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it-ME] 팀 테트라포드 3편
인디 개발자 인터뷰 시리즈 Commit Me의 네번째 손님은 추리 게임 시리즈 ‘테트라포드 사가’를 이어가고 있는 팀 테트라포드의 나이로 님입니다. 세번째 편에서는 [스테퍼 레트로]의 개발 이야기와, 내러티브 중심의 게임에서 ‘떡밥’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선용 ㅣ 이제 [스테퍼 레트로] 얘길 해볼까요? 제게 가장 처음 인상적으로 다가온 건 UI의 변화였는데요.
[스테퍼 케이스]에서는 화면 하단에 있는 것들을 스크롤 하면서 내가 비교해야 할 두가지 대상을 직접 고르는 거였다면, [스테퍼 레트로]에서는 아예 내가 가진 정보를 게임이 알아서 두개의 열로 정리해주고 이쪽 열에서 하나 저쪽 열에서 하나 고르는 방식으로 바뀌었잖아요.
나이로 ㅣ 인터페이스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추리에 있어서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기존에 불편했던 조작을 없애는 방향으로 만들었습니다. 추리 시스템 자체가 [스테퍼 케이스]와 엄청나게 다르진 않아요.
단서를 두개의 열에 배치한건 플레이어가 이상한 방향으로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기존에는 그냥 문서라고 표시되었던 것도 두 종류로 나눠서 왼쪽에선 자유롭게 선택하고, 오른쪽에는 답안지가 있어서 질문에 맞는 답을 연결하는 형태로 변경했고요.
선용 ㅣ 그리고 ‘레트로’ 파트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모순을 찾는.
나이로 ㅣ [스테퍼 레트로] 같은 경우엔 뒷면에 숨겨진 반전이 이야기의 중심이라서 그걸 게임 시스템에 녹여보고 싶었습니다.
보이기에는 그렇게 새롭지는 않아요. 다만 제가 플레이어에게 바랐던 것은 자신이 이미 정답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이 사실은 틀렸다는 걸 밝혀낼 수 있는 생각의 전환, 여기서 오는 충격. 이런 것들이었어요.
스토리적으로도 레트로 파트가 나오면 그때 부터 새로운 진상이 밝혀지고,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의 숨겨진 요소가 나오기 시작하는 거죠.
선용 ㅣ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뭔가 강력하게 환기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레트로 파트 나오면서요.
아 이제 데모가 끝났구나 하고 있었는데 게임이 제 멱살을 잡고 아직 안끝났거든? 하는 느낌…
나이로 ㅣ 사실 [스테퍼 케이스]에서도 멀티 엔딩이 있고, 플레이어가 정답을 맞췄느냐에 따라 분기가 갈리게 되는데 레트로에서는 이 부분에서 플레이어가 좀 더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선용 ㅣ 오히려 저는 플레이어로서 강력하게 휩쓸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레트로 파트로 전환되면서 이게 같은 요소들을 가지고 완전히 다른 추리를 해야 하는 게임이 되니까, 이걸 플레이하지 않을 수 없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막상 같은 UI에서 모순을 찾는다는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힌트를 봐도 잘 모르겠을 정도로.
나이로:다행히 저희 의도에 가까운 경험을 하셨네요. 어찌보면 레트로 전까지는 쉽게 쉽게 스토리 보는 단계이고요.
레트로 때부터가 본격적으로 추리를 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용 ㅣ 그리고 케이스에서 리본으로, 그리고 레트로로 넘어오면서, 탐색의 재미에 좀 더 신경쓰신 듯 했습니다. 실내 추리에 가까웠던 전작들에 비해, [스테퍼 레트로]는 좀 더 발로 하는 수사에 가까워졌잖아요. 어떤 의도가 있었나요?
나이로 ㅣ 레트로 시스템을 만들기 전에 먼저 탐색을 중심으로 한 게임플레이를 만들었습니다.
전작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개입할 요소가 좀 적은 편이라 선형적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를 보는, 소설 같은 느낌이 있었다고 생각했거든요. 좀 더 능동적으로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고 이동하는 부분을 넣고 싶었습니다.
플레이어가 좀 더 자신의 행동에 자유의지가 있다고 느끼길 원했어요.
[스테퍼 레트로]에서는 지도 형태의 문서가 많이 나오는데, 이게 지도만 달랑 제공되는게 아니라 그 지도 위를 직접 이동하면서 추리를 하게 되니까 좀 더 직접 수사하는 현장감을 살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선용 ㅣ 시리즈가 이어져 오면서 생긴 변화들에 대해 듣자하니, 내러티브가 주가 되는 게임이지만, 그 안에서 플레이어 주도적인 경험을 만드시려고 노력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이로 ㅣ맞습니다. 내러티브 중심이지만, 완전히 내러티브만 들어간 게임은 저희가 추구하는 바와는 멀고, 결국은 플레이어가 직접 추리해서 자신의 노력으로 다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있어야 이걸 추리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거고요.
| 1️⃣ 개발자의 첫 번째 Commit LOG |
[내러티브 중심 게임에서의 플레이어 주도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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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용 ㅣ그런데 각 에피소드에서 '레트로 파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초반 추리 과정에 모순을 집어 넣어야 하잖아요. 동시에 플레이어가 그 모순을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할 것 같고요.
추리의 모순을 적절히 숨기다가 나중에 드러내는 구조를 디자인하면서 특별히 신경쓴 점이 있나요?
나이로 ㅣ 제가 추리게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플레이어가 납득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플레이어의 분신인 주인공이 잘못된 추리를 하게된다면, 이는 몰입감을 해치고, 부당하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은 사건의 범인, 혹은 이를 숨기고 싶어하는 인물들이 건네주는 거짓 단서, 거짓된 가설을 통해서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잘못된 추리로 진입하게 합니다.
나중에 기존의 추리를 뒤집으면서 억울한 부분이 생겨도, 범인의 계략이었다는 설명으로 납득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선용 ㅣ 마지막 질문입니다. 팀 테트라포드의 모든 게임들은 스토리의 '떡밥'을 적절한 시기에 풀면서 놀라움을 발생시키고, 이후 이야기를 계속해서 궁금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는데요. 이야기 전체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가운데 '떡밥'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나이로 ㅣ 보통 세계관과 관련된 설정이나, 인물이 가진 비밀에 관해서는 기획 단계에서 미리 정해놓습니다.
그렇게 하면, 대본 작성할 때 자연스럽게 '떡밥'이 묻어나오게 되는 것 같네요.
대본을 작성할 때는 떡밥에 대해서 너무 의식하지 않고, 해당 에피소드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집중하려는 편입니다.
👉 다음 인터뷰를 기대해주세요.
신작 [스테퍼 레트로]를 만들면서 [스테퍼 케이스]의 추리 구조를 계승하면서도 UI 개편과 ‘레트로’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어 주도적 추리 게임을 만들고자 한 시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시리즈 Commit Me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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