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it-ME] 메시지를 담는 그릇에서 하나의 완벽한 세계로_SOMI(소미) 1화 [2]
인디 개발자 인터뷰 시리즈 Commit Me의 첫번째 손님은 내러티브 게임 개발자 소미 입니다.
첫번째 꼭지에서는 지금까지 소미님이 만든 게임들을 훑어보며,
개발자 소미가 게임 이라는 미디어를 다루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봅니다.
🎮 메시지를 담는 그릇에서 하나의 완벽한 세계로
선용 ㅣ 안녕하세요 소미님. 반갑습니다. 우선 가벼운 질문 부터 시작해볼게요.
소미님은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게임을 주로 만들어오셨는데요.
게임을 만들 때 스토리를 먼저 떠올리시나요? 아님 메카닉을 먼저 떠올리시나요?
소미 ㅣ오래 전 [레츠놈]을 만들 때 ‘거울에 기반해서 지형을 바꾸는 메카닉’을 떠올리고 시작했었고요.
[레플리카] 만들 때도 ‘오로지 핸드폰 화면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생각하고 나서, 후에 이야기를 넣게 됐었죠.
[리갈 던전]을 만들 때도 ‘문서에서 단어를 끌어와서 수수께끼를 푸는 상자에 넣는다’
여기까지를 메카닉으로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시나리오를 입혀 왔었어요. 메카닉이 우선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미제 사건은 끝내야 하니까 (이하 미제 사건)]의 경우는 조금 달라요.
[미제 사건]은 어떤 게임을 만들까 하고 생각하던 와중에, 이야기가 먼저 떠올랐어요.
메카닉을 계속해서 구상을 하면서 동시에 이야기의 소재를 찾아야 되니까 영화도 보고 소설도 보고 했거든요.
그러다 [미제 사건] 이야기 의 발단이 되는 딱 그 사건이 먼저 떠올랐고, 거기서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시놉시스를 먼저 만들었어요.
그러고 나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게임화할 수 있을까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화자와 진술의 순서를 바꾸는 메카닉’이 나오게 되었어요.
선용 ㅣ딱 정해진 발상의 순서는 없는거네요?
근데 생각해보니 소미님의 초기작인 [래빗홀]이나 [레츠놈] 같은 경우엔 명확하게 게임의 장르가 보였거든요.
[래빗홀]은 닷지 게임이었고, [레츠놈]은 플랫포머였죠.
그런데 [레플리카] 에서부터는 ‘이 게임의 장르가 이거다’ 하고 딱 떠오르는 기존 장르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레플리카] 때 부터 뭔가 소미님이 게임 디자인적으로 큰 전환점을 맞게 된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소미 ㅣ 외부에서 봤을 때는 이전작들이 어떤 장르를 표방한다고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사실 시작은 늘 하나의 이미지에서 시작되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첫 게임인 [래빗홀]은 말하자면 [슈퍼헥사곤] 게임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서 나도 저런거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 만든 것이고요.
[레츠놈]은 제가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로드 런너]의 장면을 떠올리고서 자연스럽게 플랫포머 형태의 게임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레플리카] 역시 이런 저런 이미지 사이트를 찾아보면서 영감을 얻어보려다가 픽셀로 만들어진 스마트폰 이미지를 하나 보게 됐는데, ‘아 이게 게임 스크린 안에 들어가 있으면 정말 예쁘겠다’ 싶어서 시작된 것이었죠.
이 게임들 모두 개발의 시작점이 어떤 이미지나 장면이었던 거에요. 그래서 [레플리카]가 개발 과정에서의 전환점이라고 보긴 어려울 거 같네요.
| 1️⃣ 개발자의 첫 번째 Commit LOG |
소미가 게임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방식
|
소미 ㅣ 그런데 레플리카의 시나리오를 쓰다가 국내 정치 이슈의 영향을 받아서 이야기가 한 번 바뀌었거든요.
이 과정에서 ‘내 게임을 통해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고, 그 때 게임이라는 미디어를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후에 나온 [리갈 던전]이나 [더 웨이크] 같은 경우엔 이런 측면을 조금 더 부각시키는 쪽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미제 사건]에 와서 이 생각이 또 바뀌었죠.
선용 ㅣ어떻게요?
소미 ㅣ [레플리카] - [리갈 던전] - [더 웨이크]로 넘어오면서 게임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람들에게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에 중점을 두고 게임 제작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너무 게임을 도구적인 측면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래서 [미제 사건]은 하나의 완벽한 예술 작품, 하나의 완성된 세계를 만든다는 접근 방식으로 게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뭐랄까 조금 더 범용적인 게임이 되었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이전 게임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미제 사건]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선용 ㅣ 처음엔 ‘나도 저런 거 만들거야’ 로 시작했던 초보 개발자가, 여러 게임을 만들면서 ‘나는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은가’를 알아가게 된 것이네요. 다들 그런 거 같아요. 만들다 보면, 만든 게임이 쌓이다보면 아, 내가 이런 걸 만들고 싶은 거구나. 하는 거.
그나저나 앞서서 게임을 너무 ‘메시지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하셨잖아요.
사실 전작들 중에 소미님의 게임 속 주제의식이 불편하다고 하는 피드백도 있었고요.
그런 것들이 이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가요?
소미 ㅣ 저는 사실 리뷰를 신경쓰지 않아요. 작품을 내 놓고 나서는 그걸 받아들이고 의견을 내는 것은 플레이어의 몫인 거죠.
저는 작품을 내는 것으로 제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해요.
제 게임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이야기에는 그 안에 담긴 작가의 가치관, 사상, 세계관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가 얼마나 알아보느냐 정도의 차이일 뿐이죠.
제가 [미제 사건]을 만들면서 생각을 전환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게임이라는 미디어에 대한 제 스스로의 관점을 바꿔보기 위한 것이지, 제 이전 작품이 너무 프로파간다에 가깝지 않나 하는 성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에요.
사실 [미제 사건]도 강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죠.
혐오와 분노가 가득한 이 세상에서 어떻게든 따뜻함을 찾아내고자 하는,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 싶다는 주제의식이요.
👉 다음 인터뷰를 기대해주세요.
처음엔 다른 게임들을 보고 ‘나도 이런 거 만들 수 있어’ 라는 마음으로 게임 개발을 시작한 개발자 소미가 여러 게임을 만들면서,
자신에게 게임이란 미디어가 무엇인지를 탐구하고, 개발 방향을 설정해온 과정을 가볍게 살펴봤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게임 🎯‘미제 사건은 끝내야 하니까’의 이야기 구조 설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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