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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세븐 팬소설입니다2 [1]

이번에는 아이테르를 주제로 써보았습니다. 클라릿사 팬픽 때는 반응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있기를 바라면서 ;-;....

그리고 각 캐릭터 간의 관계나 말투, 행동 등은 스토리가 아닌 게임에서의 자료를 토대로 추측해서 쓴 것입니다. 퀄이 부족할 수 있어요...... 감안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전 팬픽처럼 일부만 편집해서 올립니다. 완본은 픽시브에 있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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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대로는 안 되겠어……!”

  

아이테르. 그는 현 이제라의 왕이자 성약의 계승자와 함께 마신을 몰아내는데 일조한 정령사였다. 성녀라 불리던 디에네의 아들이며, 누구보다 근엄하고 위엄 있는…… 왕으로 알려져야 했다.

현재 아이테르는 난처한 얼굴로 눈앞에 깔린 그림들을 보았다.

부채, 잡지, 만화책, 브로마이드……! 그건 하나 같이 아이테르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전부 그가 생각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귀엽게 눈을 찡긋거리는 모습이나 홍조를 띄우고 수줍게 웃는 모습 등 모두 소녀스럽고 여리여리한 모습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왕으로 즉위할 때도 그랬어……!’

  

평소에도 땋은 옆머리라든지, 포니테일 스타일로 여성스러웠지만 즉위식 때는 그 미모가 폭발했다. 긴장과 기대감 때문에 그때는 미처 지적하지 못했지만, 아이테르는 심각하게 후회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눈앞에 놓인 ‘굿즈’들이 그날 이후로 암시장을 떠돌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세리아를 통해 이것들의 견본을 걷어들이고 절규하고 있었다.

  

‘난 남자답지 못한 거야……?’

  

아이테르의 작고 고운 손이 주먹을 쥐었다. 왕자로 남아있을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왕이 되었다는 심리적 압박감과 이미지 형성에 대한 부담감이 그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마냥 넘겨버리기에는 이제라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었다. 당장 자신도 즉위식을 거치기 전에 제법 곤혹을 치르지 않았던가……! 찰스와 어느 관리직에 오른 ‘누군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큰일이 날 뻔하기도 했다.

왕이 되었다고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이세계나 외우주에서 언제 미지의 존재가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이고, 흩어진 일리오스교의 잔당들이 무슨 짓을 벌일지도 몰랐다. 신경 쓸 게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왕의 위엄을 의심하는 신하들까지 그대로 둔다면…… 언제 이제라가 전복될지 몰랐다.

남자다움……!

아이테르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윤기 있는 금발에 선명한 푸른 눈동자가 보였다. 피부는 잡티나 주근깨 한 점 없이 깨끗했고, 얼굴도 동글동글하고 어깨도 좁았다.

그야말로 소녀풍……!

아이테르는 인상을 쓰며 자기 얼굴을 조물거렸다. 아무리 험악한 표정을 지어도 그 어떤 위협도 되지 않았다. 스스로가 보기에도 무섭지 않은데 다른 이들은 어떨가. 어쩌면 이미 얕잡아보는 사람들이 생겼을지도 몰랐다.

  

‘어떻게 해야……’

  

아이테르는 이 부분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네?”

“그러니까 아카테스가 보기에 저는 어떤가요……!”

  

아카테스는 심각한 얼굴로 말을 걸어오는 아이테르를 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푸른 성십자회에서 보낸 소식을 전하러 왔는데 대뜸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혹시 시험인가 싶어서 아카테스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이테르 전하는 언제나 훌륭하시죠……?”

“그런 대답을 원한 게 아니에요……!”

  

아이테르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러자 아카테스는 개인적인 일이란 걸 눈치채고 보고서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니까 매사에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으시고…… 언제나 훌륭하시고…… 그리고 엄청 아름다우세요.”

  

아카테스 딴에는 최대한 칭찬을 하겠다고 한 것이지만, 아이테르는 더욱 풀이 죽었다. 아카테스가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아이테르는 긴 망설임 끝에 말했다.

자신의 모습에 대한 고민. 그리고 왕으로서의 고민. 그 말을 들은 순간 아카테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에요. 이제라의 국민들이 전하를 좋아하는 이유는 겉모습 때문이 아니에요. 전하의 위엄있는 모습과 결단, 그리고 모두가 아니라고 해도 단 한 사람을 믿어주는 아량 때문이죠. 그러니 겉모습에 연연하실 필요 없어요.”

  

아카테스의 응원에 아이테르는 침울했던 마음이 한 층 나아지는 걸 느꼈다.

  

“죄송해요. 왕이 되어서 칭얼대기나 하고……”

“아니에요……! 사람은 누구나 고민하기 마련인 걸요……!”

“고마워요, 아카테스. 참, 보고할 게 있다고……”

“아, 푸른 성십자회 원로원에서 보낸 보고서에요. 레인가르에 기술 지원 요청 및 이제라에 자원 지원을 요청하는 것으로……”

“음…… 응?”

  

아이테르는 보고서를 받아들고 읽다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이 부분은 조금 납득이 가지 않는데…… 고양이 귀 계획이라뇨?”

