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테트라포드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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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it-ME] 팀 테트라포드 2편




인디 개발자 인터뷰 시리즈 Commit Me의 네번째 손님은 추리 게임 시리즈 ‘테트라포드 사가’를 이어가고 있는 팀 테트라포드의 나이로 님입니다. 두번째 편에서는 [스테퍼 리본], [다이스 이터]의 개발 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용 ㅣ 이제 [스테퍼 리본] 얘길 좀 해볼까요? [스테퍼 케이스]에 비해 [스테퍼 리본]은 굉장히 단선적으로 진행되잖아요.

리본의 게임플레이를 디자인하는 데 [스테퍼 케이스]의 경험이 어떤 영향을 준 건가요?


나이로 ㅣ 리본에서는 좀 더 플레이어의 머리 속 선택지를 줄이는 식으로 진행을 했죠.

그런 방향이 이후 [스테퍼 레트로]에서도 어느 정도 유지가 되고 있고요. 사실 리본 같은 경우에는 추리를 하는 것은 일련의 엔딩을 보기 위한 과정에 가깝고, 탐색을 하는 부분에 좀 더 초점을 맞췄어요. 기존에 있던 게임의 스핀오프니까 이 게임을 처음 플레이 하시는 분들을 배려해서 추리 쪽은 좀 더 낮은 난이도로 가져가려고 했어요.



선용 ㅣ [스테퍼 리본]과 [스테퍼 케이스]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케이스에 비해 리본은 굉장히 좁은 세계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완결되잖아요. 이 이야기는 [스테퍼 케이스] 이후에 스핀오프로서 새로 만드신 건가요?



나이로 ㅣ처음에는 [스테퍼 케이스]에서 사용할까 했던 트릭이었는데, 아무래도 조사를 하거나 루프물의 요소가 본편의 시스템과는 안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인공의 성향도 스테퍼에 비해 좀 폭력적이기도 하고요. 기존에 폐기했던 에피소드를 본격적으로 별개의 게임으로 만든 거고요.

저희가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을 때 추가 보상 중에 외전 개발이 있기도 해서 만든 것이기도 합니다.



선용 ㅣ [스테퍼 리본]은 탐색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트라이얼 앤 에러 같은 느낌이잖아요. 근데 내가 에러가 되는 선택지를 골랐을 때 쏟아져 나오는 개그들이 좀 인상적이었어요.



나이로 ㅣ 저는 개그가 꽤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추리물이라는게 초반에는 정석적으로 조사를 좀 하고, 끝에 가서 범인을 밝혀내는 구조이다 보니 조사하는 파트가 좀 지루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때 등장 인물의 개성이나 특성을 반영하는 개그와 드립으로 자연스럽게 재미를 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조사를 할 때 마다 거의 하나씩은 꼭 개그 장면이 들어가고요. 이 부분은 역전 재판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역전 재판에서도 조수 캐릭터가 별 쓸 데 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이런 것들이 게임을 끝까지 재밌게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일종의 윤활제라고나 할까요.



선용 ㅣ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게, 일반적인 루프물은 계속 안좋은 결과로 끝나는 루프를 내가 해결해서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스테퍼 리본]도 본질적으로는 안좋은 상황을 개선하는 것에 가깝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대상을 직접 죽여야 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잖아요. 이 부분에서 약간 멈칫하게 되거든요.



나이로 ㅣ 아무래도 좀 잔인한 부분이 있죠. 논리적으로는 이해 되는데 실행하기는 좀 꺼려지는. 그런데 이런 충격에서 나오는 흥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은 이 부분 때문에 본편에 이 이야기를 넣기가 좀 꺼려졌다고 할 수 있는데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루프를 만들어야 하고 그 루프 속에서 플레이어가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죽여야 하는 상황까지 나오고.



선용 ㅣ 심지어 다양한 방식으로 죽여야 하고요.



나이로 ㅣ 그렇죠. 그래서 죽이는 방식에 따른 차이점을 확인하고, 거기서 이 루프의 특성을 파악해나가는 건데, 좀 잔인하면서도 흥미로웠다고 생각해요.

