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 감상평] 센추리 : 너르르와르르
센추리: 에이지 오브 애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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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몰입 감상평] 센추리 : 너르르와르르

단편 소설 : 의도치 않은 만남

 '드르륵ㅡ'


 '드르륵ㅡ'


'딸깍 딸깍.'


"...응?"


평소와 같이 하루 일과를 끝내고 센추리 커뮤니티를 둘러보던 중 못 보던 것이 하나 생겼다.


"드래곤... 관찰일지?"


평소에도 간간히 판타지 소설과 만화를 즐겨봐 왔던 내게는 꽤나 흥미를 끄는 것이었기에, 나는 천천히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그것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 이거 최신 순으로 정렬되어있었네."


의도치 않게 제일 마지막에 위치한 나이트스내거를 먼저 보게 되었지만, 다른 클래스들은 내팽개쳐둔 채 팬텀만 30시간 넘게 플레이 했던 진성 팬텀 유저인 나였기에 딱히 후회는 되지 않았다.


실제로, 다른 클래스들은 한 시간도 채우지 못했으니 이 정도면 집착이라 봐도 무방하리라.


"그나저나 역시 이런 그림에서도 제일 멋있는건 팬텀 용이구나... 여기서 나오는 건 초반에 무료로 줬던 알인가?"


마치 판타지 세계관의 길드에나 꽂혀있을 법한 잡지 같은 모양새의 종이에 기재되어 있던 '안개신전'이라는 글자를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해츨링은 뭔가 고블린처럼 생겼단 말이지... 그것도 나름 매력이지만."


머라우더와 윈드가드의 드래곤들과는 꽤나 다른 아성체의 모습을 가진 나이트스내거였지만, 그 나름대로 귀여운 맛이 있기에 내가 주로 활동했던 곳에서도 호불호가 꽤나 갈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


"뭐어.. 앞으로 계속 시리즈로 나오나 보네, 다른 팬텀 용들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관찰일지에 기재된 나이트스내거의 모습을 눈에 담아두곤 나는 새 창을 열어 새로운 이벤트나 소식이 없는 지 확인을 한 후, 다시 나이트스내거의 관찰일지로 들어가 댓글을 하나 남겼다.


ㄴ ㄱㅇㅇ...




"...응?"


그렇게 나는 '귀여워...'라는 댓글 하나만을 남겨둔 채 이상한 숲 속에서 눈을 떴다.


"여긴... 숲?"


빽빽하게 자리한 높고 커다란 나무들과 쿰쿰한 냄새를 풍기는 이끼와 버섯들까지, 언뜻 보기에는 커다란 나무를 제외하면 딱히 신기할 것이 없는 그저 그런 풍경이겠지만 위를 쳐다보자 그런 소리는 할 수 조차 없게 되었다.


"와아..."


거대한 나무들이 가지에 가지를 잇고 어지러이 길을 형성한 곳이 있는가 하면, 수많은 발광 이끼와 버섯들이 곳곳을 장식해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곳 또한 보였다.


마치 이 곳이 다양한 숲의 경계인 듯이 주변을 둘러볼 때마다 휙휙 바뀌는 풍경에 넋을 잃고 구경만 하던 중, 내 손에 붙들린 3장의 종이를 발견했다.


"이건... 아까까지 봤던 드래곤 관찰일지잖아."


각각 블러드체이서와 아이언윙, 그리고 나이트스내거를 묘사한 다소 조잡해보이는 일지, 내가 컴퓨터로 보았던 그것과 똑 닮았다.


"그러고 보니 몸도 묘하게 가벼운데..."


예전에 취미로 운동을 하긴 했었지만 현재는 딱히 하고 있지 않았기에 근육으로 이루어 졌었던 부분이 지방으로 대체되어 말랑말랑했을 팔과 다리가 무슨 돌 덩어리 마냥 딱딱했고 몸이 가벼운 느낌을 받았다.


"신기하네..."


마치 머리는 기억을 하지 못해도 몸은 기억한다는 듯이 익숙하게 허리춤에서 멋들어진 곡검을 빼어 들고 자세를 잡는 모습, 아무래도 일반인의 몸 상태는 아닌 극한으로 단련된 듯한 몸이다.


'스릉ㅡ'


나는 곡검의 칼날을 내 쪽으로 비춰 나의 얼굴을 확인했다.


'우선 얼굴은 생각보다 멀쩡하다,  그렇다면 팬텀은 아니야. 그렇다고 해서 머라우더나 윈드가드처럼 갑옷을 입진 않았고, 스톰레이져처럼 바이킹같은 복장도 아닌 상급품의 검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복장이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클래스는 아닌거 같은데...'


