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it-ME] 확신이 없는 프로젝트는 결국 터진다_팀 호레이 2편
인디 개발자 인터뷰 시리즈 Commit Me의 두번째 손님은 팀 호레이의 안태현 팀장과 문지환 게임 디자이너 입니다.
두번째 꼭지에서는 팀 호레이의 두 번째 프로젝트 [페어리 라이츠]에서 겪었던 문제와, 프로젝트 폐기 이후 새 게임 [세피리아]의 방향성을 정립했던 경험을 나눕니다.
🎮 확신이 없는 프로젝트는 결국 터진다
선용 ㅣ 이제 [페어리 라이츠]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죠. [페어리 라이츠]의 추구미라고 해야 할까요. 이 게임이 어떤 경험을 만들고 싶었는지가 궁금한데요. 제가 처음 받은 인상은 팀호레이 스타일로 [캐슬 크래셔즈] 같은 걸 만들고 싶었을까 생각했거든요.
태현 ㅣ 일단 처음에는 다수의 적이 나오는 게임. 다 대 다 전투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용병단을 키우고, 스토리와 다인 전투를 즐기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선용 ㅣ 그래서 게임을 만들다가, 왜 프로젝트를 폐기하게 된거에요?
지환 ㅣ 처음에는 벨트스크롤로 가다가, 벨트스크롤 방식에서는 캐릭터들이 마구 겹치고 해서 화면이 예쁘게 나오질 않아서, 아티스트 친구가 횡스크롤 형식에서 외쪽에는 아군이 와르르 있고, 오른쪽에는 적군이 와르르 있는 컨셉 아트 같은 걸 보여줬거든요.
그게 좋아서 횡스크롤로 형식을 바꿨고요.

<벨트 스크롤 방식이었던 [페어리 라이츠]의 초기 버전>

<아티스트가 만들었던 횡스크롤 방식의 [페어리 라이츠] 컨셉>
지환 ㅣ 그렇게 한 번 바꾸고 나서 처음에는 주인공과 졸병들 체제로, 졸병들을 조작하는 형태로 가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너무 액션성이 부족한거에요. 그래서 주인공의 액션을 넣었더니 이제는 졸병들이 너무 의미가 없어지게 되고. 그래서 또 졸병들은 빼고, 주인공 급의 캐릭터 넷을 넣었어요.
그러고보니까 주인공이 4명이면 멀티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해봤고, 이걸 개별로 조작하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다른 애들로 바꿔가면서 조작하면 재밌겠다 싶어서 또 바꾸고… 되게 단순하게 말했지만, 안에서 아주 큰 변화들이 계속되고 있었어요.
태현 ㅣ [페어리 라이츠] 만들면서는 어떤게 제일 컸냐면, 재미 없는데 이걸 바꿔볼까 하면 그게 다 대 다 라는 게임플레이 기조에 맞지 않고, 어떤 걸 또 바꿔봤는데 여전히 재미없고.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던 거 같거든요. 그렇게 계속 헤맸던 거 같아요.
선용 ㅣ 처음부터 멀티플레이를 고려한게 아니었네요? 저는 사실 [페어리 라이츠]의 멀티플레이, 그리고 [세피리아]의 멀티플레이 요소를 보면서 팀 호레이가 [페어리 라이츠] 시절부터 멀티플레이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닐까 유추하고 있었거든요.
태현 ㅣ 사실은 [세피리아]도 싱글 플레이로 만들고 있었고요. 지금으로부터 1년 전쯤에 멀티플레이 게임들이 좀 유행했어서, 넣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팀원들에게 선언을 했죠. 내가 멀티플레이 한 번 붙여보겠다.
따로 브랜치 따서 만들어볼테니까 현재 게임에 영향은 없을 거다. (지환: 이건 완전히 예정에 없던 즉흥이었어요.)
그렇게 한 달 정도 시간 써서 멀티플레이의 모습이 나왔고, 그게 발전하게 된거에요.
인터넷에 있는 멀티플레이어 라이브러리 강의 들으면서 공부했던게 도움이 되었죠.
선용 ㅣ 그러면 [페어리 라이츠]를 접게 된 확실한 트리거가 있었나요?