게임 속 루프 안에서 플레이어가 주도권을 가지고 직접 루프를 만들면서 분석해나가는 과정이 플레이어에게 일종의 우월감을 느끼게 한달까요. 그런 재미를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플레이어가 루프에 끌려다니지 않고 오히려 그 루프를 이용할 수 있게, 엄청난 초능력도 사실은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게 만들고 싶었죠.



선용 ㅣ 그래서 그런지 [스테퍼 리본]에서는 등장인물 중에 착한 사람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이로 ㅣ 그게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줬다고 생각해요. [스테퍼 케이스]에서도 마냥 착하기만 한 사람은 잘 없죠. 어찌보면 현실에서도 그게 당연한거고. 엄청 선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트라우마가 있고, 그런 생각으로 캐릭터들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어차피 살인은 일어났고, 거기서 어떤 사람이 뭐가 옳고 그르고를 판단하고, 거기에 따라 결과를 바꾼다거나 하는게 좀 오만하다고 느껴요. 탐정이 해야 하는 역할은 딱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까지인 것 같고요.

그걸 판단하는 것은 그들의 역할이 아닌거죠. 모두에게 양면성은 있는 거고, 그런게 오히려 게임 속 인물들을 보다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거 같아요.


1️⃣ 개발자의 첫 번째 Commit LOG


[스테퍼 리본]에서의 플레이어 주도적 루프 구조

  • 루프는 ‘반복되는 운명’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의도적으로 발생시키고 실험하는 도구로 기능하도록
  •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통해 루프의 규칙과 특성을 능동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 플레이어가 직접 캐릭터를 죽이는 선택을 유도하여 긴장에서 오는 흥미를 유도
  • 플레이어가 루프에 휘둘리지 않고, 루프를 활용하고 지배한다는 감각을 갖도록 디자인












선용 ㅣ 이제 [다이스 이터] 얘길 해볼까요? 저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다이스 이터]는 본격적으로 게임 메카닉을 탐구한 게임이라는 느낌이었어요. 이렇게 방향을 확 틀어서 스핀오프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나이로 ㅣ 스토리 보다는 메카닉에 치중되어 있죠. 저희가 워낙 추리 게임, 네러티브에만 집중하고 있다 보니 좀 다른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다이스 이터]는 시험적으로 한 번 내보자는 생각이 강했어요. 카드게임에 상대의 초능력을 밝혀내는 추리를 접목하면 재밌을 것 같았거든요.



선용 ㅣ 아무래도 초능력이 개입된 카드게임이라서 카드 게임 자체로만 승리하기는 어렵게 되어 있을 것이고, 플레이어를 상대하는 AI를 어떻게 만드는지가 중요했을 것 같은데요.



나이로 ㅣ 기본적인 카드 게임 플레이 패턴은 딱히 특이할 것이 없고요. 거기에 각 플레이어의 초능력과 트릭에 따라 추가적으로 개성을 더하는 식으로 만들었어요.

근데 개발이 진행되면서 덕지 덕지 붙은게 많아가지고 사실 저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고는 말 못하겠는데요.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카드게임 플레이어로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거기에 자신이 가진 초능력에 맞는 행동을 추가적으로 한 번 더 한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선용 ㅣ [다이스 이터]에서는 결국 상대의 초능력이 무엇인지 알아야 게임에서 이길 수 있게 되는데, 상대의 초능력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패배가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플레이어는 패배를 좋아하지 않잖아요. 이게 개발자 입장에서는 되게 도전적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로 ㅣ 저는 패배했을 때 나오는 힌트들 모두가 어디까지나 힌트일 뿐이고, 이 힌트들 없이도 상대의 초능력을 맞출 수 있게하려고 만들긴 했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게임의 템포가 훨씬 길었어요. 추리할 시간을 많이 주고 싶었거든요. 느린 템포로 진행하면서 충분히 생각하고, 그걸 토대로 좀 더 탐색하게끔 하고 싶었는데 그 시간을 지루하게 느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미 추리가 다 끝났는데, 게임이 안끝났으니 이걸 계속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거죠.

그래서 라운드 수를 줄이고, 주사위 수도 줄였더니 현재와 같은 형태가 되었습니다. 저는 [다이스 이터]가 주변을 탐색하고 대화를 하면서 정보를 얻어가는 추리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형식만 카드 게임이고, 사실은 추리 게임인거죠.