그렇게 골똘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중, 마침 내가 들고 있던 종이가 올라갔던 게시글에서 '모험가'라는 단어를 썼다는 것이 기억났다.


"그래, 꼭 4 클래스만 있으라는 법은 없지. 그리고 이 복장을 봐도 딱히 떠오를 만한 클래스나 스킨도 없으니깐."


가볍게 자신의 상황을 살핀 후, 나는 내가 지니고 있는 것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우선 내 품 속에 있는 이 묵직한 주머니부터 살펴보자, 그곳에는 적당한 무게의 주화들이 있었다.


"꽤나 묵직한데...? 센추리에서 비교적 흔한 드래곤 알이나 성체가 17000, 그리고 보통 갑옷이 16000 정도 하니깐... 드래곤은 토벌하기도, 길들이기도 해츨링 시절부터 기르거나 각인이 되지 않는 이상 어렵다고 설정에서 나와 있었지. 그리고 드래곤의 부산물이 고가에 거래된다고 언급된 부분이 있으니 알이나 온전한 성체는 더 비싸다고 가정하면... 에잉 이게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물가나 그런 것도 모르는데."


그래픽으로만 보던 주화에 신이나 이것저것 고려해보며 이 주화의 가치를 알려고 해봤지만 결국은 헛수고로 돌아갔다.


나는 주화를 도로 조심스래 내 품 속에 모셔 둔 뒤, 매고 있던 배낭을 열어 무엇이 들어 있나 살펴 보았다.


낡았지만 여전히 두터운 담요와 후드, 그리고 불을 피우기 위한 부싯돌 대여섯 개와 예비용인지 가죽으로 덧댄 임시 칼집에 잠들어 있는 단검들, 그리고 배낭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며칠 분량의 물과 식량까지, 이곳이 숲의 깊숙한 부분이라는 것을 가정했을 때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어라?"


배낭을 조금 더 살펴보자, 배낭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기이한 가면을 찾았다.


물론, 내가 무척이나 익숙한 가면을 말이다.


"이건...할벤구르의 우리잖아."


내가 센추리를 플레이하며 항상 써왔던 가면을 실제로 보자 왠지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항상 보고 마음에 들었던 가면이라 그런가, 실제로 봐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이 정도면 이제 더 살펴 볼 거리는 없나..."


배낭을 탈탈 더 털어봐도 나오는 것은 여기 저기 숨겨둔 비상금 비슷한 것 밖에 없었기에, 다시 모든 것을 배낭에 넣고 이곳에 계속 있어봤자 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아 조심스럽게 숲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높게 솟아 있던 해는 어느덧 여러 번 나타났다 사라지고를 반복하였으며, 보존 식량이 간당간당 할 때 쯔음에 마지 못해 시작했던 이 곳에 서식하는 멧돼지나 사슴같은 것들을 사냥해 잡아먹고 남은 것은 말려 다시 배낭에 그것을 집어넣는 일도 익숙해 졌다.


물론, 도축이나 사냥에 관한 지식은 내게 전혀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필요할 때는 이 몸 주인의 기억인지 무척이나 능숙하게 그 일을 해냈다.


깨끗한 식수를 구하거나 굶주린 것들 - 예를 들어 내가 3 일차 밤에 꼬리를 밟을 뻔한 나이트스내거라던가 - 을 피해 길을 찾고 도처에 널린 이끼나 열매들의 식용유무를 판단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기에 내 걱정과는 다르게 나의 이세계 자연인 생활기는 나름 쾌적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떨어진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사냥을 나섰을 때였다.


홀로 무리에서 떨어진 사슴 비슷한 동물의 흔적을 발견하고 쫓고 있을 때, 이상한 흔적을 발견했었다.


부서지고 그을린 나무들과 회생불가 수준으로 꺾여있는 작은 식물들, 그리고 뾰족한 가시에 쓸린 것 같은 흔적과 곳곳에 흩뿌려진 아직 다 마르지 못한 진한 피까지.


명백한 드래곤의 흔적이라고 보이나 그 이상은 모르겠다.


나는 잔뜩 긴장한 채로 허리춤의 곡검과 나름 단단하게 만든 나무 방패를 장비하고는 홀린듯이 그 흔적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잔뜩 긴장된 내 몸과는 다르게 내 마음 속은 긴장과는 다른 두근거림이 가라앉지를 않고 있었다.


그야 지금껏 만난 드래곤이라고는 3일 차 밤에 꼬리만 보였던 이름 모를 나이트스내거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두근거림을 안은 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드래곤의 윤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몇십 년간 진하게 숙성된 레드와인과도 같은 진홍빛 색상에 짙게 퍼진 검붉은 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고고한 자태에 위엄을 더했고, 크고 작은 뿔들이 이 동물이 무척이나 위협적인 괴수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흐.. 흐랄이다."


