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it-ME] RP7, 단순함으로 파고든 RPG 메카닉_터틀 크림 박선용편
인터뷰어 소개 ㅣ박선용
2009년 부터 터틀 크림이라는 인디 스튜디오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RP7 등의 게임을 만들어 스팀과 콘솔에 출시하고, 세계의 여러 인디 게임 어워드에서 수상했습니다.
게임 개발 뿐 아니라 개발자 행사 기획과 커뮤니티 활성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실험 게임 페스티벌 Out Of Index를 만들었고, BIC의 1회 개최를 도왔고, 버닝비버 페스티벌의 기획 전시 큐레이터를 3년간 맡아왔습니다.
🎮RP7, 단순함으로 파고든 RPG 메카닉
RP7 게임 소개
RP7은 슬롯-매니징 로그라이크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직접 컨트롤 하는 대신, 7개의 슬롯으로 이루어진 캐릭터의 이동 경로를 적절하게 세팅하여 자신의 캐릭터를 간접 조종할 수 있습니다. 언제 싸우고, 언제 회복할지는 모두 당신의 계획에 달려있습니다.
단지 랜덤하게 돌아가는 슬롯의 운이 조금 필요할 뿐이죠.
이 인터뷰에서는 ‘7개의 슬롯’ 이라는 RP7의 핵심 요소를,
게임플레이의 주된 메카닉으로 정립하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Q1. RP7은 키보드의 한 줄(ZXCVBNM)만으로 조작하는 아주 독특한 RPG입니다. 이런 제약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이 게임의 첫 버전은 저와 개발자 친구들이 2016년 말부터 2019년까지 진행했던 Project.99 라는 이름의,
일종의 월간 게임잼 프로젝트에서 만들게 되었어요.
이야기 하자면 길지만, 결론적으로 당시의 실험 주제 중 하나가,
'키보드 맨 아랫줄의 6개 문자키만으로 조작하는 게임 만들기' 였거든요.
당시 프로젝트 멤버들이 각자 개인작을 만들었는데, 제가 만든 것이 RP7의 초기 버전이었던 RP6 이었어요.
한 줄로 배치된 키보드 버튼들을 보고 있자니, 네모난 키 하나 하나가 캐릭터가 올라서서 이동할 수 있는 일종의 타일로 보이더라고요.
거기서 발상을 시작해서 캐릭터가 아닌 이동 경로를 조작하는 게임을 만들게 되었죠.
나중에 조작키의 개수를 7개로 바꾸면서 게임 이름이 자연스럽게 RP7이 되었고요.
<RP6>
Q2. RP7은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지 않고, 자동으로 움직이는 걸 보는 게임이죠. RPG에서 흔치 않은 방식인데,
왜 이런 구조를 선택하셨나요?
제가 당시에 영향을 받은 게임이 있어요. 이미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Storyteller 라는 게임의 개발자가 만들었던 Ernesto RPG 라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요. (후에 Fidel Dungeon Rescue 라는 제목으로 출시되었습니다)
격자 형태로 몬스터와 오브젝트들이 배치되어 있고, 플레이어는 동서남북으로 한 칸씩 이동하면서 한붓그리기 같은 식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캐릭터가 죽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식으로 플레이 하는 게임이었어요.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할지를 선택하는 방식의 플레이가 흥미로웠거든요.
저는 이 게임에서의 '선택'을 '계획'으로 바꾸는 시도를 해봤어요.
캐릭터는 자동으로 움직이고, 플레이어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할지를 능동적으로 결정하고 계획하게 하는 방식으로요. 그게 시작이었죠.
Q3. 그 ‘슬롯’ 시스템은 정말 독특해요. 단순해 보이지만 전투, 회복, 강화, 이동을 다루는 전략의 중심인데요.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사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이 7개의 슬롯 안에 RPG 라는 장르의 보편적인 경험을 녹여내는 그 자체였어요.
사람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장르를 너무나 생소한 방식의 인터페이스에 자연스럽게 집어넣어야 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설명을 최소화 해서 자연스럽게 플레이 하도록 만들어야 했어요.
우선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몬스터와 전투하고, 스스로 회복할 줄 알 수 있도록 게임 속 기호들을 직관적으로 배치해봤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깊이 있는 게임 플레이를 만들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슬롯을 누른다’ 라는 행위 하나로 전투, 회복, 선택, 스킬 발동 까지 모든 것을 해낼 수 있게 만들어야 했고요.
이걸 플레이어가 최대한 설명 없이 컨트롤 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죠.
이떻게 보면 개발 과정 전체가 ‘매우 생소한 방식의 입력을 최대한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기’에 가까웠다고 생각되네요.
| 1️⃣ 개발자의 첫 번째 Commit LOG |
개발자가 생각한 RP7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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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처음엔 전통적인 RPG처럼 레벨과 체력바가 있는 구조였다고 들었어요. 왜 방향을 바꾸게 되었나요?
<캐릭터 레벨과 경험치가 있던 시절의 RP7>많은 부분이 바뀌어갔죠. 변화의 방향성은 확고했어요.
'최대한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만들자'였는데요. 처음에는 여느 RPG와 비슷하게 UI를 구성했어요.
