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캐 살생부, 어떤 히로인을 먼저 죽일까 선택하는 마괴신 트릴리온 [6]
지난번 변태력 풍성했던 게임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조금은 별난맛의 게임을 들고와 봤습니다.
마찬가지로 플레이를 추천하는 게임은 절대 아니기에, 그냥 “이런 이상한 게임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 주세요.
뭐, 플레이 하고 싶더라도 PSVita 밖에 선택지가 없다 보니,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게 팩트 ㅠㅠ
마괴신 트릴리온 : 1조의 체력을 가진 적을 잡을 뿐인 심플한 턴제 필드 액션 게임(의 탈을 쓴 미연시...)
맛에 익숙해질 때까지 한참 걸리는 음식들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시로는 홍어같은 음식도 있고, 행주를 빤 수돗물에 면을 담가 먹는 것 같다는 평양냉면도 맛에 익숙해 지면 없어서 못 먹는 귀한 음식이되어 버리죠. 의외로 김치도 맛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매우 힘든 음식이라고 하네요. 이웃 나라에는 취두부나 낫또 같은 분명 별미이지만 그 맛에 적응하기 전까지는 고통스러울 수 있는 음식들이 있죠.
마괴신 트릴리온의 맛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 음식들처럼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처음에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고르고, 스토리를 진행하면 선택한 캐릭터는 죽어버리니까요. 네, 우리는 먼저 떠나보낼 캐릭터를 선택한 겁니다. 아니! 이뻐서 골랐더니 먼저 가더이다? 더 멘탈을 바싹바싹 튀겨버리는 부분이, 해당 캐릭터들이 죽기 전에 남기는 대사, 보스 트릴리온에게 죽는 연출(으적으적 씹어먹히는 사운까지 나옵니다), 절규하는 주인공까지.
그냥 플레이어의 멘탈을 어떻게 겉바속촉의 K-치킨 마냥 맛있게 튀겨버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고민한 결과물처럼 보입니다.
캐릭터 일러스트도 주인공과 소꿉친구 설정도 마음에 들어 골랐던 레비아는....
그나마 이 글을 읽고 혹시라도 도전하시는 분들은, 처음 선택하는 캐릭터가 죽는 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캐릭터를 고를 때 신중할 수 있으니 안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소용없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캐릭터를 고르더라도, 캐릭터에 애착이 생길 정도로 다양한 이벤트나 추억 신을 소환해서 없던 애정마저 생기게 만든 뒤에 죽습니다. 죽는 겁니다. 이러다 우리 다 죽어! K-신파 마냥 아무튼 멘탈 찍어 누르기를 시전해 버립니다. 대부분 여기서 이 게임의 지독한 맛에 절망하며 게임을 접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크게 끌리지 않는 캐릭터라도. 애착이 생기도록 만드는 이벤트를 보여주고 나서 죽입니다. 죽는겁니다. 연출까지 죽여줍니다.
아, 그나마 위안을 드리자면, 후반부에 한 명은 부활시킬 수 있어요.
물론 고수들이나 회차 플레이로 능력치 인플레이션을 시킨 플레이어들은 아무도 안 죽이고 엔딩 직행도 가능합니다만, 위에서 말했잖아요. 이분들은 이미 이 게임의 맛에 길들여진 유저들일 뿐입니다. 내가 마음에 드는 캐릭터의 엔딩을 보기 위해 한 회차 두 회차 반복하다 보면, 이 캐릭터는 어떻게 죽을까? 저 캐릭터의 절명 스킬 (목숨을 담보로 한 최강 스킬)은 어떨까? 진엔딩 보려면 보스 막타는 절명 스킬로 잡아야지! 얘는 이미 봤으니 죽어야지. 하면서 오히려 캐릭터 살상부를 꺼내 들고 캐릭터를 죽음으로 인도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도 있습니다.
네, 이 시점에서 이 게임은 정말 맛있습니다!
이 캐릭터는 어떤 절명 스킬을 보여줄까? 어떤 추억팔이를 할까? 하며 캐릭터들을 죽음으로 인도해 가는 플레이어가 됩니다.
전투 시스템은 재미는 둘째치고, 조금 특이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상한 던전이나 풍래의 시렌과 같은, 적/아군 동시 1턴 시스템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백뷰의 3D 방식에 공격이나 소환 장판이 친절하게 표시되어, 이것저것 피하고 공격을 욱여넣다 보면 전투 자체는 지루함을 느끼기 전에 후딱 끝나는 편입니다. 초반에는 1조(트릴리언)에 달하는 보스 체력에 무력감을 느끼지만, 의외로 잘 깎이는 체력에 달성감마져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일상 파트에서 캐릭터를 강화하며 추억을 쌓아나아가다보면, 금세 보스의 다음 공격이 시작되어 버리니, 짧은 일상 파트에 아쉬움이 생길 정도로 후다닥 진행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압도적이었던 보스의 체력도 점차 깎여나가는 것이 보이게 되죠. 뭐, 어디까지나 이 게임에서 전투는 곁가지고 미연시 요소가 메인(히로인은 죽지만 ㅠㅠ)이라, 전투에 대해 그렇게 할 말은 없네요.
