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현실의 괴리] 36. 다구리 앞에 장사 있다

STOVE Store

커뮤니티 게시판 글상세

Partner Creator

글상세

Partner Creator

[게임과 현실의 괴리] 36. 다구리 앞에 장사 있다 [1]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등 픽션 작품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는 '혼자서 다수를 상대로 싸워 이기는 것'이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맞서 싸워 이기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독자는 열광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을 돌아보며 한숨 짓기도 한다.

각지에서 일어나는 집단 폭력 / 괴롭힘 환경(SNS 포함)이 빠르게 뿌리 뽑히지 못하는 이유는

-> 다수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 전략 / 힘 / 숫자 등 어느 것 하나 확보하지 못한채,

무언가 달라지기만을 바라며 숨을 죽이는 개인이 많기 때문이다.

그다지 폭력이나 괴롭힘 문제가 아니더라도,

나의 생각과 다수의 생각이 충돌되고 있다면 내가 양보하는 것이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가 되었다.

무력 전쟁에서도 다수가 소수를 상대로 얼마나 유리한 전투를 벌일 수 있는지에 대해

'란체스터 법칙'이란 군사적 용어가 생겼을 정도로, 현실은 다구리 앞에 장사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사례는 게임에서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캐릭터가 적의 공격에 피격시 일정 시간 동안 경직(행동불가)이 발생할 경우, 숫자의 폭력이 가지는 힘은 매우 강해진다.

경직 도중 다른 적으로부터 추가로 공격을 받아 경직이 중첩될 경우,

죽을 때까지 적의 공격만 받아야 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적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기에, 플레이어에게 일정 횟수 이상 피해를 입었을 경우

경직을 무시하는 '슈퍼아머' 효과가 보스급 몬스터들에게 적용시켜 게임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캐릭터의 성장치가 높을수록 이런 요소들을 일부 무시할 수 있지만,

신중하게 게임하지 않으면 숫자 앞에 장사 없는 상황을 겪는 일은 많았다.

높은 난이도를 가진 게임일수록 캐릭터의 성장치는 숫자의 폭력을 압도할 정도의 힘이 되지 못하고,

근거리 공격 위주의 능력을 가진 캐릭터일수록 숫자의 폭력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웠기에 더욱 그랬다.





빠른 이동 및 광역 공격 능력이 부족했던 디아블로 1의 경우, 다수의 강력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좁은 문을 끼고 1:1로 유도해 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는 수많은 적들을 전부 물리치는데 성공하고 있다.

현실과 달리, 게임은 같은 상황에서 몇 번이고 도전하고 검증할 수 있는 세이브 / 로드 시스템이 존재한다.

게임을 포기하지 않을 의지만 있다면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에게 패배란 없는 것이다.

계속해서 도전하다 보면, 이전보다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는 경험이 생기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일부 게임들이 가진 허점을 찾아내 이용하는 경우도 생긴다.



대표적인 예시로 QTE(Quick Time Event / 전용 연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Ex) 변신 / 합체 / 필살기 사용 도중에 카메라 시점이 크게 바뀌며 화려한 연출이 나온다.

-> 화려한 연출에 가려, 현 전투 상황을 확인 할 수 없게 된다.

-> 플레이어에게 불이익 요소가 없도록 연출이 끝날 때까지 피해를 받지 않게 설정한다.

-> 적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해 허공에 필살기를 사용하여 회피한다는 선택지가 생긴다.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변신 / 합체 / 필살기 같이 '무방비 + 준비 시간이 필요한' 요소는

-> 집단 규모의 적에게 포위되어 있는 상태에서 쓸 수 있을만한 기술이 결코 아니다. (기사도가 있는 개인에게라면 통할지 몰라도)

이 기술의 존재로 인해, 플레이어는 적진 한가운데에 고립되고도 오랜 시간 강력한 기술을 쓰며 싸워나가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Ex) 적에게 공격을 당하는 순간 카메라 시점이 바뀌며 화려한 연출이 나온다.