캐릭터 레벨도 있고, 체력바와 경험치 바도 있고요. 내가 레벨이 오를 수록 처음에 만났던 몬스터들은 점점 약해지고...
그런데 이 게임에선 캐릭터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항상 시간에 쫓기게 되거든요.
와중에 게임 안에 정보가 너무 많으면 플레이어가 너무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것을 최대한 단순화 하고, 직관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 2️⃣ 개발자의 두 번째 Commit LOG |
RPG를 단순화한 게임의 컨셉에 맞게 게임 속 정보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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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그렇게 단순화했더니, 오히려 RPG라는 맥락이 안 보이게 된 거군요?
RPG를 단순화시켰더니, 이 게임의 맥락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군요.
RPG와 같은 형태로 만들었을 때는 자연스럽게 '아, 몬스터 잡고 레벨 업 하고 하는 거구나' 라고 받아들이던 사람들이, 이걸 단순하게 정리해놓으니까 이게 무슨 게임인지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는 거에요.
플레이 테스트를 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 뭐였냐면요.
사람들이 마구 슬롯을 돌려서 그저 몬스터를 계속 피하기만 하면서 포션과 방패만 죽어라 먹으면서,
'나 잘하죠?' 하는 표정으로 저를 볼 때였거든요.
뭔가 슬롯을 돌려서, 위험을 피하면 되는 게임으로 인식해버리는 거였죠.
제가 의도한 것은 몬스터를 적당히 잡으면서 회복하면서 하는, 위험을 적당히 관리하면서 그를 통해 성장하는 방식이었는데 말이에요.
Q6. 그 괴리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셨나요?
다행이었던 것은 사람들이 "이 게임 뭐에요?" 라고 물어봤을 때 제가 "그냥 흔한 RPG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라고 대답했거든요.
그때는 갸우뚱 했던 사람들이 게임을 1~2분 정도 플레이 하고 나서 "RPG 맞네요." 라고 받아들였다는 거에요.
다만, 최대한 말로 설명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플레이어가 스스로 몬스터를 잡고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숙제였죠.
그래서 다시 RPG의 경험치 개념을 넣어보기로 했어요. 일정 주기마다 일아서 나왔던 아이템 상자를 플레이어가 몬스터를 특정 횟수 만큼 처치했을 때 스폰되게 바꿔봤죠.
게임이 RP7이니까, 7번 싸우면 아이템 상자가 나오게 만들었어요.
그걸 알려줄 수 있게 게임 화면 한 쪽에 7칸 짜리 ‘상자 게이지’ 이자 ‘경험치 게이지’ 역할을 하는 인터페이스도 넣었고요.
그런데,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이 게이지가 뭘 뜻하는 건지.
Q7. 그럼 결국 그 설계를 다시 바꾸신 거죠?
<’아, 몬스터랑 싸워서 돈을 벌어야 하는구나’>
제가 원했던 것은 플레이어가 스스로 '아, 몬스터와 싸워야 하는구나' 라는 걸 느끼게 하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다시 레벨 개념을 없애고,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골드가 드랍되게 바꿨습니다.
대신 아이템 상자는 일정량의 골드를 써야만 열 수 있는 거죠! 아이템 상자의 가격은 점점 비싸지고요.
내가 몬스터와 싸우지 않으면 충분한 골드를 얻을 수 없고, 골드가 없으면 아이템 상자를 만나도 그걸 열 수가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아, 몬스터와 싸워서 골드를 얻어야 내가 강해지는 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게 시스템을 변경했어요.
아이템 상자가 점점 비싸지니까 플레이어는 골드를 더 많이 주는 더 강한 몬스터와 싸워야 하고요.
결국 방식은 다르지만, 몬스터와 싸워서 성장하고, 점점 더 강한 몬스터를 만나게 되는 RPG의 기본 전투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따르게 되는 거죠.
그렇게 비로소 게임의 기본 메카닉이 정립되었습니다.
| 3️⃣ 개발자의 세 번째 Commit LO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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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그렇게 다듬어진 RP7의 시스템은 플레이어에게 어떤 경험을 주길 바라셨나요?
저는 가능한 설명이 최소화된 게임을 만드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게임이 뭔가를 자꾸 설명하지 않아도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게임 속 세계를 이해하고 플레이 하는 것이,
게임플레이의 '우아함'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우아함이 결국 플레이어의 몰입감을 만드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게임은 로그라이크 게임이고, 수많은 아이템과 몬스터 패턴이 있기 때문에 아예 설명 없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 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게임플레이를 발전 시켜오면서 전에 없던 직관적인 RPG 경험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사실 모든 창작물이 그렇지만, 게임도 오랜 시간 공들이면 좋아지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다만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명확한 비전을 초기에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게임 디자인이 방향을 잃을 때 마다 그 비전을 기반으로 게임을 다듬으면, 결국 가야 할 곳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 4️⃣ 개발자의 네 번째 Commit LO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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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인터뷰를 기대해주세요.
어떠셨나요? 이 인터뷰 시리즈의 방향성이 느껴지시나요?
다음 Commit Me는 ‘미제 사건은 끝내야 하니까’를 개발한 인디 개발자 소미님과 함께 합니다.
Commit Me는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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