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it-ME] 이야기를 비밀스럽게 쌓는 방법_SOMI(소미) 2화
인디 개발자 인터뷰 시리즈 Commit Me의 첫번째 손님은 내러티브 게임 개발자 소미 입니다.
두번째 꼭지에서는 게임 ‘미제 사건은 끝내야 하니까’(이하 [미제 사건])의 이야기 구조를 만든 방식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누가, 언제 말했는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
선용 ㅣ [미제 사건] 얘기를 좀 해보죠. 게임의 초기 버전에서 최종 버전으로 가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 [미제 사건] 개발 초기에 작성한 마인드맵 - 소미 제공 >
소미 ㅣ 처음에는 마인드맵을 만들었어요.
제일 초기에 만들었던 마인드맵을 보면, 시나리오는 거의 비슷한데 거기 써놓은 설정들은
1️⃣‘단서의 목록은 정해져있고, 한번 연결된 단서는 바뀌지 않는다’
2️⃣‘관계와 단서, 알리바이 등에 대한 연상도를 플레이어가 어떻게 구상하느냐에 따라 질문이 달라지고, 얻을 수 있는 추가 단서와 결론이 달라진다’
딱 이정도로 시작했거든요.
처음에는 화자와 시점을 바꾼다는 생각이 없었지만, 시나리오를 넣는 과정에서 화자와 시점을 바꾸는 메카닉이 나오게 되었어요.
이 메카닉을 만들 때 일본 소설 [N]이 모티브가 되었는데요. 이 책은 챕터가 거꾸로 인쇄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순서는 상관없이 독자가 읽는 순서에 따라 소설의 시나리오가 달라집니다.
여기서 영감을 받아서 저도 제 게임 속 이야기의 시점을 멋대로 보여주면 제가 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여러 시점 중 하나를 먼저 보여주는 화면을 만들고, 이야기를 잘게 쪼개 카드처럼 배열했어요.
이 카드들을 한 평면 위에 늘어놓고, 여기저기 옮겨 가며 플레이하면 재미있겠다 싶었죠. 그렇게 해서 지금의 메카닉이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선용 ㅣ 한편으로는 되게 어지러웠겠는데요?
소미 ㅣ 네, 아무래도 스크린 안에 수백개의 카드를 배열하다 보니 특정한 카드를 찾는게 굉장히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미니맵을 별도로 제작했죠. 처음에는 이야기 카드들의 외형이 모두 똑같았는데요.
개발자 친구 한 분이 색깔로 대화들의 종류를 구분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어서 이야기 카드의 유형을 색깔로 구분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는 이야기의 분기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서 늘 고민을 하거든요.
저는 보통의 비주얼 노벨이나 인터랙티브 어드벤쳐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어떤 선택지를 주고, 대답에 따라 분기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많은 선택들은 의미 없는 선택이 되고, 이런 방식을 따라가고 싶지 않았어요.
소미 ㅣ 오로지 스토리에 분기를 만들기 위해 의미 없는 이야기 가지를 만드는게 싫었거든요.
그래서 이야기 분기는 없지만, 화자와 시점을 변경하면서 플레이어 스스로 생각의 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메카닉을 생각했어요.
| 1️⃣ 개발자의 첫 번째 Commit LOG |
[미제 사건] 에서 만들고 싶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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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용 ㅣ저는 그 모든 이야기들을 다 흩뿌려 놓은 다음에, 어느 범위 까지를 처음에 보여주고,
게임이 진행되면서 어느 부분을 더 보여주느냐 결정하는게 이 게임에 있어 아주 중요한 게임 디자인이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미제 사건] 플레이 초반부에선 대사들이 모두 엉켜서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다가,
하나의 퍼즐을 맞춘 순간 지금까지 보았던 모든 이야기 카드가 달리보이면서 몰입감을 느끼게 되었어요.
이런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때 쯤엔 이 이야기를 보여주고, 또 다음엔 여기를 보여주고 하는 일종의 ‘키 카드’들을 정교하게 설정해야 했을 텐데요.
소미 ㅣ 좋은 지적입니다. 저는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선형적인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선형적인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다고 느끼게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야기를 조금씩 전달하는 과정에서 특정 부분을 먼저 보면 모든 이야기가 시시해져 버리는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각낸 이야기 카드들을 보고 플레이어가 의심과 의심을 거듭할 수 있게끔, 각 카드들의 ‘노출도’를 정했어요.
이 노출도를 기반으로 크게 3단계 정도로 카드들을 구분했죠.
| 2️⃣ 개발자의 두 번째 Commit LOG |
[미제 사건] 이야기의 구조를 만든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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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 ㅣ 1단계는 언제 봐도 되는 이야기 조각, 2단계는 일정 시점이 되어야만 열리는 조각, 마지막 3단계는 대부분의 비밀을 풀어야만 볼 수 있는 조각으로 나눴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키워드’를 눌러서 다음 조각으로 넘어가잖아요.
그러다 보니 카드를 연결하고 분류하는 데 이 키워드가 핵심이었어요.