태현 ㅣ 명확한 트리거가 있었어요. 제가 군대를 전역하고 팀에 다시 합류한 시점이었는데, 그 당시 페어이라리츠는 이미 2년 정도를 노력한 프로젝트였거든요.
그 사이에 앞서 말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코드를 봤는데, 이건 이대로 출시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거 계속 가려면 그냥 처음부터 새로 만들겠다고 얘기했어요.
막상 이렇게 얘기를 하고 나니까 생각이 ‘그럴거면 그냥 새 게임을 만들면 되는거 아냐?’ 까지 확장되더라고요.
당시 팀원들도 2년 동안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의욕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고요. 그래서 그냥 새출발 하기로 했죠.
선용 ㅣ 결국 스파게티 코드 때문이었네요.
태현 ㅣ 때문이 아니라, 덕분입니다. :D 어떻게 보면 2년 동안 확신이 없는 채로 팀원들이 고군분투 하고 있었는데, 제가 중간에 팀에 복귀하고 이야기를 꺼낸게 탈출 트리거가 된거죠.
확신이 없는데 그걸 살려보겠다고 계속 뭔가 덕지 덕지 붙여도 결과가 안좋을 수 있잖아요.
그럼 지금까지 한게 너무 아까우니까 프로젝트에 매몰될 수도 있는데, 오히려 그럴 경우에는 개발 너무 지지부진하게 하지 말고 다 털어낸 후에 그냥 짧게 뭔가 만들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1️⃣ 개발자의 첫 번째 Commit LO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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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용 ㅣ 그래서 다시 시작한게 [세피리아]. 처음엔 어땠어요?
태현 ㅣ [세피리아]도 처음에는 일종의 전략게임에 가까웠어요. 유닛도 조종하고 그랬는데
지환 ㅣ 역시 다 대 다 전투를 추구했던 거죠. 바글 바글한 느낌.
선용 ㅣ 아니, 왜그렇게 다 대 다 전투에 목을 맨거에요?
태현 ㅣ 그냥… 유닛들이 많아서 와글 와글한 모습을 만들고 싶었던 거 같아요. 뭔가 내가 부하들을 부리고, 소환수 쓰고 이런 로망을 구현하고 싶었는데, 여기에 액션을 넣으려고 하니까 모순이 일어나게 되더라고요. 나는 대장으로서 부하들을 부리면서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또 재미가 없고, 그래서 내가 좀 액션을 하면 부하들이 의미가 없잖아요. 이런 모순을 계속 견디면서 만들다보니 방향이 안잡히더라고요.
지환 ㅣ 결과적으로는 다 대 다에서 어떤 재미가 나오는지를 발굴해내지 못한거죠 저희가.

<다 대 다 전투를 추구했던 [세피리아]의 초기 버전>
선용 ㅣ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다 대 다 까진 아니지만, [세피리아]에는 내가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아티팩트들이 꽤 많잖아요.
태현 ㅣ 네. 동료같은 것들이 있는데요. [페어리 라이츠]를 지나오면서 동료는 그냥 곁들일 수 있는 보조자 정도여야 하고,
어쨌든 플레이어인 내가 주도적이어야 한다는게 컸어요. 액션을 좋아하는 저희에게는 그게 맞는 옷이더라고요.
선용 ㅣ 그럼 [페어리 라이츠]와 달리 [세피리아]라는 프로젝트에 확신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태현 ㅣ 그게 어느정도 명확해졌을 때가 아마 맨 처음 BIC에 제출했을 때였던 거 같아요.
그때는 다 대 다 전략에서 주인공의 액션으로 방향이 바뀐 상태였거든요.
‘액션 게임을 만들자’로 방향을 바꾼 후에 이것만으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아티팩트 같은 시스템을 정립해서 낸게 BIC 2022 즈음이었는데요. 이 때 쯤 이거 좀 더 다듬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전시에 가서 플레이어들의 피드백 들으면서 아티펙트 시스템을 좀 더 살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 때 얻은 소득이 크다고 느꼈어요.
액션 게임에서 액션은 기본이어야 하는거고, 그냥 액션 게임은 저희 보다 더 잘 만든 게임도 많잖아요.