“아, 그게…… 클라릿사…… 아시죠? 클라릿사의 폭력성을 고양이의 모습으로 감춘다고 하던데……”

“……설마 안젤리카 님이?”

“……일조하셨을 거예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쉽게 승인하시지 않았을까 싶어서……”

  

아이테르는 눈 사이를 꾹꾹 눌렀다. 틈만 나면 은퇴를 운운하던 그녀를 떠올리니 골치가 아팠다. 분명 치유 능력만큼은 최고일진데 무료함에 물든 그녀를 볼 때마다 자신까지 늘어지는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일에 왕국 자산을 쓸 수는 없어요. 게다가 레인가르는 지금 바쁜 시기인-”

  

그 순간 아이테르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쳤다. 갑작스레 떠오른 그 아이디어는 아이테르를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일단 얘기는 해볼게요. 함께 일리오스교를 격퇴하는데 힘썼던 곳이고, 저희 어머니께서도 몸담은 곳인데…… 후계자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 곤란해지는 건 원치 않으니까요.”

“앗…… 네……”

  

아카테스가 물러나고 아이테르는 고양이 귀 계획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살폈다.

  

‘어쩌면 나도……’

  

  

  

  

  

“하아……”

  

라스가 마신을 처단하고 실종된 이후, 유나는 책상에 머리를 ** 흐느적거렸다. 그 모습에 헤이즐이 안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유나 님…… 업무 보고서 결재를 빨리 해주셔야……”

“몰라…… 전부 귀찮아……”

  

유나는 툴툴거리며 양옆에 잔뜩 쌓인 보고서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헤이즐은 그런 유나를 보며 책만 만지작거릴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언제부턴가 힘없이 늘어진 그 모습에 모두가 나서서 그녀를 낫게 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나마 유나를 위로해주는 건 ‘기분 좋아지는 약’ 뿐인데……

  

“안 되겠어…… 약이나 하나 지어 먹어야……”

“유나 님……! 그러다 몸이 망가지시-”

  

그때 공안부의 카린이 들어섰다.

  

“회장님! 방문객입니다.”

“몰라아~ 지금은 귀찮으니까 나중에……”

“그것이…… 이제라의 왕께서 알현하시……”

“응?”

  

유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로브를 깊게 눌러쓴 아이테르가 어색하게 고갯짓을 하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잠깐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

  

무료한 표정이었던 유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 거란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헤이즐과 카린 두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고 단 둘만의 자리를 마련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전하? 보시다시피 제가 워낙 기운이 없어서……”

“이걸……”

  

아이테르는 주섬주섬 계획서 하나를 꺼내 넘겨주었다. 유나는 덤덤한 얼굴로 1분도 안 되어서 반 뼘은 되는 계획서를 주파하고 탁상에 내려놓았다.

  

“불가능하진 않지만 자원 소모가 많이 들어요. 애초에 이만한 인원을 빼갈 정도로 중요한 걸로 보이진 않지만……”

  

유나는 계획서를 밀어놓고 아이테르를 바라보았다.

  

“다른 원하시는 게 있는 거죠?”

“음……”

  

아이테르는 쭈뼛거리다 속내를 털어놓았다.

  

“제 성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싶어요……!”

  

그의 말에 유나는 잠시 흘러내린 안경을 고쳐쓰며 물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요……?!”

“농담이에요. 하지만 굳이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있을지……”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에요. 결코 경솔하게 내린 결론도 아니고, 단순히 결과를 쫓아서 내린 것도 아니에요. 이제라의 왕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내린 답이에요. 그러니…… 부탁드려요. 저를 도와주세요……!”

  

유나는 가만히 아이테르의 말을 듣다가 여기저기 뻗친 머리를 북북 긁었다.

  

“……좋아요. 대신 저도 조건이 있어요.”

“……라스 엘클레어, 그의 흔적 말인가요?”

  

아이테르의 대답에 유나는 눈이 커졌다.

  

“그걸…… 어떻게……”

“걱정 마세요. 그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아무리 왕위 계승으로 바빴다지만 세계를 구한 영웅을 모른 척 할 정도는 아니라구요?”

  

라스에 대한 희미한 소식을 접한 유나는 방긋 웃었다. 방금까지 무료함과 나태로 젖어있던 유나의 표정은 사라지고, 밝은 미소가 자리잡았다.

  

“좋았어어-!! 신생 레인가르의 학생회장 유나의 힘을 보여드리지요~!!”

  

  

  

  

  

유나가 호언장담을 한지 며칠이 지났다. 아이테르는 다시 한 번 비밀리에 레인가르를 찾았고, 유나는 캡슐 같은 기계장치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특이하게도 콧노래를 부르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이테르에게 희망적인 소식을 들은 것만으로는 나올 수 없는 모습이었다.

  

“저기……? 무슨 좋은 일이라도……?”

“후후…… 아무 일도 아니지요~”

  

유나는 자신의 신수인 카즈란을 통해 라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겹경사가 아닌가! 아이테르가 좋은 소식을 물어다주고, 곧이어 라스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었으니 그가 예뻐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유나는 최선을 다해 아이테르의 숙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돼요.”

“여기로 들어가면……”

“그래, 모든 게 바뀌게 될 거예요.”

  

아이테르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장치에 들어가려는 순간 유나가 말했다.

