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현실의 괴리] 16. 인벤토리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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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현실의 괴리] 16. 인벤토리의 괴리





대부분의 게임에서 능력여하 관계없이 누구나 가지고 있고,

설명서 없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지만,  진상을 파고자 하면 수수께끼가 가득한 존재.

그 이름하여 인벤토리 되시겠다.

얼마나 베일에 쌓인 정보냐면,

게임은 물론이고 소설 / 만화 / 애니메이션에서도 밝혀진 사실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나마 알려진 정보가 있다면, 인벤토리는 현실이 아닌 아공간(?)을 활용해 물건 보관을 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라는 정도다.


어떻게 보면 편리한 모험(?) 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개발자들 손에 탄생한 기술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인벤토리 개념에 어떠한 개연성도 붙지 않은 작품이 태반이고,

현실의 시점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수한 괴리를 만들어낸 주범이 되었다.

이 괴리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1. 기능 소유

소설 / 만화 /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에서 언급되는 인벤토리는

마법 및 공상과학의 범주에서도 고급 영역에 속하는 아공간 활용 기술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플레이어 모두 '주인공 보정' 을 받는 입장이 되서인지,

캐릭터를 생성함과 동시에 인벤토리 기술을 습득한 상태가 된다.

RPG 를 예로 들자면, 레벨 1에 걸맞는 기초 능력치와 하급 스킬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된다.

(원거리로 귓속말을 할 수 있는 능력, 아공간 캐시 상점 능력도 동일한 괴리를 쌓고 있다.)


인벤토리는 캐릭터의 단련을 통해 얻은 능력이 아니다.

그렇기에, 단련을 통해 스킬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어도

그 안에 인벤토리 확장이나 응용 등의 기능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돈을 지불하는 것으로 인벤토리 공간을 확장할 수 있는 게임세계가 몇 존재하는 정도이며 이 마저도 한계치가 존재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유저가 레벨 1의 서브 캐릭터를 다량 보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기반하고 있다.

캐릭터를 생성하는 것만으로 창고지기나 택배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정도의 인벤토리 능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2. 기능 전개

대부분의 게임세계에서는 지나친 인벤토리 의존으로 인한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누구나 인벤토리를 가지고 있는 세계라 그런지, 가방을 판매하는 상점이 전무한가 하면,

가방을 얻어도 수납공간으로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막혀있다.

인벤토리만으로는 수납 공간이 부족해 가방을 필요로 하는 유저에게 조차 말이다.

가방이 안된다면, 유사시에는 손으로 직접 물품을 들고 이동할 수 없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손에는 캐릭터의 적성에 맞는 '무기' 이외의 물품은 들 수 없다.

무기를 들지 않은 빈손인 상황이라도 인벤토리 공간이 꽉 차있다면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을 줍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 괴리는 인벤토리 아이템의 사용시에도 이어진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몬스터와 전투 중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음식이나 포션을 먹는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복용 과정 없이 바로 아이템이 소모되며 회복이 진행되는가 하면,

복용을 위해 무기를 칼집 등의 장소에 집어넣을 것이다.

전자는 인벤토리의 의존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기능이라면,

후자는 손에 '무기' 이외의 물품을 들 수 없다는 세계의 규칙이 일시적으로 깨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Ex: 음식을 손에 들고 있다면 즉시 먹어야만 한다.)

어느쪽이든 인벤토리의 개념이 모호하기에 발생하는 문제다.




3. 사후 기능

게임세계에는 플레이어 뿐 아니라 몬스터도 인벤토리를 가지고 있다 생각한다.

몬스터가 죽을때 허공에서 아이템이 떨어지는 것,

플레이어가 몬스터의 시체를 뒤지는 과정에서 커다란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을 통해 추측해볼 수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죽어서도 아이템을 떨어트리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그러한 설정의 게임이 많이 있다.)

다른 이가 죽은 캐릭터의 시체를 뒤져 아이템을 수집당하는 경우도 없다. 

캐릭터의 부활 (캐주얼 게임) 개념을 인지하고 있다면

시체 아이템의 수집은 플레이어의 전투력을 낮추는데 있어 중요한 행위일텐데 말이다.

이는 캐릭터가 죽어서도 소유하고 있는 물품이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절대적 고등 기술이 인벤토리에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레벨 1부터?!)


그렇다면 부활이 용서되지 않는 하드코어 환경은 어떨까?

캐릭터에게 수집된 아이템은 캐릭터가 죽어서도 영원히 인벤토리 속 아공간을 떠돌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나는 죽은 사람이 소지하고 있던 아공간 아이템의 행방을 다룬 작품을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소설 포함) 단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현실에서 문제시 언급되고 있는 우주 쓰레기처럼,

아공간에는 과거에 쓰러진 캐릭터들이 남긴 아이템으로 꽉찬 쓰레기장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게임세계의 구조는 신비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가 정말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임세계에는 '청소부' 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몬스터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이는 게임세계가 청소부를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청정한 세계라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몬스터가 죽을때 레어도가 없는 일반 아이템을 떨어트리면

인벤토리 관리를 위해 아이템을 줍지 않고 지나가는 플레이어가 허다하고,

플레이어가 죽으면 아무도 아이템을 가져가지 못한채 아공간에 남겨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즉, 쓰레기를 청소하는 역할은 게임세계를 창조한 신 - 개발자라는 것이 된다.

일정 시간 땅에 떨어진 아이템을 아무도 주워가지 않으면 소멸,

하드코어 모드에서 캐릭터가 죽으면 아공간 아이템은 소멸,

시체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소멸 등의 프로그래밍을 함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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