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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7 팬픽 : 최강 사도인 내가 레인가르 학원의 찐따가 되었습니다? [2]


내 이름은 니르갈.

이름만 들어도 내가 누군지 알겠지?

하하하. 그래. 최강. 최악. 최흉의 사도!

강하다! 똑똑하다! 멋지다! 나를 이길 수 있는 자는 하나도 없다!

계승자도 전부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다.

그러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없어진다면 세상이 너무 심심해지기 때문이다.

사도들은 전부 나를 존경한다.

이건 뭐, 당연한 사실이고.

이렇게나 강한 내가 마신의 사도인 이유?

마신님이 나한테 무릎 꿇고 엎드려 부탁했기 때문이다.

사실은 아니다.

현실의 나는 골칫덩이다. 모두가 나보고 도움이 안된다고 뒤에서 깐다.

하지만 나는 독의 사도 니르갈이다!

삼류 조연 따위가 아니란 말이다!



"야, 니르갈."

누가 자고 있는 니르갈을 옆에서 찔렀다. 니르갈은 몸을 뒤척였다.

“니르갈?”

쿡쿡 찌르는 게 거슬린다. 그래도 니르갈은 무시하고 계속 자는 편을 택했다.

“니르갈!”

찌르기가 통하지 않자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나왔다.


"어쭈? 무시한다 이거지?"

찌르는 강도가 점점 강해져서 이제는 꽤 아플 정도였다.

니르갈은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후아암! 감히 누가 나의 잠을 깨우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니르갈의 머리가 휙휙 움직였다.

"뭐야. 여...여긴 어디지?"

처음 보는 이상한 공간에 인간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니르갈이 눈을 껌뻑거리는 사이에 기억이 이곳이 어딘지 알려주었다.

‘여기는 학원도시 레인가르 입니다. 그리고 이 장소는 인간들이 공부하는 학교의 교실입니다.’


니르갈은 멍청한 표정으로 주변을 계속 살펴보았다.

지금은 점심 시간이라는 것인지 교실 안에 있는 인간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떠들거나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인간 몇 명이 자신을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공포와 두려움이 아닌 이상하다는 눈빛이다.

 니르갈은 생각했다. 평범한 인간이 이 몸을 똑바로 쳐다본다고? 그리고 보니 이상하다. 평소라면 인간은 자신을 올려다봐야 할 텐데.

그때 우연히 고개를 돌리자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니르갈은 충격으로 기절할 뻔 했다.

내가 인간이라고?

강력하고 근육질인 몸은 어디가고 한 방에 나가 떨어질 것 같은 허약한 몸통, 축 늘어져 있는 팔, 꼬리 대신 당장이라도 꺾어질 듯한 다리가 달려있다.

거기에 얼굴은 소심해보이고 보라색 머리카락은 이상하게 뻗쳐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드디어 일어났네. 침까지 흘리면서 자는 거 보니 좋은 꿈이라도 꿨나 봐?"

옆을 돌아보자 테네브리아가 책상에 걸터앉아 팔짱을 낀 채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다.

인간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어 착각한 줄 알았지만 영락없는 테네브리아였다.

유난히 짧은 치마에 장신구가 많은 옷. 책상 위에 다리를 꼬은 채 앉아 있는 그녀는 한 눈에 봐도 불량한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니르갈은 생각했다. 꿈이지만 현실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군.

테네브리아가 팔을 쑥 내민다. 손 위에 이상한 종이가 들려 있다.

니르갈은 자연스럽게 종이를 받아들었다. 종이에는 색이 칠해져 있고 손으로 만지자 반질반질한 느낌이 들었다.

기억이 알려주었다.

‘이 종이는 인간들이 사용하는 돈입니다. 돈으로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니르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상품? 구매? 이해가 되지 않았다.

테네브리아가 말했다.

"천 원 줄테니까 매점에서 크림빵하고 바나나맛 우유 사와."

니르갈은 방금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말했다.