  

“결심한 거죠? 진심으로.”

“……네.”

“근데 국정은 누가 보고 있는 건가요?”

“네? 그건 지금 찰스가……”

“으흥, 알았어요.”

“……저기? 갑자기 이 타이밍에 그걸 왜 물으신 거예요?”

“혹시나 전하의 안위에 문제가 생기면 이제라를 누가 돌봐야 하나 싶어서요.”

“네?! 안전한 거 아니었어요?!”

“안전은한데, 아주 약간의 위험성이……”

  

아이테르는 잠시 유나를 바라보았고……

  

“자, 자! 들어가세요……!”

“안 돼요……! 위험하다면서요……?!”

“괜찮아요, 괜찮아. 계산해봤는데 고작 1.25% 확률이라니까요?”

“그 정도면 백 번 중에 한 번 꼴로 위험해지는 거잖아요!”

“그 정도면 갓챠겜에서 5성 얻을 확률인데 아주 희박해요! 그게 자주 터지는 거였으면 모두가 행복해졌게요?”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유나가 왔던 세계의 이야기에요?!”

“아무튼 들어가라니까요……!”

“자, 잠깐만요……!”

  

들어가지 않으려는 아이테르와 밀어넣으려는 유나의 대치가 계속 되었다. 그때 유나가 드론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참치라 명명된 드론은 아이테르를 응시하다가 그대로 옆구리에 비비적거렸다.

  

“으학-”

  

아이테르는 단말마와 같은 웃음과 함께 팔에 힘이 빠졌고……

  

털컹-

  

그대로 캡슐 안으로 넣어졌다. 아이테르는 캡슐 문이 닫히자 조그마한 창문에 얼굴을 딱 붙였다.

  

“잠시만요-!! 안 돼-!!”

“자! TMI 7호기 발동!”

  

캡슐에서 빛이 뿜어지면서 증기가 슉슉 새어나왔다. 덜컹거리는 캡슐 속에서 아이테르가 작게 비명을 지르다…… 서서히 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리고 캡슐은 서서히 움직이다 멈추었다. 하지만 안쪽에서는 그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전하~?”

  

유나는 작동이 멈춘 캡슐 앞에서 아이테르를 불렀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

  

“으음…… 설마 1.25% 확률로 다른 세계로 날아가버린 건가? 그러면 큰일 나는데……”

  

유나의 말과 동시에 캡슐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걸어나온 건……

아이테르였다.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문지르며 비틀거리다 유나를 쳐다보았다.

  

“저…… 괜찮은 거죠……? 그보다 방금 뭐라고……”

“아하하, 아무 것도 아녜요. 그래도 성공했으니 된 거잖아요?”

  

유나가 그렇게 말하며 전신거울을 가져왔다. 하지만 아이테르의 겉모습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아이테르가 의아한 얼굴로 자기 얼굴과 몸을 거울에 이리저리 비춰보다 말했다.

  

“저기요…… 유나? 변한 게 없는데요?”

“변한 게 없다뇨? 잘 보세요.”

  

유나가 방긋 웃으며 말했지만, 아이테르는 아무리 봐도 다른 점을 찾지 못했다.

아니……

아예 없지 않았다.

  

“응?”

  

아이테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신의 다리 사이를 내려다보았다. 왠지 모르게 다리 사이가 허전했다. 평소에 좋은 속옷을 입고 있었다지만, 지금처럼 아예 느낌이 없지는 않았다.

마치…… 뭔가 있다가 사라진 듯한 느낌이었다.

아이테르는 순간 창백해졌다. 그리고 뒤늦게 제복 상의에 봉긋 솟은 굴곡을 발견했다.

  

“어…… 어…… 어……?”

  

아이테르가 말도 못 하고 버벅거리며 주춤거렸다. 유나는 그런 아이테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실험은 성공적! 전하가 바라시는 대로 여자가 되었네요!”

“예-!?”

  

아이테르의 비명과 같은 대답에 유나는 귀를 막았다.

  

“무슨 소리에요! 저는 여자가 되고 싶다고 한 적이 없어요……!”

“네……? 하지만 분명 성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싶다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미 남자인데 남자가 되고 싶다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저 제 겉모습을 좀 더 남자답게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그런데…… 그런데 여자로 바꾸시다뇨!?”

“아~? 그랬던 거였어요? 아하하, 이거 참……”

“웃을 일이 아니에요! 심각하다구요……!”

“그래도 겉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니 괜찮지 않나요……?”

“괜찮지 않아요……! 안 그래도 여자애 같다고 하는 백성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럼 즉위식 때의 모습은……?”

“그날따라 긴장하다보니 재단사가 그런 옷을 만들었는 줄도 몰랐어요……! 하인들이 머리를 그렇게 만져준 것도 옷을 벗을 때 봤구요……!”

“아하아……”

“빠, 빨리 돌려주세요……! 이번에야말로 남자로…… 아니, 진짜 남자보다 남자답게 만들어주세요……!”

“그 날라리 기사단장님처럼……?”

“뭐든 괜찮으니까요……!”

“근데 조금 난처한 게…… 시간이 좀 걸려서요. 그래서 당장 바꿔드릴 수가 없어요.”

