 그렇고 아무튼 한글화는 감사합니다!
커피 토크나 발할라 같은, “관찰자로써 이야기를 듣는 식”의 바텐더 시뮬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매우 강력하게 추천 드릴 수 있습니다.
장르 입문작으로써는 위에 지적한 “세계관을 마구 떠드는 단점”이 가장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쉬운 포션 조합과 장르의 핵심 재미를 잘 살린 점은 분명하기에,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싶긴 하네요 ㅎㅎㅎ
솔직히 귀여운 페이블 하나만 두고 봐도, 플레이 할 가치가 있습니다!
허당 엘프 페이블이 어떻게 성장해서 어떤 영웅이 될지는 본편을 플레이 해 보세요!
그러니 제목으로 돌아갑니다. “포션을 섞고 운명을 바꿀 시간입니다.”
#태번토크 #리뷰 #후기 #TavernTalk
촉촉한감자칩
🫡🫡🫡 즐겜을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미소녀 게임, 건설 경영 게임을 사랑합니다!
이거 평이 무난무난 괜찮은 편인것 같더라구요 ㅎㅎ
중간 고비가 조금 커서 ㅎㅎㅎ 엔딩까지 플레이 한 사람들이 늘어날 수록 평가가 오르더라고요!
초반에는 80% 긍정적에서 지금은 93% 긍정적까지 많이 좋아졌습니다 ㅎㅎㅎ
커피토크 게임도 나름 괜찮긴 했는데 정말 힐링 게임으로 접하기에는 좋아보이네요
태번토크는 힐링이나 가슴 따뜻해 지는 이야기와는 조금 갭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장르가 힐링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리뷰에서 힐링이란 말을 피하기도 했구요 ㅎㅎㅎ
쏟아지는 고유 명사 때문에 힐링이 안되는 것도 있는데... 태번 토크는 마치 라이트 노벨이나 애니메이션의 가벼운 영웅 서사와 같은 구조를 택하고 있습니다. 그걸 사건의 변두리에서 관찰자 시점에서 보는 이야기라서, 힐링된다기 보다는 재밌는 판타지 소설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되네요 ㅋㅋㅋ
발할라 해보고 푹 빠져서 이후에 커피토크도 발매하자마자 하고 커피토크2도 발매하자마자 했었는데 이것도 괜찮아보이네요
그렇다면 태번 토크는 매우 추천드립니다! 두 시리즈하고는 상당히 쉬우면서 색다른 맛을 보여줄 겁니다.
대신 진짜 중간에 힘든 구간이 있는데, 그 부분만 잠시 꾹 참으신다면 정말 만족스러운 엔딩으로 기억에 남을 겁니다!
촉촉한감자칩
개인적으로 커피 토크류의 감성을 좋아해서 게임 재밌어 보이네요!
커피 토크 좋아하시면, 태번 토크가 더 마음에 드실 수 있습니다.
각자의 이야기-각자의 결말이 있었던 커피 토크에 비해, 모두의 이야기가 합쳐져서 하나의 감동적인 결말로 이어지는 맛이 정말 좋거든요!
근데 커피 토크도 몬스터 프롬도... 아마 나중에 번들 사이트에서 풀릴 확률이 높아서,
즉시 플레이 하실게 아니면 존버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ㅋ
칵테일의 디자인을 보고 순간 '배틀 셰프 브리게이드'가 생각났지만, 전술한 것은 퍼즐게임이니 이것과는 궤가 다르겠죠...
배틀 셰프는 그 특유의 애니메이션 감성이 정말 좋았던 게임이라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