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인 재미에 집중한 RWS의 게임 시리즈 포스탈 시리즈 [3]
Running With Scissors, 러닝 위드 시저스라는 미국의 게임 개발사가 있습니다. 시작은 1986년 리델 소프트웨어 프로덕션으로 워너 브라더스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들을 하청을 받아 제작하는 회사였지만 1996년부로 야심차게 사명을 변경, 자신들만의 게임을 발매하기 시작했어요.
RWS가 독립을 선언한 시점인 1996년은 1992년에 발매된 뒤 여러모로 정말 큰 파장을 일으켰던 미드웨이의 모탈 컴뱃 시리즈가 한창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던 시기입니다. 이후 1993년에는 둠이 등장, 다소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게임의 재미만 보장한다면 그런 부분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걸 보여주었고 그런 흐름에 러닝 위드 시저스도 탑승하며 내놓은 게 바로 포스탈이었습니다.
포스탈 1
1997년 11월 PC용 패키지 게임으로 등장한 포스탈은 그저 주인공 듀드가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걸 쓸어나가기만 하면 된다는 간단한 구성을 가진 게임이었어요. 스토리가 있기는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데에 별다른 비중은 없기 때문에 진행 방향은 다르지만 어쨌든 둠과 비슷한 느낌으로 진행 가능한 게임이었습니다.
스테이지마다 나에게 적대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을 일정 이상 처리하라는 목표가 주어지고 이걸 달성하면 다음으로 넘어가는 식, 그 과정에서 민간인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전부 쓸어버릴 필요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페널티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 피아식별이 귀찮은 분들은 모조리 털어나가고는 했습니다.
외계인이나 괴물이 아닌 사람이 대상이라 그런진 몰라도 포스탈은 출시 당시 생각보다 찰진 재미와 비례하는 높은 폭력성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낼 수 있었고, 당연히 안티들도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그만큼 포스탈이 보여주는 특유의 재미에 푹빠진 매니아들을 만들어내며 이후 시리즈가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확보하게 됩니다.
포스탈 2
포스탈이 재미있는 게임이기는 했지만 볼륨이 꽤나 작았다는 점, FPS보다는 쿼터뷰 시점의 어드벤처 게임과 비슷한 재미를 보여주었다는 점을 개선한 후속작, 포스탈 2는 2003년 4월에 발매된 게임이었어요.
전작에 이어 다시 한 번 주인공으로 등장한 듀드가 애리조나 주의 파라다이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나가는 게임으로 단순히 아내가 우유를 사오라는 단순한 심부름부터 이게 맞나 싶은 내용의 것까지 정말 다양한 미션들이 준비되어 있어 이걸 수행하는 데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과정이야 어떻든 임무가 요구하는 조건만 정확히 달성하면 그걸로 OK인 게임이라 포스탈 2에서 플레이어들은 생각보다 더 높은 자유도를 즐겨볼 수 있었고 전작이 보여주었던 특징들은 그대로, 어쩌면 더 강력하게 준비되어 있었기에 포스탈 2는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어요.
포스탈 3
포스탈과 포스탈 2의 확장팩을 통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RWS였지만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한 번쯤 찾아오게되는 자금난이 이쪽에도 발생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외주를 맡겨 등장한 후속작 포스탈 3은 전작들이 쌓아올린 명성을 한 번에 날려버리는 핵폭탄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기에 팬들과 제작사 모두 포스탈의 세 번째 타이틀은 나오지 않았다고 오늘도 열심히 덮어버리고 있는 중이에요.
포스탈 4 후회는 ㅇ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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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대로라면 No Regrets여야겠지만 포스탈 시리즈 특유의 유쾌함을 담기 위해 No Regerts를 선택, 그렇기에 한국어판 타이틀도 후회는 없다가 아닌 후회는 ㅇ벗다가 되어버린 포스탈 시리즈의 네 번째 타이틀 포스탈 4입니다. 얼리 액세스는 2019년 10월에 시작했고 2022년 4월부로 정식 발매, 2023년 10월 스토브 인디에서도 판매를 시작했어요.
그래픽이 발전했을 뿐 큰 틀 자체는 이전의 포스탈 시리즈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시리즈를 쭉 즐겨왔던 분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게임의 흐름에 적응, 다시 한 번 듀드의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메타크리틱을 기준으로 평점은 굉장히 낮지만 꼭 평점이 정답이 아니라는 걸 비슷한 느낌의 게임을 좋아한다면 바로 포스탈 4에서 느껴볼 수 있어요. 제작사인 RWS 역시 혹평을 오히려 최고의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니까 말이죠.
수많은 게임들의 패러디가 들어간 건 물론이고 오락실에 방문해 즐길 수 있었던 미니 게임들의 수도 크게 증가해 여러 게임들을 즐겨왔던 분들이라면 포스탈 4 내에서 더 큰 재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잠시 딴 길로 새 자유를 실컷 즐기는 게 포스탈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인 만큼 이런 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거죠.
굉장히 폭력적인 게임이라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어떻게 보면 숙명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게임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원초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리즈가 바로 포스탈 시리즈입니다. 한 차례 휘청이기는 했지만 다시 시리즈를 이어나가기 시작한 RWS가 앞으로 어떤 감성을 포스탈 시리즈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여줄지 기대해보자구요. 포스탈 5가 심지어 게임성까지 잡아버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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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탈의 초기 감성 참 좋아했는데, 갑자기 FPS로 밀어부쳐서 ㅠㅠ
포스탈 잘 몰랐는데 역사가 있는 게임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