  

유나의 대답에 아이테르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네……?”

“그게 재료 조달도 조달인데…… 아무래도 육체 변환에 대한 계산식을 검토해야 해서요. 실패 확률을 줄이고 전하가 바라시는 형태로 되는 데는 아마……”

  

유나는 손가락을 꼽아보다 3개를 딱 펼쳤다.

  

“3달 정도……”

“길어요……!! 좀 더 빨리 해주실 수 없는 건가요……!?”

  

아이테르는 울상이 되어 빌었지만, 유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학생회의 업무를 제쳐두고, 촉박하게 잡은 게 이 정도예요. 실질적으로는 몇 년은 걸리는 작업이라구요.”

“그래도……”

“어차피 겉모습은 크게 다른 게 없잖아요? 그쵸?”

“네…… 하지만 금방 들킬 텐데…… 그리고 이건 제가 원하는 모습도 아니고……”

“아이테르 전하.”

  

유나는 주먹을 꼭 쥐며 말했다.

  

“여자를 아는 것이야말로 남자다운 거라고 생각해요.”

“네……? 그게 무슨……”

“잘 생각해보세요. 남자답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먼저 남자다운 모습이 되어야 할까요? 아뇨! 겉모습은 우락부락한데 뜨개질을 하고, 가시투성이 장미로 화관을 만들면서 하하호호한다면 그게 남자다운 걸까요?”

  

아이테르는 찰스가 뜨개질을 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새파랗게 질린 그의 얼굴을 보며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로 겉모습은 여리여리하고 아름다운데 주먹질을 해대며 터프하게 구는 게 여자다운 걸까요?”

  

아이테르는 이번에 이세리아가 그 작은 주먹으로 벽을 깨부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런 것처럼 겉모습이 먼저 만들어진다고 전부가 아니에요. 일단 내면부터 단련되어야 한단 거죠!”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 거죠……?”

“제가 여자를 아는 게 가장 남자다운 거라고 했죠? 그 이유는 간단해요. 여자를 알게 되면 여자다운 행동과는 정반대로 행동했을 때가 남자다운 게 되는 거죠! 적어도 이제라에는 중성이 없는 걸로 알고 있으니,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잖아요?”

  

유나의 말에 아이테르는 반쯤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마뜩찮은 게 있었다.

  

“설마…… 여자의 몸으로 여자를 이해하라 그런 건가요?”

“그러면 전하는 다른 여자를 불러서 살펴보려고 하신 거예요?”

“그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자를 불러서 살피는 것도 이상하죠. 본래 전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여자로 변한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는데, 참고가 되지 않잖아요?”

“끙……”

“그러니까 그 반대의 경우를 철저히 확인하고 학습하는 수밖에 없는 거죠!”

  

애초에 아이테르가 조금이라도 남성적이었다면 이런 고민도 안했을 텐데…… 유나는 그 빈틈을 사정없이 후벼파면서 논리를 내세우고 있었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솔직히 아이테르도 이미 마음만큼은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여자 같은 모습이 콤플렉스인데 아예 여자가 되어버리다니! 게다가 이 몸을 분석하라고?

유나는 아직까지 갈등하는 아이테르를 향해 결정타를 날렸다.

  

“그리고 이런 일일수록 의연하게 대처하는 게 남자다운 게 아닐까요?”

  

아이테르는 눈이 번쩍 뜨였다.

  

“좋아요! 기다릴게요! 대신 3달 후에는 꼭 부탁드릴게요……!”

“물론이죠! 여자에 대해 샅샅이 분석하신 전하에게 걸맞는 완전 마초로 만들어드릴게요! 아, 그리고 육체에 불균형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그때는 곧장 저를 찾아오시구요. 아셨죠?”

  

그렇게 아이테르는 여체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생각한 것보다 순탄치 않았다.

  

“하아…… 하아……”

  

아무래도 남자일 때보다 근력, 체력 등이 약해지다보니 금세 지쳤다. 왕성 계단을 오르는 것도, 복도를 걷는 것도 힘겨운 상황……!

하지만 체력 저하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일정 주기로 찾아오는 복통……! 처음에 속옷이 피로 젖었을 때 아이테르는 무슨 일이 난 건가 싶어 유나에게 연락을 넣었다. 그러자 돌아온 답변은……

  

[ 마법의 날이이에요. ]

“마법…… 이요?”

[ 여자들은 한 달에 한 번 씩 그런 날이 찾아오거든요. 케바케이긴하지만 복통이 심한 것도 며칠 정도만이니까 조금만 참아보세요. ]

“그러면 남은 두 달도……!?”

[ 나중에 생리대 보내드릴테니 잘 착용하셔야 해요! ]

“유나……!”

  

그 외에도 가슴이 평소보다 부풀어서 옷에 닿는 압박감이 심하다는 것…… 머리 손질 외에는 의복 착용이나 목욕 시중은 전부 거절해야 하는 것…… 왠지 모르게 음식이 자주 당기는 것 정도가 있었다.

어떻게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아이테르는 여체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체력은 나아질 생각이 없었기에 언제나 궁중 업무를 보고 나면 탈진하게 되었다.

  

“괜찮으십니까, 전하……?”