예를 들어, 어떤 카드는 2단계에 공개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다른 카드와 연결될 키워드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거죠.
소미 ㅣ 그런데 이미 써둔 이야기들이 적당한 키워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키워드에 맞춰서 대사 문장 자체를 바꿔야 할 필요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이미 써둔 텍스트를 키워드에 맞게 계속 수정해야 했습니다.
억지로 끼워 넣는 느낌은 피하고 싶어서, 문장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여러 번 고쳤고요.
테스트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어요. 특정 조각을 열기 위해서 제가 설정한 키워드들이 차례로 오픈되어야 하는데, 어떤 경로로는 아예 해당 조각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카드들의 ‘노출도’를 다시 조정하면서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선용 ㅣ3단계로 분류한 카드들 중 같은 단계에 속한 카드들도 중요도가 각각 달랐을 거 같은데요.
같은 단계 안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카드들을 줄세웠나요?
소미 ㅣ [레플리카]도 그랬고 [미제 사건]도 그렇고, 저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이용해서 오해를 증폭시키는 이야기 구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플레이어들이 스스로를 좀 부끄럽게 여긴다거나, 내가 했던 생각들이 좀 지나친 상상이었구나 하는 정도로 여겨질 수 있는 요소들을 제일 중요하게 봤어요.
게임을 시작하고, 내가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아도 제일 처음에 주어지는 이야기 조각들이 있잖아요.
사실은 그게 사건의 처음과 끝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본인이 가진 생각과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받고, 스스로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서 그 오해를 깨부수게 만드는 트리거가 되는 이야기 조각들을 중요하게 다뤘죠.
선용 ㅣ 소미식 반전이군요. 플레이어가 스스로 동요하게 만드는.
소미 ㅣ 그렇죠.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사실 범인은 당신이야’ 라고 말하는 것 같은.
| 3️⃣ 개발자의 세 번째 Commit LOG |
[미제 사건] 속 이야기 조각들의 3단계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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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용 ㅣ 그렇다면, 이렇게 쪼개진 이야기들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 붙인 거에요?
쪼개 놓은 카드들 각각을 노드로 연결해두고, 플레이어가 어떤 노드를 따라가느냐에 따라 사건의 전말이 어디서 부터 밝혀질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 같은데, 이 노드들은 어떤 식으로 연결했나요?

<각 대사들이 가진 키워드들의 리스트와 순서 - 소미 제공>
소미 ㅣ 사실은 이야기들을 쫙 펼쳐놓고 그 조각들을 쫙 연결하는 이야기 지도 같은 건 만들지 않았어요.
중요한 건 연결의 형태가 아니라 각 이야기가 열리는 ‘순서’였거든요.
각 대사에는 내용에 맞게 보통 2-3개의 키워드가 현출되어 있어요. 해당 키워드를 누르면 연관된 대사가 3개까지 나타나는 거죠.
만약 해당 키워드를 통해 이미 3개의 조각이 모두 발견된 경우에는 더 이상 찾을 수 있는 조각이 없다고 나와요.
키워드 25개로 대사 54개가 연결되어 있고, 각 대사의 중요도에 따라서 현출되는 순서를 조정했어요.
선용 ㅣ 아, 그럼 각 키워드에 연결된 최대 3개의 대사들에는 정해진 언락 순서가 설정되어 있는 거네요?
키워드 마다 오픈될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고, 그 순서에 따라서 대사들이 오픈된다. 이거죠?
소미 ㅣ 맞아요. 제가 직접 계속 플레이 하면서 이야기가 열릴 순서를 하나 하나 조정했어요.
| 4️⃣ 개발자의 네 번째 Commit LOG |
[미제 사건] 속 이야기 조각들을 연결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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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용 ㅣ이야기를 쪼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나요?
이런 방식의 내러티브 구조를 만들 수 있게 한 과거의 경험 같은 것들이 혹시 있나요?
소미 ㅣ 저는 사실 게임에는 좀 문외한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대학시절에는 한 때 신춘문예에 소설을 제출하곤 했죠. 소설가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 외에 특별한 경험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이전 작품들을 만들면서 저만의 시나리오 기법들이 조금씩 생겨난게 아닐까 싶어요.
사실 저는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쭉 써내려간다기 보다는, 이야기를 조각 조각 떠올려요.
어느 한 사건을 떠올리면, 구체적인 특정 시점, 특정 사건, 특정 대화를 이어서 떠올리고, 그것들을 쌓고, 이어 나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어요. 이건 전작들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이번에 [미제 사건]을 만들면서 이 게임의 게임플레이 방식 자체가 내가 글 쓰는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내가 원래 글 자체를 조각조각 쓰다 보니까, 이미 이야기의 조각들이 만들어져 있었던 거죠.
👉 다음 인터뷰를 기대해주세요.
실제로는 선형적이지만, 선형적이지 않은 순서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
이를 위해서 개발자 소미가, [미제 사건]의 이야기를 잘게 쪼개고, 단계적으로 분류하고, 배치한 과정을 엿보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의 몰입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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