"싫다!"

근처에 있던 애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니르갈이...말대꾸?"

테네브리아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후…그래. 요즘 들어서 편하게 해줬지? 기어오르기까지 하는 걸 보면. 예전에는 찍소리도 못하고 몸이 먼저 달려갔는데 말이야.”

테네브리아는 책상에서 폴짝 뛰어서 내려왔다. 그리고 손마디를 꺾으면서 앞으로 다가왔다.

“일단 열 대만 맞자. 그러면 너도 정신을 차리겠지.”

“나를 깔보는 것도 여기까지다. 테네브리아!”

니르갈은 혼신의 힘을 다해 테네브리아에게 달려들었다.

아무리 상대가 여자라지만 봐줄 마음은 없었다.


잠시 후.

니르갈은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방금 있었던 싸움이 떠올랐다.

테네브리아는 단숨에 자신을 제압했다. 그리고 저항도 못하는 사이에 몸 위에 올라타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두들겨 팼다.

그 장면을 떠올리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다시 정신을 차리자, 니르갈은 당장 심부름을 하러 달려나갈 수 밖에 없었다.

‘절대로 진 게 아니야. 여자니까 봐준 것 뿐이다!’

안타깝게도 니르갈은 자신이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걸을 때마다 다리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손에는 꾸깃꾸깃한 천 원 지폐가 하나 들려 있다.

“크림빵과 바나나맛 우유. 크림빵과 바나나맛 우유. 크림빵과 바나나맛 우유.”

니르갈의 입은 방금부터 이 말을 쉴틈 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옆을 지나치는 인간들의 시선이 에붕이를 보는 듯 했지만 니르갈은 전혀, 절대로 하찮은 자들을 신경쓰지 않았다.

그보다 테네브리아가 사오라고 말한 물건들을 까먹지 않는 게 더욱 중요했다.

그런데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설마 사야 할 것을 잊어버렸나? 바나나와 크림빵우유. 아닌가? 다시 말해보자. 크림빵과 바나나우유. 그래.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럼 뭘 잊어버린 거지? 니르갈은 자기가 뭘 잊었나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한참을 걷고 나서야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매점은 어디있는 거지?


마침 옆을 지나가는 인간들에게 묻고 또 물어본 끝에 니르갈은 매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온 니르갈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온통 사방에 먹을 것이 가득했다.

전부 가져가면 되는 건가? 이렇게 생각했을 때 갑자기 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먹을 것들이 ‘나를 가져가세요.’하고 가득 쌓여있지만 아무도 훔쳐가지 않는다. 심지어 테네브리아도 직접 와서 가져가는 대신 인간이 사용하는 돈을 주면서 내게 심부름을 시킬 정도면…

니르갈은 결론을 내렸다.

매점의 주인은 굉장히 강력한 자가 틀림없다.

니르갈은 매점을 쓱쓱 둘러보다가 주인처럼 보이는 인간에게 다가갔다.

“뭘 사러 왔지?”

그런데 왠지 익숙한 목소리다.

“그게. 그러니까…”

니르갈은 아차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뭐였지? 크림…그리고 바나나. 크림바나나였나?

“그…그러니까. 그게 말이다. 사가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 테네브리아가...”

“크림빵과 바나나우유 말인가? 매번 똑같은 것만 사가는군.”

“그래 맞아!”

더 맞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에 니르갈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주인의 얼굴을 보자 또 소리를 질렀다.

“카일론? 네가 왜 이곳에 있냐?”

카일론은 평소처럼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카일론은 교복이라는 옷을 입고 위에는 노란색 조끼를 걸치고 있었다. 카일론은 무슨 말을 하냐는 것처럼 눈을 깜빡였다.

“나는 여기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있는 것이다. 물건을 살 거면 어서 사고 아니면 꺼져라.”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니르갈은 일단 테네브리아의 심부름을 하기로 했다.

