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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7 팬소설 - 파스투스 2


- 하루마다 한 편씩 올려보려 했는데 잘 안되네요.

즐감하세요!




2장


퍼랜드는 엄격한 관료주의 국가다. 태어났을 때부터 퍼랜드 인이었던 나는

'규칙' 

이 짧은 한 단어로 퍼랜드를 정의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대부분의 퍼랜드 시민은 엄격한 규칙에 매여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은 허가 없이 몰래 금서관리구역으로 들어가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의 악행을 고발하는 양심의 눈을 합리화라는 마약으로 무감각하게 만든 다음 퍼랜드인이라면 거리낄 짓거리를 마음껏 행하기로 했다.

우리는 제풀에 지린 도적처럼 은밀히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 하면 안되는 일을 하고 있으니 그래야 정상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일을 하자고 말한 점에서 역시 내 친구는 정상인이 아니다.

말 못할 과정을 거치고 여러 눈들을 피해 들어간 금서관리구역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깨끗했다.

음산한 빛을 내는 희미한 청색 마법등이 구역으로 질서정연하게 정렬된 책장마다 걸려있었고 그 안에 희미한 목소리로 금지된 노래를 흥얼거리는 위험한 수만개의 책들이 나란히 꽂혀 있었다.

금서구역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강한 냉기가 옷 속으로 파고들어왔다.

앞을 보자 이곳을 상징하는 문구인지 처음보는 글귀 하나가 금속 판에 걸려있었다.


우리가 감히 세상을 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사실 앎은 우리의 무지를 최악의 형태로 비틀어놓은 것이 아닐까?


질문으로 시작하고 질문으로 끝나는 것을 보니 지긋지긋한 위치헤이븐 특유의 경구 같았다. 저 문구를 보자니 대학시절 낙제점을 맞았던 지긋지긋한 위치헤이븐학 수업이 생각나 고개를 돌렸다.

친구는 잠시 멈추어 문구를 보던 나를 뇌둔 채 책장 사이를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멀어져가는 친구의 뒤를 쫓아갔다.


수많은 금서들이 다가왔다 점점 멀어져간다. 들어온 책들 중에 죄있는 책 하나 없겠지만은 적어도 그들에게는 이곳에 갇힐 만한 이유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불온 서적, 악마의 책, 재앙을 부르는 주문들, 저주, 그리고 이성의 세계 안에 갇혀있는 우리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존재들의 편린을 묘사한 책들까지…

이 지식들이 한낮의 광명 속에 낱낱이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한낮에 빛을 볼 수 있을까?


마침내 그가 책을 찾은 모양이었다. 정확히 그는 그 책이 어디있는지 알고 있던 사람처럼 막히지 않고 달려나갔다. 어떻게 알았던 것일까.


그는 미지의 것에 현혹된 것 같았다. 아마 그에게는 이성 안에 존재하는 것이 한없이 시시한 것처럼, 덜익어 떫은 과일처럼, 너무 먹어 물린 음식처럼 느껴질 것이었다.

반면에 이성과 비이성의 경계를 넘은 미지의 것들은 빨갛게 익은 사과처럼 느껴질 것이다. 한 입 베어물면 인생의 모든 갈증과 허망함, 공허함을 모두 채워주는 붉은 금단의 과실처럼.


혹시, 우리 둘의 앞에 닥쳐올 불길한 운명이 그 길을 이끈 것이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나는 그 생각을 빠르게 흐트렸다. 운명은 무슨, 이 모든 것은 사람의 행동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신따위는 없다.
때마침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해 새소리가 들려올 리 없는 이곳에 올빼미 소리가 들렸다.
죽음을 상징하는 밤의 불길한 소리가.

내 지나친 상상력 때문에 들린 소리일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주제를 모르고 지나치게 비대해져 이런 환청을 듣게 하는 거다.


친구는 끝없는 책장의 길에서 붉은 표지를 가진 한 권의 책을 꺼내들었다. 그 행동은 내게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감을 가져다주었다. 아무리 집어넣으려고 해도 그것은 찢어진 곰인형에서 튀어나온 솜처럼 도저히 없어지지 않았다.

나는 기대하는 모습으로 책을 두 손으로 쥔 채 웃는 친구에게 그냥 돌아가자고 말하려 했지만 입이 얼어버린 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그저 친구의 곁에 다가가 봉인이 풀린 경계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푸른 조명을 받은 책은 그 색이 섞여 더욱 섬뜩하게 보였다. 제목이 적혀 있었다.


'경계 너머의 세상'


표지 겉면에는 친절하게도 이 책이 금서로 지정된 이유가 붙여져있었다.
'읽는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형성하고 사회에 해를 끼치는 도서임으로 아래 칙령에 의해 금서로 지정함.
퍼랜드 칙령 21 - 220'
우리는 서둘러 그 책의 표지를 넘겨보았다.

