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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 종결자 찰스 [3]

  • RANK70
  • Narnia[bcki8834]
  • 2021.12.16 13:13 (UTC+0)
  • 조회수 323

※ 여름 서브스토리 : '성검기사단과 여름의 군주' 에서 에필로그격으로 나온 '미니 월광 극장 : 열쇠' 를 각색했습니다.

그럼 즐감해주세요!







 

E7 - 종결자 찰스.


1.


노을진 하늘은 짙은 주황색을 띄었다.


바람이 거세다.

마지막 계절의 바람은 칼로 베는 것처럼 날카롭다.

피부에 바람이 닿자 틈 사이로 냉기가 스며들었다.

늙은 장군은 옆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에 붙어 있던 체액이 땅에 점점이 뿌려졌다.

주변에는 괴물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점액질로 이루어진 반투명한 몸통에 얇은 송곳같은 네 다리가 달려있다.

몸통 안에 눈알과 내장이 훤히 비쳐보였다.

괴물은 지구의 생명이라고는 할 수 없는 끔찍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정체를 모른다는 뜻에서 이것을 '언노운'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노아드는 '드리머'라 이름붙였다.

사람들의 꿈을 주식으로 삼는 괴물.

노아드는 미지의 것에 열광했다.

항상,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찰스는 노아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과 노아드는 처음부터 상극이었다.


찰스는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밝은 빛이 하늘을 향해 기둥처럼 뻗어 있었다

빛의 기둥이 있는 곳에 '천사'가 있다.

찰스는 베인 흔적으로 가득한 괴물의 시체를 밟고 지나갔다.

그리고 빛의 기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오랜 전우에게 질문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각자 선악을 구별하는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찰스의 기준은 '인류의 생존'이었다.

생존에 도움이 되면 선이고, 그렇지 않으면 악이다.

"그렇다면 노아드, 이것이 언제쯤 깨어날 것 같은가?"

노아드는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하지만 그 대답은 찰스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찰스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야 했다.

'천사는 제거해야 할 위협인가? 아니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인가?'


늙은 장군은 불어오는 바람을 헤치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절벽 위에 난 깎아지른 길 가장자리 너머로 구릉 밑의 풍경이 펼쳐졌다.

그 가운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황혼에 잠긴 폐허.

이름이 잊혀진 도시는 이제 특별하지 않았다.

부서진 거리, 무너진 건물들과 흉하게 드러난 철골들.

주황빛 노을은 자신의 색으로 폐허를 물들였다.

어딘가 아련함마저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한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다녔던 도심이다. 하지만 이제는 텅 빈채로 버려졌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사람의 흔적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인류의 현상황이었다.


희미한 전조만으로 존재를 알려오던 절망은 갑자기 손을 들어 지구를 무너뜨려 나갔다.

마치 산들바람처럼. 항상 그렇듯이 시작은 미약했다.


끝없이 발전하는 기술, 풍족한 자원.

사람들은 언젠간 다가올 종말에 대한 비관론을 제시하는 대신, 낙관론에 취해 있는 편을 택했다.

그 누구도 인류의 미래가 창창하다는 것을 의심치 않았다.

산들바람이 태풍이 되어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멸망은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목회자를 꿈꾸던 신학생은 과학자가 되었다.

애송이였던 병사는 노련한 부관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언덕 하나만 넘으면 빛의 기둥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이쪽인가… 흠.'

주변에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자 찰스는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경계했다.

그러자 숨어있던 드리머들이 나타나 찰스를 둘러쌌다.

찰스는 검을 뽑아들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은 '마지막 성검'의 수장이 되었다.


몇몇 현인들이 닥쳐올 위기를 예견하고 대비한 덕분에 '마지막 성검'이라는 조직이 창설되었다.

마지막 성검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목표는 오직 하나.

'어떻게 해야 인류의 발전을 이어갈 수 있는가?'


시작할 때에는 모두가 멸망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유모를 희망에 이끌려 미친듯이 달려왔지만, 희망은 그 자체로 끔찍한 오산이었다.

절망이 살아남은 자들 사이에서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우리는 멸망의 길로 치달아 가는 인류와 지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노력들은 전부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어느 날.

'마지막 성검'의 탐사팀은 강한 반응이 관측되었던 곳으로 탐사를 나갔다.

추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동토 위에서 그들은 '그릇'을 발견했다.

외계의 것이 분명한 '그릇'에는 '천사'가 잠들어있었다. 

그리고 탐사팀의 관측기에 미지의 신호가 잡혔다.

다음 날, 노아드는 자신이 세운 가설을 찰스에게 말해주었다.

이후 둘은 소녀의 존재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둘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다.


절망에 잠식되던 생존자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조금씩 돌기 시작했다.

'천사'

순수한 금빛을 두르고 작은 두 날개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소녀.

그 소녀가 멸망의 시작이자 원인이다.

시작을 알 수 없는 불분명한 소문이었다.

노아드가 찰스에게 그가 세운 가설을 들려준 날. 노아드는 '천사'를 이렇게 불렀다.

"이 소녀는, 열쇠다."

꿈에 취한 자의 목소리로, 노아드는 말했다.

"인류를 새로운 지평선으로 끌어올려 줄 열쇠야."


어느 날.

천사가 연구소를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지구는 대참사를 맞이했다.


그 날.

찰스는 격앙된 채 노아드를 찾아갔다.

"자네의 가설대로라면 열쇠는 절대로 존재해서는 안되네. 노아드, 인류에게는 더이상 남은 시간이 없어!"

"자네 말대로 이건 원칙에 어긋나는 일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날, 노아드는 유난히 절박해 보였다.