  

곁에서 아이테르를 보필하던 찰스로서는 걱정스레 물었다. 요근래 아이테르가 금방 지치고 기운이 없어보였기에 요리사에게 일러 특별히 신경 쓴 요리들과 함께 건강식도 제공했다. 다행히 그 후 몇 주 간은 기운을 차리는 듯 싶었지만, 아이테르는 다시 한 번 지친 기색을 보였다.

아무래도 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었다. 성인조차 힘겨운 일을 아직 어린 아이테르가 견디기엔 어려우리라. 그랬기에 찰스도 아이테르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돕고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아이테르도 이런 찰스의 마음씀씀이를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폐를 끼치지 않으려 했다. 여자가 되고 나서도 최선을 다해 국정에 임했고, 부족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다.

오늘은 그저 유독 컨디션이 좋지 않을 뿐이었다. 그랬기에 아이테르는 애써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요, 찰스…… 일단 오늘 중요한 업무는 전부 끝났으니 나머지는 제가 처리할게요.”

“예, 알겠습니다. 하오나 전하, 국정이 중요하다고 해서 개인 건강을 소홀히 하지 마시옵소서. 성십자회의 성직자를 불러놓겠습니다.”

“아, 음…… 예. 어차피 정기 보고서를 받아야하기도 하니…… 부탁드려요, 찰스.”

“알겠습니다.”

  

찰스가 가고 얼마 안있어 찾아온 건…… 아카테스였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빰 빠바밤~!! 아카테스 등자앙~!!”

  

분명 얼굴은 아카테스였다. 하지만 금발인 머리색은 청록색이 되어 있었고, 가지런한 양갈래 머리는 나선형으로 빙빙 돌아가 있었다. 의상이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아카테스……?”

“꽤나 고민이 가득해보이는데, 아이테르 전하~?”

  

성격조차 아카테스와 정반대……! 아이테르는 혼란스러워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당신…… 누구시죠……?! 아카테스를 어떻게 한 거예요!”

  

아이테르의 양손에 물방울이 모여들었다. 사람 머리만한 물방울은 단순한 물폭탄 수준의 마법이 아니었다. 사람 하나는 쉽게 기절시킬 정도로 강한 충격을 내포한 마법이었다. 그걸 본 아카테스는 콧방귀를 뀌며 실크햇을 벗어들었다.

  

“빠밤!”

  

실크햇에서 뿜어진 폭죽이 아이테르를 덮쳤다. 동시에 그가 발휘한 물의 마법이 사라지고, 아이테르의 몸이 벽에 착 붙었다. 아이테르가 당황하여 몸에 들러붙은 폭죽을 떼내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그것들을 떼낼 수 없었다.

  

“아카테스를 어찌했냐고 묻는 게 아니라, 어쩌다 그렇게 변했냐고 묻는 게 맞겠지?”

“네……?”

“그러니까, 네가 아는 아카테스는 아니지만 난 아카테스가 맞아.”

“그게…… 무슨 소리……?”

“하여간 ‘또 다른 내’가 그렇게 신경 쓰는 사람이 있어서 왔더니만…… 전혀 다른 사람이었네. 일단 짝사랑은 이쪽이 아닌 게 확실한데……”

  

아카테스는 지팡이를 짚으며 아이테르에게 다가왔다.

  

“흐응……”

  

아카테스는 아이테르의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아이테르는 그녀의 시선에 왠지 모르게 얼굴에 열이 쏠렸다.

부끄럽다고 할지…… 민망하다고 할지…… 하여간 무방비하게 묶여서 눈으로 훑어진다는 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제법인데? 이만한 수준으로 육체를 변환하는데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니…… 근데 왜 변환을 했는데 여자 모습 그대로인 거지……? 남자라도 되려했다가 부작용이라도 생긴 건가……?”

  

아카테스의 질문에 아이테르는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저…… 그게 무슨 뜻으로 하는 질문이신지……?”

“그러니까 바뀌어야 했을 몸이 왜 그대로냐는 거지.”

  

순간 아이테르는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 남자예요……!”

“뭐……? 하지만…… 어!?”

  

아카테스는 진심으로 당황했고, 이런 그녀의 반응은 아이테르의 마음에 충분히 상처를 주었다.

  

“제가 조금 남자답지 못했다고 그렇게 놀리실 필요는 없잖아요……!”

“아니, 놀리는 게 아니라…… 전 왕이 그랬던 것처럼 여왕이 추앙된 줄 알았지……! 그러고보니 그 전에도 왕자라고 불렸던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왕자 맞아요, 왕자! 원래 남자였는데 실수 때문에 이렇게 변한 거라고요!”

“그으래?”

“진짜에요! 진짜라고요!”

“그래, 일단 믿어줄게.”

  

아카테스가 손가락을 딱 튕기자 벽에 붙은 아이테르가 툭 떨어졌다. 아이테르는 불편한 얼굴로 손목을 빙빙 돌리다 아카테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보다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뭐죠……? 또 다른 아카테스 씨.”

“어차피 둘만 있을 텐데, 그냥 아카테스라고 불러~ 아무리 나라고 해도 나약하고 소심한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싶지 않거든~”

“……그러신가요?”