이성 그 너머로 이어지는 통로의 문을 열어젖혔다.


낡은 종이 특유의 푸석푸석함이 느껴지는 그것은 책이라기보다는 누군아의 일기에 가까웠다.


그 책을 적은 사람은 사회에서 광인으로 낙인찍힌 것 같았다. 글 전반에 의미와 의미없음이 섞여있었고 그 둘은 나누이지 않고 하나가 되어 그가 본 진실을, 오히려 모순적으로 더욱 뚜렷하게 전달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적어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만 읽어보았다.


'밤. 그것도 루니리스가 짙은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 가장 불길한 밤에, 별들이 어둠에 먹혀버린 저주받은 밤에 나는 내게 속삭여오는 그 목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는 내게 말하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는 듯이 높은 음으로 울다가도 갑자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는 했다.
하지만 알아들을 수는 없어도 그것은 내게 꾸준히 말을 걸고 있었다.

나는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여신교가 말하는 마신도 아니었다. 그것은 얼마 전에 이미 끝이 났다. 들려오는 상처 속 승리의 함성.


봉인된 것이 목소리를 들려올 리가 없다. 게다가 이 목소리는 그것보다 훨씬 깊고, 축축하고 어두운 곳에서부터 들려왔다. 나는 알 수 있었다. 밤을 저주받은 것으로 만드는 존재가, 낮과 밤을 선과 악으로 나누어놓은 존재가 이 속삭임에 관여하고 있다.
다른 차원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뒤틀림 그 자체다. 안전한 이곳에서 안주하는 우리들은 우리를 지켜주는 장막 너머에서 일어나는 가증스러운 일들을 알지 못한다. 멸망이라고 부르고, 죽음으로도 불리며 우리가 형언할 수 없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속삭임이 들린다. 내 귀는 알아들을 수 없고 또 말할 수도 없는 속삭임이 부글부글 끓는 지옥의 불처럼 타오른다. 이단의 빛이 비춘다. 그것은 보라색으로 환하게 빛나지만 훨씬 어둡다. 밤하늘보다.'
여기서 글은 잠시 끊겼다. 그 뒤로는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갈겨쓴 글씨밖에 없어 몇 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친구가 종이를 넘기는 순간 나는 똑똑히 보았다. 넘겨진 종이 사이로 파스투스의 문양이 보였다! 문양은 곧 지나갔지만 방금 읽은 이해못할 말과 합쳐져 내 머리 속을 복잡하게 채웠다.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친구는 곧바로 알아볼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읽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그 날로부터 몇 달이 지나고, 이제는 환각마저 보이기 시작한다. 대륙을 좀먹는 사멸의 땅. 알고 있는 이조차 찾기 힘든 멸망의 모습이 잠에 빠진 내 눈앞에 일렁인다. 땅이 원래 가지고 있던 색채와 아무리 거친 곳에서도 싹을 틔우는 역동적인 생명의 힘을 빼앗기고 아무것도 나지 않는 잿빛만이 있는 시커먼 죽음의 땅으로 변해버린 그 말로에서 빼앗긴 생명의 힘은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젯밤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언제 생긴건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기억이 섞여들어온 탓에  요즘둘어 두통과 메스꺼움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가운데 수면제를 먹고 간신히 잠을 청한 나는 다시 사멸의 땅으로 날아갔다. 그곳에는 기묘한 문양이 새겨진 일렁이는 어둠의 문이 하나 들어서 있었다.


나는 호기심에 그곳으로 들어가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아무리 신을 모욕하는 이라도 구원을 부르짖을 광경이 담겨있었다.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고통받는, 생전의 죄악으로 인해 그 죗값을 피로 채우는 불쌍한 영혼들의 울부짖음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나는 그 슬픈 소리에 연민으로 비틀어지는 내 마음을 애써 다스리며 나아갔다. 그러다가 앞에 '알지 못하는 존재'와 마주쳤다.
그것은 감히 인간의 묘사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것의 머리와 몸통은 구별이 불가능했다. 몸은
점액질로 이루어진 원통형이었다. 그 안에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미지의 기관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입은 앞과 뒤에 하나씩 툭 튀어나와 있었고 그 가운데 길고 가는 혀가 낼름거리며 탐욕스럽게 혀를 다시는 듯 했다. 그리고 얇은 바늘같이 가는 다리는 땅을 짚으면서 걷고 있었는데 그 걷는 것이 절뚝거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몸 전체에 타는 듯이 붉은 눈이 매달려 생명에 대한 증오를 가득 담은 시선으로 이곳저곳을 휘릭휘릭 돌려보고 있었다. 심지어 그것은 내 앞으로 오고 있었다! 역겨운 그것의 인상에 나는 한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그것은 방향을 바꾸기는 커녕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 같았다. 나는 경악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한 그 모습이 존재하다니! 하지만 '알지 못하는 존재'는 나를 못본건지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숨을 골랐다.
그리고 그것의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지 않고서는 불안함에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아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절대 그래서는 안되었었다.
그것의 뒷모습은 영락없는 사람의 형태였다. 입고 있는 옷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깔끔한 모양이었지만 분명히 사람이었다. 나는 목소리를 내어 그자를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내 목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그것은 다시 '알지 못하는 존재'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나는 방금 전에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동안 가리워 보이지 않던 세계의 진실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것은 '알지 못하는 존재였다.' 동시에 사람이었다.
내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저 형언못할 괴물은 사실 사람인가? 아니면 이 괴상한 곳이 이렇게 만드는 것인가?
나는 터져나오는 괴로움에 몸서리쳤다.'
나는 방금 알아낸 사실에 경악했다. 카오스게이트, 천천히 기어오는 멸망. 혼돈의 공간에서 본 환상.
나는 무의식적으로 친구를 쳐다보았다. 친구는 그의 얼굴 가득 땀방울이 맺힌 채 핏줄이 선 눈으로 책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앞으로 몇 장 남지 않았다. 게다가 알 수 없는 부분이 다수라 다행히도 대충 넘기자 나온 것이 마지막이다.
다행히도…

