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현실의 괴리] 26. 화장실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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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현실의 괴리] 26. 화장실의 괴리




나는 게임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어떤 생각을 하게 되면 게임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네... 그런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던 장소가 게임기 앞 / 컴퓨터 앞이 아닌, 화장실 변기에 앉아있을 때였다.

가만히 앉아서 엉덩이에 힘 주는 것 말곤 아무 생각도 안하게 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

내가 남기는 게임 관련 기록의 절반 이상이 화장실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떠올랐던 괴리였다.

나는 화장실에서 게임과 관련해 많은 생각을 했었지만,

내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즐겼던 게임들 중 화장실이 등장하는 사례가 꽤 드물었기 때문이다.

어디 게임 뿐만이랴, 만화 / 애니메이션 등에서도 화장실이 등장하는 사례를 찾기 어려웠다.

그것도 대소변과 관련한 이야기가 안나온다는 정도가 아닌,

세계관 / 거주 구역 전체를 둘러봐도 '화장실'이 묘사된 공간 자체가 없었다.

개인의 사는 집에 방문하면 주방이나 침실은 찾아볼 수 있어도 화장실은 없었다.

여관 / 호텔 / 성과 같은 큰 건물에 들어가도 각자의 방은 있지만 공공 화장실조차 없다.

(사일런트힐, 바이오하자드, 바이오쇼크, 폴아웃, 데드스페이스, 용과같이, 데스 스트랜딩 등 화장실이 잘 묘사된 게임도 있다.)


 

이런 게임들의 존재에 대해 내 나름대로 가설을 몇 개 세워봤다.



첫째. 전투와 연관성이 적은 요소다.

왜 개발자들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에서 캐릭터가 요리를 할 수 있고,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침대에서 잘 수 있는 행동을 구현해주었는가? 에 대해 자문해본 적이 있다.

그 결과, 전투 중 캐릭터의 회복 및 강화를 시킬 수 있는 수단(포션 같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먹는 행위가 이미 시스템 상으로 구현되어 있다면,

더 예쁘고 분위기 있게 처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음식 / 요리' 라는 개념을 준비하는게 개연성도 있고, 개발 부담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아름답지 않다.

현실에서 우리가 화장실을 사용하는 이유는 몸에 쌓인 찌꺼기를 밖으로 배출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것에 있다.

그 모습은 전혀 화려하지도 우아하지도 않기에, 가림막으로 다른 이가 볼 수 없도록 만든 것이 화장실이기도 하다.

하드코어 생존을 주제로 하는 게임에서조차 화장실 및 대소변 개념을 구현한 경우를 보기 어려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화장실이 등장하는 게임은 관상용으로만 보여줘도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서정적 & 선정적 & 공포 분위기의 어드벤처 게임인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셋째. 공간을 압축한다.

나는 게임과 현실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를 이걸로 꼽고 있다.


현실은 이미 많은 것이 구현되고 준비되어 있기에 유저가 '보고 / 체험할 수 있는 것'이 많다면,

게임은 '유저가 보고, 체험하기 위해' 개발자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많은 것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취사선택을 할 주체가 뒤바뀌어 있는 것이다.

게임 개발자는 사람이며, 무한한 시간과 자본을 두고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한정된 시간에 무엇을 우선적으로 구현할지 결정하고,

그 이외의 개발을 과감히 포기하거나 압축하는 것은 필연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NPC가 사는 집이 침실 / 주방 기능을 합친 원룸방으로 구현된 사례를 각종 게임 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개발자의 취사선택 개발은, 게임 속 캐릭터들을 초인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화장실이 없다는 것은 대소변 개념도 없다고 볼 수 있는 것.

캐릭터가 먹은 음식은 어떠한 찌꺼기도 남기지 않고 100% 몸 속 에너지로 변환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설령 음식을 잘못 먹어 식중독 같은게 생길지언정,

마법(힐, 큐어 등)을 사용하거나 침대에 누우면 낫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부 액션 게임의 경우, 격렬한 전투를 이어가면서 밥을 먹는 것도 가능하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만약, 당신이 그동안 즐겼던 게임들 중 화장실이 등장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였는가? 라고 자문해본다면,

그것만으로 해당 플레이어가 선호하는 주요 게임 장르(키워드)가 어느 쪽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P.S

내 게임 경험상 화장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전략적 설치까지 감안해야 되는 게임은

'롤러코스터 타이쿤' 정도가 있었던 것 같다. (격렬한 놀이기구를 타 메스꺼움 수치가 올라간 주민을 케어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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