“알겠다. 크림빵과 바나나우유를 줘.”

“계산할거면 직접 가져와라.”

“계산? 그게 뭐지?”

“하…일단 물건들을 가져와라.”

카일론은 더 상대하기도 싫어 보였다.

니르갈은 기억의 도움으로 크림빵과 바나나우유를 찾은 다음 그대로 등을 돌려 매점을 나갔다.

"잠깐."

그 순간 니르갈의 손목이 억센 손아귀에 붙들렸다 언제 왔는지 카일론이 니르갈의 손목을 움켜잡고 있었다.

“왜 그래?”

카일론은 무슨 당연한 것을 묻고 있냐는 말투였다.

“돈은 내고 가져가야지. 합해서 3천원이다.”

아. 맞다.

니르갈은 주머니를 ** 보았다. 마침 주머니에는 테네브리아가 준 천 원을 포함해서 딱 3천원이 들어 있었다.

니르갈은 별 수 없이 꼬깃꼬깃한 지폐를 펴서 카일론에게 건넸다. 돈을 받은 카일론은 액수를 세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돈은 받았다. 다음에는 이러지 말도록.”

니르갈은 카일론을 남겨두고 매점을 나왔다.


테네브리아에게 바칠 빵과 우유를 두 손으로 공손히 들고 교실로 돌아가는 동안 니르갈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갑자기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인간의 문화를 알려주고 있다. 테네브리아와 카일론은 이 레인가르의 학생처럼 보인다. 혹시 꿈인가?

니르갈은 혹시하고 볼을 꼬집어 보았지만 뺨만 얼얼할 뿐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 생각해보니 꿈이라면 테네브리아가 날 두들겨 팰 때 이미 깨났을 것이었다.

니르갈은 이게 꿈이라는 사실을 일단 배제하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테네브리아도, 카일론도 이곳에 있다. 그러면 둘 말고도 다른 사도도 이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 설마 그 녀석도?”

지금까지 목소리만 들었던 ‘피의 왕’이라고 불리는 사도 '티위그'.

인간에게 힘을 주어 타락하게 만든 다음 자신의 의도대로 조종하는 성격 안좋기로 유명한 그 녀석도 이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도대체 티위그는 무슨 모습으로 나타날까. 설마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맹이1은 아닐 거 아냐?

이런 이상한 생각을 하면서 모퉁이를 돌던 중이었다.

모퉁이 맞은편에 사람이 뛰어왔다. 반응할 새도 없었다. 니르갈은 그 사람과 부딪혔다. 몸이 중심을 잃었다. 그리고...

손을 벗어난 빵과 우유가 하늘을 날았다.

슬로우모션처럼 천천히 떨어지는 그것들을 보면서 니르갈은 생각했다.

저 빵과 우유가 땅에 떨어지는 날에는 어떻게 될까?

니르갈의 두뇌는 평소와 다르게 순식간에 결론을 내렸다.

아마 내 목숨도 끝나겠지?

"안돼!"

생명의 위협을 느낀 니르갈은 자신의 몸을 던져 떨어지는 빵과 우유를 받았다.

다행히 잠깐의 비행을 마친 빵과 우유는 니르갈의 손바닥 위에 떨어졌다.

온 몸이 아팠지만 그래도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는 점에 안도한 니르갈은 자신과 부딪힌 사람을 홱 째려보았다.

“아야야…”

음침한 꼬마가 복도에 쓰러져 있었다. 검은색 머리카락이 눈을 가릴 정도로 내려와 있었고 몸의 크기가 자신의 반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꼬마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자 니르갈은 갑자기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옆에 꼬마의 것으로 보이는 인형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니르갈은 인형을 주워 꼬마에게 건네주었다.

꼬마는 인형을 받자 배시시 웃었다.

“에다를 도와줘서 고마워.”

꼬마의 목소리는 기어 들어가는 것처럼 작았다. 살짝 귀여운 것 같기도 한데. 크흠.