이것도 회차 플레이 하다보면, 그냥 첫 조우에서 보스를 거덜낼 수도 있습니다.
재밌다! 라고는 할 수 없지만, 분명 "개성적이다"라고 할 수 있는 턴제 필드 전투.
단점은 모든 엔딩을 보기 위해서 강제로 10~11회차까지 플레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누구는 이렇게 엄청난 볼륨! 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초반 스토리를 강제로 반복하는 데다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할 게 없어져 버린다는 점이 반복을 매우 지루하게 만듭니다. 위에서 말했던 그래도 괜찮았던 전투도, 바빴던 일상 파트조차 그 재미가 모두 반감되어 버립니다. 이미 스텟은 최대라 할 건 없이 턴만 넘기는 그런 상태인 거죠.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도 삼시세끼 한가지 음식만 먹으면 질리기 마련인데, 그걸 10회나 반복해야 하니 질릴 수 밖에요.
회차마다 1조의 체력을 매번 깎아내고, 그 과정에서 각성 형태를 바꾸다보니, 결국 반복되는 강제 중복 구간에 지치기 마련입니다.
마괴신 트릴리언은 PSvita로 한국어 정식 발매되었고,
스팀으로도 출시되었으나 한국은 지역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조금 유감스러운 부분이죠.
참고로 비슷한 컨샙의 야겜 버전(+야애니) 버전으로는 유포리아가 있습니다. 누굴 먼저 죽일지 선택하는 야겜...
귀축계에서 매우 유명하신 유포리아죠... 유포리아가 컨샙으로 잡은 건, 소실 보다는 영화 “큐브”에 가깝지만요
이런 식의 ‘선택적 소실’물에 인상이 깊었던 모양인지, 예전에 게임 아이디어로 이런 걸 생각한 적도 있었네요.
리버스 뱀파이어 서바이버라는 부제로, 파티원과 장비 모두 짱짱한 용사가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능력치가 감소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처절한 진흙탕 싸움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뱀서는 랩업을 하면 좋은 카드를 얻어 강해지지만, 리버스 뱀서에서는 플레이를 할 수록 패널티 카드만 받아서 점점 난이도가 어려워 지는 식으로 말입니다.
무릎에 화살을 맞았다 (이속 감소), 노화가 진행되었다 (스테미나 감소), 오래 쓴 칼이 무뎌졌다 (공격력 감소) 같은 매우 현실에 있을 법한 패널티들 중에서 "그래도 이건 포기할만 하다" 하는 패널티를 골라가며, 점차 난이도가 치솟는 그런 것을 생각했습니다. 플레이어에게는 매우 지옥이겠지만요 ㅋㅋㅋㅋ
게임을 플레이 할 수록, 부상은 늘고, 검은 마모되며, 갑옷은 헐거워지며, 노화는 진행되어 최종적으로 진흙탕 싸움이 되는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AI에게 이미지를 생성해 달라고 했는데, 무지 강력해 보이는 (웹소설 표지 같은) 미청년 중갑 전사만 그려주네요 ㅋㅋㅋㅋㅋㅋㅋ
다시 마괴신 트릴리언으로 돌아와서, 이 게임을 만든 개발사는 넵튠 시리즈로 유명한 컴파일 하트입니다.
항상 애매한 B급과 A급 사이의 애매한 미소녀 게임을 많이 만들어주시는 곳입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회사이긴 한데, 공식 한국어화 및 수입을 담당하는 CFK가 스팀 국가제한이나 한국어 콘솔 제한들을 너무 자주 걸어서 매우 유감입니다 ㅠㅠ
언어 지원만 안하는 거는 상관 없는데, 아예 접속 권한을 막는 건 참 슬픈 선택입니다 ㅠㅠ
이 게임의 일러스트레이터분의 특이한 그림체도 살짝 언급하고 싶군요.
지금 제 프사에 사용하는 이미지도 이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한 다른 게임 Death end;request 의 캐릭터 이미지입니다.
DRPG 게임으로 나름 인지도 있는 ‘신옥탑 메리스켈터’ 또한 이 작가분이 만드셨는데 특유의. 귀여우면서도 잔혹한 그림체가 참 좋습니다 ㅎㅎㅎ
PSvita로 나온 1편부터, 스위치로 final까지 전부 플레이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게임 자체가 B급임에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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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재미있을거 같아서 플레이 욕구가...
유포리아를 스토브에서 보게되다니 ㄷㄷ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