“음음, 원래는 우리 소심이의 짝사랑을 염탐하려고 왔는데…… 어쩌다 보니 이쪽으로 불려와서 말이지?”

“불려오다니…… 혹시 찰스가……?”

“응, 눈이 침침한 건지 몰라도, 나더러 집무실로 가라고 말해주던데?”

“찰스……!”

“뭐, 덕분에 흥미로운 일이 눈앞에 딱! 이제라의 왕, 알고 보니 여왕? 이보다 더 재밌는 일이 어딨겠어!”

“사람을 흥밋거리로 ** 마세요……! 이제 나가세요……!”

“고민 있지?”

  

아카테스는 얄밉게 웃으며 뒷짐을 졌다.

  

“여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다기에는 기뻐하는 기색도 없고…… 실수라고 지칭하는 걸 보면 원래는 다른 목적이 있었던 거지?”

  

아이테르는 그녀의 추궁을 무시하고 내쫓으려 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카테스의 모습이란 점에서 그녀에게 무심코 의지하고 싶어졌다.

  

“사실은……”

  

아이테르는 그간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었다.

자신의 모습을 상품화한 것, 지독한 정치 싸움, 유나와의 일까지…… 그걸 전부 들은 아카테스는 콧소리를 내며 갸우뚱거렸다.

  

“남자를 완전히 아는 길보다는 여자를 완전히 파악하는 쪽을 택했다라니-”

  

아카테스는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넘기려 했다. 그러다 희미하게 홍조를 피우며 큼직한 눈망울을 하고 있는 아이테르를 마주보며 그 말을 꿀꺽 삼켰다.

귀엽다. 평소의 아이테르도 귀여웠지만, 여자가 된 지금은 그 귀여움이 남달랐다. 아주 미세한 굴곡의 차이, 왠지 모르게 여성스러운 행동거지가 아이테르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었다.

순간 아카테스의 머릿속에서 몇 가지 기발한 장난들이 떠올랐다.

쾌락주의 개구쟁이. 그것이 바로 지금의 아카테스이자 또 다른 아카테스의 모습이었다.

  

“좋아, 내가 도와줄게!”

“네? 그게 무슨……”

“우리 귀여운 왕님을 위해서지! 아니, 여왕님이라 불러야 하나?”

“피, 필요없어요! 저 혼자서도 이런 것쯤은……!”

“그래서 진척은 있었어?”

  

아이테르는 대답을 망설였다. 지금까지 알게 된 건 여자의 몸은 상상 이상으로 불편하단 점, 그게 고작이었다.

상대는 아카테스이기 이전에 한 명의 여자! 당연히 아이테르 자신보다 많은 걸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당신이 나쁜 짓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잖아요…… 이전에도 타마린느 양의 축제를 방해하려 했고……”

“그거야 내가 더 눈에 띄고 싶었을 뿐인 걸! 악의는 없었다구! 그리고 축제는 잘 풀리게 됐잖아? 언제까지 마음에 담아두게?”

“……으음.”

“무엇보다 아이테르 전하를 돕고 싶은 건 진심이야. 달리 어디가서 이런 부탁을 하려고? 성검 기사단의 부단장 엘프씨? 아니면 성십자회의 수녀님? 애초에 거기 정신나간 학원도시의 기계광에게 아무 말도 못했다는 건 부탁하기 껄끄러워서 그런 거 아냐?”

  

아이테르는 정곡을 찔렸다. 애초에 자신이 여자가 되었단 사실도 공공연하게 감추고 있는 상황……! 아카테스의 말마따나 그녀만큼 아이테르를 도와줄 적합자는 없었다.

  

“정말…… 믿어도 되는 거죠?”

“물론이지! 나만 믿으라구, 전하아~?”

  

  

  

  

  

“이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거예요……?”

“치마만큼 여성스러운 건 없어! 안 그래?”

  

아이테르는 난처한 얼굴로 엉덩이에 딱 붙는 미니스커트를 내려다보았다. 평소 차림에서 바지를 치마로 바꿨을 뿐인데 그 위화감이 장난 아니었다. 분명 노출 정도는 반바지와 다를 바 없었지만, 괜히 드러난 허벅지가 신경 쓰이고 치마 속이 보일까 염려됐다.

아카테스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아이테르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흐앙?!”

“왜 이러실까! 여자 속옷도 입고 있으면서 고작 이런 걸로……”

“여자 속옷 입을 리가 없잖아요……!”

“엉? 안 입어……?”

“그야 전 남자니……”

  

아이테르는 대답하다말고 말을 얼버무렸다. 그러자 아카테스가 음흉한 미소를 보이며 아이테르의 손목을 잡아챘다.

  

“그럼 이 참에 입어 볼까?”

“저, 저기 국정이 아직……!”

“이미 다 끝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이렇게 남몰래 옷 갈아입기를 하는 거고!”

“그렇지만 여자 속옷은 없어요!”

“걱정 마시라! 내가 다 준비해놨단 말씀!”

“네?! 그걸 왜 준비를…… 으아아아-?!”

  

결국 아이테르는 상의가 전부 벗겨졌다. 그…… 아니, 이젠 그녀가 된 아이테르는 벌개진 얼굴로 가느다란 팔로 가슴을 가렸다. 두 팔로 가렸다지만 위아래로 희미하게 보이는 유방의 윤곽선과 우유빛에 가까운 피부가 절로 군침이 돌게 했다.