선용 ㅣ 게임에서 조사할 수 있는 대상 중에 상대 플레이어의 마스크가 있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그 마스크 건드리면 안되는 거고. 조사에 있어서 의미 없는 마스크를 건드릴 수 있게 만드신 이유가 있나요?



나이로 ㅣ 첫번째 대결에선 마스크를 건드리면 힌트를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머지 대결에서는 개그요소로 작용하기도 하고요.

다시 하고 싶을 때 포기하기 위한 장치로 생각했어요. 기권 버튼을 넣기 보다는 상대의 마스크를 만져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선용 ㅣ 전작들과 [다이스 이터] 모두 같은 세계관에서 초능력을 다루고 있지만, 게임에서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추리 게임은 내러티브 디자인에 가깝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초능력을 개발자가 완전히 통제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카드 게임에서는 게임 자체의 랜덤성 때문에 초능력이 개발자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도 발생했을 것 같은데요.



나이로 ㅣ 처음에는 트릭들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트릭들에 맞춰서 그게 어울리는 카드 게임 룰을 만들었고요. 저는 이 게임에서의 재미요소는 카드 게임 룰이 아니라 초능력이라는 생각이 있었고요. 그래서 순서를 이렇게 만들었어요.


2️⃣ 개발자의  두 번째 Commit LOG


[카드 게임 구조를 활용한 추리 설계]

  • 게임의 핵심 재미는 카드 게임이 아니라 상대의 초능력과 트릭을 밝혀내는 추리 경험에 있다.
  • 카드 게임 규칙은 초능력 트릭을 구현하기 위한 전달 매체
  • 이를 위해 초능력 트릭을 먼저 설계하고, 그에 맞춰 카드 게임 룰을 구축









선용 ㅣ 그렇군요. 인상적이네요. [다이스 이터]를 원래는 로그라이크 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들었는데, 방향이 바뀌었죠?



나이로 ㅣ 사실 로그라이크 모드는 저희가 펀딩 진행할 때 초과 보상으로 만드려고 했던 거였는데요.

일단 이 게임을 출시했을 때 평가가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시 생각하고 있던 메카닉들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우리가 원래 잘하던, 우리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틀어보고자 했어요.

추리 게임을 딥하게 하는 사람들은 좀 어려운 걸 선호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다이스 이터]도 난이도를 좀 높게 만들었는데, 출시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우리의 강점은 내러티브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2부는 내러티브를 중점으로 만들기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선용 ㅣ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가 다시 중심을 잡게 된거네요. 그럼 [다이스 이터]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메카닉을 이용한 작품은 보기 어렵게 되는 걸까요?



나이로 ㅣ 아뇨. 앞으로도 시도는 계속 될 겁니다. [다이스 이터] 같은 경우엔 개발기간이 상당히 짧았어서, 좀 더 시간을 본격적으로 써야 할 거 같고, [다이스 이터] 보다는 좀 더 내러티브에 중심을 두는 방식이 될 것 같긴 합니다.



선용 ㅣ [다이스 이터] 프로젝트에서 가장 잘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나이로 ㅣ 비주얼 측면세어 Live2D를 처음 쓰게 됐거든요. 새로운 기능을 많이 시험해보고, 저희의 한계를 알아보는 경험이 좋았습니다.



선용 ㅣ 아쉬웠던 건요? 저는 처음부터 도박 묵시록 카이지가 생각나긴 했었는데.



나이로 ㅣ 그게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처음에는 도박장 컨셉이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 도박 관련을 해서 게임을 만들면 출시하기 어렵겠더라고요. 그래서 ‘교류회’ 같은 느낌으로 바꿨고, 원래는 칩을 배팅하는 것도 생각했는데 여러모로 도박을 연상시킬 수가 없어서 못하게 된게 좀 아쉽습니다.







👉 다음 인터뷰를 기대해주세요.


[스테퍼 케이스]에서 구축한 세계관과 추리 메카닉을 확장하면서, 여러 방향의 플레이 경험을 실험하려는 개발자의 시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편에서는 🎯현재 개발중인 신작 [스테퍼 레트로] 개발에 대한 이야기와 내러티브 게임에서 ‘떡밥’을 관리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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