근데 아티팩트가 들어가면서 우리 게임의 개성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 2️⃣ 개발자의 두 번째 Commit LOG |
[세피리아]의 게임플레이 방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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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용 ㅣ 저도 아티팩트 시스템이 이 게임의 핵심이 아닌가 생각하긴 했어요.
제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성장요소를 가지고 있는 RPG 형태의 게임들은 대부분 무기창, 장신구창 이런 식으로 각 파츠를 장착할 수 있는 위치가 정해져있잖아요. 그런데 [세피리아]는 이걸 아티팩트라는 존재 하나로 싹 아울렀다는 점이었어요.
게임 속 아이템의 체계를 단순화 시켰지만, 이게 보기에만 단순화된 거지, 그 안의 아티팩트들은 각각 장신구 역할을 하는 것도 있고, 무기이기도 하고, 장비이기도 한 거잖아요. 그게 게임의 복잡도를 줄이고 아이템의 조합 가능성을 높였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이 시스템을 떠오르게 된 과정이 궁금했어요.
태현 ㅣ 일단 맨 처음 생각한 것은, ‘[던그리드]의 장신구창이 컸으면 좋겠다’ 같은 느낌이었어요. 인벤토리 전체를 장비창으로 써보자. 이렇게 생각하게 된거죠.
선용 ㅣ 거기다가 모든 아티팩트가 딱 한 칸을 차지하게 되니까, 플레이어가 그 인벤토리 안에서 테트리스를 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게 좋더라고요. 석판 때문에 결과적으로 테트리스를 하긴 해야 하지만. 모든 아이템이 딱 한 칸을 차지하도록 한 건 어떻게 생각한거에요?
태현 ㅣ 너무 디아블로 처럼 아이템 칸이 정해져 있는 것이 좀 어렵다고 생각했거든요.
플레이어들에게 복잡한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하고 싶지만, 이걸 익히는데 어렵고 스트레스가 되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한 눈에 보고 이해할 수 있게 단순화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말 그대로 아티팩트들만 있었거든요. 던그리드의 악세사리 처럼요.
근데 그 당시에 [노이타]라는 게임을 했었는데, [노이타]는 마법 옆에다가 수정자를 붙이거든요. 그러면 마법이 완전히 달라져요.
그거 보면서 와 게임 맛깔나네. 하고 [세피리아]를 봤는데, 우리도 이런게 있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수정자 아티팩트를 만들었죠. 어떤 아티팩트에 애드온을 붙여서 다른 아티팩트의 특정 효과를 증가시키는. 근데 이것도 너무 어렵더라고요. 일단 아티팩트랑 수정자 아티팩트 비주얼이 비슷하니까 한 눈에 봤을 때 잘 띄지 않고요.
그래서 이 수정자 아티펙트를 주변 아티팩트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면 그냥 주변 아티팩트의 레벨을 올려주는 거죠.
비주얼도 아티펙트들과 다르게 석판의 형태로 만들어서 구분하기 쉽게 하고요.
태현 ㅣ 많은 분들이 백팩 히어로랑 석판의 개념이 비슷하다고 하는데, 저는 우리 게임의 석판이 백팩 히어로의 그것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플레이어들에게 ‘백팩 히어로 같은 방식이다’ 라고 설명하긴 편하지만.
처음부터 백팩 히어로의 영향을 받았던 건 아니고요.
오히려 백팩 히어로를 보고 ‘아 우리 깃허브 계정이 털렸나’ 하고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를 했죠.
그치만 백팩 히어로를 해보면서 참고한 부분도 있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저희는 플레이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강해지고, 아무튼 다 쓸어버리는 재미를 주로 봤습니다.
선용 ㅣ 석판 얘기를 더 해봅시다. [세피리아]에서 레벨업을 하면 석판과 아티팩트가 섞여서 나오잖아요.
이게 마치 현재와 미래의 싸움 같단 말이죠. 당장 세지려면 아티팩트를 골라야 하고, 미래의 성장을 생각하면 석판을 골라야 하는데, 예를 들어 게임을 시작해서 인벤토리가 비어있을 때는 당장 강해져야 하니까 아티팩트를 고르는게 필연적일거란 말이죠?