마치 한숨을 뱉어내듯이 나온 그것의 이름, 흐랄.


어둠의 방랑자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으며 실존하는 지에 대한 문건조차도 이미 오래전 소실되었기에 구전 설화로만 간간히 내려져 오고 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 전설의 나이트스내거이다.


'그리고 내가 이 게임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산 드래곤이기도 하지.'


실제로 보는 드래곤의 모습에 잔뜩 흥분한 나의 기척이 그것에게도 느껴졌는지, 그것은 내가 있는 곳을 정확히 노려보며 낮게 소리를 내었다.


"그르르르.. 끄드득..."


'침착하자, 모습을 보니 무슨 이유에서 저렇게 심한 부상을 입었는 지 모르겠지만 나이트스내거의 습성 상 내가 먼저 자극하거나 공격하지 않는 이상 공격 받는 일은 없을 거야.'


빠른 속도로 머리를 굴린 나는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그것을 향해 전날 사냥했던 사슴의 뒷다리를 들고 접근했다.


"그르륵?"


녀석은 나를 갸웃거리며 내가 들고 있는 고기에 바로 관심을 보였다.


녀석이 보는 앞에서 내 무기를 바닥에 두고 다가가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갑작스래 온순해진 녀석에게 다가가 바로 앞에 고기를 내려놓자, 바로 한 입에 삼켜버리는 걸 보고는 흠칫 놀랐다.


바로 앞에서 나보다 곱절은 큰 녀석이 두툼한 사슴의 뒷다리를 한 번에 삼키듯이 먹어버렸으니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놀란 나의 감상과는 별개로, 가까이서 본 녀석의 상태는 심각했다.


머리의 측면에서부터 뒤로 길게 늘어진 한 쌍의 뿔은 부러지거나 아예 뽑힌 상태였고 내부의 발열기관 또한 먹이를 삼킬 때 봤던 상황으로 보아 완전히 망가진 것으로 보였다.


이것 뿐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진짜 문제는 옆구리에 난 상처다.


도망치면서 가지에 찔린건지 아니면 싸움 도중에 생긴 건지는 알 수 없으나 긴 자상이 나있는 것이 육안으로 봐도 상당히 심각해보인다.


"살 날이 얼마 안남은건가..."


이 녀석이 왜 갑자기 내게 경계심을 푼 건지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나는 그저 묵묵히 녀석에게 아직 작업을 다 하지 않은 날고기들을 조금씩 먹여주었다.


"그래...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더라."


"그르릉..."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건지 갑작스래 내 손에 천천히 얼굴을 비비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착잡해졌다.


"허 참, 분명 죽기 직전의 야생동물은 모든 걸 경계하고 예민할 때 아닌가?"


나는 녀석의 주둥이를 천천히 쓸어내리며 조금 더 다가갔다. 이 녀석이 날 해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


그러자 보이는 작은 형상, 그것은 분명 흐랄의 알이다.


애초에 센추리에서 흐랄을 입수하는 방법을 알 밖에 없으니 누구보다 그 모습을 잘 안다.


마치 적갈색의 용과를 크게 키워놓은 것만 같은 외형이나, 이것을 앞에 두곤 그 누구도 웃어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남아있던게 이 알을 위해서인건가..."


녀석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래 알을 쓰다듬어주자, 녀석은 기쁜 듯이 내 몸에 고개를 부벼왔다.


"대체... 설마 네가 죽으면 키워달라는 의미인가?"


설마하며 알을 가리키다가 나를 가리키자 녀석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 참... 생 전 처음 본 사람한테 이런걸 맡기냐.."


나는 허탈한 듯이 알 옆에 도로 주저앉아 말없이 남아있던 고기들을 녀석의 입에 넣어주었다.


아무래도, 이 인연은 무척이나 질기고 오래 갈 것만 같은 예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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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의 글

목록
작성 시간 2022.09.24

부활안되는 버그?? [1]

undefined

2022.09.24
2022.09.25 00:38 (UTC+0)
작성 시간 2022.09.23

필멸의 장막을 사용한 상태로 적 5회 처치는 무슨뜻입니까. [2]

undefined

2022.09.23
2022.09.23 16:25 (UTC+0)
작성 시간 2022.09.27
+2

[과몰입 감상평] 센추리 : 너르르와르르

2022.09.27
2022.09.30 05:17 (UTC+0)
작성 시간 2022.09.22

이벤트 보상지급 [1]

undefined

2022.09.22
2022.09.23 01:46 (UTC+0)
작성 시간 2022.09.22

[과몰입 감상평] 센추리 : 초심심 [4]

2022.09.22
2022.10.27 08:14 (UTC+0)