-> 화려한 연출에 가려, 넓은 시점에서의 전투 상황을 확인 할 수 없게 된다.

-> 플레이어는 해당 상황에만 집중시키게 하고, 연출이 끝날 때까지 다른 피해를 받지 않게 설정한다.

-> 포위 당해도 적들의 집중 공격으로 순식간에 죽을 위험이 없다.

-> 순간 회복할 수 있는 아이템이 충분하다면 적들의 포위 여부는 위협적이지 않다.


공포 게임에서 주로 경험할 수 있는 디자인 중 하나로,

좀비 / 크리쳐 같은 이형의 존재의 접근을 허용하면 전용 연출이 발생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형의 모습을 한 존재일수록 숫자의 폭력이 가져오는 공포감 형성은 커지기 쉬움에도 불구하고,

2마리 이상이 동시에 플레이어를 덥쳐 압살하는 것만은 피하고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 등장하던 좀비 무리가 사람에게 달려드는 과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적절한 난이도 밸런싱을 위해 필요한 디자인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높은 난이도로 설정한다 해도 겪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도 크다.





좀비의 무서움은, 한놈이 달라붙어 있는 동안 다른 놈이 추가로 달라붙으며 그대로 압살하는 것에 있거늘!




숫자가 많으면 뭐하나? 숫자의 힘을 살려 일제히 공격하지 않고 한명씩만 덤비니, 주인공의 손에 시체는 늘어날 뿐이구나.



'혼자서 다수를 상대로 싸워 이긴다' 라는 것을 키워드로 한 '무쌍' 게임에 이르게 되면,

숫자의 폭력이 가진 힘은 한층 더 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명백하게 플레이어의 배후를 찌를 수 있는 자리에 있음에도,

다른 이가 플레이어와 싸우고 있다고 가세하지 않는다.

공격할 기회가 여러번 찾아옴에도 그것을 놓치고 있다가,

한 번의 공격 모션도 행하지 못한채 플레이어에게 죽는 것이 그들의 숙명이다.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그 힘을 살리는 전술이 구현되지 않는한,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다구리 앞에 장사 있는' 디자인이 아닐 수 없다.

만약 현실의 패싸움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이 강제될 수 있다면,

격투 선수 혼자서 수십명의 일반인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숫자의 폭력'을 개발자가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있는가에 따라 액션 게임의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실과 비슷하게 디자인 함으로서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고, 신중한 플레이를 요구하는 게임.

주인공의 강함을 띄워주기 위한 연출의 제물로 사용하는 게임.

두가지 모두를 적용한 게임 등이 말이다.





숫자의 폭력을 타이틀 명으로 지은 그 게임 - They are Billions






Reply 1
Notification has been disabled.

데이아 빌리언즈 대량의 좀비와의 대결이 참 매력적인 게임이었죠

이제 후속작 내줄 때도 되었는데 후속작을 안내주는군요

Partner Creator's post

List
작성 시간 04.12.2024
image
+17

갑자기 음기를 통하자는 설녀 게임 [6]

04.12.2024
2024.04.12 05:02
작성 시간 04.11.2024
image
+7

첫 게임 개발 도전과 개발일지 - 12, 이동을 덜 지루하게 [4]

04.11.2024
2024.04.11 06:13
작성 시간 04.10.2024
image
+6

[게임과 현실의 괴리] 36. 다구리 앞에 장사 있다 [1]

04.10.2024
2024.04.10 11:40
작성 시간 04.08.2024
image
+6

[테사스의 게임실록] 8. 현실 속 플랜트로 바라본 기존 건축 게임은? [1]

04.08.2024
2024.04.08 15:04
작성 시간 04.08.2024
image
+17

[넓고얕은게임지식] 시선으로 나눠보는 게임들 1편 - 탑뷰 [2]

04.08.2024
2024.04.08 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