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현실의 괴리] 13. 전쟁과 대화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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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현실의 괴리] 13. 전쟁과 대화의 괴리





현실에서는 삶 전체를 통틀어도 전쟁, 싸움을 겪을 일이 거의 없다.

지켜볼 일도 거의 없다.

하지만, 실제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가능하지 않은지 정도는 상상해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게임은 현실에서 겪을일 없는 전투를 한껏 경험할 수 있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현실의 전쟁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 이질감 있는 연출 등으로 인해 몰입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온 것 같다.

이를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하게 된 시기는 성우(음성)가 지원되는 게임이 보급화 되기 시작했을 때였다.




1. 거리감, 소음

수백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 전쟁을 하는 규모의 게임이 있다 가정해보자.

이 경우, 각 진영의 대장이 서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선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큰 목소리를 내거나,

통신 기능을 가진 무언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통신을 사용하지 않음에도 평소와 같은 성량으로 상대와 대화를 진행하는 사례의 게임을 적지 않게 경험했다.

전쟁이 시작되면 무기들이 부딪치는 소리 등으로 인해 큰 소음이 일어나게 될텐데,

그게 깔끔히 무시되듯 대화를 나누는 순간만큼은 평온했다.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 목소리가 커지는 경우는 있어도,

거리감과 소음을 감안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었던 것이다.

이는 비주얼 노벨, 턴 전략 기반 게임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각 장르가 가진 특징을 감안하면 거리감과 소음을 반영하는 것이 되려 게임을 산만하게 만들 수 있을거라 판단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2. 집중력

반면, 실시간 액션 게임에서는 공격을 하면서 말도 하는 적을 제법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현실의 싸움도 그렇지만, 게임에서도 플레이어가 집중하며 싸우다보면

자신의 캐릭터나 상대방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알아듣기 어렵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투라면 더더욱 그렇다.

말을 할 때는 말만, 싸울 때는 싸움만,

도중에 말을 하고 싶으면 잠시 싸움을 멈추는 것이 산만한 연출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기법이며, 게임에서도 컷신 혹은 그에 준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으로 연출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싸우며 말도 하는 상황은 생각보다 제법 이질적인 연출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일부 액션 게임이 싸움과 대화를 나눠 연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기획에 넣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직접 캐릭터를 조작하여 자유롭게 행동 가능한 게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화를 나누기 위해 움직임을 멈추는 것이 마냥 이롭다 말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속도감을 중시했는가, 이야기 강조를 중시했는가 등의 방향성도 가늠할 필요가 있다.

(판타지 게임을 접하다 보면 "검으로 대화를 나눈다" 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는데,

이도 어쩌면 산만함을 최소화 하며 의사가 오가는 약간의 연출 수단이 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3. 시간

전쟁터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곳인 만큼,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방에서 공격이 빗발치는 만큼, 실제 상황이라면

주변의 동료가 쓰러져도 바로 구원을 하러 달려갈 수 있을만큼의 여유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특히 죽어가는 동료를 상대로 가만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임종을 지켜보며, 죽음을 애도하고, 주인공이 분노하기까지 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봐주는

-> 착하고 전술적 행동력이 제로인 적이 있을거란 상황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 상황을 태연히 연출하는 작품을 게임을 포함하여 한 두개 본 것이 아닐 정도로 많았다.

마치 그 순간만은 시간이 정지하듯, 전쟁의 소음조차 완전히 지워지는 경우도 허다했던 것이다.


게임을 진행하며 가장 괴리감이 심했던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그 부분의 연출을 강조하고 싶었던 개발자의 의지가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치, 변신 중에는 건드리지 않고 기다려주는 마법소녀 / 로봇물의 적들처럼 하나의 익숙한 클리셰,

지켜져야 하는 문화인 것처럼 말이다.

전쟁은 잔혹하지만, 그 끝을 보여주지 않는 것도 비슷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 기록을 정리하면서 새삼 느끼는 바가 있다.

잔혹함의 정점인 전쟁이지만, 플레이어까지 그 기분을 깊게 맛볼 필요는 없다.

더 가벼운 것은 그것대로의 맛이 있고, 여러가지 괴리감 있는 연출에 어이없어 하며 웃는 것도 게임이기에 맛볼 수 있는 재미이다. 

전쟁을 효과적인 재미로 바꾸기 위한 개발자의 고민이 뭐가 있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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