동성인 아카테스조차……!

  

“꽤 귀여운 여왕님……”

“표정이 왜 그래요……?! 무서워요……!”

“흐흐…… 가만히 있어 보라고……”

“꺄악-!!”

  

아이테르는 아카테스의 지도 하에 브래지어 착용법을 배웠다. 그리고 자신의 ** 사이즈까지 전부 알게 됐다.

  

“어때?”

“조금 편한 거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활동이 많다 보면 자주 쓸리고 한단 말이지. 그러니까 자거나 쉬는 때가 아니라면 브래지어는 꼭 착용해두는 게 좋아. 그리고 자기 사이즈는 꼭 알아두고. ** 둘레 재는 법은 알려준 대로 하면 돼.”

“알겠어요.”

“자, 그럼 이제……”

  

아카테스는 의외로 다양한 걸 알려주었다. 속옷을 입는 방법이나 고르는 법부터 화장법, 여체의 ** 현상, 주요 공감대 등…… 머리가 아프다 싶은 것은 직접 체험시켜주고, 아이테르를 차근차근 한 명의 여성으로 만들어갔다.

그 결과……

  

“아, 아이테르 전하……”

“오늘도 고생이 많으시네요.”

  

한 점의 악의 없는 순수한 미소. 단순한 격려라기에는 미소와 함께 그 안에 담긴 상냥함의 파괴력이 대단했다.

단순한 병사부터 시작해 성검 기사단조차 아이테르의 미소에 가슴이 크게 뛰었다. 남녀를 가리지 않는 환한 미소와 간드러지는 목소리…… 어딘지 모르게 좀 더 화사해진 아이테르의 미소가 모두의 마음을 녹였다.

그렇게 차츰 여성에 대해 익숙해져갈 때…… 아이테르는 뭔가 잘못됨을 느꼈다.

  

“이상하지 않나요……?!”

“뭐가?”

  

소파에 늘어져서 사탕을 빨아먹고 있던 아카테스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일단 두 분이 말씀하신대로 최대한 여자에 대해 공부했지만 아직도 남자다운 게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야 그렇지~”

“네?!”

“전부 안 게 아니잖아.”

“전부라니…… 아직 알아야 할 게 더 있단 거예요?”

  

아카테스는 막대 사탕을 입에 넣고 굴리다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아이테르의 앞에 다가오더니 침범벅이 된 사탕을 빼내며 말했다.

  

“아직 알려주지 않은 게 있거든.”

“그게 뭔데요?”

“알고 싶어?”

  

아카테스는 안 그래도 가까운 데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왔다. 사탕을 먹어서 그런지 달큰한 숨결이 아이테르의 얼굴을 덮었다. 무엇보다 여자가 이렇게 가까이 왔던 적이 몇 번이던가. 이세리아도 간혹 접촉을 해오긴 했지만 지금처럼 긴장이 되지 않았다.

아이테르는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래서 아카테스를 제대로 ** 못하고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어차피 나중에 찬찬히 알려주려 했어~ 다만 널 가르치는 게 재밌어서 지금까지 안했을 뿐이야.”

“그럼 알려주신다는 ㄱ”

  

아이테르의 입은 아카테스의 입에 맞물렸다. 아이테르가 순간 반응하지 못하고 입술이 맞물려있다가, 화들짝 놀라 몸을 뒤로 빼려 했다. 그러자 아카테스가 아이테르의 등을 꾹 누르면서 팔을 붙잡았다.

옴짝달싹 못하게 된 아이테르는 아카테스의 입과 혀가 자신의 입안을 휘젓는 걸 막지 못했다. 아니, 자신의 입술과 혀로 막아내려 했지만 뭔가 이상했다. 입술을 오물거리고 혀를 휘두를 때마다 아카테스의 혀도 따라 움직였다. 착 달라붙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두 사람의 입은 떨어지지 않은 채 혀가 뒤엉키게 된 것이다.

  

‘달아.’

  

아이테르는 눈이 점차 감겼다. 입안에 퍼져나가는 은은한 단맛과 열기…… 이것이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것만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서서히 눈을 감아 스스로의 시야를 차단했다.

눈을 감자 느껴지는 건 아카테스의 숨소리…… 자신의 숨소리…… 그것이 뒤섞이는 듯한 질척한 소리였다. 그 후 아까보다 단맛이 강렬하게 느껴지며 열기 또한 전신으로 번져나갔다. 곧이어 그 열기가 심장을 부드럽게 감싸고 온몸을 따스하게 만들어주었다.

  

‘기분 좋아.’

  

아이테르는 왠지 모르게 배가 욱씬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키스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것까지 인지할 수 없었다. 그저 아카테스와의 키스가 좀 더 계속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이테르의 욕망이 극에 달했을 때 키스는 멈추었다. 아이테르가 멀뚱히 아카테스를 보고 있으니, 그녀가 아이테르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아직 아카테스의 열기가 남아있는 입술은 손가락이 맞붙자 불에 덴 것처럼 다시금 달아올랐다. 그리고 아이테르는 그 열기를 어떻게든 지우기 위해 입을 우물거리다가…… 손가락을 덥썩 물었다.