'이제는 그들의 이름이 들려온다. '파스투스' … '네뷸라!' 일식이 다가왔다. 특히나 저주받은 날이다. 속삭임이 눈 앞에서 변해간다. 명백히 보인다 저주받은 날들이!


속삭임이 별이 되었다. 내게 미래를 보였다! 연약한 유리의 기사! 신을 죽인 자! 그가 그릇이 되었다. 안된다. 막아야한다. 사도니아가 피로 물든다. 그것은 시작이다! 우리가 문명이라 부를만한 것은 더이상 남아있지 않는다.

멸망이 형언못할 기이한 빛깔의 물결이 되어 다른 대륙을 덮친다. 먼저 리타니아다. 그 다음 에우레카와 저 광활한 엘리시아와 신비에 휩싸여있는 동방까지 미친다. 모든 땅이 암흑으로, 바다가 피로 물든다. 더 이상 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두운 별에 먹혀버렸다.


사람, 수인, 저 저급하게 떠드는 하는 놀, 리타니아에 사는 고귀한 엘프들, 북방에 산다고 전해지는 지고의 용족과 생명의 이치를 벗어나 움직인다 전해지는 자동인형들도 모두 먹혀버렸다! 이 땅에 남은 생명은 단 하나도 없다! 생명의 싹은 짓밟혀 어둠에 물들었다.
네뷸라! 우리의 앞에는 오 보인다! 네뷸라! 피다! 피!'
그 이름에 담긴 의미를 알진 못했지만 읽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명백한 악의에 소름이 끼치는 것 같았다. 그 뒤에 무언가가 적혀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책장을 넘겨 그 장을 펼쳐 보았고 그제서야 우리가 경계심 없이 이 금서를 건들었던 것이 얼마나 잘못된, 멍청한 행동인지 깨달았다.
종이를 넘기자 그곳에는 이해하지 못할 그림이 두 장 그려져 있었다. 아니 한 장은 거칠게 찢어져 있어 사실상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한 장 뿐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한 장을 찢어낸 그 덕분에 우리가 생명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남은 한 장의 그림을 보자마자 심연에서 기어나온 시커먼 공포가 우리를 휩쓸었기 때문이었다.

감당치 못할 순간에 선 나는 연약한 이성이 정신을 잃고 이 들어오는 지식의 격류를 막아주길 그렇게나 바랬던 적이 없을 만큼 바랬지만 잔인하게도 경계의 바깥에 선 내 의식은 그 어느때보다 생생히 깨어있었다.


이성의 장막을 찢어버리고 짓쳐들어오는 정체모를 악의가 우리를 먹어치웠다. 세상은 우리 생각처럼  안전하지 않았다. 우리가 알아버린 저주받은 사실.


지금까지 발딛으며 살아온 사실의 발판이 무너지고 그 아래에 펼쳐진 심연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내가 지금까지 잡으면서 살아온 것은 덧없는 환영이었나? 지금은 내 몸을 섬뜩하게 채우는 외신에 대한 두려움만이 가장 확실한 사실이 되었다.
닥쳐온 두려움은 신을 믿는 자에게 믿는 신을 불태우게 했고, 무신론자가 신을 갈구하게 만들었다.
모르는 것이 축복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나는 사시나무 떨듯이 떠는 몸을 부여잡으며 친구를 바라보았지만 친구는 이미 창백하게 변해버린지 오래였다. 푸른 불빛에 비친 그의 얼굴이 시체보다 더욱 창백하게 보였다.

그림 너머로 느껴졌다. 우리는 파스투스의 모습을 보았고 그도 우리의 존재를 눈치챘다.


그렇게 경계 바깥의 모습을 두 눈에 새긴 우리는 다시는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팬소설 #팬픽 #파스투스 #크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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