니르갈은 누그러진 기세로 말했다.

“그래. 다른 사람이랑 부딪히지 않게 조심해라.”

내가 방금 무슨 말을 한 거지. 괜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며 니르갈이 돌아섰을 때였다.

뒤에서 잡아당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자 방금 그 꼬마가 옷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니르갈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인데”

꼬마는 갑자기 인형을 휙 내밀었다. 그리고 방금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에다와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래?”


“뭐?”


그 목소리는 정말로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 같았다. 기어들어갈 정도로 작다는 점은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그래도 귀여운데. 조금만 어울려줄까?

“그래. 친구가 되어주마.”

“고마워. 그리고 에다도 고맙대.”

소녀는 인형을 흔들었다. 하지만 니르갈에게 더이상 애들 장난에 어울려줄 인내심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 그럼 바빠서 나는 이만.”

니르갈이 대충 둘러대고 그 장소를 떠나려는 순간이었다.

꼬마는 방금까지 인형의 뒤에 숨어있었던 얼굴을 내밀었다. 눈을 가릴 정도로 내려오는 머리카락 뒤로 피처럼 붉은 눈이 엿보였다.

“참. 나는 티위그라고 해.”

“티위그?”

소녀의 말에 니르갈은 바보같이 중얼거렸다.

“네가 티위그라고?”

니르갈이 내지른 목소리가 복도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는 자신이 이 짧은 시간동안 세 번이나 놀라게 될 줄은 알지 못했다.

핏빛 왕의 티위그. 그는 이곳에서 음침한 여자아이였다.

.

.

.

"지구의 소설은 어때? 재밌지!"

학생회실에는 회장인 유나를 비롯한 학생회 간부들이 모여있었다.

헤이즐은 책의 표지를 덮었다.

“네. 정말로 재미있어요…”

“그래? 다음화는 티위그가 사도의 힘을 각성하면서 레인가르를 위험에 빠뜨리는 내용인데 여기서 니르갈이 티위그를 사랑의 힘으로…”

헤이즐이 유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저절로 둘의 시선이 마주친다. 헤이즐의 목소리가 왠지 비장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유나님. 유나님은 학생회장을 할 때가 가장 멋있어요."

"정말? 칭찬 고마워!"

헤이즐의 칭찬에 유나는 싱글벙글 웃었다.

"그거 비꼬는 게 아닌. 컥."

분위기 파악 못하고 끼어들었던 진저는 갑자기 숨 멈추는 소리를 냈다. 헤이즐은 주먹을 내려놓으며 작게 속삭였다.

"조용히 해."

다행히 유나는 가방에서 뭔가를 찾고 있어서 눈치채지 못했다.

“참. 그럼 다음화도 읽어볼래?. 여기 있어.”

유나가 가방에서 다른 책을 꺼냈다.

“아니 괜찮아요! 어제 마법연구부가 부탁한 일 있잖아요? 그것 먼저 처리하죠.”

마침 멜론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가 비명을 질렀다.

“진저님! 왜 바닥에 쓰러져 계세요?”

“살려줘 멜론…나… 숨을 못쉬겠어.”

오늘도 활기 넘치는 학생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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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많이 늦은 만우절식 스토리입니다. 다음편은 5836일 뒤에 올릴 예정입니다.

팬아트 게시판에 분위기도 안좋은데 공약 하나 걸어볼게요. 만약 이 글에 하트가 10개 이상 달린다면 음침소녀 티위그 일러스트를 바치겠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걸 현실에서 약속하면 공약이라 말하지만 그래도 재미있잖아요?




#니르갈 #팬픽 #팬소설

댓글 2

  • images
    2022.04.10 06:23 (UTC+0)

    테네브리아 양아치네...

    니르갈 불쌍하고 귀엽네요 부들부들거리는 게ㅋㅋ

  • images
    2022.05.22 00:43 (UTC+0)

    아 너무 재밌다 니르갈 왜케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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