결국 아티팩트이냐 석판이냐 하는 선택에서의 중요도가 그 게임플레이 세션에서 어느정도 시점이냐에 따라 달라지게 될 거 같은데, 이 부분에 있어서 석판과 아티팩트의 등장 확률이나 빈도에 대해 신경쓰신 점이 있나요?
태현 ㅣ 말씀하신 그 부분은 BIC 시연에서 정확히 느꼈어요. 플레이어들이 누구도 석판을 고르지 않는 거에요.
당장 세져야 하니까요.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성향의 플레이어만 석판을 고르는데, 이거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플레이어들에게 석판이 무엇인지를 좀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튜토리얼의 초기 플레이 루프를 좀 조정해야 겠다고 결심했죠.
그래서 설치 후 최초로 게임플레이를 했을 때 던전에 들어가면 석판이 아예 등장하지 않고 아티팩트만 나옵니다.
그리고 나서 최초로 게임 오버가 되면 석판이 해금되죠. 그 때 플레이어에게 석판의 효용을 알려주는 거에요.
그재서야 석판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이게 뭐지?’ 하는 게 한 두 번 쌓이면 개발자로서 저는 그건 일종의 경고로 느껴지거든요.
그 물음이 세번 쌓이면 이제 게임 끄는거죠. 그래서 그런 의문을 최대한 줄이면서 잘 설명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용 ㅣ 인벤토리 사이즈 얘길 해보죠. [세피리아]는 인벤토리가 엄청 큰 게임이라서 아티팩트랑 석판을 엄청 많이 넣을 수 있잖아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아이템을 하나 하나 얻을 때 마다 내가 강해지는 효능감을 느껴야 할 것이라 아이템 하나 하나가 적당히 강력해야 할 텐데, 이 큰 인벤토리를 그런 아이템으로 가득 채우면 플레이어가 너무 너무 강해지게 되잖아요.
플레이어가 얼만큼 강해질 수 있고, 게임은 그것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많이 고민하셨을 거 같은데, 이 밸런스는 어떻게 잡았나요?
태현 ㅣ 이건 사실 지금도 고민하는 부분이긴 해요. 지금 [세피리아]에서의 아티팩트들이 하나 얻었다고 내가 완전 강해지고 이런 수준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일부 플레이어들은 아이템을 아무리 먹어도 강해지는 것 같지 않다는 피드백을 주시기도 하는데, 이건 이 프로젝트가 계속 갖고 가야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특히 게임의 후반부에 가면 인벤토리를 가득 채우게 되니까 이후 부터는 아이템을 교체할 때 불편해지는 문제가 좀 있긴 한데, 이런 문제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선용 ㅣ 처음부터 24칸의 인벤토리를 보여주지 않고, 첨엔 좀 작았다가 확장해나가는 방식도 고민하셨을 거 같은데요.
태현 ㅣ 처음엔 그랬어요. 레벨업 하면 점점 커지는 거죠. 근데 이게 역으로 단점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플레이어가 나중에 인벤토리가 확장될 가능성 까지 생각하면서 아이템을 배치해야 하니까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 거죠. 심지어 올 초 까지만 해도, 인벤토리를 그냥 칸 제한 없이 아이템을 무한정 획득할 수 있게 하고, 아이템으로 밸런싱을 할까를 고민하기도 했는데, 그러기엔 프로젝트가 너무 멀리 와서 그렇게는 못했어요.
선용 ㅣ 인벤토리를 가득 채우면 아티팩트가 가득찬 인벤토리의 모습이 일종의 회화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을에 갤러리 같은게 있어서 그렇게 꽉 채운 인벤토리를 전시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태현 ㅣ 너무 좋네요. 추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3️⃣ 개발자의 세 번째 Commit LOG |
[세피리아]의 아티팩트 시스템을 구축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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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인터뷰를 기대해주세요.
팀 호레이가 [페어리 라이츠]의 실패를 딛고 [세피리아] 개발 초기 팀이 원하는 게임플레이 방향성을 잡고 주요 아이템 시스템을 정립하면서 했던 고민들을 들어봤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세피리아] 아이템의 밸런싱을 위해 플레이 데이터를 활용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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