"이해하지 못하는군. 찰스, 새로운 가능성이야! 멸망이라는 정해진 수순을 밟고 있는

우리의 앞에 새로운 기회, 새로운 지평선이 열리는 걸세!"

둘의 입장은 여전히 좁혀질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노아드를 보는 찰스의 눈에 흉흉한 붉은빛이 돌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와 자신은 처음부터 상극이었다.

찰스의 신념은 그와 반대였다.

존재하지 말아야 할 것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설령 그 뜻이 창조자의 것이라고 해도.

'천사는 제거해야 할 위협인가? 아니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인가?'

찰스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답을 얻은 이상. 방해하는 모든 것들은 없어져야 한다.

찰스는 품 속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탕!

총구에서 쏘아진 죽음이 희생자를 꿰뚫고.

가슴에 총을 맞은 노아드가 풀썩 쓰러졌다.

"어찌. 자네가..."

노아드는 상반신을 벽에 기댄 채 겨우 숨을 내뱉었다.

찰스는 감정이 담기지 않은 시선으로 노아드를 내려다보았다.

"이러는 길 밖에는 없었다. 노아드. 신의 뜻이 어떻든지 인류는 살아남아야만 한다."

"자네는 틀렸어. 자네의 답이 맞지 않은 것을 볼 걸세."

기침소리가 몇 번 이어진다. 노아드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오랜 전우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 찰스는 다시 총구를 들었다.

죽음을 눈앞에 두어도, 노아드의 눈빛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신념이 옳다는 것을 믿는 자의 곧고 강직한 눈동자.

그 눈을 보고 찰스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래. 어쩌면, 우리 둘 다 틀렸을지도 모르지."

이어진 싸늘한 총성이 방을 뒤흔들었다.


2.


그때와 같은 차가운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무리진 드리머들을 베고 지나갔다.

검격마다 젤리와 같은 몸체가 짓이겨지듯 흩어진다.

역겨운 파편들이 찰스를 향해 흩뿌려졌지만 피할 수 없는 탓에 그대로 돌파했다.

그러자 불쾌한 느낌이 온 몸을 뒤덮었다.


“이녀석들의 수가 많아진 걸 보니 맞는 거 같군.”

드리머의 무리들을 뚫고 나가자 찰스의 예상이 맞다는 것을 알려주듯이 찬란한 빛이 찰스의 앞에 나타났다.

구역질나는 괴물들까지 신성함으로 뒤덮는 순백의 광휘.

신위를 뜻하는 머리 위의 광륜, 순금색 머리카락.

순수함과 아름다움 그 자체를 따내어 신이 직접 빚어낸 듯한 외모.

마지막으로 인간을 위해 흘러내릴 자비는 단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은 눈.

'천사'가 찰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귓가에 들릴 리 없는 교회의 종소리가 들려온다. 

하루의 끝을 알리는 만종이다.


"오셨군요. 인간의 고집만으로 말이죠."

천사가 입을 열자 인간의 목소리보다는 오르간의 음색에 가까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당신들의 운명은 바뀔 수 없습니다."

천사가 지시한 것인지. 곁에 모여있는 드리머들은 찰스를 둘러싸기만 할 뿐,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는다.


천사는 방심하고 있었다.

찰스는 조용히 총을 꺼내들었다.


“아니. 내가 끝내겠다.”


이어서 두 발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천사는 인간의 공격에 비웃음으로 화답했다. 인간의 그 어떤 무기도 자신에게는 해를 입히지 못한다.

"소용없는 짓…"

적어도 그때까지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옷 위로 새빨간 얼룩이 번져나간다.



"...어떻게."

천사는 엄청난 고통에 휩싸인 채 추락했다.

고통으로 의식이 끊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가까스로 의식을 붙잡을 수 있었다.

땅 위에 피가 고여 붉은 웅덩이를 이루었다.


찰스는 쓰러진 천사의 앞까지 다가왔다.

“조금 특별한 총알이다. 널 위해 만들었지, 네가 담겨있던 '그릇'의 금속으로 말이다.”

천사는 숨이 막혀왔다.

그때와 비견할만한 고통이 엄습했다.


하나가 둘로 나뉘었던 그때.


"이것으로 끝을 내겠다."

찰스는 천사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인간이 하는 말은 하나도 들려오지 않았다.

"머리...머리가.."


두 존재는 다시 하나가 되기를 바랬다.

둘은 운명에게 물었다.

'우리가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운명은 대답했다.


인간에게는 없는 감각을 통해 천사는 알 수 있었다.

차원의 뒤틀림을, 운명의 간섭을.

그리고 자신의 머리 한쪽이 닫혔다.

"머리가..."

멀어져간다. 사라져간다.

안젤리카는 지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찰스는 경악했다.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천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붉은 웅덩이는 찰스가 헛것을 본 게 아니었다고 말해주었다.



(12.24 수정.)

- - - - - - - - - 

그림을 제공해주신 '사슴이시킨다'님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주절거림이 아닌 후기입니다.

'열쇠'를 종결자 찰스와 천사 안젤리카 편으로 나누어 올리려 합니다.

스토리 참 좋은데. 읽을만 한데 말이죠.

우리 에픽 스토리를 좀 더 믿어보는 게 어떨까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3

  • images
    2021.12.16 15:09 (UTC+0)

    훌륭

  • images
    2021.12.16 15:43 (UTC+0)

    아포칼립스물 좋네요

  • images
    2021.12.18 16:33 (UTC+0)

    이거 읽은 순간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감이 잡혔죠 ㅎㅎ 소설 연출이 그만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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