  

“어때? 키스하는 거 꽤 기분 좋지?”

“네에…… 근데 갑자기 왜……”

“여자의 몸은 남자보다 쾌락의 상한선이 높거든. 대신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하지만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아. 그게 어느 수준인지는 말 해줄 필요 없겠지……?”

  

아카테스는 아이테르의 옆구리를 콱 잡았다. 그러자 아이테르에게서 작게 콧소리가 터졌다.

  

“가르쳐주신다는 게…… 그런 거예요……?”

“왜? 싫어?”

“아니, 싫다기 보다는 그게…… 조금 그런 내용 아닌가요……?”

"XX 말이야?"


아카테스의 직설적인 말에 아이테르의 얼굴이 벌겋게 물들었다.

  

“네, 네…… 그거……”

“그게 어때서? 어차피 아이를 낳으려면 필수적인 요소기도 하고…… 사람에게 주어진 즐길거리 중 하나라고? 병만 잘 예방한다면 오히려 XX를 비롯한 성행위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데!”

“그렇긴 해도……”

“아니면 뭐야, 너는 고귀하니까 이런 짓은 천박해서 못하겠단 뜻?”

“아, 아니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잖아요……!”

“그게 아니면 뭐야. 그 몸으로 다른 남자에게 유혹하려던 거?”

“그것도 아녜요!”

“그러면~”

  

아카테스는 아이테르의 턱을 검지로 쓸어올렸다.

  

“내가 싫은 거야?”

  

아이테르의 푸른 눈동자가 아카테스를 바라보다 슬쩍 옆으로 돌아갔다.

솔직히 말해 어느 쪽이냐면…… 좋았다. 아카테스와 비슷한 점이란 것도 한 몫 했고, 의외로 성실하게 자신에게 다양한 것을 알려주었다. 한 번 했던 의심은 고스란히 그녀에 대한 신용으로 바뀐 지 오래!

이제 그녀에 대한 오해도 풀려서 믿을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키스를 해올 때도 크게 저항하지 않은 것이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저항하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어쨌건 지금의 아이테르는 아카테스를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아카테스도 그걸 알고 있었지만, 구태여 짓궂게 물어왔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저는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아요. 그리고 지금까지 함께 해온 당신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요.”

“흐응.”

  

아카테스는 그런 말이 싫지는 않은지 콧소리를 냈다.

  

“다만……”

“다만?”

“보통 여자들은…… 첫 키스에 대한 환상이란 게 있잖아요. 아카테스 씨가 남자답지도 않은 저랑 이런 걸 하는 게 마음에 걸릴 뿐이에요.”

  

아이테르의 상상치도 못한 배려에 아카테스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어찌나 웃었는지 눈물까지 찔끔 흐를 정도였다.

  

“정말이지…… 또 다른 나한테는 이름으로 곧잘 부르면서 왜 나는 아카테스 씨야? 게다가 그런 거 신경 쓸 필요 없어. 나도 마음에 안 드는 녀석한테는 키스 안 해. 무엇보다 첫 키스는 진즉에 뗀지 오래라고?”

  

아카테스는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아이테르와 입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허리를 끌어안지도 않고, 그저 턱만 손가락으로 집은 채 키스를 나누었다. 아이테르는 잠깐 움찔하긴 했어도 방금 한 말 때문인지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쪼옥-

  

그렇게 아이테르의 숨이 가빠질 정도의 키스가 계속 되고…… 아카테스는 혀로 입술을 축이며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틈틈이 이런 거 할 테니까…… 거부하지 마?”

“알았어요…….”








그렇게 약속의 날이 찾아왔다. 아이테르는 레인가르를 찾았고, 유나는 예의 그 캡슐장치를 꺼내왔다.

  

“이전처럼 안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부작용은 없는 거죠?”

“물론이죠!”

  

아이테르는 캡슐 장치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유나는 왠지 모르게 깊어진 아이테르의 눈빛에 질문을 던졌다.

  

“여자에 대해서는 많이 알게 되셨나요?”

“조금은요.”

  

아이테르는 곧장 대답하고나서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뇨, 많이 알게 됐어요.”

“다행이네요. 이걸로 이상적인 남자의 모습이 되셨을 때, 좀 더 완벽한 남자가……”

“유나 회장.”

“……네?”

“지금의 제 모습…… 이상한가요?”

  

이상하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제 모습에 맞는 성별…… 아니, 성별에 맞는 모습이었다.

  

“솔직히 상당히 귀여우신 편이시죠. 풋풋한 금발에 예쁜 청안…… 게다가 성격도 씩씩하시니 남자들이 딱 좋아할만한 모습이시죠.”

  

유나는 너무 갔나 싶어서 스스로의 입을 막았다. 그러자 아이테르가 웃음을 빵 터뜨렸다.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무엇인가요?”

“제가 원하는 모습……”

  

아이테르는 유나에게 몇 마디 던졌고,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심사숙고하신 결정이실 테니…… 좋아요.”

  

유나는 캡슐을 열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아이테르는 그대로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나왔을 때는……

  

  

End.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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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5.13 14:11 (UTC+0)

    잘봤읍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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